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화.
경악으로 부릅 뜨인 오렐리안의 두 눈.
심지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있었다.
내일 해가 서쪽에서 떠오르는 풍경을 본다면 그 표정이 꼭 저러할까.
오렐리안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현상을 마주한 것처럼 경악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경악의 대상은 바로 한 자루의 도검.
저게…?
그 정도…인가?
사람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너무도 평범했으니까.
아무리 봐도 평범한 도검 한 자루에 불과했다.
평범하다 못해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결코 저렇게 경악하며 놀랄 만한 작품은 아니었다.
그런데 무슨….
“우승은… 결정되었다.”
오렐리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
“......?”
“......?”
사람들의 표정이 그대로 붕, 떠올랐다.
누구 하나 예외가 없었다.
정말로 모든 이들의 표정이 부웅, 떠올랐다.
우승은 결정되었다니?
갑자기 그게 무슨…?
아니, 그러니까.
저 초라한 도검이 우승 작품이라고?
“그게 무슨…?”
“마스터…?”
사람들이 의문을 품으며 말해 왔다.
이해할 수 없는 일에 고개를 연신 갸웃거렸다.
하지만 정작 오렐리안은 아무런 답이 없었다.
그저 천천히 단상 위로 올라갈 뿐이었다.
여전히 경악으로 뜨여진 오렐리안의 두 눈.
하지만 왜일까.
“이, 이게 대체…..”
검을 가까이서 본 오렐리안의 두 눈은 거기서 한 번 더 경악으로 가득 찼다.
오렐리안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도검을 바라보고 있었다.
검신부터 손잡이까지.
도검의 모든 부분을 하나하나 면밀히 확인했다.
그럴 때마다 오렐리안의 두 눈은 계속 커져만 갔다.
그리하여 오렐리안이 검의 손잡이를 잡았을 때.
착, 하는 그립감과 동시에.
“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오렐리안의 경악이 극에 달했다.
그러더니 고개를 홱!
“이 검. 누가 만들었다고 했지?”
“...예? 아, 그….”
사회자는 화들짝 놀라며 큐카드의 적힌 정보를 확인했다.
“서팔광 장인…입니다.”
“서팔광?”
오렐리안이 눈썹을 일그러뜨렸다.
머릿속에 희미하게 남아있는 기억을 찾듯.
오렐리안은 시선을 아래로 내린 채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Corée.”
갑자기 오렐리안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성큼, 걸음을 옮겼다.
뭐라 할 틈도 없이 오렐리안이 그대로 밖으로 나가버렸다.
다시 한 번 포전 포럼의 행사장이 붕, 떠올랐다.
“가, 갑자기 무슨…?”
“어딜… 가시는 거지?”
사람들은 뭐가 어떻게 되어 가는 건가 싶었다.
* * *
헌터 관리국 본청.
“뭐라고?”
한 사내가 놀란 눈을 떠 보였다.
은퇴한 용병과도 같은 단단한 중년의 사내.
헌터 관리국의 국장이자 협회장, 금천규.
한국의 헌터를 대표하는 자이자 S급 헌터들 중에서도 단연 최상위 실력자라 할 수 있는 이였다.
그런 금천규가 놀란 이유.
그건 별반 다른 데 있지 않았다.
“마스터 오렐리안께서 한국에 오신다고?”
“그렇습니다.”
마스터 오렐리안의 한국 방문.
금천규의 눈썹이 살짝, 일그러졌다.
“그걸 왜 지금 보고하는 거지?”
마스터 오렐리안이 대저 누구인가.
세계 최고의 대장장이.
어딜 가나 국가 귀빈급 대우를 받는 초특급 인사였다.
대우에 있어 소홀함이 없어야 하는 존재였다.
이건 대한민국 체면과도 관련이 있는 일이었다.
마스터 오렐리안에 대한 대우가 섭섭했다고 알려지기라도 해 봐라.
그야말로 국제적인 망신 중의 망신이었다.
“오렐리안께서 갑자기 한국으로 오시는 바람에….”
“갑자기?”
일그러진 금천규의 눈썹이 다시 한 번 꿈틀거렸다.
아니, 아무리 갑자기라도 그렇지.
당장 오늘 출발한 것도 아니고─.
“오늘 갑자기 프랑스에서 출발하셨다고 합니다.”
“.....”
금천규는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정말이지.
뭐라 할 말이 없었다.
“크흠, 무슨 일로 한국에 방문하신다고 하지?”
“그것까지는 잘….”
하긴, 출발한 것도 몰랐는데 그 목적까지 알 리가 있을까.
“아마, 한채린과 관련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금천규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SH그룹의 손녀딸, 한채린.
최근 S-등급 던전을 레이드 함으로써 그 재능을 알린 천재 중의 천재.
그 때문일까.
한채린은 마스터 오렐리안의 인정을 받은 한국 유일의 헌터였다.
S급 헌터들조차 받지 못한 오렐리안의 장비.
한채린은 마스터 오렐리안의 장비를 사용하는 한국 유일의 헌터이자 세계에 몇 안 되는 헌터였다.
그리고 그런 한채린이 곧 S-급 승격 심사를 앞두고 있었다.
아마 한채린의 장비 점검 같은 것을 위한 방문이지 않을까.
“언제쯤 한국에 도착하신다고 하는가.”
“지금 인천 공항에 도착해 계십니다.”
“뭐라?!”
금천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지금 인천 공항에 와 계시다고?”
“그렇습니다. 보고를 받고 바로 뛰어왔으니, 아직 인천 공항에 계실 겁니다.”
지금 그걸 말하는 게 아니지 않은가.
“이 무슨….”
금천규는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었다.
이 정도면 전용기를 타고 왔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런데 한채린의 장비 점검을 위해 전용기를 타고 왔다?
굳이?
금천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건 다른 이유가 있다고 봐야 했다.
전용기를 타고 올 만큼 한국에 중요한 일이 있다고 보는 것이 옳았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모든 일정을 취소하게.”
“네? 하, 하지만 오늘 김상규 의원님과의 미팅이….”
“지금 그깟 국회의원과의 미팅이 중요한가?”
금천규의 질책 섞인 답에 본청 직원은 입을 꾹, 다물었다.
솔직히 틀린 말은 아니었으니까.
국회의원이 뭐란 말인가.
설령 대통령과의 만남도 고민해 볼 정도의 문제였다.
마스터 오렐리안은 그야말로 세계적인 인사.
“잔말 말고 오늘 일정 전부 취소하게. 아니, 마스터 오렐리안이 한국에 계실 동안의 모든 일정을 취소하게.”
“알겠습니다.”
이어진 본청 직원의 답.
금천규는 곧바로 관리국 본청을 나섰다.
* * *
S등급.
등급 중 최상위 등급.
물론 분류상으로는 S+등급까지 존재했다.
그러나 아무도 없었다.
S+등급과 관련한 이는 어느 누구도 없었다.
오직 13인의 영웅들.
과거, 마계의 마왕을 베어 낸 그들만이 S+등급이지 않았을까.
그런 추측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하여 S급이라 함은 정점이자 최고점을 의미했다.
인간이 오를 수 있는 최정점.
인간이 닿을 수 있는 최고점.
따라서 S급 헌터라 함은 마찬가지로 정점이자 한계를 의미했다.
전 세계적으로 몇 없는 S급 헌터.
한국에는 고작 6명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물론 시찰국의 가더들을 포함하지 않은 숫자였다.
어디까지나 ‘헌터’라는 이들만 말한 것.
하지만 가더들까지 포함한다 하더라도 10명 내외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크워어어어어─!!
크나큰 괴성이 울려 퍼졌다.
20M는 족히 넘는 키.
그에 버금가는 거대한 덩치.
A+등급의 오우거.
지상 최강의 포식자라 불리는 끔찍한 몬스터였다.
쿵, 쿠웅!
오우거가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땅이 작게 울려 왔다.
그런 오우거의 앞.
한 사내가 자리에 서 있었다.
동글뱅이 안경.
학자 같은 분위기.
파란색의 제복 복장을 한 젊은 사내.
그러나 초라했다.
오우거 앞에 선 사내는 너무도 초라했다.
압도적인 체급의 차이.
그러나 사내는 그 자리에 서있을 뿐이었다.
한국에 존재하는 6명의 S급 헌터 중 한 명, 이시윤.
이시윤이 오른손을 앞으로 뻗었다.
파지직─!
뻗은 손 위로 뇌전이 튀어오르며, 거미줄처럼 뻗어나갔다.
이윽고 파지지직!
뇌전이 오우거의 전신을 뒤덮으며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
크워어어어어!!
고통에 찬 오우거의 비명이 사방을 뒤흔들었다.
그러나 쓰러지지 않았다.
뇌전에 피부가 타올라 새까맣게 변질되었다.
그러나 단지 그뿐.
오우거의 두 눈은 분노로 일렁거렸다.
“어째, 오우거는 전격 마법이 별 소용이 없단 말이야.”
이시윤이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이윽고 고개를 갸웃.
“단순히 가죽이 두껍다기보다는… 전격 저항 속성이 있는 것 같은데.”
크워어어어어어어!!
분노로 가득한 오우거의 괴성이 터져 나왔다.
쿵! 쿠웅!
격한 발걸음에 땅이 크게 울려 왔다.
뇌전에 새까맣게 탄 피부.
마치 어둠을 뒤집어쓴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오우거는 순식간에 이시윤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이시윤은 여전히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따악─!
이시윤이 손가락을 튕겨 보였다.
그리고.
콰콰콰콰콰쾅!
오우거의 전신으로 크나큰 폭발이 일었다.
공기 중의 수소 분자를 점화시켜 폭발을 일으키는 고위 마법, 익스플로전(Explosion).
당연하게도 쉽게 시전할 수 없는 마법이었다.
복잡한 계산식은 기본.
어마어마한 마력까지 요하는 초고위 마법이었다.
결단코 손가락을 튕기는 동작으로 시전할 수 있는 마법이 아니었다.
쿠우우웅!
끝내 오우거의 거대한 몸이 땅으로 쓰러졌다.
“폭발 저항은 없나 보네.”
이시윤은 하나 배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문득.
“아닌가? 충격 저항이 없는 건가?”
으음….
이시윤이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바로 그때.
“꼭 그렇게 요란하게 잡아야 하니?”
이시윤의 뒤쪽으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라본 그곳.
짧은 단발머리.
허리춤에 찬 얇은 세검.
표독스러운 분위기의 미인.
한국에 존재하는 6명의 S급 헌터 중 한 명, 이하린.
“저러면 사체 값을 못 받는 건 알고 있지?”
이하린은 약간 짜증 섞인 얼굴로 말했다.
그런 이하린의 뒤쪽.
수 마리의 오우거가 널브러져 있었다.
널브린 오우거들에게는 별다른 외상이 보이지 않았다.
마치 잠을 자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마저 드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쓰러진 오우거의 두개골을 보면 그렇지 않았다.
모두가 자그마한 구멍이 하나씩 뚫려 있었으니까.
“역시 대단한걸.”
이시윤은 순수한 감탄을 해 보였다.
이하린은 그런 이시윤을 바라보다 에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마법사와 말싸움을 해 봤자 득이 될 건 없었으니까.
“이걸로 진 빚은 없는거다.”
이하린은 그렇게 이 일을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걸음을 옮겨 자리를 떠나가려던 찰나.
“아, 참. 하린아, 그 소식 들었어?”
“소식?”
들려온 이시윤의 말에 이하린이 잠시 걸음을 멈춰섰 다.
“마스터 오렐리안이 한국에 방문했다는데?”
“뭐? 마스터 오렐리안?”
이하린은 눈을 크게 떠 보였다.
“마스터 오렐리안이 갑자기 한국에는 왜?”
“글쎄? 나도 여기 오기 전에 흘리듯이 들은 거라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그런데 아마… 한채린 양 때문이지 않을까?”
이시윤의 답에 이하린의 유려한 눈썹이 살짝, 일그러졌다.
이윽고 이하린이 투덜거리듯 중얼거렸다.
“한채린. 대체 걔가 뭐가 대단하다고 다들 한채린, 한채린 하는 거야? 그래 봤자 아직 S-급도 못 된 애송이잖아.”
“누구나 어린 시절은 있는 법이니까. 너도 처음부터 S급 헌터는 아니었잖아.”
“지금 한채린 편드는 거야?”
“아니, 그냥 사실을 말하는 건데.”
이시윤은 뭐가 문제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다 문득.
“혹시 열등감?”
“누가? 내가? 한채린한테?”
이하린이 어처구니 없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내가 그 어린애한테 열등감을 느낀다고?”
“아니야?”
“절대.”
“저번엔 한채린 양이 가진 마스터 오렐리안의 무기가 짜증 난다며.”
“...그건 좀 짜증 나긴 해. 왜 한채린한테만 만들어 준 건데?”
그러면서 이하린이 작게 투덜거렸다.
이시윤은 확신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열등감 맞네.”
“이게 왜 열등감이야? 그냥 짜증이지. 애송이한테 과분한 것이 주어지는 것에 대한 짜증.”
“음… 그럼 시기와 질투인 건가?”
이시윤은 대수롭지 않게 말을 내뱉었다.
별다른 감정이 담긴 것은 아니었다.
어떠한 현상을 정의하는 듯한 학자의 모습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이시윤의 태도 때문에 왠지 더 짜증이 났다.
마법사라는 족속들은 왜 다 저런 모양인지.
아, 한 명.
마법사 같지 않은 마법사가 있긴 있었다.
“넌 그럼 유한나를 시기하고 질투하니?”
S급 헌터, 유한나.
이시윤과 같은 마법사로서 언제나 비교당하는 둘이었다.
괜한 짜증에 이하린은 이시윤의 성질을 긁고자 말을 내뱉었다.
그런데 웬걸.
“나는 한나가 나보다 더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긴 한데. 음… 이것도 질투의 일종인 건가?”
그러면서 진지하게 고민에 빠지는 이시윤이었다.
질투라는 정의에 대해 심도있게 고찰하고 있었다.
하여간.
마법사와는 대화라는 것이 통하질 않았다.
이하린은 가볍게 혀를 차 보였다.
그리고는 성큼, 걸음을 옮겨 자리를 떠나갔다.
“... 응? 갑자기 어디 가?”
“알 거 없잖아.”
이하린은 그렇게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이시윤은 떠나간 이하린의 빈자리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러다 문득.
“마스터 오렐리안을 만나러 가나 보네.”
아닐 수도 있었지만….
아마 맞을 터였다.
바로 저기.
이하린이 애써 사냥한 오우거들.
저걸 내팽개쳐 둘 정도로 급하게 갈 곳은 그리 많지 않았으니까.
아마… 이하린뿐만은 아닐 터였다.
6명의 S급 헌터들.
그들 모두가 마스터 오렐리안을 만나러 가고 있지 않을까?
정확히는 만나고 싶어 하는 것이지만 말이다.
그런 의미로.
“나도 가 볼까.”
이시윤 또한 걸음을 옮겼다.
별다른 목적은 없었다.
“내 스태프를 만들어 주시면 좋을 텐데.”
아주 자그마한 기대를 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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