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126화 (126/250)

125화.

김이준은 오늘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언제쯤 이해라는 것을 할 수 있을까.

글쎄.

일단 이번 생은 아닐 것 같았다.

시우와 함께 하는 이번 생은 글러 먹은 것 같았다.

김이준은 슬쩍, 카메라를 확인했다.

<영상 녹화 시간: 58초.>

던전이 클리어되는 데 걸린 시간이었다.

그것도 B+등급의 던전이 말이다.

점점 짧아지더니 이제는 1분도 채 걸리지를 않는다.

그리고 음.

무슨 몬스터의 던전이었더라?

시우가 순식간에 해치워지는 바람에 제대로 인지하지도 못했다.

김이준은 시선을 들어 정면을 바라봤다.

그런데… 없었다.

몬스터들은 이미 모두 해체되어 요상한 주머니에 담겨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일까.

“......”

이번 생은 이해라는 것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도 한 번 해 보자.

그럼에도 이해라는 것을 해 보자.

이제는 1분도 채 걸리지 않는 던전 레이드.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레이드였지만 그래도 이해 해 보자.

그리고 저 아공간 주머니.

수 천마리의 몬스터가 들어가도 끄떡없는 주머니.

사실 저것도 이해 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한 번 해 보자.

어떡해서든 이해라는 것을 해 보자.

그런데 지금.

“안 무거우십니까… 형님?”

저건 대체 어떻게 이해 해야 하는 것일까.

기다란 원통형의 쇠 막대기를 들고 있는 시우.

쿠웅!

저걸 쇠 막대기라고 표현해야 함이 맞는 걸까?

저 정도면 건물의 기둥이라 불러도 전혀 부족함이 없을 것 같은데?

그렇기에 김이준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사람은 맞으신… 거죠? 형님?”

시우는 사람이 맞는 걸까.

김이준은 이 물음에 대해 도무지 답을 내릴 수가 없었다.

아니, 그리고 무엇보다.

“그건 왜 꺼내신 겁니까? 아니, 그런 걸 대체 왜 가지고 다시는 겁니까?”

“응? 아, 오늘 PT가 있는 날이라서.”

“PT…요?”

“던전에서 바로 PT 받으려고.”

진짜 무슨 말인 걸까.

역시 이번 생은 이해라는 것을 포기해야 할 것 같았다.

물론 PT가 무엇인지 모르는 건 아니었다.

퍼스널 트레이닝의 약자.

다만.

“그걸 왜 던전에서 합니까?”

그걸 왜 던전에서 하냔 말이다.

시우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그러게나 말이다. 왜 이걸 던전에서 해야 하는지 원.”

시우라고 던전에서 PT를 받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요즘 시우가 많이 성장을 했기 때문일까.

헤라클레스의 PT 또한 강도가 높아졌다.

높아진 정도가 아니라 미친 수준이었다.

그 때문일까.

‘헤라클레스의 PT를 받을 때면 주변이 초토화가 되어 버리니 원.’

여기에 헤라클레스 신투술[神鬪術](SSS)까지 배운다고 생각해 봐라.

이 모든 걸 헬스장에서 한다?

어휴.

배상비가 얼마가 나올지 상상만 해도 아찔했다.

개인 수련장을 만들어도 똑같았다.

PT 받을 때마다 수련장을 다시 지어야만 했으니까.

인적이 드문 산 속을 생각 안 해 본 건 아니었다.

그러나 마찬가지였다.

PT 받을 때 마다 산 하나를 지도상에서 지워 버려야 했으니까.

나중 가면 한국에 산은 존재하지 않게 될 수도 있었다.

때문에 막 써도.

마구잡이로 때려 부숴도.

배상비는 전혀 걱정 없는 공간이 필요했다.

일회용 헬스장이 필요했다.

‘역시 던전만 한 곳이 없지.’

던전이 최고였다.

그리고 다행히 갓튜브는 던전에서도 연결이 되기도 했고 말이다.

어쨌든.

“오늘 일정은 끝났으니까, 집에 가도 돼.”

시우는 헤라클레스의 PT를 준비했다.

“...그렇군요.”

김이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무언가를 이해해서 끄덕인 건 아니었다.

“그럼 전 가 보겠습니다, 형님.”

그렇게 던전 밖으로 나서려던 찰나.

“아, 참.”

문득 떠오르는 생각에 발걸음을 멈춰 섰다.

“형님. 아까부터 물으려고 했던 건데. 이번에 형님께서 S급 헌터들과 함께 마스터 오렐리안과 한채린 누님을 구출하셨다는 게 사실입니까?”

“응?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왜 모릅니까. 지금 언론 매체 전부가 그 이야기로 난리가 아닙니다.”

“어… 그래?”

딱히 언론매체를 챙겨 보지 않는 터라 잘 알지 못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긴 했다.

이번 사건은 세계적인 이목이 집중되었던 사건.

안 알려지는 것도 이상한 일이긴 했다.

그 때문일까.

‘유투브 구독자가 왜 갑자기 그렇게 늘어나나 싶었더니.’

다 이유가 있던 모양이었다.

“역시 형님이십니다. 듣자 하니 이번 사건의 범인이 S급 헌터 수준이라고 하던데. 한채린 누님도 당했을 정도이니 원.”

김이준은 당연함과 놀람.

그 중간쯤에 위치한 표정으로 시우를 바라봤다.

시우는 대수롭지 않게 손을 휘휘, 내저었다.

“나 혼자 한 것도 아닌데 뭐.”

사실이기도 했다.

문태범을 잡는 데 있어 유한나와 이시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테니까.

그런데 잠깐.

“한채린 누님? 너 한채린보다 나이가 어려?”

“네. 1살 어립니다. 제가 20살. 한채린 누님이 21살.”

“아, 그래?”

한채린이 21살이었구나.

“엥? 모르셨습니까?”

“아주 모르진 않았지. 20살인가 21살인가 헷갈렸지만.”

딱히 나이를 묻기도 뭐해서 그냥 그런가 보다 했었다.

“나이도 모르고 만나신 겁니까?”

“딱히 중요하지 않았으니까.”

“왜 안 중요합니까?”

김이준이 도통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문을 표해 왔다.

“여자 친구지 않습니까?”

“뭐?”

그리고 이번엔 시우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 헛소리를 하냐는 표정으로 김이준에게 말했다.

“무슨 헛소리야? 한채린이 언제부터 내 여자 친구가 된 건데?”

“아니…었습니까?”

김이준이 알쏭달쏭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저번 집들이에서는 막 손도 잡고 그러셨잖습니까.”

“손 잡는다고 다 여자 친구야?”

“대체로 그렇지 않나요? 아닌가?”

김이준은 헷갈리는지 고개를 연신 갸웃거렸다.

“여자 사람 친구가 있잖아.”

“요즘은 여자 사람 친구의 손도 잡고 그러나요? 저 때는 아니었습니다만.”

“20살밖에 안 된 애가 저 때는 무슨 저 때야.”

시우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김이준을 바라봤다.

“그보다 에이, 형님. 남녀 간에 친구가 어딨습니까.”

“없긴 왜 없어. 나랑 네 누나가 친구 사이인데?”

김이준의 누나, 김소은.

엄밀히 말하면 사업 파트너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친구라고도 할 수 있었다.

일단 나이부터가 동갑이지 않은가.

그런데 웬걸.

“형님. 지금은 친구지만, 언제 여보가 될지 모르는 일입니다.”

김이준이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말해 왔다.

얘가 뭔 헛소리를 하는 거야.

“넌 주변에 여자 사람 친구 없어?”

“네. 없습니다.”

“그럼 알고 지낸 여자는 죄다 여자 친구였던 거냐?”

하여간, 이래서 얼굴 잘생긴 놈들은.

시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런데 웬걸.

“아뇨. 여자 친구도 없었습니다.”

“음? 한 명도?”

“네.”

어… 이건 좀 의외였다.

저 잘생긴 얼굴로 그동안 여자 친구 한 명 없었다니?

“말이 돼?”

“말이 안 될 게 뭐가 있나요. 저는 말입니다, 형님. 가슴 뜨거운 사랑을 할 겁니다. 쉽게 만나고 헤어지는 그런 사랑이 아니라, 저의 삶을 모두 바치는 그런 사랑 말입니다.”

얼굴은 수많은 여자를 울리고 다닐 것 같이 생겼건만.

어울리지 않게 순정파였다.

“그러는 형님은요? 여자 친구가 있으셨습니까? 한채린 누님이랑 사귀는 사이가 아니라면….”

“나야 뭐….”

시우는 순간적으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김이준 또한 그 이상으로 물어오지 않았다.

“......”

“......”

둘은 그렇게 잠시 동안 말없이 서 있었다.

“아무튼 한채린이랑 사귀는 거 아니야. 왜 다들 그런 오해를 하는 거야?”

“그래 보이니까요?”

“내가 한채린이랑 사귀는 것처럼 보인다고?”

“네.”

“대체 어느 부분에서?”

“그야….”

그러더니 정작 말을 못하는 김이준이었다.

시우는 다시 한 번 손을 휘휘, 내저었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할 일 없으면 빨리 가. 아니면 같이 운동할래?”

“오늘 하루,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형님!!”

김이준이 군기 바짝 어린 표정으로 소리쳤다.

그리고 후다닥, 자리를 떠나갔다.

행여나 시우가 부를까.

마력까지 끌어올리며 순식간에 사라지는 김이준이었다.

시우는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시작해 볼까.”

갓튜브의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 * *

[마지막 세트니까 집중해!]

[고관절 잡고! 척추 세우고!]

스마트폰 화면 너머로 들리는 헤라클레스의 목소리.

[스꽈트!]

“끄으으윽!”

[어허! 3대 5,000톤 미만은 신음 소리 금지!]

으읍!

시우는 이를 꽉, 깨물었다.

그런데 언제는 500톤이라고 그러더니.

하지만 그런 걸 따지고 들 여력이 없었다.

“너무우…! 무거운데요오…!”

진짜로 이대로 깔려버릴 것만 같았다.

그리고 시우는 김이준 같은 재생 능력이 없었다.

깔리면 그걸로 끝이.

화타의 신의술[神醫術](S+)은 뭉개지고 잘려 나간 신체 부위를 재생시킬 수는 없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근육을 키우려면 목숨을 걸어야 하는 법!]

헤라클레스는 요지부동이었다.

우락부락한 근육만큼이나 꿈쩍도 하지 않았다.

[엄살 부리지 말고 다시 괄약근 쪼여!]

[호흡 들이마시고!]

[스꽈트!]

끄으으윽!

이게 운동인지 싸움인지.

아니, 싸움보다 더했다.

문태범과의 싸움보다 헤라클레스 PT가 더 힘들었다.

그것도 훠어얼씬.

진짜 훠어어어얼씬 더 힘들었다.

끄으으으윽!

쩌적─!

시우가 스쿼트를 할 때마다 지반이 갈라졌다.

심한 가뭄이 인 것처럼 거미줄과 같은 균열이 새겨졌다.

쿠르릉!

끝내 버티지 못한 지반에 폭삭, 주저앉았다.

물론 헤라클레스에 비하면 벼룩의 간 수준이긴 했다.

하지만 헬스장에서 이랬다고 생각하면….

어휴.

정말 생각도 하기 싫었다.

[마지막 하나!]

“끄으으으윽!!”

[오케이! 수고했어.]

“하아…! 하아아…!”

진짜… 진짜로 숨이 넘어갈 것 같았다.

단 한 순간이라도 숨을 들이켜지 않는다면 그대로 기절해 버릴 것만 같았다.

전신의 모든 근육들이 ‘나 죽어버릴거야!’ 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정말로 근육들이 ‘조금이라도 움직이기만 해 봐! 그냥 콱, 죽어 버릴 거야!’라고 시위하는 것만 같았다.

표현 그대로 손가락 까딱할 힘이 없었다.

시우는 그 자리에 드러누워 손 하나 움직일 수가 없었다.

[에잉, 쯧쯧. 아직도 약골이야 약골.]

그런 시우의 귓가로 헤라클레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시우는 뭐라 할 말이 없었다.

할 말이 있어도 내뱉을 힘도 없었다.

[그래도 뭐.]

[지난 번의 날파리보단 낫네.]

날파리요?

시우는 저도 모르게 그렇게 물었다.

물론 말로 새어나오지 않았다.

속으로만 그렇게 물을 뿐이었다.

그런 시우의 생각을 꿰뚫기라도 한 것일까.

[저번에 운동하고 있는데 자꾸 귀찮은 날파리 하나가 날아들잖아.]

시우는 헤라클레스가 말한 날파리라는 존재에 대해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 그 날파리가 다름 아닌 문태범을 의미함을 깨달을 수 있었다.

판데모니움의 파열급 간부.

그래서일까.

아, 그래서 문태범이 갑자기 그랬던 건가?

시우는 이때서야 그 날의 진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

문태범의 개성은 정신지배(S).

또한 당시에 증폭 마법진으로 수백 배는 강화된 상태였다.

아마 문태범은 시우의 정신 너머로 갓튜브의 세계를 엿본 것 같았다.

어쩐지.

문태범이 왜 갑자기 그 꼴이 되나 싶었다.

[상대하기도 귀찮아서 꺼지라고 했는데, 갑자기 저 혼자 자지러지더라?]

자지러지는 정도가 아니라 까무라쳤다.

아니, 까무라치기는 무슨.

그대로 정신이 모조리 파괴되어 백치가 되어 버렸다.

‘설마 그래서 금제가 풀린 거였나?’

문태범은 어째서인지 경기 지역의 판데모니움 위치를 술술 불었다.

묻는 말에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다.

덕분에 시우는 경기 지역 전체를 초토화시킬 수 있었다.

시우가 이시스의 현실조작[現實操作](SSS)으로 문태범의 금제를 푼 것이 아니었다.

해서 처음엔 판데모니움의 파열급 간부는 금제가 걸려 있지 않은 건가 싶었다.

그런데 지금 보니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헤라클레스가 금제를 풀었던 것.

정확히는 금제를 박살 내 버린 것이었다.

[마법사라 그런가? 약골도 그런 약골이 없더라.]

[나 때는 안 그랬는데 말이야.]

헤라클레스는 다시 한 번 혀를 차 보였다.

헤라클레스가 말하는 마법사는 상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것도 좀 많이.

그런데 음.

그게 그냥 꺼지라는 한 마디에 그렇게 된 거였어?

정신이 모조리 파괴된 것도 모자라 금제까지 박살 나 버린 게?

사실 문태범은 시우에게도 까다로운 상대였다.

굉장히 수준 높은 마법사.

시작부터 괴력천멸권을 날리고 시작해서 망정이지.

제대로 붙었다면 시우도 고전을 면치 못했을 상대였다.

그런 마법사를 헤라클레스는 꺼지라는 한 마디로 박살 내 버렸다.

과연.

법칙 자체가 통용되지 않는 초월의 힘(力).

다른 의미로 현실조작[現實操作](SSS)과 다를 바가 없었다.

확실히 이시스보다 헤라클레스의 신투술[神鬪術](SSS)이 한 수 위였다.

그런 의미로.

“......”

개기지 말자.

절대로. 그 어떠한 일이 있어도.

PT가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헤라클레스한테는 개기지 말자.

시우는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그리고 바로 그때.

띠링!

<헤라클레스 운동을 수행하였습니다.>

스마트폰 화면 위로 알림창이 떠올랐다.

문태범과의 전투 이후 괴력[怪力](SS)의 숙련도는 30%를 넘어설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괴력[怪力](SS) 숙련도 30.024%[+0.002%]>

벼룩의 오줌만큼이나 숙련도가 올라 있었다.

0.002%

이건 벼룩의 오줌도 아니었다.

짚신벌레의 각질 정도는 되려나?

“어…라?”

뭔가 잘못된 것 같았다.

그것도 아주 많이 말이다.

[왜?]

헤라클레스가 궁금한 표정으로 물어왔다.

시우는 달뜬 호흡을 진정시키고는 말했다.

“...어째서인지, 숙련도가 짚신벌레 각질만큼밖에 올라서요.”

[얼만큼 올랐는데?]

“0.002%요.”

[진짜 아메바 코딱지 수준인데?]

헤라클레스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이윽고 헤라클레스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번에도 손으로 턱을 매만지는 자세였다.

그리고 역시나 접히지 않는 이두근 때문에 애먹은 허공만 짚고 있었다.

왜 매번 되지도 않는 저 자세를 취해야 하는 걸까.

…에이, 알게 뭐람.

[아무래도 때가 된 모양이네.]

갑자기 헤라클레스가 의미심장한 말을 해 왔다.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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