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화.
숨 막히는 집들이의 분위기.
그 순간 콕콕.
서아가 시우의 옆구리를 찔러 왔다.
슬쩍 바라보자 서아가 한껏 눈치를 주고 있었다.
이 어색한 분위기 좀 어떻게 해보라는 것 같았다.
확실히.
이건 시우가 나서야 할 일이었다.
시우는 큼큼, 헛기침을 해 보이며 좌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윽고 집중되는 시선에 시우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리 자기소개라도 할까요?”
뜬금없긴 했다만 생각해 보면 이들은 서로를 알지 못했다.
물론 한채린은 다 알고 있다만.
얼굴만 알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모두 시우와만 인연이 있을 뿐.
서로가 오늘 처음 보는 자리였다.
그 때문인지 어색했던 분위기가 약간 술렁거렸다.
서로 눈치를 보며 나서는 이가 없었다.
시우는 다시 한 번 큼큼.
헛기침을 하며 좌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럼 저부터 하겠습니다. 저는 맹시우입니다.”
간단명료한 소개.
이게 자기소개인가 싶은 소개였다.
하지만 어차피 시우는 모두 알고 있는 이들이었다.
시우를 위한 자기소개도 아니었기에 빠르게 넘기는 편이 좋았다.
“저는 시우 오빠의 동생, 맹서아라고 해요. 처음 뵙겠습니다.”
이윽고 서아가 흐름을 이어받으며 인사를 했다.
시우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타이밍상 흑돌이가 나설 차례였으니까.
하지만 왜일까.
흑돌이는 집안 구석에 박혀 있었다.
구석에 박혀 슬금슬금, 이쪽 눈치를 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아직 사람이 무서운 모양이었다.
‘병원에서 아이랑은 잘만 놀더니.’
아이랑 성인은 다른 모양이었다.
‘아니면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게 익숙지 않은 건가.’
신화 속, 흑돌이는 신들에게 집단으로 따돌림당했던 기억이 있었으니 말이다.
‘차차 나아지겠지.’
시우는 흑돌이를 강제로 끌고 오지 않았다.
그렇게 흑돌이를 건너뛰자 자연스레 서아 옆에 앉아 있던 아윤이가 입을 열었다.
“정아윤이에요. 이 집의 주인집 딸이었어요. 이제는 아니지만요.”
아윤이의 소개가 끝나자.
자연스레 아윤이 옆에 앉아 있는 소은에게로 시선이 집중되었다.
“저는 소은물산의 대표, 김소은입니다!”
“저는 여기 소은 누나의 동생, 김이준입니다. 시우 형님을 가장 가까이서 보필하고 있는 카메라맨입니다!”
소은과 김이준의 소개가 차례로 이어졌다.
다음 차례는 그 옆의 덕구.
“아, 아… 그… 저, 저는…”
덕구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당황해 보였다.
하지만 이내 두 눈을 질끈, 감으며 말했다.
“바, 박덕구… 라고 해요. 세공남 채널의 편집자…에요. 여기는 제 동생들.”
“안녕하세요! 박덕연입니다!”
“안냥하세요! 박덕현이에요!”
덕구의 두 동생들이 활기차게 인사를 해 보였다.
덕구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두 동생들이었다.
그리고.
“이민정입니다. 서울 지부 시찰국 가더, 4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일순간 정적이 내려앉았다.
누군가 헉, 하는 숨을 들이켰다.
시찰국의 가더.
인간 도살자라 불리는 가더들이 아니겠는가.
거기에 4팀장이라니.
그 직위가 갖는 의미를 모르는 이는 이곳에 없었다.
약간 풀렸던 분위기가 금세 차갑게 식어 버렸다.
모두가 슬금슬금, 이민정의 눈치를 보았다.
오직 한 명.
“한채린이에요. SH헌터 길드의 마스터를 맡고 있어요.”
한채린만이 가벼이 스스로를 소개할 뿐이었다.
그렇게 모두의 소개가 끝나고.
“......”
“......”
“......”
왜인지 분위기가 더 어색해진 느낌이었다.
정확히는 아까와는 분위기가 조금은 달라져 있었다.
아까 전엔 서로를 모르는 것에서 비롯된 어색함이었다면.
지금은 서로를 알기에 나오는 어색함이었다.
다시 내려앉는 어색한 분위기.
“그러지 말고, 다들 음식들 좀 드셔 보세요.”
이번엔 서아가 나서며 분위기 쇄신을 시도했다.
하지만 역시나 섣불리 숟가락을 드는 이가 없었다.
오직 두 명.
“이거 먹어도 돼요?”
“나, 나 저 소갈비찜 먹고 시퍼!”
덕구의 두 동생들, 지연과 지현만이 숟가락을 들어보였다.
“얘, 애들아. 그러면 안 돼.”
덕구가 화들짝 놀라며 두 동생들을 막았다.
하지만 그런 덕구를 시우가 막았다.
“괜찮아. 먹으라고 둔 음식인데. 먹어. 괜찮아.”
“맞아요. 제가 열심히 만든 음식인걸요.”
서아 또한 괜찮다고 말하자 거리낌이 없었다.
덕구의 두 동생들이 잔뜩 신이 난 얼굴로 음식들을 먹었다.
그리고.
“와… 이거 지인짜 마시써!”
“나 이런 거 처음 머거 봐! 덕구 언니! 언니도 먹어봐! 지인짜 치킨보다 맛있어!!”
그렁그렁한 눈빛으로 음식에 감탄을 해 보였다.
그런 덕구의 동생들 때문일까.
꿀꺽.
침을 삼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사실 분위기 때문에 다들 그랬지.
서아가 만든 음식은 보기에도 굉장히 먹음직스러웠다.
“다들 어서 드셔 보세요.”
서아는 웃으며 말했고.
그때서야 사람들이 음식에 손을 대었다.
* * *
식사의 포만감은 긴장을 누그러뜨린다고 하던가.
소개팅을 할 때, 식사 자리를 갖는 이유가 이와 비슷하다고 들었다.
그 때문일까.
“이 집의 전 주인집 딸이라고 하셨죠? 그럼 시우 씨와 상당히 오래 알았겠네요?”
“네. 거의 한 6년? 그쯤 되었을걸요.”
어색했던 분위기는 사라지고 대화의 꽃이 피고 있었다.
“덕구 씨는 시우 씨 유투브 채널의 편집자시라고.”
“네? 아, 네. 저는 사장님과 안지는 얼마 안 되었어요.”
“우리 이준이가 시우 씨 영상 찍는데 도움을 주고 있는데, 그럼 혹시 덕구 씨랑도 아는 사이?”
“아, 아뇨. 영상 편집할 때 화면에 나오시는 걸보긴 했지만… 직접 뵌 건 오늘이 처음…이에요.”
대화의 주도는 거의 소은이 하고 있었다.
확실히 상인은 상인이라는 걸까.
친화성이 정말이지 남달랐다.
남들을 편하게 해 주면서 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 괜히 젊은 나이에 소은물산 대표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다만, 그런 소은조차 쉽사리 말을 못 붙이는 이가 있었다.
이민정과 한채린.
뭐,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인간 백정이라 불리는 이민정.
소은의 직장 상사(?)라고 할 수 있는 한채린.
아무리 소은이라도 저 둘은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그 때문인지 이민정과 한채린은 묵묵히 음식들을 먹고 있을 뿐이었다.
그 모습이 마치 서로 경쟁하는 것 같았다.
누가 누가 더 차갑나.
누가 누가 더 냉혹한가.
정말 서로가 경쟁이라도 하는 것만 같았다.
그 순간.
“채린 언니. 어때? 음식 괜찮아?”
서아가 한채린에게 물어왔다.
그런데 언니라니?
물론 나이로는 한채린이 언니이긴 했다.
서아가 19살.
한채린이 20살이었나, 21살이었나.
언니라는 칭호는 당연했지만, 상당히 친근해 보이는….
아, 저번에 언니라고 부르라고 했다 했었지.
“맛있어.”
한채린은 가볍게 답을 해 보였다.
그런데 참.
누가 감정 없는 로봇 아니랄까 봐.
무뚝뚝하기도 저런 무뚝뚝함이 없었다.
그런데 서아는 뭐가 좋은지 배시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옆의 이민정에게도 물었다.
“민정 언니는 어때요?”
응?
시우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민정 언니라니?
언제 둘이 그렇게─ 아.
지난 번, 이민정이 찾아왔을 당시.
그때 꽤나 친해진 모양이었다.
“저도 맛있습니다.”
이민정은 가볍게 답을 해 보였다.
한채린 못지않은 무뚝뚝함이었다.
하지만.
“굉장히 요리를 잘하시네요.”
한채린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무뚝뚝함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
“우리 이제 슬슬, 가져온 선물을 주는 게 어떨까요?”
소은이 대표하여 말을 꺼내었다.
아무래도 집들이 선물을 말하는 모양.
“저희부터 가져온 선물을 공개할게요.”
소은의 말에 김이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바리바리, 싸 들고 온 무언가를 꺼내었다.
고급스러운 목갑에 담긴 무언가.
“저희는 짜잔! 오우거의 힘줄입니다!”
오우거의 힘줄이었다.
지난 날, 시우가 건틀렛을 만들 때 사용했던 재료.
“와.”
시우는 절로 감탄을 터트렸다.
“어때요? 마음에 드세요?”
마음에 드는 정도가 아니었다.
정확히는 딱 필요했던 것이라 할 수 있었다.
새 집도 모두 지었겠다.
슬슬, 시우의 장비도 만들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필요했던 재료가 바로 오우거의 힘줄이었다.
하지만 오우거는 A+등급에 달하는 몬스터.
아직 시우가 사냥할 수 없는 몬스터였다.
해서 장비 제작을 뒤로 미루고 있었거늘.
“그런데 이거 많이 비싸잖아요.”
비싼 정도가 아니었다.
그때 당시 시우가 지불한 가격이 약 1억 원.
한마디로 1억에 달하는 집들이 선물이라 볼 수 있었다.
“너무 과하지 않습니까.
집들이 선물로 과해도 너무 과했다.
하지만.
“그렇긴 한데, 사실 집들이 선물만은 아니에요.”
“그게 무슨…?”
“형님이 주신 은혜에 작게나마 보답하고자 함입니다.”
아.
시우는 그때서야 이 선물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김이준의 목숨을 구해 주었던 시우.
그 목숨 빚을 조금이나마 갚고자 이런 선물을 준비한 것 같았다.
사람들은 무슨 소리인지 작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정을 아는 이민정만이 작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래도 너무 과합니다만….”
“에이, 받아 두세요.”
소은은 억지로 선물을 건넸고.
시우는 끝내 선물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러면 내 선물이 너무 초라해 보이는데….”
그리고 들려온 목소리.
바라본 그곳엔 아윤이가 멋쩍게 선물을 꺼내 보이고 있었다.
두툼한 몇 권의 책과 종이들.
“난 검정고시 문제집이랑 수시 특기생 전형 자료야. 좀 초라하긴 하지만.”
아윤이가 살짝, 시무룩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확실히 오우거의 힘줄에 비하면 가격이 많이 낮은 선물이었다.
“오우거 힘줄보다 더 좋은 선물인데?”
어디까지나 가격적인 측면에서 말이다.
말마따나 오우거의 힘줄보다 훨씬 더 좋은 선물이었다.
단순히 검정고시 문제집과 수시 전형 자료가 아니었으니까.
아윤이가 서아의 공부를 도와준다는 의미였다.
“그렇다면 다행이고.”
시우의 말에 아윤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의미로 서아, 검정고시는 책임지고 합격시켜 줄게. 대신, 서아도 열심히 해야 돼.”
“응! 나 열심히 할게! 고마워 아윤아!”
서아가 배시시, 웃으며 화답해 보였다.
“저, 저는… 이거….”
그리고 들려온 목소리.
바라본 그곳엔 덕구가 자그마한 상자를 시우에게 건네고 있었다.
“이건 카메라네?”
“그… 사, 사장님이 자꾸 카메라가 부서진다고 하셔서….”
“아.”
시우가 찍은 영상을 편집하는 덕구.
영상 말미마다 시우가 중얼거리던 것을 들은 모양이었다.
시우는 상자 안의 카메라를 확인했다.
그렇게까지 좋아 보이는 카메라는 아니었다.
하지만 없는 사정에도 큰 지출이었을 터.
그 마음씨가 상당히 고마웠다.
“고마워 덕구야. 앞으로 이것으로만 영상 찍어야겠다. 김이준.”
“네, 형님.”
“이거 절대 부숴 먹지 마라.”
“넵! 저의 사명이라 생각하고 목숨을 걸고 지키겠습니다!”
김이준은 세상 결연한 표정으로 답을 해보였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할복하겠습니다.”
갑자기 이상한 말이 들려왔다?
뭔가 싶어 바라본 그곳.
이민정이 허리춤에 찬 검을 뽑아 들고 있었다.
그리고 검을 본인의 옆구리에 가져다 대더니 두 눈을 질끈!
“자, 잠깐!”
시우는 황급히 그런 이민정을 말렸다.
“할복은 뭔! 갑자기 무슨 할복입니까?”
“그… 집들이라는 것을 처음 와 본 터라, 선물을 준비해야 하는지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렇다고 할복을 왜 합니까?”
“맹시우 헌터님을 볼 면목이 없어서….”
이민정은 고개를 푹, 숙여 보였다.
시우는 정말이지 어처구니가 없었다.
“선물 같은 거 없어도 됩니다. 아니, 그리고 여기 애들도 있는데 무슨 짓입니까 이게.”
“아, 그….”
이민정은 그때서야 본인의 실수를 자각한 것 같았다.
이내 모두가 놀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더니.
“...죄송합니다.”
다시금 고개를 푹, 숙여 보였다.
하여간, 누가 인간 백정 아니랄까 봐.
시우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 문득.
스치는 생각에 고개를 홱, 돌려 한채린을 바라봤다.
하지만 이민정과 한채린은 다른 것일까.
한채린은 물끄러미 시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감정 하나 없는 무표정한 얼굴.
하지만 그동안 한채린과 많이 만나 봐서일까.
시우는 한채린이 조금 당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살림살이를 선물하는 것이… 아니었나요?”
한채린이 당황 섞인 어투로 물어왔다.
“살림살이요?”
시우가 묻자 한채린이 품 속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톡톡.
길고 흰 손가락으로 화면을 두들기더니 시우에게 보여 주었다.
받아 본 화면.
“카라프네 소파, 헤리와투네 장롱, SH전자의 냉장고랑 TV, 오디오, 세탁기….”
그야말로 살림살이 물품들이 주르륵, 나열되어 있었다.
그 순간.
“네? 카라프네 소파요? 방금 카라프네 소파라고 하셨어요?”
소은이 화들짝, 놀라며 물어 왔다.
“여기 그렇게 쓰여있습니다만.”
“어디, 어디 한번 봐봐요.”
소은이 성큼, 시우에게 다가와 화면의 목록들을 확인했다.
그리고.
“세상에나!”
소은이 기겁을 하며 놀라 보였다.
“진짜 카라프네 소파네요? 아니, 잠깐. 헤리와투네 장롱까지?!”
소은의 반응을 보아하니 꽤나 값이 나가는 것인 모양이었다.
“비싼 건가요?”
“비싼 정도가 아니에요! 저거 하나당 수십 억은 할 걸요?”
“수, 수십 억이요?”
아니, 무슨 가구 하나가 수십 억을 한단 말인가.
물론 한 달에 31억씩 구독료를 내는 시우가 할 말은 아니다만.
그래도 그렇지.
“심지어 구하기조차 어려워요. 여기, 카라프네 가구는 1년에 10개밖에 제작을 안 하는 걸로 유명하거든요. 특히 헤리와투네 장롱은 전 세계적으로 1,000개밖에 생산이 안 된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래요?”
“네. 제가 알기로 SH백화점 본점의 VVIP들에게만 팔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SH백화점의 VVIP라.
얼마를 써야 VVIP가 될 수 있을까.
모르긴 몰라도 돈만 많이 쓴다고 될 수 있는 것은 아닐 터였다.
돈과 더불어 사회적인 지위까지 자격 요건으로 들었으니까.
“이걸 대체 어떻게….”
“한민아 이사님이 SH백화점을 담당하시거든요.”
“아.”
한채린의 한 마디에 모두가 납득을 해 보였다.
여기 같이 앉아 있어서 잠시 잊고 있었다.
그러나 한채린은 사는 세계가 다른 여인이었다.
“이 중에서 하나를 고르기가… 그래도 저라면. 헤리와투네 장롱이랑 카라프네 소파. 이 둘 중에서 하나를 고를 것 같아요.”
소은은 그렇게 시우에게 추천을 해 보였다.
확실히 시우 또한 그게 가장 좋아 보였다.
그런데 웬걸.
한채린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당최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그거 전부 다입니다만.”
한채린이 툭, 말을 내뱉었다.
“.....?”
“.....?”
“.....?”
사람들의 표정이 붕, 떠올랐다.
그 누구 하나 예외가 없었다.
다시 할복을 하려던 이민정 또한 움직임을 뚝, 하니 멈추었다.
“이걸 전부 다…?”
앞선 소파와 장롱은 물론.
다른 가구들 또한 하나 같이 최고급이라 부를 수 있는 것들이었다.
사진으로만 봐도 ‘나 엄청 비싸요!’ 이렇게 말하는 것만 같았다.
그런 값비싼 가구들이… 그러니까.
수납장, 의자, 책상, 로봇 청소기.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식기세척기.
TV, 오디오, 다리미, 토스트기.
서랍장, 장식장, 침대, 솜이불.
쿠션, 베개, 요, 차렵이불.
에어 프라이어와 또… 또….
“네.”
시우는 그만 할 말을 잃어버렸다.
이게 어딜 봐서 집들이 선물이란 말인가.
혼수품 해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니, 혼수품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
“......”
“......”
그냥 클라스가 남달랐다.
사는 세계 자체가 다른 여자.
사람들의 어이가 하늘 높이 승천했다.
* * *
집 인근의 한 편의점.
시우는 후식으로 먹을 아이스크림들을 바구니에 담다 문득.
“한채린, 얘는 참.”
떠오르는 생각에 실소를 흘렸다.
다름 아닌 한채린의 집들이 선물.
“SH그룹은 SH그룹이라는 건가.”
정말이지 사는 세계 자체가 다른 여자였다.
이로써 가구를 따로 구입할 필요가 없어졌다.
혼수품이나 다름 없는 집들이 선물.
“설마, 진짜 혼수품은 아니겠지?”
그도 그럴 것이 한채린의 고모, 한민아는 시우와 한채린이 사귀는 사이로 오해하고 있었다.
듣자 하니 이번 혼수품….
아니, 선물들이 모두 한민아가 골라온 것이라고.
어째, 오해가 돌이킬 수 없이 커지는 것 같았다.
“에이, 모르겠다.”
시우는 금방 고개를 털었다.
오해하라고 시킨 것도 아니고 저 혼자 오해한 것이지 않은가.
시우는 손님들이 먹을 아이스크림을 계산했다.
“모두 11만 8천 원입니다.”
고작 아이스크림 산 건데 무슨?
저도 모르게 드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먹는 입이 무려 9명이었다.
또한 평소엔 꿈도 못 꿀 값비싼 아이스크림들로만 골랐기 때문이었다.
‘한채린 입맛을 맞추려면 어쩔 수 없으니 원.’
사실 이것도 조금 불안했다.
아무리 비싸다고 한들 고작해야 편의점 아이스크림.
한채린에게는 싸구려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뭐.
‘안 먹으면 어쩔 수 없고.’
시우는 아이스크림들을 비닐봉지에 담았다.
그리고 편의점 밖을 나서던 그때.
띠링!
<허가되지 않은 존재가 접근 중입니다.>
갑자기 스마트폰 알림창이 떠올랐다?
“응?”
서팔광 아저씨인가?
아니면 아주머니?
그런 생각도 잠시.
<경고! 공격적인 마력 파장 감지.>
<비상 모드로 전환합니다.>
스마트폰 화면 위로 또 다른 알림창이 떠올랐다.
그리고 잠시.
꽈아아아아아앙!
집 쪽 방향에서 커다란 폭발이 터져 나왔다.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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