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화.
소은은 생각보다 금방 독초들을 구해다 주었다.
만사 제치고 시우의 부탁을 최우선적으로 처리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시우는 생각보다 빨리 환골탈태를 위한 준비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독초값이 생각보다 비싸네….”
독초라 할지라도 그 쓰임새가 없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독초는 독초였기에 그 수량이 많지 않았다.
사람들이 채집 자체를 잘 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수요와 공급의 법칙.
공급량이 현격히 적으니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었다.
“무슨 독초값이 2억 원이나 해….”
그래도 이건 좀….
물론 시우가 사들인 독초의 양은 상당히 많았다.
시중에 풀린 독초들을 거진 쓸어 담다시피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심지어 이번 한 번으로 끝날 일이 아니었다.
환골탈태를 할 때까지 계속 사들여야 했다.
해서 약값으로만 매달 5억 원에 달하는 지출이 생겨 버렸다.
“과외비를 인상 안 했으면….”
돈에 허덕이다 못해 굶어 죽지 않았을까.
어쨌든.
펄럭펄럭.
시우는 부채질을 하며 탕약을 달이고 있었다.
주변으로는 수많은 도구들이 있었다.
시우가 신[神]의 야금술(SS)로 직접 만든 탕약 제조기들이었다
비단 탕약 제조기뿐만이 아니었다.
아공간 주머니에 항상 가지고 다니는 침(針).
웬만한 도구들은 시우가 직접 만들어 사용하고 있었다.
그 때문일까.
“신의 야금술 때문에 그런가. 도구의 효과가 더 증폭되는 것 같단 말이지.”
덕분에 침술과 탕약 제조의 효과가 더 좋아지는 성능이 있었다.
펄럭펄럭.
지금 이 부채도 말이다.
시우는 부채질을 거듭하며 탕약을 달였다.
그리고 얼마 간의 시간이 지났을까.
띠링!
<기본 영약을 제작했습니다.>
“응?”
떠오른 알림창에 시우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영약…이라고?”
영약(靈藥).
영묘한 효험이 있는 약을 일컫는 말이었다.
그 효과는 영약마다 다르나 공통적으로 강력한 마나의 힘이 잠재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쉬이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정확히는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대표적으로 공청석유(空靑石油)라는 영약이 있다.
이 영약은 자연의 기운이 흩어지지 않고 쌓이는 특별한 장소.
그 장소에서 자연지기가 오랜 세월 농축되어 떨어지는 한 방울의 물.
그 한 방울의 물이 또 아주 오랜 세월 모여 만들어지는 것이 바로 공청석유(空靑石油)였다.
소문으로는 먹기만 하면 일반인도 S급 헌터에 이르는 힘을 얻을 수 있을 정도라 알려져 있었다.
가히 개사기.
영약은 그러한 종류였다.
대자연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희대의 보물.
그런데 지금 무슨….
띠링!
<영약 제조의 기초를 습득했습니다.>
<신의술[神醫術](S+) 숙련도가 크게 상승합니다.>
<신의술[神醫術](S+) 숙련도 55.881%[+5.8%]>
뒤이어 수많은 알림창이 화면 위로 떠올랐다.
아무래도… 가능한 모양인 듯 싶었다.
“화타는 영약을 만드는 것이 가능한가 보네.”
과연 죽은 자도 살려낸다는 신의(神醫)라는 걸까.
화타는 과연 화타라 할 수 있었다.
“독초를 다루는 것부터가 신의술의 진짜라고 하더니.”
시우는 화타의 말을 뼈저리게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독초로 달인 영약을 먹을 수 있나?
이 물음은 차치하고서라도 말이다.
하지만 뭐.
시우에게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히드라의 맹독[猛毒](SS+).
그 어떠한 독성도 시우에겐 통하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한 번 먹어 볼까.”
시우는 완성된 탕약.
그러니까 기초 영약을 들어 보였다.
그릇에는 펄펄, 끓는 녹색의 걸쭉한 액체가 담겨 있었다.
“......”
확실히 사람이 먹을 만한 것은 절대 아니었다.
척 봐도 나 독약이에요!
먹으면 깨꼬닥 죽어요!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뭐 어쩌랴.
시우는 두 눈을 질끈!
녹색의 액체를 그대로 들이켰다.
꿀꺽꿀꺽.
목구멍을 타고 걸쭉한 액체가 무리 없이 넘어─.
“우웨웩.”
시우는 끝까지 삼키지 못하고 토해 버렸다.
진짜 더럽게 맛이 없었다.
진짜… 진짜로.
“우웨에엑!”
사람이 먹을 만한 맛이 아니었다!
시우는 계속해서 헛구역질을 반복했다.
물론 독성에 중독된 것은 아니었다.
그냥 맛 자체가 없었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맛.
굳이 표현하자면….
오우거 방귀 맛이 났다.
물론 오우거 방귀를 먹어본 적은 없었다.
그러나 분명 이러한 맛이 날 것 같았다.
방귀를 먹을 수 있나? 라는 물음은 일단 제껴두고 말이다.
“우웨에엑.”
사람이 먹을 만한 맛은 결코 아니었다.
맛도 하나의 독이라면 이건 치명적인 독이었다.
그냥 독초를 씹어먹을 때는 이렇지 않았거늘.
“왜 탕약으로만 만들면… 우욱! 맛이 이 모양이 되는 건데….”
그래도 뭐.
충격적인 맛만큼 효과는 확실했다.
띠링!
<기본 영약을 복용했습니다.>
<신체의 능력이 전반적으로 상승됩니다.>
그러더니 다시 한 번 띠링!
<맹독[猛毒](SS+) 숙련도 2.2%[+0.5%]>
<괴력[怪力](SS) 숙련도 30.144%[+0.12%]>
<통찰력(S+) 숙련도 62.95%[+0.05%]>
관련한 숙련도가 주르륵, 상승했다.
그 중에서도 괴력[怪力](SS) 숙련도가 0.12%나 올랐다.
아메바 각질이 아니라 벼룩의 간만큼이나 올랐다.
이 말은 즉.
재능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뜻과 다름 없었다.
아니, 그건 그렇고.
“통찰력은 왜 오르는 건데?”
충격적인 맛에 머리가 개화한 건가?
…에이, 알게 뭐람.
“어쨌든. 앞으로도 계속 이 방귀를 먹어야만 한다는 건데….”
짚신벌레 각질만큼 오르던 숙련도가 쥐 오줌만큼 돌아오긴 했었다.
그러나 한계를 완전히 뚫은 건 아니었다.
계속해서 이 오우거 방구를 먹어야만 지속적으로 한계치를 뚫을 수 있었다.
그 때문일까.
“하아….”
시우는 절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왜 항상 몸에 좋은 건 맛이 없는 건지 원.”
만고불변의 법칙이었다.
살찌고 건강에 나쁜 건 맛있고.
건강에 좋은 건 더럽게 맛이 없었다.
누가 세계의 법칙으로 규정이라도 한 것인지─.
그러다 문득.
“...현실조작으로 맛을 바꿀 수 있나?”
한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이상하리만치 몸에 좋은 건 죄다 맛이 없었다.
세계의 법칙으로 규정한 것처럼 말이다.
물론 정말로 법칙으로 규정된 것은 아닐 터였다.
하지만.
“맛을 현실조작으로 바꿀 수도 있지 않나?”
법칙 자체를 개변할 필요도 없었다.
단지 시우가 먹는 탕약.
이 탕약의 맛만이라도 바꿀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했다.
“음….”
시우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시스의 현실조작[現實操作](SSS)으로 탕약의 맛을 바꾼다.
그럼 탕약의 맛도 좋아지고.
겸사겸사 이시스의 현실조작[現實操作](SSS) 숙련도도 올릴 수 있고.
“개꿀인데?”
진짜 개꿀이었다.
문득 떠오른 생각이었는데 상당히 괜찮았다.
고민할 것이 무얼까.
“해 보자.”
시우는 곧장 작업에 들어갔다.
그리고.
<기본 영약을 제작했습니다.>
금방 영약 하나를 만들 수 있었다.
보글보글 끓는 녹색의 걸쭉한 액체.
시우는 가만히 두 눈을 감았다.
그리고 이시스의 현실조작[現實操作](SSS)을 발동시켰다.
우우우웅─!
주변의 공기가 짙게 떨려 왔다.
“끄윽…!”
거대한 반동이 시우를 짓눌러 왔다.
그러나 시우는 이를 까득, 깨물며 정신을 붙잡았다.
머릿속으로는 최면을 걸듯 중얼거렸다.
‘이건 콜라다. 이건 달콤한 콜라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띠링!
<현실조작[現實操作](SSS) 숙련도 2.25%[+0.15%]>
스마트폰의 알림음이 들려왔다.
“후우…!”
시우는 그때서야 긴장을 풀 수 있었다.
여전히 아찔한 정신에 머리가 아파 왔다.
“단순히 맛을 개변시키는 건데도 반동이 이 정도이니….”
역시나 쉽게 사용할 수 없는 힘이었다.
어쨌든.
이제 이 탕약은 달콤한 콜라가 되었을 터.
시우는 거침없이 탕약을 들이켰다.
그리고.
“우욱…!”
그대로 토해 버렸다.
그 이유를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었다.
오우거 방귀에 강력한 탄산이 추가된 맛.
“우웩…!”
아무래도 맛을 완전히 개변시키기엔 숙련도가 턱없이 부족한 모양이었다.
그래도 뭐.
“탄산이… 추가되기는 했으니까… 우엑!”
더불어 현실조작[現實操作](SSS)의 숙련도도 오르지 않았는가.
계속하다 보면 언젠가 맛 자체를 개변시킬 수 있을 터였다.
물론.
“우웨에에엑!”
그때까지는 오우거 탄산 방귀를 먹어야만 하겠지만 말이다.
* * *
오우거의 탄산 방귀를 맛본 충격도 잠시.
띠링!
<혈액 건강제를 만들었습니다.>
시우는 서아를 위한 탕약을 제조했다.
열기가 모락모락, 올라오는 탕약.
시우는 탕약의 열기를 적당히 식혔다.
이시스의 현실조작[現實操作](SSS)은 사용하지 않았다.
아직 숙련도가 부족한 지금.
되려 괴랄한 맛이 되어 버리니 말이다.
“서아야, 나와서 약 먹어.”
그러자 달칵.
방 문이 열리며 서아가 얼굴을 빼꼼 내밀었다.
그리고는 뽈뽈, 걸음으로 시우에게 다가왔다.
서아의 얼굴엔 여기저기 물감이 묻어 있었다.
방 안에서 대학 입시를 위한 그림 연습을 하고 있었던 걸까.
물론 아직 대학 입시까지는 멀긴 했다.
애초에 검정고시 시험도 치르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미리 준비해 둬서 나쁠 건 없었다.
서아가 나온 방 안에서 흑돌이도 슬금슬금, 나왔다.
흑돌이 또한 여기저기 물감이 묻어 있었다.
아무래도 서아 옆에서 놀다가 물감이 묻은 것 같았다.
아니면 서아가 흑돌이를 대상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었던가.
“적당히 식혔으니까 그냥 마시면 돼.”
시우가 탕약을 건네자 서아가 조심스레 탕약을 받았다.
그리고 정갈하게 무릎을 끓으며 세상 비장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뭐하는 건데?
싶은 생각도 잠시.
“오빠. 흑돌아. 그 동안 고마웠어!”
이윽고 두 눈을 질끈!
서아가 탕약을 꿀꺽꿀꺽 삼켰다.
그리고.
“브에에에….”
서아가 오만상을 찌푸리며 혀를 내밀었다.
그리고 방금 전, 비장했던 표정.
탕약의 맛이 없다는 것을 서아의 세계관 식으로 표현한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체육 시간에 신은 양말 맛이 나….”
서아가 혀를 베에, 내밀며 말했다.
그런데 참….
“체육 시간에 신은 양말을 먹어 봤어?”
“아니이….”
서아가 도리도리, 고개를 저어 보였다.
하기사, 학교 생활도 제대로 못한 서아가 체육 시간에 신은 양말을 먹어봤을 리가 없지 않은가.
“하지마안… 분명 이런 맛이 날거야아아… 분명히이….”
서아는 아주 울상이 다 되어 있었다.
정말이지 서아의 세계관은 시우도 알 수가 없었다.
그래도 뭐.
‘오우거 방귀 맛보다는 나으니까.’
아니, 나은 게 맞는 걸까?
“브에에에….”
서아의 세계관을 알 수가 없으니 확신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었다.
‘서아가 많이 좋아졌어.’
서아의 상태가 굉장히 좋아졌다는 것.
50%가 넘은 신의술[神醫術](S+) 숙련도.
아직 서아의 혈사병을 완전히 치료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현재로서 그 실마리를 어느 정도 잡을 수 있었다.
더하여 영약 제조술도 습득한 지금.
‘올해 안에 서아의 병을 치료할 수 있어.’
시우는 그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바로 그때.
케에에….
한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바라본 그곳.
그곳엔 흑돌이가 케에에….
오만상을 찌푸리며 머리를 마구 흔들며 푸훽! 푸힝!
재채기 비슷한 것을 하고 있었다.
그런 흑돌이의 옆에는 서아가 먹던 탕약 그릇이 놓여 있었다.
어째, 탕약이 맛있어 보였던 걸까.
흑돌이가 그릇에 약간 남아 있던 탕약을 핥아 먹은 것 같았다.
그래서일까.
“브에에에….”
케에에에….
서아와 흑돌이가 번갈아 가며 울상을 지어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하하하하하!”
도무지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
띠링!
<허가되지 않은 존재가 접근 중입니다.>
갓튜브의 스마트폰이 울려왔다.
누구지? 싶은 생각도 잠시.
띵동.
-실례합니다. 저는 채린 아가씨의 비서, 김민재라고 합니다.
현관문 너머.
한채린의 비서, 김민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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