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화.
서씨 공방에 찾아온 오렐리안.
공방 바깥에는 사람들이 웅성웅성거렸다.
보아하니 기자들인 것 같았다.
오렐리안은 세계적인 거장.
또한 이번 사건의 중심인물이기도 했다.
기자들이 안 달려드는 것이 이상할 지경이었다.
다만, 기자들은 공방 안쪽으로는 들어오지 않았다.
오렐리안과 같이 들어온 건 오직 한 명의 사내.
딱 보아하니….
“오렐리안께서 헌터님을 찾고 계셨습니다.”
통역사인 것 같았다.
본래 오렐리안의 통역은 한채린이 담당했었다.
하지만 한채린은 현재 상태가 좋지 않았다.
다행히 정신이 무너지지는 않았으나 그 타격은 남아 있었다.
통역할 상황이 아니었다.
애초에 한채린이 통역사도 아니기도 했었고.
“뭐라…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소.”
오렐리안이 시우에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왜일까.
약간 말투도 변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대에게 사죄를 하러 왔소.”
사죄?
시우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목숨을 구해 준 것에 대한 감사야 그럴 수는 있었다.
그런데 사죄라니?
오렐리안이 시우에게 사죄할 게 뭐가 있단 말인가.
“그대에게 야금술에 관해 무례하게 굴었던 것을 말이오.”
이어진 오렐리안의 말.
시우는 그때서야 그 의미를 알 수 있었다.
다름 아닌 오렐리안이 시우에게 거머리처럼 달라붙었던 것.
그것을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뭐.
“사죄할 것까지 있나요.”
그게 사죄할 정도인가?
오렐리안이 시우를 깔보거나 무시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좀… 귀찮게 굴었던 것뿐.
굳이 이렇게 사죄할 만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니오. 진심으로 나의 무례에 대해 사죄를 드리오.”
오렐리안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푹 숙인 오렐리안의 고개는 들려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시우는 그런 오렐리안을 가만히 바라봤다.
잠깐의 정적.
“나는 천재였소이다.”
오렐리안이 뜬금없이 그런 말을 해 왔다.
그리고 뭐.
시우도 인정하는 바였다.
세계 최고의 대장장이.
그게 천재가 아니면 누가 천재란 말인가.
무엇보다 오렐리안이 각성한 개성은 야금술(S-).
등급은 S-였으나 전투 개성이 아님을 감안하면 두 단계 위.
S+등급과 맞먹는 수준이라 볼 수 있었다.
“남들은 못하는 것을 나는 쉽게 할 수 있었소. 남들은 하지 못하는 것을 나는 기꺼이 할 수 있었소.”
독보적인 천재.
오렐리안과 경쟁할 수 있는 존재는 아무도 없었다.
오로지 자기 자신.
오렐리안은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나아갈 뿐이었다.
“어느덧 깨닫고 보니, 세계 최고의 대장장이라 불리고 있었소. 하지만 나는… 거기서 만족하지 않았소.”
만족할 수가 없었다.
세계 최고라 불리는 대장장이조차 오렐리안을 만족시키지 않았다.
더 높은 곳.
더 높은 경지.
오렐리안은 스스로를 끊임없이 채찍질했다.
경쟁자 없이 계속해서 나아갔다.
그러다 문득.
“신(神)의 벽에 가로막히게 되었소.”
한계에 봉착하게 되었다.
인간은 넘을 수 없는 한계.
“발악을 했소. 어떡해서든지 넘으려 노력했소. 그러나… 할 수가 없었소.”
그렇게 오렐리안은 좌절했다.
그 누구도 오렐리안과 대적할 수 없었다.
인간이 닿을 수 있는 최정점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정작.
“나는 나를 넘을 수가 없었소.”
오렐리안은 자신의 한계를 넘어설 수가 없었다.
그렇게 오렐리안은 주저앉아 버렸다.
“다른 이들과의 경쟁에선 늘 이겼지만, 정작 처음 싸워 본 나 자신에게는 처참히 지고 말았소.”
그 싸움 끝에 오렐리안은 스스로가 파괴되어 버렸다.
그리고 문득.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을 때.
“야금술을 증오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지.”
그 누구보다 야금술을 사랑했던 내가 말이오.
오렐리안은 씁쓸하게 웃어 보였다.
“그렇게 한채린 양에게 만들어 준 검이 나의 마지막 작품이 되어 버렸다오.”
오렐리안은 함부로 장비를 만들어 주지 않는다.
세간에는 알려진 이유는 엄격한 조건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 이상으로 만들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야금술을 다룰 때마다 떠오르는 벽.
그로써 야금술을 증오하게 된 오렐리안.
그렇게 오렐리안은 망치에 손을 놓게 되었다.
“그러다 그대를 만난 것이오. 놀라웠소. 그리고 경이로웠지. 한편으로는… 시기하고 질투도 했다오.”
오렐리안은 심정을 고백하듯 말을 이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대에게 무례하게 굴었소. 그리고 그대를 조금만 일찍 알았더라면, 어떠했을까.”
그렇다면 나는 조금 더 달라질 수 있지 않았을까.
나와의 싸움이 아닌 다른 이와의 경쟁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만일 그랬다면 나는.
“야금술을 여전히 사랑할 수 있지 않았을까.”
오렐리안의 주름진 미소는 여전히 씁쓸했다.
“이제는… 그 욕심을 내려놓으려 하오. 주저앉아 버린 몸을 다시 일으키기엔 나는 너무도 쇠약하고 늙었으니 말이오.”
오렐리안의 나이는 어느덧 70을 바라보고 있었다.
누군가는 넘어진 몸을 일으켜 다시 걸어가면 된다 말한다.
그러나 오렐리안은 다시 몸을 일으켜 걸어가기엔 나이가 너무 많았다.
그래서.
그래서 더 미련이 남았다.
“그대를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어떠했을까.”
오렐리안은 그렇게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
“약속한 오리할콘은 프랑스로 돌아가는 즉시 보내 드리겠소. 그 제련 과정을 두 눈으로 보고 싶었지만… 이제는 모든 걸 내려 놓으려 하오.”
오렐리안은 작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모든 것을 내려놓은 거장의 웃음.
그러나 정작 후련함이 보이지 않았다.
무력함만이 비쳐 보일 뿐이었다.
한계를 깨지 못한 이의 절망만이 엿보일 뿐이었다.
스스로를 뛰어넘기 위해 모든 것을 바쳐 온 오렐리안.
둔재에게도, 천재에게도.
노력은 열정이 아니다.
냉혹하고 또 차갑다.
시우는 그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오렐리안께 필요한 것은 신의 야금술이 아니었네요.”
이대로 오렐리안을 떠나보낼 수가 없었다.
“오렐리안께서는 혹시 공자라는 분을 알고 계십니까?”
“공자?”
오렐리안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알고 있소.”
오렐리안은 금방 고개를 끄덕였다.
동서고금에 으뜸가는 3명의 성인.
오렐리안 또한 역시 공자를 알고 있었다.
시우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언젠가, 공자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언제인지는 시우도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저 군자심[君子心](SSS)의 숙련도를 올리기 위해 영상을 보던 때.
갓튜브의 영상에서 공자는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나는 꿈이 있었네.]
[10대 때는 그 꿈을 이루는 방법을 몰랐지.]
[그래서 마냥 공부만을 했었네.]
[20대가 되어서도 그 방법을 여전히 알 수가 없었네.]
[그래서 다시 공부를 하며 세월을 허망하게 보냈지.]
[30대가 되어 보니 어렴풋하게나마 그 방법을 알 것 같았네.]
[그러나 너무 늦은 것 같았지.]
[해서 제자들을 양성했네.]
[나는 이루지 못했던 것들을 가르치며 제자들에게 세상에 나아가라 말했지.]
[때를 놓치지 말라 가르쳤네.]
[그렇게 40대가 되었네.]
[그런데도 나의 삶은 아직 남아 있었지.]
[하지만 역시나 무언가를 시도하기엔 너무나 늦은 나이였네.]
[그리고 창피했네.]
[그 나이에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이.]
[해서 제자들에게만 나도 한때 이런 꿈이 있었다.]
[그리 말하며 술잔을 기울이는 정도에 그쳤다네.]
[그렇게 50을 넘게 되었네.]
[그런데 매일 아침 일어날 때마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아는가?]
[지금도. 지금이라도.]
[어제 시작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까.]
공자는 고민 끝에 그 생각을 실천하기로 마음 먹는다.
50이라는 너무도 늦은 나이.
공자는 자신의 꿈을 위해 세상에 나아간다.
춘추 전국 시대.
하루가 멀다 하고 전쟁이 끊이질 않던 혼란한 시대.
공자는 그 혼란한 시대에서 자신의 꿈을 펼친다.
당시 인간의 평균 수명은 약 37세.
흔히 40세의 나이를 불혹(不惑)이라 말한다.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나이.
그러나 혹자들은 당시 사람들이 40세까지 살지 못했으니 유혹에 흔들릴 수가 없는 것 아니냐.
그런 우스갯 소리로 농담을 하곤 한다.
그렇기에 당시 공자의 나이 50.
현 시대로 따지면 100세가 넘는 나이였다.
공자는 그런 노쇠한 몸으로 자신의 꿈을 펼친다.
하여, 그 길의 끝에서.
공자는 세계 3대 성인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예수, 석가모니, 공자.
역사에 나란히 이름을 올려 인류의 으뜸가는 3인이 된다.
그리고 지금.
“오렐리안이라고 꿈을 펼치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겠습니까.”
공자에 비하면 오렐리안은 한창 때다.
아니,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지금부터라도 다시 시작해도 늦지 않다.
이 세상에 늦은 때라는 건 없다.
“내가… 내가 정말 할 수 있다고 생각하오?”
“충분히요.”
시우는 당연하다는 듯 말을 이었다.
“이제 어디에 힘을 빼야 하는지 배우셨지 않습니까.”
오렐리안의 표정이 일순간 멍해졌다.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처럼 멍하디 멍한 표정이었다.
오렐리안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한참 동안이나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
“...그대에게 두 번이나 목숨을 구제받는 군.”
오렐리안이 작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그 미소에 깃든 건 무력함과 절망이 아니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시우는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다만.
“다시… 다시 시작한다라….”
오렐리안은 다시 한 번 일어나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시우는 마주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동안의 감각도 되살릴 겸. 시범 삼아 장비 하나 만들어 보시죠. 음… 아, 그래. 여기, 민정 씨의 장비를 하나 만들어 주시는 건 어떻습니까..”
“네, 네??”
갑작스러운 호명에 이민정이 화들짝, 놀라 보였다.
아까부터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있던 이민정.
“저, 저…요?”
상당히 당황했는지 말도 더듬었다.
시우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사실 이번 일에 민정 씨가 큰 역할을 해 주었습니다. 오렐리안 님을 구할 수 있었던 것도 민정 씨가 도와 주어서 가능했던 일입니다.”
“네, 네? 아, 아뇨. 저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 전부 맹시우 헌터님이 하시지 않았습니까. 장비는 당연히 맹시우 헌터님이….”
“제가 민정 씨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는 건 사실이지 않습니까.”
빈말이 아니라 정말로 그러했다.
현재 이민정은 시우의 집을 상시로 순찰하고 있었다.
그 덕분에 시우가 마음 편히 활동할 수 있지 않은가.
“아,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맹시우 헌터님께 도움을….”
이민정이 당치도 않다며 마구 손사래를 쳐 보였다.
당황으로 얼룩진 얼굴은 약간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시우는 웃음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무엇보다 민정 씨는 실력 있는 시찰국의 가더입니다. 오렐리안 님의 장비를 사용하기에 자격은 충분할 겁니다.”
오렐리안은 아무에게나 장비를 만들어 주지 않았다.
비록 세간에 알려진 것은 다른 이유이긴 했다.
하지만 인성 부분을 중요시 여긴다는 것.
그것만은 알려진 것과 다르지 않았다.
오렐리안이 이민정을 바라봤다.
“내 익히 한국의 시찰국 가더에 대해서 들은 바가 있었소. 세상을 위해 힘써 주는 이들이라고.”
“아, 아뇨… 저는 그냥….”
“좋소.”
“예에에?!”
이민정이 비명에 가까운 외침을 내질렀다.
두 눈이 찢어져라 부릅, 떠졌다.
벌어진 작은 입은 다물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더니 끝내.
“아… 아아…?”
이민정이 고장이 나 버리고야 말았다.
그런 이민정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일단 프랑스부터 다녀와야겠소. 그대에게 줄 오리할콘을 가져와야 하니 말이오. 아 참. 염치 없지만… 혹시 오리할콘을 제련하는 걸 참관하며 배워도 되겠소?”
“제 수업료는 꽤 비쌉니다만.”
“오리할콘을 하나 더 얹으면 어떻소? 우승 상품으로 하나. 목숨 값으로 하나. 그리고 참관 수업료까지 3개. 이 정도면 어떻소?”
“음, 수지가 안 맞긴 하지만…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는 기념으로 특별히 할인해 드리죠, 뭐.”
시우는 씨익, 웃음을 지었고.
오렐리안 또한 마주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럼 바로 가 보겠소.”
“가셔서 언제쯤 다시 오십니까?”
“처리할 것이 있어서 조금 늦을 것 같소. 아무래도 큰 사건이었던 지라 프랑스에서 이것저것 해야할 일이 있을 것 같으니 말이오.”
오렐리안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금방 말해 왔다.
“그래도 2주 안에는 꼭 돌아오겠소.”
2주라….
생각보다 늦은 시간이긴 했다.
그런데 설마하니 오렐리안이 먹튀를 할까.
어차피 장비 만들 준비도 해야 할 겸.
“알겠습니다.”
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2주 뒤에 다시 뵙겠소. 옆의 아리따운 레이디의 장비도 그때 가서 만들어 드리도록 하지.”
오렐리안은 그 말을 끝으로 공방을 떠나갔다.
그렇게 오렐리안이 떠나간 후.
시우는 공방에 남아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오리할콘이 3개!’
이건 정말 예상치도 못한 수확이었다.
원래는 하나 정도만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 했었다.
그 마저도 감지덕지라고 생각했건만.
‘이러면 권갑 말고도 다른 장비도 만들 수 있겠는데?’
말 그대로 예상치 못한 수확.
어떤 장비를 만들까.
한창 고민을 하려던 찰나.
“저… 저도 가 보…겠습니다. 맹시우 헌터…님.”
옆에서 이민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제가 감히… 마스터 오렐리안의 장비를….”
이민정은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평소 냉혹한 인상의 이민정이었건만.
“이,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지금은 평소 이민정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감사는 뭘요. 제가 만들어 드리는 것도 아닌데.”
“하, 하지만 맹시우 헌터님이….”
“다 잘 부탁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 저희 집을 잘 부탁드립니다. 우리 서아도요.”
“제 목숨을 다 하겠습니다.”
이민정은 세상 결연한 눈빛으로 다짐해 보였다.
시우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흘렸다.
그렇게 이민정이 공방 밖으로 나갔다.
이어 시우가 다시 장비 구상을 하려던 찰나.
예쓰!
밖에서 이민정의 외침이 들려왔다.
예에쓰!
예에에에에쓰으으!!!
아주 세상 떠나가라 소리치고 있었다.
슬쩍, 바라본 창문 너머.
이민정의 실루엣이 폴짝폴짝, 뛰어올랐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여자아이가 꼭 저러할까.
이렇게 보니 참….
꺄아아아아아아!!!
귀여운 면이 있는 이민정이었다.
* * *
SH그룹의 사옥 최상층에 위치한 회장실.
한태산은 서울의 전경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다름 아닌 S급 헌터들에게 들은 충격적인 진실.
아니, 딱히 충격적인 건 아니었다.
충격적일 만큼 놀랐을 뿐.
보다 정확히는 믿기지 않는다고 봄이 옳았다.
“맹시우라….”
한태산은 그 이름을 되뇌었다.
잠깐의 정적.
한태산은 책상 위의 인터폰을 눌렀다.
“밖에 누구 있나.”
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아주 잠깐의 시간이 지나.
똑똑.
-회장님. 저 고석훈입니다.
“들어오게.”
달칵.
한태산의 허락에 회장실의 문이 열리며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한태산의 직속 비서, 고석훈 실장.
“부르셨습니까.”
“맹시우라는 자를 한 번 만나 봐야겠네.”
“회장님께서 직접… 말씀이십니까?”
고석훈이 놀란 눈을 떠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한태산이 직접 움직인다니.
이 대한민국에서 한태산을 움직일 수 있는 인물은 그리 많지 않았다.
많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런데 지금 무슨….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고석훈은 고개를 숙이며 회장실을 떠나갔다.
고석훈이 떠나간 자리.
“맹시우라….”
한태산은 조용히 그 이름을 다시 한 번 되뇌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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