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146화 (146/250)

145화.

헤라클레스가 말한 특별 과외.

그러나 아쉽게도.

특별 과외가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새 영상 컨텐츠를 협상 조건으로 내걸 줄이야.”

특별 과외를 해 주는 조건으로 새 영상 컨텐츠를 알려 달라던 헤라클레스.

“단순 무식한 근육 고래인 줄 알았더니.”

이럴 때 보면 꽤나 치밀한 구석이 있는 헤라클레스였다.

그런데 뭐.

딱히 무리한 조건도 아니었다.

애시당초 헤라클레스와의 계약(?)이 그러했으니까.

그리고 슬슬 알려 줄 때가 되기도 했었다.

그러니까 쿨타임이 돌긴 했었다.

무엇보다 새 영상 컨텐츠도 미리 생각해 두었겠다.

무리한 조건은 아니었다.

“그래도 안 되지.”

하지만 시우는 거절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말만 특별 과외일 줄 누가 알고.”

헤라클레스를 믿을 수가 없었으니까.

믿지 못한다기보다는.

“자기 기준에서의 특별 과외일 줄 누가 알아.”

지난 흑돌이 때의 일을 생각하면 간단했다.

그러니까 펜리르의 공략법.

당시 헤라클레스는 펜리르 공략법이랍시고 시우에게 이것저것 알려 준 바가 있었다.

그리고 결과는 죄다 무용지물.

“헤라클레스니까 가능했던 공략이었지.”

그러면서 하는 말이 참.

네가 약해 빠져서 그랬다는 둥.

누가 그렇게 멸치인 줄 알았냐는 둥.

그러게 멸치밖에 되지 말라 했냐는 둥.

아주 성질 긁는 소리를 해 대왔다.

이번 특별 과외 또한 그와 다르지 않으리란 법이 있을까?

막상 특별 과외를 받았는데 별 소용이 없어 봐라.

“그렇게 재능이 없을 줄 누가 알았냐고 그러겠지.”

보나 마나 딴소리할 것이 분명했다.

그러면 알려준 영상 컨텐츠만 날아가는 격.

물론 아닐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정말 그러하다면?

“나만 손해 보는 거잖아.”

해서 시우는 추가로 한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먼저 특별 과외를 받아 보고 알려 줘도 늦지 않으니까.”

일종의 선제시.

먼저 받아 보고 효과가 있으면 알려 주겠다.

시우는 그렇게 조건을 내걸었다.

이는 헤라클레스가 손해만 볼 수 있는 일이었다.

반대로 시우가 딴소리를 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하지만 뭐.

[오케이 딱 기다려. 내가 기가 막힌 커리큘럼을 짜서 반드시 1형(形)을 마스터하게 해 줄 테니까!]

이 계약에서 갑은 시우였다.

“하여간.”

이럴 때 보면 세상 단순한 헤라클레스였다.

어쨌든.

“12년이나 걸릴 줄은 몰랐는데.”

물론 환골탈태가 어느 정도 진행되었을 경우 4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환골탈태가 완성되었을 때의 기준.

“여전히 까마득하네.”

지금의 시우에겐 정말이지 까마득했다.

괜히 갓튜브에서 최강이라 불리는 것이 아니었다.

“특별 과외를 받으면 나아지겠지만….”

말마따나 특별 과외만 믿고 있을 수는 없는 상황.

“다른 채널을 한 번 알아볼까.”

처참한 재능을 메울 또 다른 채널을 알아봐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다음 멤버십 구독료를 감당할 수가 없으니….”

미쳐 버린 구독료를 도무지 어찌할 수가 없었다.

아니, 말이야 바른 말이지.

“160억이 말이 되냐고.”

다음 멤버십 구독료는 무려 160억.

그것도 매달 160억이었다.

그리고 현재 시우가 매달 지불하는 구독료는 151억.

여기에 160억을 더하면….

“311억.”

이건… 진짜 아니었다.

아니, 진짜로 이건 아니었다.

311억이 뉘집 개이름도 아니고.

하물며 매달 311억을 지출해야 한다?

“지랄….”

지랄도 이런 생지랄이 없었다.

“하아….”

정말이지 한숨이 절로 새어 나왔다.

언제쯤이면 이 돈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아니, 벗어날 수는 있는 걸까.

“하아아…..”

한숨이 도무지 끊이질 않았다.

그런데 뭐, 어쩌랴.

“계속 벌어야지….”

헤라클레스의 특별 과외와는 별개로 말이다.

그리하여 지금.

“미안해. 많이 기다렸지.”

이사실의 문이 열리며 한 여인이 들어왔다.

성숙한 세련미가 물씬 느껴지는 미인.

SH그룹의 이사이자 한채린의 고모, 한민아.

“아닙니다.”

시우는 자리에서 살며시 일어나 한민아를 맞이했다.

한민아는 작은 미소를 지으며 시우의 앞자리에 자리했다.

“이해해 줘서 고마워. 그러고 있지 말고 앉아.”

시우가 다시 자리에 앉자 한민아가 곧바로 입을 열었다.

“저번에 말한 홍보 영상 제작 말이야. 아무래도… 보류해야 할 것 같아.”

역시 사족 따위는 개나 줘 버리는 한씨 일가의 대화법.

이제는 익숙해진 화법에 시우는 당황하지 않고 한민아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 있는 겁니까?”

“그게 말이지….”

한민아는 쉽사리 답을 하지 않았다.

보다 정확히는 고민하는 것 같았다.

시우에게 말을 해도 되는지를 말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채린이랑 관련된 거니, 너도 알아야겠지. 채린이, 보나 마나 얘는 말도 안 하고 혼자 끙끙, 앓을 게 분명하니까.”

한민아는 어렵지 않게 입을 열었다.

그렇게 한민아는 기나긴 이야기를 시작했다.

뭐, 사실.

그리 길지는 않았다.

“그러니까….”

시우는 머릿속으로 이야기를 한 번 정리하며 물었다.

“마오타오 기업과의 계약이 불발되었다는 말씀이신 거죠?”

“맞아.”

한민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계약을 불발되는 경우가 있나요?”

물론 시우는 사업과 경영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계약이 하루아침에 불발될 리가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당연히 말이 안 되지.”

한민아가 작은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그럼 왜…?”

“견제.”

견제?

시우가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리자 한민아가 곧장 말을 이었다.

“SH그룹 내에 채린이의 입지가 단단해지는 걸 바라지 않는 작자들이 몇 명 있거든.”

여러 의미가 포함된 말이었다.

그렇기에 정확한 의미를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시우는 어렴풋하게나마 그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재벌가의 경영 싸움인 건가.’

여러모로 시우와는 다른 세계였다.

“결국 그 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하면 SH그룹 내, 채린 씨의 입지가 난감해진다는 뜻인 거죠?”

“그렇지.”

“그러면 제 영상도 홍보 영상으로 제작될 수 없는 거고요.”

“...맞아.”

한민아는 미안한 얼굴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핵심은 결국 이거였다.

‘내 200억….’

200억에 달하는 시우의 수익이 날아간다는 것.

가뜩이나 돈을 벌어야 하는 시점이거늘.

썩 달갑지 않은 소식이었다.

하지만 시우가 딱히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이런 사업적인 부분은 시우가 나설 수 있는 것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다시 협상의 여지가 주어졌다고요.”

“최대한 준비를 할 거야. 최대한 준비를 할 건데….”

“힘든가요?”

시우의 물음에 한민아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마오타오 기업의 장 웨이는 그리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니야.”

한민아의 답에 이번엔 시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중국의 장 웨이.

시우도 그 이름을 모르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래도 SH그룹의 이름이라면 감당할 수 있지 않나요?”

하지만 SH그룹도 그에 못지 않았다.

SH그룹은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초거대 기업.

아무리 한채린이 경험이 없다고 한들.

SH그룹을 등에 업는다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그렇긴 한데…. 사실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어. 꽌시…라고. 혹시 들어 본 적 있어?”

“조금은요? 그런데 자세히는 모릅니다.”

“중국만의 특이한 문화인데, 일종의 인맥이라고 생각하면 돼.”

꽌시(关系).

중국인 특유의 끈끈한 인간관계를 의미하는 문화.

꽌시로 맺어진 친분은 거진 가족과도 같은 정을 교류한다.

하지만.

“외부에는 굉장히 배타적인 인맥이지.”

반대로 외부인에 대한 배척이 매우 심했다.

척화비를 세운 흥선대원군.

그런 흥선대원군조차 꽌시 문화 앞에서는 한 수 접어 줄 정도였다.

“꽌시 문화를 해결하지 못하면 중국으로의 진출은 꿈도 꿀 수 없어.”

내부로는 그 누구보다 결속이 되지만.

밖으로는 세상 배타적인 것이 바로 중국의 꽌시 문화였다.

“이번 계약은 SH그룹이 꽌시의 연을 맺기 위한 시작이기도 했던 거군요.”

그런데 그 계약이 초장부터 박살이 난 꼴.

꽌시로 결속되면 그 누구보다 든든한 아군이 되어 준다.

그러나 그렇게 결속되기까지가 너무나도 힘들었다.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 봐야지. 이틀 뒤에 협상 자리가 있으니 시간적 여유도 있고.”

그럼에도 한민아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런 한민아의 모습에 시우도 뭐라 도움을 주고 싶던 찰나.

똑똑.

-이사님. 급히 보고드릴 일이 있습니다.

이사실의 문 너머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한민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문 너머를 향해 말했다.

“들어와.”

달칵.

한민아의 허락에 한 사내가 이사실 안으로 들어왔다.

보아하니 한민아의 비서인 것 같았다.

“무슨 일인데?”

“그것이….”

비서가 주저하며 살짝, 말을 흐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지금 마오타오의 장 웨이가 SH헌터 길드에서 채린 아가씨와 협상 자리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뭐라고?”

한민아의 두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 * *

SH헌터 길드에 위치한 대회의실.

“이번 던전 레이드 공유 계약은 마오타오 사측의 일방적인 손해라 생각되오.”

중후한 목소리가 적막한 회의실의 분위기를 꿰뚫었다.

마오타오 기업의 2인자, 장 웨이.

장 웨이는 무심한 얼굴로 자리해 있었다.

그리고 그런 장 웨이의 맞은 편에 자리한 짙은 흑발의 미녀.

“저희가 레이드 하는 부산물의 30%를 드리는 조건이에요. 일방적인 손해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한채린은 차분한 목소리로 대화를 이끌어 갔다.

둘의 대화는 서로 간의 통역 없이 중국어로 진행되고 있었다.

“우리 중국의 던전을 타국의 헌터에게 양도하는 것도 꺼림칙하오. 공안부를 설득하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오.”

“중국에는 처리하지 못하는 던전들이 많다고 들었어요. 그 때문에 브레이크가 일어나 인명 피해도 심각하고요. 저희와 계약을 진행하면 그 피해를 줄일 수도 있으니, 공안부를 설득하는 건 어렵지 않을 거예요.”

한채린은 당황하지 않고 협상을 이어 나갔다.

자신의 페이스를 잃지 않고 협상을 진행해 갔다.

경영과 사업에 전혀 경험이 없다고는 생각될 수 없는 모습.

한채린은 예상 외로 협상을 충분히 잘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으음….”

장 웨이의 반응은 영 좋지 않았다.

“SH헌터 길드가 그런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오?”

장 웨이는 여전히 무심한 표정을 지어 보일 뿐이었다.

그런 장 웨이의 모습 때문일까.

한채린의 개인 비서, 김민재.

‘처음부터 협상을 할 마음이 없었어.’

김민재는 이 협상은 애초에 이루어질 수 없음을 알 수 있었다.

본디 협상이라 함은, 양 당사자가 만족스러운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협력’하고 ‘설득’하는 방식을 의미했다.

말 그대로 ‘협력’하고 ‘설득’하는 대화 방식.

“S급 헌터를 한 명도 보유하지 못한 길드가 아니오.”

이건 결코 협상을 하는 이의 태도가 아니었다.

“조만간 S-급 승격 심사가 있어요. 지금 수준이라면 충분히─.”

“S-급?”

무심한 장 웨이의 표정에 일견 변화가 일었다.

그리고 그것은 의문이 아니었다.

“고작 S-급도 되지 못했단 말이오?”

고작 혹은 따위.

물론 S-급 앞에 ‘고작’이라는 말이 붙을 수는 없었다.

S-급은 누군가에겐 바라마지 않는 경지.

그러나 장 웨이에게는 아니었다.

“길드의 수장이 S-급도 되지 못했으면서 우리 마오타오와 계약을 하려 했단 말이오?”

장 웨이는 불쾌한 표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었다.

‘결국… 안 되는 건가.’

김민재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처음부터 불가능한 협상이었다.

괜히 한채린이 상처받지 않을까.

그런 걱정이 들던 찰나.

탁.

한채린이 무언가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스마트폰.

화면에는 재수 없는 인상의 사내가 비쳐 보였다.

‘이예준?’

한국의 S급 헌터, 이예준.

[인정할 수 없다!]

스마트폰에서 격렬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영상 아래로는 『한채린 vs 이예준』이라는 제목이 쓰여져 있었다.

‘갑자기 왜 이걸…?’

김민재는 의문이 들었다.

마찬가지로 장 웨이 또한 의문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제가 한국의 S급 헌터 이예준 씨와 비무를 펼친 영상이에요.”

이어진 한채린의 답.

장 웨이는 살며시 시선을 내려 영상을 바라봤다.

그리고.

“나쁘지는 않군.”

장 웨이는 영상 속, 한채린의 수준을 인정했다.

그러나 표정은 여전히 심드렁했다.

이 영상은 한국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끌며 큰 파급력을 낳았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한국에서의 일.

특히나 장 웨이는 13인의 영웅, 융 위란의 직속 제자였다.

S급 헌터라도 장 웨이에겐 그냥저냥 한 수준으로 보일 뿐이었다.

[인정할 수 없다!]

영상은 곧 막바지로 치달았다.

그러나 장 웨이는 역시나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역시.

이 또한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애초에 이 협상은 결과가 정해진─.

바로 그때.

“......!!!!”

장 웨이의 두 눈이 경악으로 떠졌다.

시종일관 심드렁하던 장 웨이에게 드러난 뚜렷한 감정.

[사아아아─.]

스마트폰에서 산들거리는 바람의 소리가 들려왔다.

“이, 이 힘은…!”

장 웨이는 어느샌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있었다.

두 눈은 경악을 넘어 찢어져라 떠져 있었다.

“대체 어떻게 이 힘을…!!”

장 웨이의 경악은 어느덧 눈앞의 한채린에게 향해 있었다.

* * *

SH그룹의 사옥에 위치한 한민아 이사실.

“장 웨이가 채린이를 만나고 있다니? 협상은 이틀 뒤였잖아.”

한민아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니, 아니다. 이유는 가면서 들을게. 바로 차 대기시켜 줘.”

한민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옷걸이의 코트를 걸쳐 입으며 시우에게 말했다.

“미안해. 아무래도 지금 바로 가 봐야 할 것 같아.”

“괜찮습니다.”

시우는 개의치 말라며 손짓을 해 보였다.

딱 봐도 상황이 급해 보이긴 했으니까.

뭐라도 도와주고 싶었지만….

‘뭘 도와줘야 할지 알 수가 있어야지.’

이런 사업적인 부분에서 시우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

“저 그런데….”

비서가 난감한 듯 말을 흐려 왔다.

무슨 일인가 싶은 물음도 잠시.

비서가 시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장 웨이가 여기, 맹시우 님을…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

한민아의 고개가 자동으로 기울어졌다.

자신이 제대로 들은 것이 맞나? 싶은 그런 표정이었다.

하물며 비서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게 맞는 건가? 싶은 그런 표정이었다.

그리고.

“...나요?”

시우도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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