100화.
띵─동.
-형님! 저희 왔습니다!
초인종을 누르는 소리와 함께 김이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아하니 첫 손님은 소은과 김이준인 모양인 듯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달칵.
“짠!”
현관문을 열자 소은이 놀래주듯 시야 앞에 나타났다.
물론 괴력[怪力](SS)의 날 선 감각을 놀라게 할 수는 없었다만.
소은의 옆으로 김이준이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흔들어 보였다.
김이준은 무언가를 잔뜩 손에 들고 있었다.
“뭘 그렇게 바리바리 싸 들고 왔어?”
“집들이인데 빈손으로 오면 쓰나요.”
대답은 소은에게서 들려왔다.
아무래도 집들이 선물인 모양.
“그냥 오셔도 되는데, 일단 안으로 들어오세요.”
시우는 둘을 집 안으로 안내했다.
“와아, 이거 진짜 시우 씨가 직접 지으신 집이에요?”
집 안의 풍경에 소은이 눈을 크게 떠 보였다.
김이준 또한 신기한 듯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런데 형님. 저희가 늦은 건 아닌 지 모르겠습니다.”
“아니야. 딱 맞춰 왔어.”
“다행이네요. 누나가 하도 꾸물거리는 바람에 늦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내가 꾸물거리긴 뭘 꾸물거렸다고 그래?”
“시우 형님 집에 간다고, 새색시처럼 새댁틱하게 꾸민다고 아주 난리를─.”
“내, 내가 언제 그랬어!!”
소은이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약간 불그스름해진 얼굴로 김이준의 입을 틀어막았다.
하지만 가녀린 여인이 각성자를 어찌할 수 있을까.
김이준은 가볍게 소은의 손길을 피하고는 말했다.
“그런 의미로 형님. 우리 누나 오늘 어떻습니까? 새색시처럼 예쁘장하게 보이십─.”
“야!”
퍼억.
“어억!”
결국 한 대 맞고서야 입을 다무는 김이준이었다.
시우는 둘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렸다.
투닥거리는 것이 굉장히 사이가 좋아 보였으니까.
“이준이 말은 신경 쓰지 마세요. 제정신이 아닌 녀석이라서요.”
“누나, 괜히 부끄럽다고 동생을 정신병자 취급─.”
“조용히 안 해?”
퍼억!
“억!”
정확히는 친남매는 친남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둘의 모습에 웃음을 짓고 있자니.
“안녕하세요.”
안쪽에서 서아가 슬그머니 나왔다.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서아의 모습.
“엣?”
가장 먼저 소은이 놀라 보였다.
김이준 또한 멍한 얼굴로 서아를 바라봤다.
잠깐의 정적.
“시우 오빠, 동생. 서아라고 해요. 처음 뵙겠습니다.”
서아가 꾸벅, 인사를 건넸다.
“동생…? 시우 씨의 친동생이요?”
“네.”
서아가 고개를 끄덕였고.
소은이 그때서야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반가워요! 저는 김소은이라고 해요. 시우 씨랑은─.”
“처음 뵙겠습니다!”
그 순간 김이준이 소은의 말을 끊으며 한 발 앞으로 나섰다.
“저는 시우 형님을 가장 가까이서 보필하는 김이준이라고 합니다!”
“네? 아, 네… 저도 처음 뵙겠습니다.”
서아가 약간 당황했지만 꾸벅,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왜일까.
김이준의 얼굴이 멍해졌다.
갑자기 왜 저러나 싶은 것도 잠시.
끼잉.
서아의 뒤쪽에서 흑돌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아지?”
소은이 고개를 갸우뚱거림과 동시에 흑돌이가 슬금슬금, 기어 나왔다.
아직 시우와 서아 이외에 사람들은 낯설고 무서운 것일까.
흑돌이는 서아의 다리 뒤쪽으로 몸을 숨기며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런 흑돌이의 모습 때문일까.
“꺄아아아! 너무 귀여워!”
소은이 어쩔 줄 몰라 하며 흑돌이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후다닥─!
흑돌이가 소은의 손길을 피해 달아나버렸다.
역시.
아직 흑돌이는 서아와 시우 말고는 무서운 모양이었다.
생각해 보면 서아랑 처음 만났을 때도 흑돌이는 저러했었다.
“아….”
소은이 굉장히 실망하며 낙담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소은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활기찬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보다 시우 씨. 아저씨는 못 오신대요. 세미나에 출품할 작품 때문에 정신이 없으신가 봐요.”
“연락을 받긴 했습니다만.”
안 그래도 서팔광에게 연락을 받긴 했었다.
집들이에 못 갈 것 같다며 미안하다고 말이다.
그리고 저번부터 세미나, 세미나하는 이야기를 듣긴 했다만.
“세미나가 굉장히 중요한 일인가 봐요.”
“전 세계의 대장장이들이 교류하는 장이라고 보시면 돼요. 그런데 말이 교류의 장이지. 실상은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대장장이 대회? 세미나? 아무튼 그런 거라고 보시면 돼요. 우승 상품도 있는걸요.”
“우승 상품이요?”
“네. 그때마다 달라지는데, 이번엔 마스터 오렐리안이 직접 우승 상품을 내어준다고 하더라고요. 해서 아저씨가 시우 씨에게 배운 기술을 보여 주겠다고 아주 벼르고 계세요.”
“제가 알려 드린 게 뭐가 있다고요.”
“무슨 말씀이세요. 아저씨가 시우 씨께 배운 뒤로 장비 품질이 어마어마하게 상승한 건 알고 말씀하시는 거죠?”
“그런가요?”
시우는 멋쩍게 웃음을 흘릴 뿐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
띠링!
<허가되지 않은 존재가 접근 중입니다.>
스마트폰 화면 위로 경고 알림창이 떠올랐다.
“잠시만요.”
시우는 걸음을 옮겨 현관문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달칵.
“아윤이 왔어?”
“뭐, 뭐야?”
현관문을 열자 아윤이가 화들짝, 놀라 보였다.
주인집 아주머니의 딸이자 서아와 동갑내기의 여고생, 정아윤.
“내가 온 거 어떻게 알았어?”
아윤이가 큼지막한 두 눈을 동그랗게 떠 보였다.
시우는 작게 웃음을 짓고는 말했다.
“그런데 혼자 왔어? 아주머니는?”
“응? 아, 엄마는 일이 있어서 못 온대. 그래서 나만 왔어.”
“그래? 일단 안으로 들어와.”
시우는 아윤이를 집안으로 안내했다.
그리고.
“어? 아윤이?”
서아가 가장 먼저 아윤이를 반겨 주었다.
“안녕, 서아야. 우리 오랜만이다.”
“진짜 오랜만이다! 잘 지냈어?”
“난 잘 지냈지. 서아 넌?”
“나도 잘 지냈어. 진짜 얼마 만인지? 1년도 더 된 거 같은데.”
“1년까지는 아니고, 8개월 정도? 그런데….”
아윤이가 서아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서아, 너 진짜 많이 좋아졌다.”
“그래?”
“혈색도 붉으스름하고, 피부도 탱탱하고. 8개월 전에는 다 죽어 갔는데. 그리고….”
아윤이가 킁킁, 강아지처럼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앞치마를 입은 서아를 바라보더니.
“네가 요리도 한 거야?”
“응. 와서 한 번 맛볼래?”
“완전 좋지!”
아윤이가 화색을 띠며 후다닥 걸음을 옮겼다.
예전부터 가끔가다 집에 놀러 온 아윤이.
그 때문에 아윤이는 서아의 요리가 얼마나 맛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렇게 서아는 아윤이와 함께 주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아….”
김이준이 굉장히 실망하며 낙담했다.
그런 김이준의 뒤로 소은이 물어왔다.
“방금 누구예요?”
“아윤이라고, 이 집의 주인이셨던 아주머니의 딸입니다.”
“아….”
소은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시우 씨. 설마 집들이 손님을 다 같은 날에 초대하신 거예요?”
“어… 네. 그렇습니다만.”
그러면 안 되는 건가?
집들이를 처음 해 봐서 뭐가 뭔지 알아야지.
“그러면 안 되는 건가요?”
“아뇨, 안 되는 건 아닌데….”
소은은 이걸 뭐라고 말해야 할지 난감한 기색이었다.
바로 그때.
띠링!
<허가되지 않은 존재가 접근 중입니다.>
또 다른 손님이 왔다는 알림창이 떠올랐다.
시우는 소은에게 잠시 양해를 구하고는 현관문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달칵.
“에, 엣?!”
현관문을 열자 덕구가 세상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세공남 채널의 편집자, 덕구.
“덕구 왔어?”
“아, 아, 안녕하세요!!”
덕구가 꾸벅,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런 덕구 옆으로 아이 두 명이 멀뚱멀뚱 서 있었다.
1m도 안 되는 키의 여자아이와 남자아이.
“얘들아, 인사해야지.”
“안녕하세요!”
“안냥하세요!”
덕구의 말에 두 아이가 꾸벅, 시우에게 인사를 해 왔다.
보아하니 덕구의 어린 두 동생인 것 같았다.
시우는 작게 미소를 지으며 덕구와 동생들을 집안으로 안내했다.
“우아아아!”
“집 엄청 조타!”
집 안으로 들어온 두 동생들이 환호성을 터트렸다.
“덕구 누나! 우리도 이런 집에서 살면 안 돼?”
“으, 응?”
그러자 덕구가 크게 당황해 보였다.
그런 덕구의 모습에 동생 중 여자아이가 꾸짖듯이 말했다.
“이런 집이 얼만 줄 알고 덕구 언니한테 그래.”
“응? 얼만데?”
“백만 원은 할걸?”
“배, 백만 원?! 백만 원이면 치킨이 한 마리, 두 마리… 히익!”
남자아이가 아주 기겁을 하며 놀라 보였다.
이윽고 시우를 아주 존경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더니.
“형아, 대따 부자야?”
“너, 너 그게 무슨 말이야.”
그러자 덕구가 황급히 남자아이의 입을 틀어막았다.
“죄, 죄송해요..! 동생이 어려서 아직 뭘 몰라 가지고…”
그리고는 연신 시우를 향해 고개를 숙여보였다.
시우는 괜시리 새어 나오는 웃음과 함께 괜찮다는 손사래를 쳐 보였다.
‘이제 얼추 올 사람은 다 온 것 같은데.’
서팔광 아저씨는 못 온다고 했고.
아주머니도 일이 있다고 못 온다고 했고.
남은 사람은 한채린과 한민아.
그리고 이민정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뭐.
‘안 오겠지.’
저 셋은 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한채린과 한민아야 뭐.
시간이 안 날 것이 뻔했다.
SH그룹의 오너 일가.
대통령 집들이라면 모를까.
시우의 집들이를 올 리가 없지 않은가.
‘이민정은 뭐.’
시찰국의 가더야 바쁜 건 당연한 일.
무엇보다 이민정은 시우와 그렇게까지 친분이 있다고 하기에도 애매했다.
“다들 온 거 같으니 안으로 들어가시죠.”
시우는 덕구와 어린 두 동생.
그리고 소은과 김이준을 안으로 안내했다.
“집안 살림을 아직 안 사셨네요?”
“아, 네. 집 지은 지 얼마 안 되어서…. 사실 뭘 사야 할지 잘 몰라서요. 일단 급하게 식탁이랑 의자만 만들어 놨어요.”
“만들…어요? 시우 씨가요?”
“네.”
시우는 제작한 의자들을 꺼내어 주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
띠링!
<허가되지 않은 존재가 접근 중입니다.>
“...음?”
스마트폰 알림창이 다시 한 번 떠올랐다.
뭐지? 싶은 생각도 잠시.
띵─동.
초인종 소리가 집안으로 울려 퍼져 왔다.
“다 왔다고 하시지 않으셨어요?”
“그럴 텐데요?”
시우는 현관문으로 나가 문을 열었다.
달칵.
“어?”
문을 연 현관문 앞에는 익숙한 여인이 서 있었다.
뒤로 질끈 묶은 포니테일.
차갑다 못해 냉혹한 인상의 미녀.
“이민정 씨?”
시찰국의 가더, 이민정.
그녀가 현관문 앞에 서 있었다.
“이민정 씨가 왜 여기에?”
“초대를 주셔서 왔습니다만.”
이민정이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을 이어 왔다.
“혹시 잘못 초대하신 거였나요?”
“아뇨. 그런 뜻이 아니었습니다. 그… 일단 들어오시죠.”
이민정은 고맙다는 듯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집 안으로 들어왔다.
시우는 가만히 이민정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러다 문득 드는 생각.
이거 설마 한채린이랑 한민아도 오는 건 아니겠─.
띠링!
<허가되지 않은 존재가 접근 중입니다.>
“......”
시우의 정신이 일순간 멍해졌다.
* * *
식탁 위로 상다리가 휘어질 듯한 수많은 음식이 놓여져 있었다.
모락모락, 김이 피어나는 음식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새어 나왔다.
그런데 왜일까.
“......”
“......”
“......”
어느 누구도 음식에 손을 대는 이가 없었다.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가구를 아직 채워 넣지 않은 집안.
그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냉랭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시우는 천천히 자리에 모인 이들을 훑어보았다.
소은물산 대표, 김소은.
소은의 동생이자 A+등급의 각성자, 김이준.
세공남 채널 편집자, 덕구.
덕구의 두 동생들.
주인집 아주머니 딸, 정아윤.
시찰국의 가더, 이민정.
마지막으로.
‘한채린이 올 줄은….’
SH그룹의 손녀딸, 한채린.
물론 초대한 건 시우이긴 하다만.
어디까지나 예의상 한 초대에 지나지 않았다.
다행히(?)도 한민아는 오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SH그룹의 오너가 왜 온단 말인가.
한채린이 온 것부터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한채린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특히나 소은은 더욱 그러했다.
SH그룹의 하청을 받고 있는 소은물산.
눈치가 안 보이려야 안 보일 수가 없었다.
그런 분위기를 아는지 모르는지.
한채린은 다소곳하게 앉아 있었다.
양갓집 규수처럼 조신하게 앉아 있었다.
그런데 한채린의 분위기가 좀 차갑던가.
얼음 덩어리.
감정 하나 없는 로봇.
분위기는 더더욱 어색해져 있었다.
그리고 그런 한채린의 옆.
이민정이 말없이 앉아 있었다.
한채린의 차가움.
이민정의 냉랭함.
분위기는 어색함을 넘어 그야말로 싸늘했다.
정말이지.
“......”
“......”
“......”
숨 막히는 집들이였다.
* * *
“안에 사람이 있다고?”
조북천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판데모니움의 골절급 간부, 조북천.
“맹시우 집에 다른 사람들이 있다?”
“그렇습니다.”
“누군데?”
“그것까지는 잘….”
“하.”
조북천은 헛웃음을 흘렸다.
확실히 맹시우는 본인 상황이 어떤지 모르는 모양이었다.
“자칫 일이 커질 것 같습니다만… 어떻게 할까요.”
“어떡하긴 뭘 어떡해.”
조북천은 뭘 그런 걸 묻냐는 듯 쏘아붙였다.
판데모니움이 언제부터 그런 걸 따졌단 말인가.
살인은 고사하고 고문, 강간, 납치.
창의적인 범죄 행위를 서슴없이 저지르는.
그러면서 일말의 죄책감마저 느끼지 않는 이들.
판데모니움은 그런 범죄자들 중에서도 정점에 서 있는 집단이다.
“싹 다 죽여.”
비릿하게 지어지는 조북천의 웃음은 뱀의 것과 닮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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