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화.
정신이 약속이 있다며 나가 버렸다.
어이가 여의주를 물고 하늘 높이 승천해 올랐다.
시우는 한참이나.
정말이지 한참 동안이나 그 자리에 굳어 있었다.
메두사의 석화 눈빛을 마주한 것만 같았다.
그런데 갓튜브에 메두사 채널이 있던데.
영상으로 메두사를 바라보면 어떻게 되는 거지?
“......”
알게 뭐람.
그렇게 얼마 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출타한 정신이 돌아왔다.
승천한 어이가 다시 제자리를 찾아 내려앉았다.
그리고.
“이게 왜…?”
어처구니가 이번엔 자신의 차례라며 증발해 버렸다.
차분히 내려다 본 시선.
애써 만든 권갑이 가루가 되어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권갑….
그래, 저건 분명 권갑이었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가루가 아니라 분명 권갑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오우거의 힘줄로 만든 권갑 말이다.
재료값만 무려 1억 원이 넘는 최고급 장비.
헤파이스토스가 ‘나쁘지 않은’이라 평한.
서아의 세계관 속 무려 100억은 넘을 것 같은.
실제 현실에서도 능히 100억은 넘는 장비.
결단코. 절대로.
그 어떠한 일이 있어도.
파사삭─.
이렇게 가루가 될 수 없는 장비였다.
“이, 이게 대체 왜…?”
장비에 하자가 있었나?
절대 그럴 리가 없었다.
그랬다면 헤파이스토스가 ‘나쁘지 않은’ 이라 평할 리가 없었으니까.
그럼 재료에 하자가 있었나?
역시나 그럴 리가 없었다.
위와 같은 이유로 말이다.
애초에 재료가 오우거의 힘줄이었다.
그리고 오우거의 힘줄이라 함은 오우거의 힘을 사출하는 기관이다.
말 그대로 오우거의 힘줄.
그 말은 즉.
오우거의 힘도 간단히 버틸 수 있다는 뜻이었다.
내구성은 두말하면 입 아프다.
세상에서 제일 단단한, 이라는 말을 붙여도 전혀 과장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게 왜… 아.”
시우의 머릿속으로 생각 하나가 번뜩였다.
통찰력(S+)이 하나의 진실을 꿰뚫었다.
“설마 헤라클레스의 괴력은 못 버티는 건가…?”
헤라클레스의 괴력[怪力](SS).
올림푸스의 신들조차 경의를 표했던.
종말의 기간테스들이 결국 무릎을 꿇어야만 했던.
상식과 인지로는 감히 정의를 내릴 수 없는 힘.
헤라클레스와 비교하면 오우거는 그야말로 어린아이 수준이었다.
어린아이는 개뿔이 무슨.
갓난아이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하여 지금.
“오우거의 힘줄로는 어림도 없다는 건가.”
시우는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오우거의 힘줄은 오우거의 힘을 버틸 수 있다.
그러나 역시.
헤라클레스의 괴력[怪力](SS)은 버틸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 말은 즉.
“오우거보다 상위 등급의 재료로 만들어야 하나.”
시우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오우거보다 상위 등급의 몬스터들을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음….”
오우거는 A+등급의 몬스터.
지상 최강의 포식자라 불리는 몬스터였다.
“으음….”
힘으로는 따라올 자가 없는 몬스터.
힘(力)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몬스터이기도 했다.
“흐음….”
그 때문일까.
“없…어?”
없었다.
오우거보다 상위 등급의 몬스터가 없다는 뜻이 아니었다.
헤라클레스의 괴력[怪力](SS).
그 힘을 버틸 만한 몬스터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이 무슨….”
아니, 그럼 헤라클레스는 아무런 장비도 사용하지 못한단 말인가.
시우는 다시 한 번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아닌데?”
그건 아니었다.
헤라클레스라고 장비를 사용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
가장 대표적인 헤라클레스 장비.
그 유명한 ‘네메아의 사자 투구’가 있었다.
그 투구의 재료는 다름 아닌 네메아의 사자였다.
네메아의 사자(Nemean Lion).
그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괴수였다.
또한 지난 번에 영상에서 본 스핑크스.
그 스핑크스의 큰아빠 되는 괴물이었다.
그리고 큰아빠는 과연 큰아빠인 것일까.
“헤라클레스가 자신이 상대한 괴물 중 가장 힘들었다고 했었지.”
그 이유는 엄청나게 튼튼하고 두꺼운 가죽 때문이라 말했다.
네메아의 사자는 화살은 물론.
창으로 찔러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도끼로 내리찍어도.
칼로 아무리 베어 내도.
네메아의 사자를 흠집조차 낼 수 없었다.
세상 그 어떤 무기도 네메아의 사자 가죽을 뚫어낼 수가 없었다.
“오죽하면 헤라클레스의 타격에도 끄덕이 없었다고 하니.”
하물며 헤라클레스의 주먹도 타격을 줄 수 없었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아닐 터였다.
네메아의 사자를 상대할 때의 헤라클레스.
지금 갓튜브에서의 헤라클레스.
그 둘에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었으니 말이다.
쉽게 말해 네메아의 사자가 헤라클레스 신투술[神鬪術](SSS)을 막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괴력[怪力](SS)은 막았다고 봄이 옳았다.
과연 헤라클레스가 고전을 면치 못했던 괴물이라 말한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뭐.
헤라클레스가 누구란 말인가.
엥? 타격이 통하지 않아?
그럼 짓이겨 버리면 되지!
그렇게 네메아의 사자에게 길로틴 초크를 시전.
장장 30일 간의 길로틴 초크로 끝끝내 목 졸라 죽여 버린다.
그런데 참….
“한 달 동안 길로틴 초크를 시전한 헤라클레스나, 그걸 버틴 네메아의 사자나.”
뭐, 결국은 네메아의 사자가 죽긴 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스핑크스의 큰아빠, 네메아의 사자가 죽는다.
그리고 이때 당시.
네메아의 사자에게 사용한 기술이 헤라클레스 신투술[神鬪術](SSS)에도 있었다.
보다 발전된 방법으로 정립되어 현재 시우가 배우고 있었다.
그 때문일까.
“...그걸 30일이나 버텼다니.”
시우는 네메아의 사자가 존경스러웠다.
직접 그 기술을 봤기에 더욱 그러한 마음이 치솟았다.
아무튼.
타격술과 보법은 물론.
그라운드 기술까지 총망라된 무투술.
그야말로 무투술의 정점.
가히 신투술(神鬪術)이라 할 수 있었다.
어쨌든.
네메아의 사자는 전신이 아스라져 죽어 버린다.
그 때문일까.
“30일 뒤에 확인해 보니 머리 가죽만 온전했다고 했었지.”
그래서 네메아의 사자 투구밖에 못 만들었다…라는 비화가 숨어 있었다.
“헤라클레스가 직접 말해 준 거니까.”
아마 사실이 맞을 터였다.
어쨌든.
헤라클레스와 네메아의 사자.
이 신화의 이야기가 시사하는 바는 하나였다.
“네메아의 사자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건데….”
헤라클레스의 괴력[怪力](SS)을 버틸 만한 장비를 만들기 위해서는 말이다.
그런데.
“그걸 대체 어디서 구해?”
그걸 대체 어디서 구한단 말인가.
그러니까 네메아의 사자급 되는 몬스터가 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아니, 설령 있다고 해도 문제였다.
“어떻게 잡아?”
그걸 어떻게 잡는단 말인가!
헤라클레스도 장장 30일이나 걸린 괴물이다.
비록 과거의 헤라클레스라고는 하나 그래도 괴물이었다.
그러니까 헤라클레스가 괴물.
한마디로 지금의 시우가 잡을 만한 수준은 결코 아니었다.
시우는 무슨.
S급 헌터가 달려들어도 안 된다.
13인의 영웅이 나서도 솔직히 힘들다.
하여 이 모든 것이 시사하는 바는 하나.
“평생 맨손으로 싸워야 한다…?”
시우가 쓸 수 있는 장비 따위는 없다.
아니, 만들 수가 없다.
“......”
뭐라 할 말을 잃어버렸다.
이걸 뭐라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고 했던가.
이게 지금 상황과 맞는 표현인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저 말이 절실하게 와닿는 느낌이었다.
“......”
시우는 말없이 그 자리에 박혀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 * *
어이가 출타하고 승천하는 것도 잠시.
딸랑.
“왜 공방에 불이 켜져 있나 싶었더니. 자네가 와 있었군.”
공방 문이 열리며 서팔광이 들어왔다.
현재 시우는 자유롭게 서씨 공방을 이용하고 있었다.
또한 무료로 이용하고 있었다.
예전에야 돈이 없어 그랬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해서 사용료를 내겠다 했지만 서팔광이 한사코 거부했다.
약속은 약속이라면서 말이다.
그렇다고 마냥 무료로 이용하자니 이게 또 미안했다.
해서 시우는 간간히 서팔광에게 헤파이스토스 기술들을 가르쳐 주고 있었다.
“음? 장비를 만들고 있었나?”
“...네. 이제는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되었지만요.”
시우는 굉장히 시무룩하게 답했다.
그런 시우의 모습이 이상했던 걸까.
“무슨 일이 있었나?”
“아저씨… 저는 이제 장비를 사용할 수가 없는 몸이 되어 버렸어요.”
“.....?”
서팔광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시우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
하긴, 이해하는 것이 이상한 일이었다.
시우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정확히는 이해하고 싶지가 않았다.
“별일… 아니에요.”
시우는 그렇게 얼버무릴 뿐이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기분 전환 겸. 괜찮으면 내가 만든 장비를 봐 줄 수 있겠는가?”
“아저씨가 만든 장비요?”
서팔광은 대답 대신 공방 한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보자기에 싸인 무언가를 시우에게 건넸다.
받아 확인한 무엇.
“도검이네요?”
굉장히 잘 빠진 도검 한 자루가 보자기 안에 들어 있었다.
그리고 과연 서팔광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기본 실력도 실력이거니와.
그간 시우가 가르쳐 준 헤파이스토스 기술들이 조금씩이나마 녹아 있었다.
“좋은데요?”
“자네가 그렇게 말해주니 안심이 되는 군.”
서팔광이 만족스럽게 웃음을 지어 보였다.
“굉장히 심혈을 기울이신 것 같은데. 중요한 사람이 의뢰한 건가 봐요. 혹시 S급 헌터?”
“그런 건 아니고, 이번 세미나에 출품할 작품이네.”
“세미나요? 아.”
지난 번, 소은에게 들었던 대장장이 세미나.
자세한 건 모르지만 중요한 대회라는 건 기억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중요한 대회인가 봐요.”
“그렇다네.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대회이니 말이네. 뭐, 자네가 출전했다면 우승은 따 놓은 당상이었겠지만.”
“저도 출전할 수 있어요?”
“음 글쎄,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아마 힘들지 않을까 싶은데.”
그러면서 서팔광이 말하기를.
세계 대장장이 협회니 뭐니.
그런 것에 가입해야 한단다.
그런데 그 가입 절차가 대충 들어도 너무도 복잡했다.
대장장이 관련 자격증도 있어야 하고.
이것저것 필요한 서류는 수십 장.
무엇보다 생산 관련한 개성이 있어야만 가입할 수 있다고.
시우는 여기서 곧바로 포기해 버렸다.
“저는 안 되겠네요.”
무(無)개성인 시우는 가입할 수조차 없었으니까.
정확히는 무(無)개성으로 보이는 것에 지나지 않았지만 아무튼.
“소은 씨한테 듣자 하니, 우승 상품도 있다고 하던데요.”
“그렇네.”
서팔광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크게 개의치 않는 듯한 어투로 말했다.
“하지만 딱히 우승 상품 때문에 하는 건 아니라네. 상징성 때문이지.”
이번엔 시우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세미나는 상징성.
즉, 명성이 가장 중요한 법이었으니까.
“무엇보다 이번에 나온 우승 상품은 쓸모가 없네. 마스터 오렐리안이 직접 내놓은 상품치고는 말이지.”
응?
마스터 오렐리안이 내놓은 상품인데 쓸모가 없다니?
“우승 상품이 뭐길래요?”
“오리할콘이라네.”
“오리할콘…?”
시우는 순간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리할콘(Orichalcum).
5차 산업 이후 발견된 금속.
간단하게 그 특징을 설명하자면 극도의 강도로 인해 파괴되지 않는 금속이라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아무도 없었다.
오리할콘을 제련할 수 있는 이가 말이다.
마스터 오렐리안조차 이 금속을 제련하지 못했다.
해서 가공된 모습이 아니라 되려 원석의 형태가 더 익숙한 금속.
확실히 쓸모가 없다고 볼 수 있었다.
아무리 고귀한 금석이라도 제련을 할 수 없는데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냥 예쁜 쓰레기나 다름 없었다.
아니, 그런데.
자기도 제련하지 못한 걸 왜 상품으로 내놓는 건데?
자신 있으면 제련해 봐라.
뭐 그런 건가?
아니면 이 금속을 제련하는 자, 대장장이의 왕이 될지어다.
뭐 그런 건가?
이게 엑스칼리버야 뭐야.
“그래서 말했지 않나. 일종의 상징성이라고.”
서팔광이 작게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시우는 ‘상징성’이라는 의미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해서 전 세계의 대장장이들이 모이는 세미나.
서팔광이 우승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솔직히 판단할 수 없었다.
다른 나라의 대장장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가 없었으니까.
그래도 이 정도 퀄리티면….
우승을 확답할 수는 없겠지만 해봄 직하지 않을까?
시우는 그런 생각을 하며 도검을 돌려주었─.
잠깐.
시우의 몸이 덜컥, 굳었다.
다름 아닌 머릿속을 스치는 하나의 생각.
보다 정확히는 하나의 단어.
오리할콘(Orichalcum).
극도의 강도로 인해 파괴되지 않는 금속.
이 세상 그 어떤 대장장이도 제련하지 못한 금속.
그리하여 불리는 이름, 신(神)의 금속.
하지만.
‘이거….’
시우는 본 적이 있었다.
오리할콘이 제련되는 과정을 말이다.
다름 아닌 헤파이스토스 영상 속.
묠니르를 훔쳐 단조질하는 영상에서 시우는 분명 본 적이 있었다.
오리할콘이 제련되는 것을 말이다.
물론 오리할콘은 신(神)의 금속이라 불리는 금속이다.
인간은 다룰 수 없는 금속이다.
하지만.
<신[神]의 야금술(SS) 숙련도 30.57%>
신[神]의 야금술(SS)이라면?
가능했다.
가능할지도 모른다가 아니다.
무조건 가능하다.
두 눈으로 직접 봤으니까.
애초에 헤파이스토스는 오리할콘으로 신들의 장비를 수없이 만들었다.
그리하여 헤라클레스의 괴력[怪力](SS)을 버티는 장비.
시우는 자신의 장비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몰랐다.
실제로 헤라클레스의 장비 중에도 오리할콘으로 만든 장비가 있었다.
바로 헤라클레스의 정강이 받이.
일명 헤라클레스의 각반.
구룡, 히드라를 짓이겨 버렸던 1초식, 낙룡각(落龍脚).
그 낙룡각(落龍脚)에도 부서지지 않았던 헤라클레스 각반이 바로 오리할콘으로 만든 것이었다.
그리하여 지금.
‘이거….’
시우의 머릿속으로 생각 하나가 번뜩이듯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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