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화.
“아, 그게….”
시우의 말에 오렐리안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당연할 수 있겠지만 오렐리안은 한국말을 몰랐다.
그래서일까.
“그게….”
시우는 이걸 뭐라 답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물론 통역사가 없었기에 답을 해도 의미가 없었다.
그런데 통역사가 있다 해도 마찬가지였다.
“저도 잘….”
시우도 잘 몰랐으니까.
정확히는 이게 맞는 건가?
시우도 굉장히 의심스러웠다.
그런 시우의 모습 때문일까.
오렐리안의 경호원들이 기세를 끌어올렸다.
험악한 표정으로 시우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던전은 고립된 공간이다.
어떤 일이 벌어져도 밖에서는 알 도리가 없는 곳.
목격자가 없으면 암살이나 마찬가지였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한국이나, 프랑스나.
던전이 범죄의 장소로 활용되는 건 똑같았다.
그런 던전에 시우가 다짜고짜 데려온 상황이다.
가뜩이나 오렐리안은 한국에서 납치까지 당했던 상황.
경계를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있나.
해서 오해를 풀려고 하자니.
“이게 참….”
시우도 어떻게 오해를 풀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나마 할 수 있는 말은 이것 하나였다.
“오리할콘을 제련하기… 위해서요?”
오렐리안은 시우가 오리할콘을 제련하는 과정을 참관해도 되냐고 요청해 왔었다.
시우는 그 요청에 따라 오렐리안을 던전에 데려온 것이었다.
하지만 역시나.
“......?”
오렐리안은 의아한 표정을 지어보일 뿐이었다.
‘...에이, 모르겠다.’
시우는 결국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애초에 대화 자체가 통하질 않는데 설명은 뭔 놈의 설명이란 말인가.
다른 걸 다 떠나, 시우 스스로가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무슨 설명을 한단 말인가.
시우는 끝내 설명을 포기해 버렸다.
대신 손에 든 오리할콘을 살며시 땅에 내려놓았다.
주홍빛을 띤 신비스러운 광석.
오리할콘은 극강의 강도로 인해 변형이 되질 않는 금속이었다.
헤파이스토스의 영상을 지켜본 바.
묠니르로도 쉽사리 흠집을 낼 수가 없지 않았는가.
그 말은 즉.
묠니르의 타격으로도 쉽게 제련을 할 수 없는 금속이라는 뜻이다.
이를 반대로 말하면.
‘묠니르 정도의 타격을 줘야 제련이 된다는 거잖아.’
그런데 이게 참….
‘그게 가능하겠냐고.’
북유럽 신화에서도 최고라 평가받는 묠니르.
묠니르의 한 방 충격은 모든 것을 박살 낸다.
괜히 이름이 묠니르(Mjolnir).
‘박살 내는 것’이라 붙여진 것이 아니었다.
실제로 북유럽 신화에서 묠니르의 한 방을 버텨낸 존재가 없었다.
거인, 괴물, 용족 등.
수많은 신화적인 괴물들이 묠니르의 한 방에 뚝배기가 박살 난다.
세계를 삼키는 뱀, 요르문간드조차 묠니르의 한 방을 버티질 못했다.
북유럽 신화에서 괜히 최고라 평가받는 망치가 아니었다.
그런데 오리할콘은 묠니르를 버텼다.
그것도 한 방이 아니라 수십 번의 내려침에도 꿋꿋이 버텼다.
물론 변형은 일어나긴 했다만 고작 변형 정도에 그친 수준이었다.
‘그동안 오리할콘을 아무도 제련할 수 없었다더니….’
그 이유가 별반 다른 데 있지 않았다.
따라서 방법은 하나 였다.
‘묠니르로 오리할콘을 제련을 해야 한다는 건데….’
그런 토르의 망치를 어떻게 구한단 말인가.
토르한테서 빌려 올 수도 없고.
‘...헤라클레스한테 부탁해 볼까?’
음.
지금 생각해 보니….
‘괜찮은데?’
나름 나쁘지 않은 방법이었다.
하지만 뭐.
‘에이, 됐다.’
시우는 금방 생각을 털어 내었다.
토르가 묠니르를 빌려주지도 않을뿐더러.
설령 빌려준다고 한들.
묠니르를 받을 방법도 없었다.
‘헤라클레스는 여기에 올 수가 없으니까.’
여러모로 묠니르를 구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굳이 묠니르가 아니더라도 오리할콘으로 만든 망치 정도면….’
어찌 제련이 가능할 것 같았다.
오리할콘으로 만든 단조 망치.
그것이 있으면 오리할콘을 제련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리할콘 망치 정도는 시우가 직접 만들 수 있었다.
그런데 오리할콘 망치를 만들려고 보니….
‘오리할콘을 제련해야 하잖아.’
다시 오리할콘을 제련해야 했다.
그러면 이게 또 오리할콘으로 만든 망치가 필─.
‘말장난도 아니고.’
모순(矛盾)도 이런 모순이 없었다.
무엇이든 뚫어내는 창(矛).
무엇이든 막아내는 방패(盾).
그 둘의 대결도 이 정도는 아닐 터였다.
그래서 시우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그리하여 통찰력(S+).
마주한 현상의 본질을 꿰뚫으며 시우는 끝내 한 가지 답을 내릴 수 있었다.
그 답이 바로.
이 던전이었다.
오리할콘을 제련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이 던전이었다.
여전히 이게 맞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유일한 가능성이라 할 수 있었다.
하여 지금.
“후우…!”
시우는 크게 호흡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천천히.
오른발을 크게 들어 올렸다.
콰아아아아─!!
한 마리의 용이 시우의 오른발에 휘감겨 왔다.
오리할콘을 제련하기 위한 모순.
그 모순에 대한 답.
‘핵심은 묠니르의 충격량인 거니까.’
묠니르를 구할 수 없다면.
시우 스스로 묠니르가 된다.
콰아아아아아─!!
들끓는 포악한 힘이 시우의 전신에서 터져 나왔다.
시우는 그 힘을 오롯이 하체에 담았다.
들어 올린 오른발을 아래로 내리찍음에.
휘감겨 오른 용이 거대한 아가리를 쩌억!
오리할콘을 향해 쇄도해 갔다.
헤라클레스 신투술(神鬪術).
제 1식(第 一式).
낙룡각(落龍脚).
꽈아아아아아아앙!!!
천지가 뒤집어지는 폭발이 터져 나왔다.
그리하여 펼쳐진 광경.
풍경 전체가 반으로 쪼개져 있었다.
키, 키에…?
실로 압도적인 풍경에 몬스터들이 모두 제자리에 굳어 버렸다.
흉포한 괴성은 온데간데 없이 그저 입을 쩌억, 벌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광경을 지켜보던 오렐리안.
“????????”
오렐리안의 표정에서 ‘이해’라는 개념이 증발해 버렸다.
마지막으로 오렐리안을 경호하던 이들.
최소 A급 이상의 실력자들로 이루어진 경호원들.
“......!!!!!”
“......!!!!!”
그들의 표정에는, 숨길 수 없는 경악이 새겨지고 있었다.
* * *
시우가 보았던 헤파이스토스 영상 속.
오리할콘은 묠니르로도 쉽사리 단조할 수 없었다.
설마 헤파이스토스의 힘이 약한가?
그런 물음은 당치도 않았다.
헤파이스토스는 결단코 약한 신이 아니었으니까.
물론 본업이 대장장이인지라 잘 싸우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 번 싸울 때면 정말이지 굉장한 힘을 발휘하곤 했다.
군신(軍神), 아레스를 개패듯이 두들겨 패는 한편.
가이아가 만든 최종 병기 괴수, 티폰(Τυφών).
그 티폰과의 결전에서 헤파이스토스는 크나큰 맹활약을 한다.
그리하여 그리스 로마 신화의 종말, 기간토마키아.
그 기간토마키아에서 기간테스와 맞짱 뜬 몇 안 되는 신 중 하나였다.
물론 압도적인 열세에 헤파이스토스조차 기간테스에게 밀리게 된다.
그리고 그런 기간테스들을 단신으로 모두 찢어 죽여 버린 존재가 바로 헤라클레스.
‘헤라클레스, 이 양반은 진짜….’
양파도 이런 양파가 없었다.
까면 깔수록 감탄밖에 나오지 않는 근육 양파.
인간의 몸으로 신(神)을 뛰어넘은 대영웅.
시우는 헤라클레스의 신투술을 배운 것에 한치의 후회도 없었다.
그리하여 지금.
헤라클레스 신투술[神鬪術](SSS).
그 중에서도 히드라를 짓뭉개 버렸던 제 1초식, 낙룡각(落龍脚).
이 힘이라면 충분히 묠니르와 엇비슷한 충격량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묠니르가 북유럽 신화의 최강 무기라면.
헤라클레스는 존재 자체가 그리스 로마 신화의 최강이었다.
묠니르는 무엇이든 박살 내는 망치였지만 북유럽 신화의 종말, 라그나로크만큼은 박살내지 못했다.
하지만 헤라클레스는 아니었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종말, 기간토마키아.
헤라클레스는 기간토마키아 마저 찢어 발겼다.
종말 마저 감히 어찌하지 못한 괴이스러운 힘(力).
쿠르르르르릉…!
커다란 지진이 일며 세상이 쩌저적─!
반으로 쪼개지며 붕괴되었다.
그리고 그런 붕괴되는 풍경 속.
“오.”
시우는 형태가 변형된 오리할콘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보다 자세히 오리할콘의 형태를 확인하자.
“...생각보다 변형이 심한데.”
이건 단조가 아니라 파괴 쪽에 가까워 보였다.
이 말은 즉.
“낙룡각의 힘이 묠니르보다 세구나….”
과연 법칙 자체를 파괴시키는 헤라클레스 신투술[神鬪術](SSS).
모순의 패러독스조차 파괴시켜 버린 모양이었다.
과연 헤라클레스는 헤라클레스.
“어쨌든, 신투술로 제련할 수 있네.”
다만 한 가지.
“힘 조절은 조금 해야겠는데.”
시우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현재 무리없이 시전할 수 있는 낙룡각은 1번.
무리한다면 2번까지 어찌저찌 가능은 했다만 말 그대로 무리를 한다면 이었다.
하여, 충분한 휴식을 취한 이후.
시우는 다시 오른발을 크게 들어올렸다.
콰아아아아─!!
한 마리의 용이 시우의 오른발로 휘감겨 올라왔다.
시우는 방금 전보다 힘을 한껏 덜어내며 오른발을 아래로 내리 찍었다.
헤라클레스 신투술(神鬪術).
제 1식(第 一式).
낙룡각(落龍脚).
꽈아아아아아아아아앙!!!
천지가 뒤집어지는 거대한 폭발이 터져 나왔다.
실제로도 천지가 뒤집어지며 온 세상이 찢겨졌다.
그리고.
“음… 조금 더 힘을 빼야 겠는데.”
예상한 것보다 오리할콘의 변형이 더 일어나 있었다.
그렇게 힘의 영점 조절을 확인하고 휴식을 취한 이후.
헤라클레스 신투술(神鬪術).
제 1식(第 一式).
낙룡각(落龍脚).
꽈아아아아아앙!!!
견디다 못한 세상이 폭삭, 무너져 버렸다.
그리고.
“여기서 약간 힘을 더하면 되겠다.”
시우는 가장 적절한 힘의 영점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하여 다시 낙룡각(落龍脚)을 시전하려던 찰나.
사아아아아─!!
주변의 풍경이 모래 알갱이로 흩어져 소멸하고 있었다.
대지의 토사는 거대한 짐승에게 할퀴어진 것처럼 갈가리 찢겨져 있었다.
하얗게 물든 하늘의 색.
하늘에는 거미줄과 같은 흰색 균열이 새겨져 있었다.
마치 세상을 구성하는 윤곽에 실금이라도 간 듯한 모습이었다.
“아… 던전이 망가져 버렸네.”
던전이 낙룡각의 충격을 버티지 못한 것이리라.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쩍─. 쩌적─!
파장창─!
하늘이 깨어지며 부서진 공간의 파편들이 사방으로 휘날렸다.
“낙룡각 세 번은 무리였나.”
하지만 오리할콘의 제련을 위해선 낙룡각을 시전해야 했다.
아무래도 던전을 갈아 끼워 가며 오리할콘을 제련해야 할 것 같았다.
그래도 뭐.
“던전에서 하길 잘했네.”
밖에서 이랬다고 생각해 보라.
그것도 도심 한가운데서 말이다.
“배상비가 얼마야.”
아무리 못해도 수백 억은 너끈할 터.
무엇보다 사람들이 다칠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던전은 끽해 봐야 저기.
키에에에….
몬스터들이나 바닥에 널브러져 소멸할 뿐이었다.
“공간이 부서지면 갈 아끼우면 되기도 하고.”
이 얼마나 편리한 일회용품이란 말인가.
괜히 시우가 던전에 온 것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띠링!
<헤라클레스 신투술[神鬪術](SSS) 숙련도 18.14%[+1.1%]>
겸사겸사 헤라클레스 신투술[神鬪術](SSS) 숙련도 또한 올릴 수 있고 말이다.
“그런데 상당히 많이 올랐네.”
1.1%면 거진 한 달 수련에 버금가는 숙련도였다.
쉽사리 얻을 수 없는 숙련도.
“요즘 영약을 제조해서 먹어서 그런가?”
히드라의 맹독[猛毒](SS+)을 배워 영약을 복용할 수 있는 지금.
시우의 신체는 환골탈태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힘 조절을 하면서 신투술 컨트롤을 미세하게 다룬 덕분인 것 같기도 하고.”
제련과 수련.
둘 모두를 얻을 수 있는 일석이조였다.
뭐, 아무튼.
시우는 갈라진 토사 위에 뒤덮인 오리할콘을 꺼내 들었다.
확실히 단조가 되어 가는 모습이나, 아직 부족해도 한참이나 부족했다.
“다음 던전으로 가시죠.”
시우는 그렇게 말하며 붕괴되는 던전의 공간을 가로질러 걸어갔다.
그런데 웬걸.
별다른 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시우는 걷던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뒤돌아 바라본 그곳.
그곳엔 정적이 내려앉아 있었다.
정적…?
아니, 저걸 정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사아아아아─!
공간이 모래 알갱이로 흩어져 소멸하는 풍경 속.
“??????”
오렐리안의 얼굴에는 어처구니가 빠져 있었다.
정신은 출타하지 오래인지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어이는 낙룡각과 함께 하늘로 승천해 버린 걸까.
“......!!!!”
“......!!!!”
“......!!!!”
시우를 바라보는 표정들이 하나같이 경악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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