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화.
SH헌터 길드 사옥.
그 지하에 위치한 수련장.
카앙─!
수련장 전체로 둔탁한 쇠음이 울려 퍼졌다.
캉! 카앙─!
이어지는 쇠음.
카앙! 튀어 오른 불꽃에 시우는 뒤로 크게 물러났다.
물러나는 시우를 쫓아 한채린이 따라 붙었다.
한 번 잡은 기세를 놓치지 않겠다는 걸까.
한채린은 타닥!
몸을 내던지며 시우에게 따라붙었다.
휘날리는 흑발이 시야를 어지럽혀 온다.
그 사이로 빛나는 새하얀 검신.
꽈아앙─!
폭발이 터져나왔다.
쇠와 쇠가 충돌했다고 믿을 수 없는 폭발.
자욱히 피어난 먼지 안개가 시야를 가려 왔다.
그 순간.
번뜩!
안개 너머로 진득한 살기가 느껴진다.
그와 동시에 쐐액!
공기를 찢는 듯한 파공음이 시우의 목덜미를 향해 쏘아져 왔다.
‘위험!’
시우는 황급히 검을 휘둘렀다.
장삼봉의 태극[太極](SS)의 힘을 담아 쇄도해오는 검에 대응했다.
그러나 카아앙─!
되려 시우의 검이 튕겨져 오르며 검에 담긴 기세가 흩어진다.
태극(太極)과 태극(太極)의 격돌.
그 격돌에서 밀렸다는 뜻이었다.
튕겨 나간 시우의 검 아래.
한채린의 검이 한 마리의 독사처럼 뻗어 온다.
이건, 정말로 위험하다.
시우는 꽈득!
헤라클레스의 괴력[怪力](SS)을 끌어올리며 주먹을 내질렀다.
꽈앙─!
커다란 굉음과 함께 쿨럭!
한채린이 피를 토하며 허공을 날았다.
수련장 끝까지 날아간 한채린의 몸이 콰앙!
수련장 벽에 부딪히고 나서야 멈추었다.
후두둑.
부서진 수련장의 벽의 잔해가 쓰러진 한채린을 뒤덮었다.
“...괜찮습니까?”
시우는 다급히 쓰러진 한채린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천만다행히도.
“괜찮…아요.”
잔해 속에서 한채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채린이 잔해 속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그러다 휘청.
한채린이 균형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전혀 괜찮지 않아 보였다.
당연했다.
괴력[怪力](SS)의 일격을 받았으니 괜찮을 리가 있나.
중간에 황급히 힘을 빼긴 했다만 그럼에도 무시할 수준은 아니었다.
“어디 봐 봐요.”
시우는 한채린의 상태를 살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한채린의 어깨가 크게 부어 있었다.
다행히 뼈가 골절된 정도는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제대로 어깨를 사용하지 못할 정도의 부상이었다.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시우는 미안한 마음에 머리를 긁적였다.
당연히 시우도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
아무리 수업이고, 대련이라고는 하나.
이 정도로 과격하게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들어온 한채린의 일격.
그건 굉장히 매서웠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괴력[怪力](SS)의 힘을 이끌어 내었다만.
“미안해요.”
“괜찮…아요. 저는 시우 씨를 죽이려 했는 걸요.”
이게 당최 무슨 대화인가 싶었지만, 사실이 그러하긴 했다.
한채린의 일격은 틀림없는 살수(殺手).
당연하게도 한채린이 시우를 죽여 버리겠다고 말하는 건 아니었다.
그냥 철떡 같이 믿고 있는 것 같았다.
그간 시우가 보여 준 모습.
특히나 지난 번에 조북천을 잡은 모습 때문일까.
한채린은 자신이 아무리 진심을 다해도 시우를 어찌할 수 없다고 믿고 있는 것 같았다.
‘너무 과한 믿음이 아닌가 싶은데….’
그 때문에 시우만 죽어 나가고 있었다.
한채린이 어디 평범한 천재인가.
희대의 천재가 죽기 살기로 달려드니 정말이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그런데 뭐 어쩌랴.
한 달에 100억짜리 과외.
힘들어도 꾹, 참고 해야지.
“잠시 가만히 계세요.”
시우는 품 속에서 목갑을 꺼내었다.
그리고 목갑 안의 침들을 꺼내어 한채린의 상처를 살폈다.
퉁퉁 부은 어깨와 가려진 옷.
그 때문에 혈 자리가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옷을 벗길 수는 노릇.
시우는 감각에 집중하며 침을 꽂아 넣었다.
푹, 푹.
그러자 통증이 가시는지 한채린의 표정이 한결 편안해졌다.
확실히 부어오른 어깨 또한 눈에 띄게 가라앉고 있었다.
그리고 띠링!
<신의술[神醫術](S+) 숙련도 48.91%[+3.1%]>
신의술의 숙련도가 올랐다는 알림창이 떠 올랐다.
무려 3.1%가 오른 숙련도.
“신기하네요.”
한채린의 표정은 무덤덤했다.
저게 어딜 봐서 신기하다는 표정인 걸까.
하지만 한채린의 시선은 침이 꽂힌 어깨에 고정되어 있었다.
붓기가 빠르게 가라앉는 자신의 어깨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신기하기는 신기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나도 신기하네.’
시우도 정말 신기했다.
다름 아닌 3.1%가 오른 숙련도가 말이다.
아니, 말이 안 되지 않은가.
침 몇 개 꽂은 걸로 오른 숙련도가 3.1%라니.
이건 김이준의 팔다리를 대략 1,627번 정도 자르고 붙인 것과 비슷한 수치였다.
‘한채린이 천무지체라서 그런 건가?’
그 동안 한채린을 가르쳐 주면서 시우는 한채린의 또 다른 재능을 하나 발견할 수 있었다.
사람의 신체는 하나의 소우주라 말할 수 있었다.
만휘군상의 집합체.
사람은 저마다의 우주를 품고 있다.
그에 따라 각기 다른 특색들을 지닌다.
태양인, 소음인이라 하는 것들.
그것이 바로 이러한 것의 일종이다.
일명 ‘체질(體質)’이라 불리는 것.
그런 수많은 체질 중 특출난 체질이 몇 가지 있었다.
극음지체, 극양지체.
삼재지체, 패왕지체.
이외에도 오행지체, 월음지체, 사신지체, 천마지체 등등.
수많은 특이 체질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것들은 모두 재능이라 불린다.
요즘 표현으로 유전자가 다르다고 보면 되었다.
천부적으로 타고 나는 유전자 재능.
그리고.
이 유전자 재능들 중 가히 으뜸이라 불리는 체질.
천무지체(天武肢體).
이건 가히 하늘이 내린 신체라 할 수 있었다.
극음(極陰)과 극양(極陽).
삼재(三哉)와 오행(五行).
천무지체는 우주의 모든 기운을 조화롭게 담아내는 체질이다.
그 덕분에 천무지체는 가능했다.
정제의 과정 없이 대자연의 기운을 받아들이는 태극(太極).
그 태극(太極)의 힘을 무리 없이 받아낼 수 있었다.
‘어쩐지.’
한채린이 태극의 힘을 왜 이리 잘 다루나 싶었다.
무려 2개의 S등급 개성을 지닌 한채린.
희대의 천재라 불리나 장삼봉의 태극[太極](SS)을 배울 정도는 아니었다.
헤라클레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기본도 안 되어 있다 할 수 있었다.
시우라는 중간 과정이 있음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이처럼 배울 수 있는 것.
한채린이 태극(太極)의 묘리를 본인만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천무지체(天武肢體)는 신체적인 재능만이 아닌 오성도 뛰어나다.
즉, 지능도 굉장히 뛰어난 유전자였다.
‘화타가 그리 호들갑을 떤 이유가 있었네.’
어쨌거나 한채린은 천무지체(天武肢體)를 타고났다.
그런 한채린을 치료한다는 것.
정확히는 천무지체(天武肢體)의 신체를 살펴 치료한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공부가 되는 모양이네.’
그리고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신(神)의 육체.
환골탈태(換骨奪胎)의 과정.
그 전설의 경지에 시우는 점점 다가갈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한채린의 몸을 좀 더 자세히 보고 싶은데.’
무슨 변태 같은 소리인가 싶지만 오해다.
정말 오해다.
순수한 학문적 호기심에 불과했다.
그러니까 환골탈태(換骨奪胎)를 하기 위한 공부.
‘언제 한 번 마사지 해 준다고 그럴까.’
이 또한 개변태 같은 소리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진짜 아니다.
천무지체(天武肢體)를 자세히 공부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
…뭐, 아무튼.
‘조금만 지나면 검으로 가르치는 건 안 되겠는데.’
사실 조금도 아니었다.
다음 번 수업 때부터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문제였다.
시우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한채린의 어깨에 박힌 침을 빼내었다.
“노력하는 건 좋지만, 너무 무리하는 건 좋지 않아요.”
역시 천무지체라 그런가.
회복도 무진장 빨랐다.
벌써 붓기는 완전히 가라앉아 있었다.
사실 40%가 넘어간 신의술[神醫術](S+)의 영향이 가장 크긴 했다.
“네, 명심할게요.”
한채린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 뭐.
한채린이 말은 저렇게 했다만 들어먹지 않을 터였다.
요즘 한채린의 수련 열정은 과도할 정도로 격해져 있었다.
정확히는 어떤 시점을 기준으로 열정이 과해졌다.
‘집들이 때의 일이 꽤 충격이었나 보네.’
그리고 또 하나.
“S-급 승격 심사가 언제라고 하셨죠?”
한채린의 승격 심사.
한채린은 현재 A+급의 헌터였다.
시우가 한채린을 가르치는 건 일주일에 2번.
그 이외의 시간에 한채린은 혼자 수련하거나, SH헌터 길드원들과 던전 레이드를 다녔다.
그렇게 실적이 쌓이고 쌓였고 지금.
지난 날 S-등급의 던전 클리어 기록까지 있겠다.
한채린은 S-급 헌터를 앞두고 있었다.
그 때문에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
각성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애가 무슨 벌써 S-급 헌터냐.
이런 시기와 질투는 물론.
역시 한채린이다.
천재다. 예쁘다 등.
감탄과 경외의 의견들이 나오고 있었다.
현재 한국의 헌터 업계는 한채린의 이야기로 점칠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때문일까.
원래 열심히 하던 애가 아주 독기를 품고 노력하고 있었다.
“한 달 뒤요.”
한채린은 그렇게 답하며 어깨를 가볍게 돌려 보였다.
큰 문제는 없는지 별다른 기색은 없었다.
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때까지 몸 잘 관리하세요. 괜히 몸 다치면 채린 씨만 손해입니다.”
“네.”
한채린은 짧게 답을 해 보였다.
하여간, 얘도 참.
시우는 작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럼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그렇게 자리를 떠나가려던 찰나.
“같이 가지 않으실래요?”
한채린이 뜬금없는 말을 해 왔다?
시우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같이 가?
어딜?
“채린 씨 승격 심사를요?”
“아뇨.”
한채린은 무심하게 답을 해 보였다.
그런 한채린의 모습 때문일까.
시우는 정말이지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니, 얘는 진짜.
사족을 갖다 버리는 것도 정도가 있지.
몸통까지 갖다 버리면 어쩌란 말인가.
저렇게 말하면 대체 어떻게 알아듣는다고 원.
“그럼 어디를?”
“마스터 오렐리안께서 곧 여기로 오시거든요.”
“.....?”
시우는 순간 뭔가 싶었다.
진짜로 뭔가 싶었다.
아니, 갑자기 마스터 오렐리안이 왜 나온단 말인가.
“마스터 오렐리안이요?”
“네. 오늘 한국에 도착하셨다고 연락이 왔어요. 시우 씨. 장비도 만들고 계시지 않으신가요?”
“그건 그렇습니다만.”
한채린은 시우가 장비를 만들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마스터 오렐리안은 세계 최고의 대장장이.
대장장이라면 얼굴이라도 한 번.
어떻게 대화라도 한 번.
그냥 먼발치로나마 보고 싶어 하는 우상 중의 우상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그러니까 마스터 오렐리안이 갑자기 한국은 왜─.
“음?”
그 순간 머릿속을 번뜩이는 생각 하나.
다름 아닌 얼마 전 서팔광이 참가한 대장장이 세미나.
‘아저씨가 우승했나?’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하지만 금방 털어 내었다.
그거 보낸 지가 며칠이나 되었다고 벌써 우승자가 결정되었단 말인가.
듣자하니 심사에 심사를 거쳐 신중하게 결정한다고 한다.
그 기간이 최소 2달.
벌써 우승 작품이 결정되었을 리가 만무했다.
설령 서팔광이 우승했다고 한들 마찬가지였다.
그렇다고 마스터 오렐리안이 직접 찾아올 리가 없지 않은가.
아마 다른 일이 있어서 한국에 찾아온 모양이었다.
한채린에게 연락을 한 것을 보니….
아마 한채린의 검과 관련한 일이지 않을까 싶었다.
한채린의 검은 마스터 오렐리안이 만든 장비였으니까.
“아뇨. 저는 괜찮습니다.”
시우는 살짝, 손사래를 쳐 보였다.
마스터 오렐리안의 명성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
세계 최고의 대장장이.
야금술 마스터.
그리고 사실 대장장이들보다는 헌터들에게 더 우상이라 불리는 존재였다.
어떻게든 잘 보여서 장비 하나라도 얻고 싶어 하는 이들이 대한민국 인구수만큼이나 있었으니까.
과장이 결코 아니었다.
전 세계적으로 따지고 보면 정말 대한민국 인구수만큼 있었다.
그런데 뭐.
시우는 딱히?
마스터고 나발이고.
헤파이스토스의 신[神]의 야금술(SS).
이 앞에서 그 무엇이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괜한 시간 낭비인 일이다.
“그럼 전 가 보겠습니다.”
시우는 그렇게 자리를 떠나갔다.
* * *
시우가 떠나간 이후.
SH헌터 길드 사옥 앞.
“오렐리안께서 곧 도착하신다고 합니다.”
한채린의 개인 비서, 김민재가 말해 왔다.
한채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김민재에게 물었다.
“준비는요?”
“회장님께서 애용하시는 식당을 예약해 두었습니다. 또한 면 종류는 꼭 피하라고 일러두었습니다.”
“마스터 오렐리안께서 면을 싫어하시나요?”
한채린의 고개가 좌로 기울어졌다.
그건 처음 듣는 말이었으니까.
“그런 건 아닙니다만, 아무래도 마스터 오렐리안께서 프랑스 사람이시다 보니 면 종류는 피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기울어진 한채린의 고개가 다시 반대쪽으로 기울어졌다.
프랑스 사람인 것과 면이랑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그런데 이어진 김민재의 답.
“다 불어 쓰니 말입니다.”
김민재는 그러면서 아주 뿌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 얼마나 센스 있고 위트가 넘치는 농담이란 말인가.
정말이지 스스로가 대견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데 웬걸.
“그렇군요.”
한채린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이 뭐랄까….
농담이 아니라 진지하게 받아들인 것 같았다.
그런데 설마.
이 말을 농담이 아니라 진지하게 받아들일까.
김민재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한채린에게 말했다.
“농담…이었습니다만.”
“아, 그런가요?”
한채린은 몰랐다는 듯 놀라 보였다.
다만, 그 놀란 이유는 조금 달랐다.
어째 농담이라는 것에 놀란 것 같아 보였다.
그러니까 웃으라고 한 말인 줄 몰랐던 것 모양이었다.
프랑스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가 불어.
면발이 분다는 의미의 불어.
이런 언어 유희도 있구나.
한채린은 이 정도로만 받아들인 것 같았다.
그래서일까.
“......”
괜시리 시무룩해지는 김민재였다.
바로 그때.
고급스러운 세단 한 대가 사옥 앞에 멈춰 섰다.
이윽고 뒷좌석의 문이 열리며 한 노인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세계 최고의 대장장이.
야금술 마스터, 오렐리안.
차에서 내린 오렐리안이 마중을 나온 한채린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
“Ça fait longtemps(오랜만에 보는군).”
부드럽게 굴러가는 듯한 프랑스 어… 그러니까 불어가 들려왔다.
그리고.
“Oui, ça fait bien longtemps M. Orelian. Comment allez-vous?(오랜 만에 뵈어요, 마스터 오렐리안. 그간 강녕하셨나요?)”
한채린의 입에서도 유창한 프랑스어… 그러니까 불어가 흘러나왔다.
어눌한 기색이 전혀 없는 현지인과도 발음.
마스터 오렐리안과 비교해도 아무런 위화감이 없었다.
오렐리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강녕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지. 한낱 대장장이의 안부야 다를 게 있나.”
“오랜만에 뵈어도 여전하시네요.”
한채린 역시 작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식사 자리를 준비해 두었어요. 먼 길 오시느라 시장하실 텐데, 같이 가시죠.”
“아니. 식사는 되었네.”
오렐리안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 오렐리안이 차 안에서 상자 하나를 꺼내 보였다.
뭔가 싶은 것도 잠시.
달칵.
오렐리안이 상자를 열어 그 안의 내용물을 보여주었다.
“도검… 아닌가요?”
그건 한 자루의 도검이었다.
그것도 특별할 게 없는 도검이었다.
길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평범한 도검.
아니, 되려 초라한 기색마저 느껴지는 도검이었다.
이걸 갑자기 왜 보여 주는 걸까.
한채린은 눈으로 물었다.
그렇게 바라본 오렐리안의 얼굴.
왜일까.
“이 검을 만든 장인을 만나고 싶네만.”
어떤 경외감이 깃들어 있는 듯한 오렐리안의 표정이었다.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