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화.
히드라 채널의 멤버십을 가입함으로써 얻은 개성.
<맹독[猛毒](SS+)을 습득합니다.>
“심플한데.”
굉장히 심플했다.
내심 ‘신살(神殺)의 독(毒)’이라는 같은 개성이 나올 줄 알았건만.
“등급은… SS+네.”
그래도 심플한 이름과는 달리 등급은 굉장히 높았다.
높은 정도가 아니라 미친 수준이었다.
헤르메스의 초신속[超迅速](SS+).
그것과 같은 등급이니 말이다.
물론 SSS등급에 비해 낮은 등급이긴 했다.
하지만 그건 SSS등급이 미친 것일 뿐.
SS+가 낮은 등급이라는 뜻은 결코 아니었다.
애초에 SSS등급은 갓튜브 내에서도 최강, 최고에게만 붙는 등급이니 말이다.
SS+는 그런 SSS등급에 버금가는 등급.
일례로 헤라클레스가 말하길.
헤르메스가 마음먹고 도망치면 헤라클레스조차 잡을 수가 없다고 했었다.
그런 헤르메스의 능력 등급이 SS+였다.
이것만 봐도 SS+등급은 높은 등급임을 알 수 있었다.
“또 어떻게 활용하냐에 따라 달라지니까.”
그리고 마냥 등급이 전부가 아니었다.
그 능력을 어떻게 갈고닦느냐.
그것에 따라 위력은 천차만별이었다.
조북천의 가속(S-)이 그러하지 않았는가.
시우는 조북천이 가속(S-)을 활용하는 것을 착안.
헤르메스의 초신속[超迅速](SS+)을 거진 새로운 능력으로 진화시킬 수 있었다.
속도를 단순히 움직임만이 아닌, 인지의 영역으로 확장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히드라의 맹독 또한 어떻게 활용해서 진화시킬 수 있을지 몰랐다.
등급은 단순히 등급일 뿐.
모든 것을 재단하는 것은 아니었다.
현실은 게임처럼 능력치가 정해진 세상이 아니었으니까.
어쨌든.
개성을 배웠으니 달라진 것이 있을 터.
“음….”
시우는 차분히 몸 상태를 확인했다.
그런데.
“...뭐가 달라졌지.”
딱히 달라진 게 없었다.
정확히는 어떤 부분이 달라진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히드라의 독은 쓸개집과 피였으니까….”
그런 히드라의 힘을 배웠다는 것.
“내 피가 독성을 지니게 된 건가?”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시우는 잠깐의 고민 끝에 아공간 주머니에서 목갑을 꺼내었다.
목갑 속, 자그마한 침을 꺼내 손가락을 찔렀다.
그러나 손가락 끝으로 빨간 피가 송글송글 맺혔다.
시우는 손가락에 맺힌 피를 모루에 가져다 대었다.
그러자.
“...변화가 없는데.”
별다른 현상이 없었다.
그러니까 치이익, 하며 모루가 녹는 현상이 보이질 않았다.
“아직 숙련도가 낮아서 그런 건가?”
싶은 생각과 동시에.
“아니면 독의 개념이 다른 건가?”
화타가 언급한 독(毒)이라는 개념이 문득 떠 올랐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독(毒).
그것은 대체로 강한 산성을 띠고 있었다.
해서 닿는 무엇이든 녹여 버리는 성질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그건 엄밀히 말하면 독(毒)의 성질이 아니었다.
언젠가, 화타가 말하길.
[독의 체계는 신경, 세포막, 적혈구 등.]
[생명의 세포 단위 활동 혹은 생체 작용을 방해하는 것이오.]
한마디로 독(毒)은 물리적으로는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
금속을 녹이거나 하는 산성의 성질을 띠지 않는다.
이에 화타가 첨언하길.
[그런 의미로 가장 무섭고 강력한 독은 무색무취(無色無臭)의 독이오.]
아무런 색도, 냄새도, 형체도 없는 독.
그렇기에 중독되었는지조차 알 수가 없는 독.
무형지독(無形之毒)이야말로 독(毒)의 정점이라 화타는 말했다.
그런 의미로.
“히드라 독도 그런 건가?”
이렇게 생각해 보니 그런 것 같았다.
통찰력(S+) 또한 이쪽에 더 가능성을 두었다.
하지만 확실하지는 않은 일.
“한 번 확인해 봐야겠다.”
시우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김이준은 오늘도 이해라는 것을 할 수가 없었다.
요즘 들어 계속 드는 생각이긴 했다.
그러나 오늘은 그 생각이 정점에 달했다.
“그… 저, 형님.”
김이준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시우에게 물었다.
시우는 답을 해 오지 않았다.
시선 속, 시우는 데빌둠 하운드 한 마리를 잡고 있었다.
과거, 인류를 사냥했던 마계의 사냥개.
데빌둠 하운드(Devildom Hound).
등급만 무려 B+등급의 마물.
그런데 뭐.
시우 앞에서는 그냥 한 마리의 개일 뿐이었다.
그렇기에 딱히 이상하지 않았다.
시우가 데빌둠 하운드를 잡고 있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그런데.
“대체 왜 형님의 피를 데빌둠 하운드에게 먹이는 겁니까?”
이건 대체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하는 것일까.
문자 뜻 그대로였다.
시우는 자신의 피를 데빌둠 하운드에게 먹이고 있었다.
“응? 아, 이거? 잠깐 확인해 볼 게 있어서.”
시우는 대충 대답하며 자신의 피를 데빌둠 하운드의 아가리에 흘려 넣었다.
키엑─! 키에엑!
그러자 붙잡힌 데빌둠 하운드가 격렬히 반항해 왔다.
하지만.
“가만히 있어 봐.”
꽈득!
시우가 가볍게 힘을 주자 깨갱!
데빌둠 하운드가 맥을 못 추었다.
그렇게 또옥.
한 방울의 피가 데빌둠 하운드 아가리에 흘러 들어갔다.
그 순간.
캬흐르륵하륵!
햐흐륵민르기늗!
데빌둠 하운드가 자지러지기 시작했다.
아니, 저걸 자지러진다… 라고 말해야 할까.
캬핡뒥나가둘미낟!
뭍에 나온 활어도 저 정도는 아닐 터였다.
그야말로 팔딱팔딱.
휄닏차마지다무미늗!!
생지랄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끔찍한 고통을 행위 예술로서 승화하고 있었다.
시우의 피가 그렇게 맛이 없나?
김이준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오. 역시 이런 종류의 독이었구나.”
시우는 아주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
김이준은 여전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자니.
“이준아, 아까 채집한 약초들 어디다 뒀어?”
시우가 김이준에게 물어 왔다.
어느새 데빌둠 하운드는 거품을 물고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
김이준은 이걸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데빌둠 하운드는 B+등급의 마물이다.
몬스터가 아닌 마물.
그러니까 마계의 짐승이었다.
과거, 지구를 침공했던 마계.
마계의 짐승들은 대체로 강인했다.
마계라는 환경 자체가 그렇게 만든 것인지.
아니면 마물들의 특성이 그러한 것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마계의 짐승들은 강인했다.
그러한 특징 때문에 웬만한 독에도 끄덕이 없었다.
지구에 존재하는 맹독성의 동물들.
특히 뱀의 독.
마계의 짐승들은 그런 독에 전혀 중독되지 않았다.
지구 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독에도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핡, 퀥탋…!
거품을 문 채 바닥에 널브러져 꿈틀거리는 데빌둠 하운드.
마계의 언어인지 뭔지 모를 비명을 뱉고 있는 데빌둠 하운드.
정말이지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거… 저쪽에 따로 모아 두었습니다.”
김이준은 손가락으로 한쪽을 가리켰다.
그곳엔 이름 모를 약초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던전은 지구와 다른 차원의 공간.
던전에는 지구에 없는 약초들이 자생하고 있었다.
시우는 던전 레이드를 통해 장비 재료 파밍과 탕약 재료를 자체적으로 수급하고 있었다.
물론 약초는 그리 많이 채집할 수는 없었다.
시우는 약초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더니 문득.
“이건 왜 따로 둔 거야?”
시우가 다시 한쪽을 가리키며 물어 왔다.
김이준은 그것을 확인하고는 답했다.
“아, 그건 독초입니다, 형님. 먹으면 1시간 내로 오장육부가 녹아내리는 맹독초요. 따로 둔 게 아니라 버려둔 겁니다.”
손만 대도 두드러기가 올라오는 독초.
당연하게도 약초로 사용할 수 없는 종류였다.
또한 김이준도 쉬이 감당할 수 없는 독초였다.
초재생의 능력이라도 독(毒)에 대한 내성은 없었으니까.
독은 김이준의 유일한 약점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제가 독초에 대해서는 나름 빠삭합니다.”
그래서 독에 대해서 많은 공부를 해 둔 김이준이었다.
김이준은 잘했지 않냐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어질 시우의 칭찬에 약간 설레는 마음도 일었다.
그런데 웬걸.
“이걸 왜 버려?”
시우가 별 해괴망측한 말을 해 왔다?
“...예?”
김이준은 뭔가 싶었다.
왜 버리냐니.
당연히 버려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진짜 웬걸.
“이 귀한 걸 왜 버려?”
그러더니 성큼.
시우가 독초를 한 움쿰 집더니 와그작.
입 안에 넣고 씹기 시작했다!
“혀, 형님!!”
김이준이 황급히 시우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꿀꺽.
시우가 금세 독초를 목구멍으로 넘겨 버렸다.
그리고.
“...좀 씁쓸한데?”
씁쓸…해?
먹으면 오장육부가 녹아내리는 그 독초가?
김이준은 진짜 뭔가 싶었다.
아니, 진짜로.
“괜찮…으십니까? 속이 녹아내리시지 않으세요?”
“딱히?”
시우는 대수롭지 않게 말해 왔다.
그리고 정말로 괜찮아 보이긴 했다.
그러니까 오장육부가 녹아내리는 것 같지 않았다.
아니, 되려.
“에이, 0.02%밖에 안 오르네.”
시우는 잔뜩 실망한 표정을 지어 보일 뿐이었다.
그리고 다시 우그적.
독초를 한 움쿰 집어 씹어 넘겼다.
그런 시우의 모습 때문일까.
김이준은 확신할 수 있었다.
역시.
“이준아, 저기 가서 독초 좀 더 캐 와라.”
이번 생은 이해라는 것을 포기해야 할 듯 싶었다.
* * *
띠링!
<맹독[猛毒](SS+) 숙련도 1.7%[+1.7%]>
스마트폰 화면 위로 떠오른 알림창.
“독초만 먹었는데 1.7%라….”
정확히는 독초란 독초를 죄다 먹었다.
1시간 내에 오장육부가 녹아내리는 독초.
전신의 신경을 모두 파괴시키는 독초.
뇌세포를 갉아 먹는 독초 등.
치명적인 독초란 독초는 모두 먹었다.
그 때문일까.
“윽. 배 터질 것 같네.”
배가 너무 불렀다.
“독성 때문이 아니라 배가 터져서 죽을 것 같은데.”
농담이 아니라 정말 그러할 것 같았다.
시우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흘렸다.
“히드라 채널의 멤버십에 가입하길 잘했네.”
히드라의 맹독[猛毒](SS+).
예상대로 어떠한 독성조차 시우를 범접할 수가 없었다.
“어째 히드라의 맹독에 다 정화되는 것 같던데.”
독초가 시우의 체내를 중독시키려다가 되려 히드라의 맹독에 당하고 있었다.
이독제독(以毒制毒).
히드라의 맹독으로 독을 없애 버리는 격이었다.
아무튼.
“더 많은 독초를 먹어야겠는데.”
본격적으로 환골탈태를 위한 준비를 해야 했다.
던전에서 채집하고 있기는 하지만 한계가 있었다.
그렇기에 시우는 한 사람을 찾고 있었다.
바로 그때.
딸랑.
“저 왔어요!”
공방의 문이 열리며 소은이 안으로 들어왔다.
이 정도면 호랑이가 아닐까 싶었다.
외모는 활기찬 강아지와 같았지만 말이다.
“소은 씨, 오셨어요?”
“엣? 시우 씨도 계셨네요?”
시우를 발견한 소은이 화들짝 놀라 보였다.
“뭘 그렇게 놀라세요?”
“아니… 그게 시우 씨가 있을 줄 몰라서요.”
“저 요즘은 빠짐없이 공방에 출석하고 있습니다만.”
아닌 게 아니라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있었다.
다름 아닌 오리할콘의 장비.
오렐리안이 오는 그 즉시 시우의 장비를 만들고자 모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건 그렇지만….”
소은이 잠깐 말을 흐렸다.
그리고는 혀를 살짝, 깨물며 답했다.
“아무래도 시우 씨가 인기 스타가 되어 가지고 낯설어서 그랬나봐요.”
“인기 스타요? 아.”
다름 아닌 오렐리안과 한채린의 사건.
그 일이 아직도 떠들썩 했다.
“뭔가, 예전보다 멀어진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할까요….”
소은의 속눈썹이 살짝 아래로 향했다.
그러다 잠시.
“아무것도 아니에요.”
소은은 자기가 무슨 말을 하냐는 듯 손을 휘휘, 내저었다.
시우는 그런 소은에게 말했다.
“멀어지긴요. 저 소은 씨랑 멀어지면 안 됩니다. 지금도 소은 씨께 부탁이 있는걸요.”
“부탁이요?”
“네.”
“그게 무엇이죠?!”
그러자 갑자기 소은이 얼굴을 들이 밀었다.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운 거리.
아니나 다를까 소은이 앗! 하며….
“뭐든 말만 하세요!”
물러나지 않았다?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 소은의 모습.
그 당돌한 모습에 되려 시우가 당황스러웠다.
시우는 뒤로 반걸음 물러나며 말했다.
“혹시 약초들 구하시면서 이것들도 같이 구해 주실 수 있나요?”
시우는 품 속에서 한 장의 종이를 꺼내 소은에게 건넸다.
소은은 재빠르게 받아들더니 그 안의 내용을 확인했다.
“투구꽃, 엔젤 트럼펫, 협죽도, 반하, 괴불 주머니, 천남성….”
목록에 적힌 것들을 읽어 내려갈 때마다 소은의 표정이 아리송해졌다.
마치 왜 이걸…? 이라고 묻는 것만 같았다.
“이거 전부 독초들인데요?”
아니나 다를까 소은이 시우에게 물어 왔다.
“대체 이 독초들을 어디에 쓰시려고요?”
“음….”
시우는 이걸 뭐라 답해야 할지 고민이 들었다.
사실 숨길 이유는 없었다.
그러나 뭐라 설명을 해야 할지 난감했다.
굳이 말하자면….
“임상 실험이요.”
“......에?”
소은의 고개가 좌로 기울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임상 실험이라는 시우의 말.
언제 한 번 들어본 기억이… 있던 것 같았다.
그런데 예나 지금이나.
“...에에?”
여전히 이해할 수가 없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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