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147화 (147/250)

146화.

SH헌터 길드 사옥.

대회의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

“대체 장 웨이가 왜 너랑 만나고 싶어 하는 거지?”

한민아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어 왔다.

“글쎄…요?”

그리고 시우 역시 이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혹시 장 웨이랑 아는 사이야?”

“아뇨. 전혀요. 오늘 처음 보는 사람입니다만.”

물론 시우는 장 웨이를 알고 있긴 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언론 매체에서 들었을 뿐.

결단코 인연이라고 부를 만한 것은 아니었다.

인연은 커녕 정말 일면식도 없었다.

“그런데 대체 왜…?”

한민아는 상당히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띵!

경쾌한 알림음이 들리며 엘리베이터가 멈춰 섰다.

엘리베이터 문이 양옆으로 열리며 굳게 닫힌 문이 보였다.

그리고 문 앞에 서 있는 한 사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시우 님.”

한채린의 개인비서, 김민재.

“그런데….”

김민재가 말을 흐리며 시우 뒤편으로 시선을 던졌다.

“한민아 이사님은 어쩐 일로…?”

“시우랑 같이 있다가 소식을 듣고 따라왔어요. 전 나서지 않을 테니 신경쓰지 않아도 돼요.”

한민아의 답에 김민재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안으로 드시지요.”

이윽고 김민재가 닫힌 문을 열자.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은 회의실의 전경이 펼쳐졌다.

시우는 회의실 안으로 걸음을 옮기며 주변을 천천히 훑어보았다.

회의실에는 사람들이 두 파벌로 나뉘어 포진해 있었다.

한채린 쪽 그리고….

‘저 사람이 장 웨이인가.’

일견 도인과도 같은 인상의 사내.

중국을 대표하는 거물 중의 거물.

척 보기에도 심상치 않은 기세가 느껴지고 있었다.

“자네가 맹시우라는 자인가?”

장 웨이가 시우에게 물어 왔다.

목소리에서부터 범상치 않은 기세가 느껴졌다.

그런데 뭐.

‘뭐라는 거야?’

아니, 중국어로 말하는데 어찌 알아듣는단 말인가.

그렇게 멀뚱히 장 웨이를 바라보던 찰나.

“시우 씨가 맞냐고 물으세요.”

한쪽에서 한채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 바라본 그곳.

그곳엔 깔끔한 정장 차림의 한채린이 앉아 있었다.

항상 수련 복장 차림만 봐 와서 그런가.

이렇게 정장을 입은 한채린을 보니 뭐랄까.

상당히 색다른 매력이 느껴지는 한편.

‘한채린도 SH그룹의 경영진이었지.’

새삼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아니, 그건 그렇고.

“채린 씨, 중국어도 하실 줄 알았습니까?”

“네.”

한채린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동시에 돋보이는 한채린의 미(美).

‘얘는 진짜….’

갓튜브의 고객센터가 생각나는 모습이었다.

뭐, 아무튼.

시우는 고개를 돌려 장 웨이에게 답했다.

“그렇습니다만.”

뒤이어 한채린의 통역이 이어지고.

“자네가 SH헌터 길드 마스터에게 그 힘을 가르쳤나?”

장 웨이가 다시 시우에게 물어 왔다.

“그 힘?”

시우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힘이라니?

다짜고짜 그렇게 말하면 어떻게 알아듣는단 말인가.

다행히 한채린이 추가 통역을 해 왔다.

“태극의 힘이요.”

“태극의 힘이요? 그걸 장 웨이가 어떻게…?”

“제가 시우 씨 채널에 업로드 된 영상을 보여 주었거든요.”

“영상이라 함은….”

“이예준과 비무한 영상이요.”

“아.”

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게 뭐 어떻다는 거지?

“그게 무슨 문제가 있나요?”

“우리 문파의 힘을 어떻게 알고 사용하는지 궁금해 하세요.”

“우리 문파요?”

이건 또 뭔….

“아.”

시우는 그때서야 온전히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동시에 장 웨이가 자신을 만나고 싶어 하는 이유 또한 깨달을 수 있었다.

‘장 웨이의 문파가 무당 계보였었나?’

중국의 헌터 업계는 다른 나라와 조금 남달랐다.

대부분의 나라는 보통 길드라는 집단을 중심으로 헌터 업계가 굴러간다.

하지만 중국은 ‘문파’라 불리는 집단을 중심으로 헌터 업계가 굴러갔다.

둘 다 헌터들이 모이는 집단이라는 점은 똑같았다.

그러나 추구하는 목적에서 크나큰 차이가 있었다.

길드(Guild)의 목적은 이익 추구에 있었다.

쉽게 말해 돈.

그러나 문파(門派)는 무공 수양을 최우선 목적으로 둔다.

물론 현실적인 문제로 세속적인 이익을 추구하기도 한다.

지금 장 웨이가 속한 마오타오 기업이 그 대표적인 예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본질적인 목적은 무공 수양에 있었다.

그리고 각 문파마다 독자적인 무공을 보유하고 있었다.

일명 독문무공(獨門武功)이라 불리는 것.

하여 지금.

‘태극이 무당파의 독문무공이었지 아마.’

무당.

중국 호북성에 위치한 무당산에 자리한 문파.

도가의 사상을 바탕으로 발전한 무당파의 독문무공은 다름 아닌 태극(太極).

그 이유는 단순했다.

이 무당파의 개파시조가 바로 장삼봉이었으니 말이다.

‘그래서였나.’

시우는 이 상황이 왜 벌어진 것인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태극(太極)은 무당의 독문무공.

일명 비급이라 할 수 있는 무공이었다.

당연히 문파 소속이 아닌 이에게 공개되는 종류가 아니었다.

심지어 같은 문파 소속원에게도 쉬이 가르쳐 주지 않는다.

문파의 미래를 책임질 후기지수들.

그들에게나 가르치는 비급 중의 비급이었다.

그런 비급을 한채린이 떡하니 사용했으니.

‘나 같아도 놀라겠다.’

그것도 평범한 태극이 아니었다.

개파시조, 장삼봉의 태극[太極](SS).

물론 한채린의 태극은 완전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한채린은 태극의 이치를 어느 정도 깨달은 상황.

미약하게나마 태극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었다.

물론 평범한 이들은 알아차리지 못하는 종류였다.

‘장 웨이는 알아볼 수 있었겠지.’

그렇게 영상을 본 장 웨이는 놀라 까무러쳤을 터였다.

그리고 물었겠지.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느냐.

대체 어디서 배웠냐.

한채린은 대수롭지 않게 시우에게 배웠다고 말했을 거고.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다만….’

지금 이 상황이 왜 펼쳐진 것인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대체 그 힘을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이오?”

묻는 장 웨이의 목소리에는 날이 서 있었다.

아무래도 독문무공이 유출되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과연.

장 웨이는 장 웨이라는 걸까.

‘기세가 어마어마하네.’

농담이 아니라 바늘로 피부를 찌르는 것만 같았다.

‘음….’

시우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아니, 설명할 수는 있을까.

시우는 고민 끝에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의 가문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비급입니다.”

“가문?”

장 웨이의 눈썹이 일순간 꿈틀거렸다.

그 표정에 비친 감정은 의심.

장 웨이가 다시 물어 왔다.

“자네가 SH헌터 길드 마스터에게 가르친 힘은 분명한 태극이오. 그 말은 즉. 태극이 자네 가문의 비급이라 말하는 것이오?”

“그렇습니다.”

시우는 한치의 고민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장 웨이의 눈빛이 심상치 않게 변했다.

보다 정확히는 죽일 듯이 시우를 노려보고 있었다.

뭐, 충분히 이해는 되었다.

한국의 웬 시덥잖은 헌터가 무당의 독문무공을 자신의 것이라 주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자네의 가문이 대체 무엇이길래?”

장 웨이의 말이 내리꽂히듯 들려왔다.

그 안에는 역시나 적잖은 기세가 담겨 있었다.

제대로 된 해명을 하지 않는다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

시우를 바라보는 장 웨이의 시선에는 짙은 살기가 담겨 있었다.

그 때문일까.

‘비교가 안 되는데.’

그동안 시우가 상대한 이들 중 가히 최강.

굳이 손꼽자면 시찰국장, 백선제 정도만이 떠 올랐다.

백선제 정도만이 지금 장 웨이와 비교할 수 있었다.

시우는 천천히 답을 해 보였다.

“맹자님의 계보를 따르고 있습니다.”

맹자는 오늘날 유교 사상을 널리 전파시킨 장본인.

공자가 유교 사상의 뿌리라면.

맹자는 유교 사상의 기둥이라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일단 시우는 공자의 군자심[君子心](SSS)을 이어받고 있었다.

공자의 직속 제자를 넘어 후예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시우의 성, 맹(孟).

맏 맹(孟) 자로써 맹자와 같은 성이었다.

실제로 시우의 오랜 족보를 거슬러 오르면 맹자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뭐.

‘뭔 상관이야.’

말이 그렇다는 뜻이지 큰 의미는 없었다.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그런 걸 따진단 말인가.

진짜 따지고 들어도 맹자의 피는 희석되고 희석되어 남아 있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시우가 이 말을 꺼낸 이유는 하나.

“자네가 맹(孟) 사조님의 후예라?”

“그렇습니다.”

사조(師祖).

스승의 조상을 일컫는 명칭.

쉽게 말하면 근본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장 웨이가 맹자를 ‘사조’라 칭한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았다.

도가 사상을 기반으로 발전한 무당파.

‘그 도가도 결국 유교에 뿌리를 두고 있으니까.’

동아시아 철학의 뿌리, 유교.

도가는 제자백가의 사상 중 하나로서 유교에 근간을 둔 사상이었다.

그 말은 즉.

“장 웨이님께서 알고 계신 태극은 저의 가문으로부터 기인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근본은 여기란 뜻이다.

“뭐라?”

장 웨이의 표정이 심상치 않게 일변했다.

그런데 뭐.

사실 억지기는 했다.

물론 도가의 뿌리가 유교인 건 맞았다.

하지만 도가와 유교는 그리 사이가 좋지 않았다.

보다 정확히는 도가의 시발점이 유교의 사상을 까면서 출발했다.

도가는 유교에 뿌리를 두고 있으나.

그 뿌리를 부정하는 사상이라 할 수 있겠다.

그렇기에 이쪽이 근본이라 말하기엔 억지라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시우에게는 가문이라 할 만한 것도 없었고 말이다.

하지만 뭐.

“태극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그게 무슨 상관이랴.

장삼봉의 태극[太極](SS).

시우는 진짜 근본을 직접 배우고 있는데 말이다.

“나와 논검을 하자는 건가?”

논검(論劍).

뜻 그대로 검을 논한다는 의미.

쉽게 말하면 말로 싸우자는 것이었다.

“그저 태극에 관해 알고 있는 바를 공유하자는 뜻이었습니다.”

시우의 말에 장 웨이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시우를 찌르던 기세 또한 더욱더 증폭되었다.

장 웨이가 으르렁거리는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태극은 우주 만물을 형성하는 근원이다. 하여, 선(善)과 악(惡). 미(美)와 추(醜).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개념은 태극에 근원한다 할 수 있다.”

과연 무당의 장문인이라는 걸까.

확실히 태극(太極)에 대한 이해가 뛰어났다.

하지만.

“이 세상은 도(道)에 의해 흘러가며, 우주 만물은 생성과 변화를 반복하여 변화무쌍합니다. 그러니 일정한 전제나 확고한 옳음 또한 없으며 그 시작과 끝을 궁구할 수 없으니. 비록 저의 짧은 견해이나, 말씀 주신 물음 자체가 무의미하다 생각됩니다.”

“......”

장 웨이가 일순간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생각보다 시우의 수준이 범상치 않음을 깨달은 걸까.

장 웨이의 표정이 약간은 벙쪄 있었다.

이윽고 장 웨이가 자세를 고쳐 잡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세상을 인지할 수 있는 주체, 나라는 개념이 명백하거늘. 어찌 시작과 끝을 궁구할 수 없다 말하는가?”

“나라고 믿는 것들은 외부에서 주입된 것. 나의 본성이라 믿는다는 것 역시 흐리멍텅한 꿈을 꾸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도가의 물아일체.

대상과 그것을 마주한 주체 사이에 어떠한 구별이 없는 것.

“하여, 진정한 도(道)라 함은 마음(心)의 구름에 가려진 본연의 자아를 찾는 것이니. 이를 일컬어 ‘진심(眞心)’이라 하며, 그것은 도(道)와 합치된 진정한 인식의 주체라 할 수 있겠죠.”

“......”

장 웨이는 다시 한 번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벙찐 표정은 이제 멍해져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시우가 가진 태극(太極)은 무려 장삼봉의 태극[太極](SS).

뿌리로부터 시작되는 사상의 근본이었다.

장 웨이라 할지라도 쉬이 감당할 수 없는 심득(心得)이었다.

그 때문일까.

장 웨이의 뒤쪽에 포진해 있던 수행원들.

“어, 어떻게…?”

“저건 전 장문인께서 말씀하시던 바인데…?”

전 장문인이라 함은 13인의 영웅, 융 위란.

수행원들 역시 경악 어린 표정으로 시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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