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화.
꽈아아앙! 꽈아앙!
서씨 공방으로 터져 나오는 추가 연쇄 폭발.
“?????????”
그럴 때마다 오렐리안의 이해 또한 연쇄 폭발했다.
오렐리안의 표정에선 도무지 이해라는 개념을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날의 시우랑 똑같은 표정이었다.
다름 아닌 시우가 헤파이스토스의 영상을 볼 때의 표정.
헤파이스토스가 묠니르로 오리할콘을 단조하던 모습을 보며 느꼈던 그 심정.
그러니까 ‘뭘… 배울 수 있는 거지?’ 하는 표정을 오렐리안이 지어 보이고 있었다.
그런 오렐리안을 뒤로 한 채.
꽈아앙─!!
시우는 계속 주먹으로 오리할콘을 때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뭐지.”
시우는 뭔가 이상한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기분 탓인가? 싶었지만 그럴 리가 없었다.
직접 주먹으로 내려치고 있는 터라 착각일 수가 없었다.
“이상한데.”
뭔가 이상하다.
헤파이스토스의 표현을 잠시 빌리자면 손맛이 좋지 않았다.
시우는 단조하던 오리할콘을 확인했다.
그리고 손맛이 좋지 않은 이유를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단조가 안 돼?”
오리할콘이 단조가 되질 않고 있었다.
그 수많은 주먹질에도 전혀 변화가 없었다.
“이럴 리가 없는데?”
시우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힘이 부족했나?”
그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아니었다.
냉간 단조와 달리 열간 단조는 가공이 쉬웠다.
열을 받은 금속은 소성 변형이 일어나 조직이 유연해지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힘 자체가 모자란 건 아니었다.
냉간 단조라면 또 모를까.
열간 단조에서 괴력[怪力](SS)의 힘은 차고 넘치는 힘이었다.
애초에 괴력[怪力](SS)이 어떤 힘인데 힘이 모자라단 말인가.
그러니 분명 힘 자체는 모자라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하나.
“열이 부족했다?”
오리할콘이 충분히 달궈지지 않았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시우는 다시 한 번 오리할콘을 확인했다.
선명한 주홍빛을 품은 오리할콘.
오리할콘은 품은 열기를 주체하지 못하고 불꽃을 피워 올리고 있었다.
시우는 얼굴을 보다 가까이 들이밀었다.
얼굴 전체로 후끈, 거리는 열기가 덮쳐 왔다.
하지만 시우는 피하지 않고 유심히 오리할콘을 관찰했다.
“???????”
오렐리안은 여전히 이해라는 개념을 초탈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내부로 열이 전혀 전달되지 않아?”
시우는 금방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지금 눈으로 보이는 오리할콘.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겉 부분만 뜨겁게 달아오른 것이었다.
내부는 전혀 열이 전달되지 않았다.
오리할콘의 표막이 내부로 전달되는 열을 완전 차단한 것.
“강도뿐만 아니라 열 내성도 그렇게 뛰어다나더니.”
실제로 보니 정말 그러했다.
아니, 뛰어난 정도가 아니었다.
“용광로의 열로는 택도 없겠는데.”
가열 자체가 불가한 수준이었다.
현재 시우가 사용하는 용광로.
그러니까 서씨 공방에 있는 용광로는 최대 3,500도씨(°C) 정도까지 가열할 수 있었다.
보통 강철을 녹여 내는 온도가 1,500도씨(°C) 임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온도였다.
그리고 한계였다.
3,500도씨(°C) 이상으로 온도를 올리면 용광로 자체가 녹아 버린다.
서씨 공방의 용광로도 열 내성이 강한 몬스터의 사체로 만든 용광로였다.
물론 이보다 좋은 용광로가 있기는 있었다.
“그래 봤자 5,000도씨(°C) 내외란 말이지.”
그러나 오리할콘을 가열하기엔 부족했다.
“보니까 10,000도씨(°C) 이상은 필요할 거 같은데….”
그래야만 내부까지 열이 전달될 것 같았다.
가공이 가능한 상태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참….
“무슨 10,000도씨(°C)나 버텨?”
시우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가장 높은 녹는점을 가진 금속, 그러니까 가장 높은 융점의 금속은 텅스텐이었다.
그 텅스텐의 융점은 3,422도씨(°C).
그런데 오리할콘은 그 3배에 가까운 10,000도씨(°C)였다.
심지어 녹아내리는 융점의 온도도 아니었다.
열간 단조가 가능한 온도.
그게 10,000도씨(°C)였다.
“신의 금속이라 불리는 이유가 있는 건가.”
강도는 물론 열 내성까지.
모든 부분에서 신(神)의 경지에 오른 금속이었다.
그렇기에 이 오리할콘으로 만든 장비가 어떠할지 더더욱 기대되었다.
여기에 이시스의 현실조작[現實操作](SSS)으로 각인까지 한다고 생각해 보라.
정말 신(神)의 장비가 탄생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러면 만들 수가 없는데.”
문제는 그런 장비를 만들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가열 자체를 하지 못해 열간 단조를 할 수 없으니 말이다.
“묠니르의 문제를 해결하나 했더니….”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그리고 이건 어떻게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
“10,000도씨(°C)의 열기를 어디서 구해….”
그런 용광로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때 그 태초의 불꽃이라면….”
시우가 갓튜브의 스마트폰을 얻었을 당시.
정체불명의 금발 사내가 선보였던 정체불명의 마법.
“...그 정도면 오리할콘도 못 버티겠구나.”
생각해 보니 그건 과한 것 같았다.
태초의 불꽃은 공간 자체를 불살라 먹었던 억겁의 화마.
아무리 오리할콘이라도 그건 못 버틸 것 같았다.
“태초의 불꽃보다는 한참이나 뒤떨어지는 불의 열기가 필요한데.”
당장 떠오르는 건 역시나 마법이었다.
그러나 시우는 마법을 사용할 줄 몰랐다.
이시스의 현실조작[現實操作](SSS)이 있었지만 이건 마법과는 개념을 달리하는 힘이다.
“하아….”
절로 새어나오는 한숨.
“어떻게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네.”
지난 번에 집도 그렇고.
지금 장비를 만드는 것도 그렇고.
계획대로 진행되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인생이 재밌는 것 아니냐, 하는 말들을 하곤 한다.
근데 그건 말 그대로 개소리였다.
아니, 그건 개소리도 아니었다.
흑돌이도 그런 소리는 안 한다.
“물론 흑돌이는 늑대이긴 하다만.”
그런데 같은 갯과인 건 마찬가지 아니던가.
아무튼.
“어쩌지….”
싶은 바로 그때.
“잠…깐?”
시우의 머릿속으로 한 가지 생각이 불현듯 스쳐 지나갔다.
* * *
이하린은 지금 심기가 몹시 불편했다.
한국에 단 6명만이 존재하는 S급 헌터.
그 중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하린.
이하린은 지금 심기가 몹시 불편했다.
“너네 그렇게 꿍해 있는 게 며칠째인지는 알고 있니?”
다름 아닌 이하린의 눈앞에 있는 두 사람 때문이었다.
학자와도 같은 인상의 사내, 이시윤.
진홍빛 머리 색이 인상적인 미녀, 유한나.
둘 모두 S급 헌터로서 천재 마법사라 불리는 이들이었다.
그런 이시윤과 유한나가 꿍해 있었다.
꿍하다는 표현도 사실 맞지 않았다.
멍하디 멍한 표정.
그냥 정신 자체가 빠져 버린 사람처럼 보였다.
심지어 이게 벌써 며칠째인지.
물론 저들이 저러는 이유는 알고 있었다.
“맹시우라는 자가 그렇게 충격받을 정도야?”
맹시우.
오렐리안과 한채린의 납치 사건을 해결한 사내.
그 맹시우라는 자에게서 적잖은 충격을 받은 것이었다.
하지만 이하린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냥 문태범인지 뭔지 모를 놈이 알아서 쓰러진 거잖아.”
사실이 그렇긴 했다.
이하린을 비롯한 S급 헌터들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문태범은 도망친 직후.
어떻게 쫓아간 이후에는 알아서 상황이 끝나 있었다.
갑자기 문태범이 피를 토하며 쓰러진 것뿐이었다.
실질적으로 시우의 무력을 목격한 적이 없었다.
경기 지역의 판데모니움을 초토화시킬 때야 따로 싸웠으니 말이다.
“수준 낮은 헌터가 아닌 건 알겠어, 알겠는데.”
물론 시우가 평범하지 않은 헌터임은 인정한다.
결코 B+급….
아니, 이제는 A-급이지.
A-급 수준이 아님은 이하린도 인정한다.
“아니… 아니에요. 그건 수준이 낮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수준 자체를 초월…한…?”
그런데 저 정도는 아니었다.
충격, 경악, 공포.
이 세상의 모든 놀람의 감정을 한데 끌어모은 듯한 표정을 지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때 그 텔레포트를 말하는 거야? 그게 그렇게나 뛰어난 마법이었어?”
“뛰어난… 마법이요?”
“그건 마법이라는 개념으로 정의할 수 있는 것이 아니야.”
이하린의 물음에 유한나와 이시윤이 차례로 답을 해 보였다.
“공간을 이어 붙인다는 건, 웜홀의 개념이에요. 그런데 웜홀은 어디까지나 이론일 뿐. 현실에서는 구현할 수 없는 이론이에요.”
“서로 다른 두 공간은 서로 다른 두 시공간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야. 같은 지구 안의 공간이라도 우리가 거니는 시간은 달라.”
“중력장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에요. 실제로 시간은 높은 산에서는 더 빠르게. 낮은 평지에서는 더 느리게 흘러요. 다만, 인간의 감각으로는 매우 매우 매우 짧은 시간의 차이죠.”
“우리들의 시공간은 동등하게 흐르지 않아. 만일 그런 서로 다른 두 공간을 이어 붙인다면….”
“법칙을 달리하는 두 시공간이 한데 섞이게 돼요. 그런데 그건… 현실적으로 절대 일어날 수 없어요.”
유한나와 이시윤의 설명.
그러나 이하린은 하나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같은 지구 안에서도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니.
심지어 높은 산에서는 시간이 빠르게 흘러?
“그게 무슨 말이야?”
도통 알아먹을 수가 없었다.
마법사들의 설명은 왜 다 저 모양인지 원.
이에 이시윤이 다시 이하린에게 말해 왔다.
“천 년을 살아오던 거목이 오늘 아침 수명을 다해 쓰러졌어. 그럼 하린아, 너는 어떨 것 같아.”
“놀라겠지? 그런데 있을 수 있는 일이잖아.”
“그렇지. 하지만 태양의 열기가 오늘 갑자기 식어 버렸다면?”
“그럴 리가 없잖아. 그건 당최 말이 안 되는─.”
“맹시우라는 자가 실현시킨 것이 바로 그거야. 태양의 열기를 하루 아침에 꺼트린, 실로 말도 안 되는 일.”
나름 쉽게 풀어 설명해 준 이시윤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잘 모르겠는데.”
여전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바로 그때.
띠링!
어디선가 스마트폰의 알림음이 들려왔다.
“제 거예요.”
유한나가 품 속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이윽고 화면을 이리저리 조작하더니.
“...어라?”
갑자기 유한나의 표정이 당황으로 얼룩졌다.
“왜 그래?”
이하린의 물음에도 유한나는 답이 없었다.
멍한 얼굴로 스마트폰의 화면을 바라볼 뿐이었다.
뭔가 싶어 이하린은 유한나의 스마트폰을 슬쩍, 바라봤다.
그리고 보인 하나의 알림창.
<세공남 채널의 Siwo 님으로부터 DM이 도착했습니다.>
“세공남 채널?”
이하린은 이건 또 뭔가 싶었다.
* * *
이하린은 지금 심기가 몹시 불편했다.
그리고 이번엔 앞선 두 마법사 때문이 아니었다.
“그 맹시우라는 헌터 말이야.”
맹시우.
“우리를 대체 뭘로 보고 있는 거야?”
이하린은 현재 시우 때문에 심기가 몹시 불편했다.
정확히는 시우에게서 온 하나의 DM 때문이라 말할 수 있었다.
보다 정확히는 유한나의 유투브 채널, <불마녀>.
<불마녀> 채널로 온 한 통의 DM 때문이었다.
유한나는 S급 헌터임과 동시에 <불마녀> 채널의 주인이었다.
구독자만 무려 4,100만 명에 달하는 초대형 유투버.
유한나는 화염 마법의 대가였다.
유한나의 개성, 염화[炎火](S).
화염 속성의 위력을 수백 배 증폭시키는 사기적인 개성.
유한나의 화염 마법은 존재하는 모든 것을 불살라 버릴 정도로 강력했다.
적나라 하게 말해서 화려했다.
별다른 특수 효과를 넣지 않아도 볼 맛이 났다.
4,100만 명의 구독자를 괜히 보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무튼.
“다짜고짜 합방 제안이라니?”
그런 유한나에게 맹시우가 합방을 제의해 왔다.
유투버들 사이에선 흔하게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것도 어느 정도 급이 맞았을 때의 경우였다.
맹시우가 운영하는 <세공남> 채널.
그 채널의 구독자는 고작 36만 명에 지나지 않았다.
4,100만 명과 36만 명.
비교 자체가 불가한 규모의 차이이지 않은가.
당연하게도 거절해야 마땅한 요청이거늘.
“그걸 수락하는 너도 이상한 거 아니야?”
유한나는 그걸 수락했다.
뜬금없는 합방 요청에 유한나는 그러겠다고 수락했다.
해서 지금.
이하린과 유한나, 그리고 이시윤까지.
이 셋은 맹시우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무려 3명의 S급 헌터가 직접 찾아가는 상황.
“S급 헌터면 S급 헌터답게 굴란 말이야.”
이하린은 굉장히 심기가 불편했다.
“정 불편하시면 안 따라오셔도 돼요. 합방 요청은 저한테만 한 거니까요. 그런 의미로 이시윤 님도 안 오셔도 돼요.”
“난 단지 호기심. 맹시우 헌터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 그리고 난 별로 안 불편한데.”
이시윤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답했다.
그리고.
“...이래서 마법사들이란.”
이하린은 불편한 심기를 누르며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도착한 약속 장소.
“왜 하필 C-급 던전인 건데?”
일렁거리는 게이트 앞에서 이하린은 중얼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S등급 던전 정도는 예약해야 하는 거 아닌가?
다른 누구도 아니고 유한나와의 합방인데?
영상 각을 뽑으려면 아무리 못해도 S-등급 정도는 되어야 하거늘.
“대체 무슨 생각인 건지.”
이하린은 여전히 불편한 심기를 누르며 던전 안으로 몸을 밀어넣었다.
그렇게 던전 안으로 들어가자.
“아, 오셨습니까.”
맹한 분위기의 사내, 시우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그리고.
“...오렐리안?”
그런 시우의 옆에는 마스터 오렐리안이 있었다.
“???????”
그것도 얼굴 전체에 물음표를 찍은 채 말이다.
그리고 그런 오렐리안의 옆에 있는 금발의 여인.
“클레망…?”
프랑스의 S급 헌터, 클레망.
“......!!!”
클레망은 얼굴 전체로 경악을 찍어 내고 있었다.
“뭔데?”
이하린은 뭔가 싶었다.
그런 이하린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리한 부탁이었는데, 흔쾌히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우가 유한나에게 감사 인사를 건네었다.
유한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그런데 어떤 컨텐츠를 진행하시려는 건가요?”
유한나의 물음에 이하린은 물론.
이시윤 또한 의문을 떠올리며 시우의 답을 기다렸다.
“아, 그게….”
시우가 멋쩍은 듯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무슨 컨텐츠이길래 저러는 걸까.
이윽고 시우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혹시… 불 좀 지펴 주실 수 있으십니까?”
이어진 잠깐의 정적.
“...네?”
“...응?”
“...음?”
3명의 S급 헌터 모두가 벙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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