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103화 (103/250)

102화.

척 보기에도 값비싸 보이는 집.

“좋은 집에도 사네.”

조북천은 집의 외관을 바라보며 실소를 머금었다.

판데모니움의 골절급 간부, 조북천.

안 쪽에서 하하호호, 북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이제 곧 저 웃음소리는 비명 소리로 바뀔 터.

조북천은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부숴.”

조북천의 말에 수하 한 명이 현관문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꽈직!

가볍게 현관문을─.

“...어?”

수하가 당황 섞인 말을 내뱉었다.

뭐가 잘못되기라도 한 걸까.

현관문을 잡고 한참이나 끙끙, 거렸다.

“뭐해?”

“아, 아니 이게….”

수하는 계속해서 현관문을 붙잡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병신이냐?”

조북천은 정말이지 어처구니가 없었다.

인상이 절로 와락, 일그러지며 약간의 짜증이 치밀었다.

판데모니움의 범죄자라 함은 기본적으로 각성자다.

그리고 일반적인 범죄자와 달리 그 강함도 남다르다.

약육강식.

철저한 야생의 세계를 지배하며 군림하는 이들.

일개 일원들이라도 웬만한 범죄 조직의 간부급은 된다.

그런데 고작 현관문 하나 어찌하지 못한다?

“이딴 병신도 판데모니움의 일원이라고 쯧.”

판데모니움의 위명을 실추시키는 병신이라 봐도 무방했다.

조북천은 짜증 가득한 얼굴로 일갈했다.

“꺼져.”

조북천은 등에 맨 창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흐으읍!

들이키는 호흡과 함께 현관문을 향해 창을 내질렀다.

꽈아아아아앙!

커다란 폭발이 일며 지축이 크게 뒤흔들렸다.

주변 민가들로부터 이목이 쏠리겠지만 뭐.

판데모니움이 언제부터 그런 걸 신경 썼단 말인가.

물론 주민들의 신고로 시찰국의 가더가 출동할 위험은 있었다.

시찰국의 가더들은 상당히 거슬리긴 했다만….

가더들이 오기 전에 처리하면 그만인 일.

“빨리 끝내자.”

조북천은 자욱이 인 먼지구름 사이로 걸음을 내디뎠다.

그리고.

“......?”

그만 발걸음을 멈춰 섰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멀쩡…해?”

잘못… 봤나?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결코 그렇지 않았다.

눈앞으로 보이는 현관문은 정말 멀쩡했다.

정확히는 약간 찌그러져 있을 뿐이었다.

현관문으로서의 기능, 외부인의 침입을 막는 기능은 여전했다.

이게… 말이 되나?

물론 진심을 담은 일격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충 휘두른 것도 아니었다.

애초에 대충 휘둘러도 마찬가지였다.

고작 현관문 따위가 버틸 수 있는 위력이 아니다.

“이 무슨…?”

하는 의문이 들던 찰나.

달칵.

현관문이 열리며 누군가 밖으로 나왔다.

소란을 듣고 확인을 하러 온 모양인 듯 싶었다.

“...계집?”

그건 계집이었다.

뒤로 질끈 묶은 포니테일 머리.

냉혹하리만치 차가운 분위기의 미녀.

아무리 봐도 성별이 여자였다.

그런데 맹시우는 남자라고 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던 찰나.

“이, 이, 이민정?”

수하 중 누군가가 그렇게 소리쳤다.

조북천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민정?”

“시, 시찰국의 가더입니다.”

“저년이 시찰국의 가더라고?”

조북천은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가 싶었다.

아니, 시찰국의 가더가 왜 여기에 있단 말인가.

그리고 보아하니.

“이, 이민정이 왜 여기에…!”

실력이 평범하지 않은 가더인 것 같았다.

조북천이 활동하던 지역은 서울이 아니었기에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수하들의 반응을 보니 이민정이라는 년.

결코 평범한 가더는 아닌 것 같았다.

이민정이 천천히 주변을 훑었다.

“백주 대낮에 대놓고 범죄 행위를 저지른다라.”

하나하나.

여기 모인 이들을 바라봄에.

“일반적인 범죄자들이 그런 배짱이 있을 리 없고.”

조북천에 이르러 이민정의 시선이 멈추었다.

그리고.

“판데모니움인가?”

콰아아아─!!

이민정의 전신으로 살벌한 기세가 터져 나왔다.

확실히.

사람 한두 명 죽여본 기세가 아니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

“무슨 일이십니까?”

이민정의 뒤쪽으로 한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라본 그곳.

웬 영화배우 한 명이 걸어 나왔다.

훤칠한 키에 조각처럼 잘생긴 얼굴.

맹시우가 이렇게 잘생겼었나?

“네가 맹시우냐?”

“형님이요? 형님을 찾아온 겁니까? 형님은 지금 잠시 나가고 없습니다만.”

아무래도 맹시우는 아닌 것 같았다.

나오라는 맹시우는 안 나오고 왜 자꾸 이상한 애들만 나오는 걸까.

심지어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말없이 조용히 나오는 한 명의 여인.

“...한채린?”

SH그룹의 한채린.

저 여인은 분명 한채린이었다.

“한채린이 왜 여기에…?”

이번엔 역으로 조북천이 당황했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어, 어떻게 할까요 형님.”

한채린을 건들기엔 좀 그랬으니까.

아무리 그래도 SH그룹을 건들기엔 좀 그랬다.

이 한국 땅에서 SH그룹을 건들면 여러모로 골치가 아프다.

물론 저 예쁜 얼굴을 보면 가만두고 싶지는 않았다만.

아쉽게도 한채린은 건들기엔 까다로운 존재였다.

그렇다고 이제 와 물러날 수는 없는 노릇.

조북천은 잠깐의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

“한채린을 제외하고 다 죽여.”

그리고 그 말과 동시에.

수하들이 무기를 꺼내 들며 달려들었다.

* * *

“무, 무슨…?”

갑작스러운 상황에 김이준은 크게 당황해 보였다.

갑자기 달려드는 수십 명의 괴한들.

서슬 퍼런 기세가 주변을 드리웠다.

피부를 바늘로 찌르는 듯한 살기가 느껴졌다.

진심…이었다.

저들은 진심으로 사람을 죽일 생각이었다.

“아, 아니 이게…!”

김이준은 크게 당황해 보였다.

그리고.

서걱─!

깔끔한 절삭음과 동시에.

달려들던 괴한 하나가 그대로 반으로 갈라졌다.

푸화학!

갈라진 신체 사이로 새빨간 피가 분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핏물 사이.

이민정이 어느샌가 검을 뽑아 들고 있었다.

무덤덤한 표정의 이민정.

과연 시찰국의 가더라는 걸까.

사람을 죽이는 데 있어 전혀 망설임이 없었다.

인간 도살자.

절로 그런 생각이 드는 그녀였다.

이윽고 이민정이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판데모니움의 범죄자들입니다.”

“예? 예? 판데모니움이요?”

김이준은 이민정이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싶었다.

물론 판데모니움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

전 세계를 장악한 흉악한 범죄 단체.

판데모니움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고 봄이 옳았다.

오히려 그렇기에 드는 의문이었다.

“판데모니움이 왜 여기에…?”

판데모니움이 왜 여기에 있단 말인가.

그것도 저렇게 살기를 흩뿌리며 말이다.

“맹시우 헌터님에게 원한이 있는 놈들입니다.”

“네에? 시우 형님한테 원한이요?”

“자세히 설명할 시간 없습니다.”

이민정은 그렇게 말을 일축하며 앞으로 뛰어들었다.

달려드는 수많은 괴한들 앞에서 이민정은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서걱─! 서걱─!

연이은 두 번의 절삭음.

끄아아악! 하는 한 번의 비명.

“세상에….”

시찰국의 가더들이 인간 도살자라 불리는 건 알고 있었다.

그리고 왜 그러한 별명이 붙었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민정은 그 급을 달리했다.

인간 백정.

서걱─! 서걱─!

이민정은 괴한들을 도축하듯, 검을 휘둘렀다.

서걱─!

섬뜩한 절삭음이 다시 들려온다.

그러나 이번엔 이민정의 것이 아니었다.

바라본 그곳.

그곳엔 한채린이 괴한들 사이를 누비고 있었다.

흩날리는 흑발.

햇빛에 빛나는 새하얀 검신.

그것은 하나의 흐름이었다.

끊어질 듯, 이어지며 퍼석!

이어질 듯, 끊어지며 꽈앙!

모든 것들이 베어지고 있었다.

수없이 뻗어나가는 검격.

무희(舞姬).

한채린의 검은 아름다운 춤사위와 같았다.

한채린은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았다.

판데모니움의 범죄자라는 말을 들어서일까.

그녀의 차가운 분위기처럼 검을 휘두름에 있어 주저함이 없었다.

“이, 이 년들이…!”

“끄아아아악!”

전혀, 전혀 상대가 되질 않았다.

수십 명의 괴한들.

평범한 괴한들이 아니었다.

무려 판데모니움의 범죄자들.

그러나 상대가 되질 않았다.

이민정과 한채린.

단 두 명의 여인에게 전혀 상대가 되질 않았다.

하지만.

“확실히 애들이 당황할 만하네.”

한 명의 개입으로 그 상황은 순식간에 역전되었다.

뱀과도 같은 인상의 사내.

사내가 화살과도 같은 속도로 쏘아져 왔다.

그리고 김이준은 순간 그런 사내의 움직임을 놓쳐버렸다.

카아앙─!

한쪽에서 커다란 쇠음이 들려왔다.

바라본 그곳.

이민정이 주춤,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그걸 막아?”

뱀과도 같은 인상의 사내, 조북천이 살짝 놀란 눈을 떠 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콰콰콰콰콰─!!

조북천의 기세가 폭발하며, 어마어마한 속도로 창이 휘둘러졌다.

주변으로 진득한 풍압이 일며 머리가 휘날린다.

창격의 수많은 잔상들이 이민정을 찢어 버렸다.

캉─ 카캉─!

카카칵─!!

그러나 이민정은 그 모든 것을 막아내고 있었다.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일격들.

이민정은 같은 속도로 검을 휘두르며 막아냈다.

하지만.

푸슷─!

이민정의 하얀 얼굴 위로 작은 생채기가 새겨졌다.

그 뒤로 파슷─! 푸슷─!

이민정의 전신으로 작은 생채기들이 여기저기 새겨졌다.

“뭐야, 벌써 한계야? 조금 더 날 즐겁게 해 봐.”

비아냥이 들려왔다.

수많은 창격이 속도에 속도를 더하고 있었다.

위험하다.

김이준은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한채린은 여유가 없어 보였다.

조북천이 이민정을 상대함으로써 다른 범죄자들이 모두 한채린을 상대했기 때문이다.

뭐가 어떻게 된 상황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놈들은 판데모니움의 범죄자들.

시우의 집을 무단으로 침입하려던 놈들이었다.

결코 좋은 의도가 있지는 않을 터.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으면 방패를 챙겨올걸.

후회가 일었지만 후회는 언제나 늦는 법이었다.

김이준은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둘러보았다.

이윽고 황급히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문득.

음식들이 놓인 식탁이 눈에 들어왔다.

다름 아닌 시우가 만든 식탁.

식탁을 방패로 쓰기엔 상당히 꼴이 우스웠으나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시우가 만든 식탁이다.

방패로 사용하기에 그리 나쁘지 않을 터였다.

김이준은 음식들을 치우고는 식탁의 윗부분만 떼내었다.

다시 황급히 밖으로 나가려던 찰나.

“이, 이준아. 무슨… 일이야?”

소은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어 왔다.

바라본 그곳엔 소은이 약간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비단 소은뿐만이 아니었다.

서아와 아윤.

덕구와 두 동생들.

그들이 한데 모여 김이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 앞으로는 흑색의 강아지 한 마리가 털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크르르─!

사람들을 위협한다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듯.

가장 앞에 서서 사람들을 지키고 있었다.

조그마한 새끼 강아지.

그런데 왜일까.

굉장히 든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나, 현관문 걸어 잠그고. 절대 밖으로 나오지 마. 알겠지? 절대. 절대 밖으로 나오지 마.”

김이준은 그렇게 말할 뿐이었다.

황급히 밖으로 나오자.

캉─! 카캉!

상황은 극에 치닫고 있었다.

김이준은 망설임 없이 조북천에게 달려들었다.

꽈아앙!

폭탄이 터지는 충격.

강하다.

그리고 다르다.

“쿨럭!”

김이준은 식탁 너머로 전해지는 충격에 피를 왈칵 토했다.

그 순간.

“잔챙이는 꺼져.”

뱀과 같은 섬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황급히 고개를 돌리자 어느샌가 조북천이 김이준의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어, 어느 틈에…?

빨라도 너무 빠르다.

어찌 반응할 수 있는 속도가 아니다.

콰직─!

들려오는 파육음.

김이준의 왼팔이 잘려 나갔다.

푸화확!

새빨간 피가 허공으로 흩뿌려진다.

“......!”

이민정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잘려 나간 김이준의 왼팔을 바라보며 충격을 받은 듯 말이 없었다.

“귀찮게 굴긴.”

조북천이 주억거렸다.

발을 들어 김이준의 배를 걷어차고는 몸을 반 바퀴 회전시키며 창을 휘둘렀다.

콰아앙─!

터져나오는 폭발.

창 너머로, 한채린의 검이 조북천과 대치하고 있었다.

나름 기세를 담은 일격이었거늘.

“좋은 검을 가지고 있잖아?”

또한 실력도 상당히 좋았다.

그러나.

“아직은 애송이야.”

조북천이 몸을 가속시켰다.

심장이 빠르게 요동치며, 주변의 세계가 느려진다.

크게 떠지는 한채린의 두 눈.

뒤에서 달려드는 이민정.

그러나 느리다.

조북천이 내딛는 이 고속의 세계에선 한없이 느리고 또 느리다.

조북천은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창을 휘둘렀─.

뭐지?

조북천의 움직임이 뚝, 하니 멈춰 섰다.

이유는… 알 수가 없었다.

본능적으로 멈춰야만 했다고 인지할 뿐이었다.

온몸을 간지럽히는 듯한 이 기분.

머릿속으로 경종이 쉼 없이 울려온다.

치명적인 본능이 경고한다.

벗어나지 않으면

죽는다.

조북천은 본능적으로 몸을 내던졌다.

그와 동시에 번─쩍!

한줄기 섬광이, 조북천을 향해 쏘아져 왔다.

꽈아아아아아아앙!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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