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화.
화면 위로 떠올라 있는 헤라클레스의 메시지.
“이 양반이 갑자기 무슨 일이지?”
시우는 뭔가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헤라클레스가 먼저 연락하는 경우는 드물었으니까.
아, 오늘 PT 날인가?
시우는 차분히 날짜를 계산했다.
“...오늘은 PT 날이 아닌데?”
하지만 PT 날도 아니었다.
그럼 갑자기 연락을 왜…?
“아. 특별 과외 때문인가?”
현재 시우가 애를 먹고 있는 신투술 1형.
헤라클레스는 특별 과외 커리큘럼을 짜 오겠다며 떠난 바가 있었다.
아무래도 그 커리큘럼을 모두 짜 온 모양인 듯 싶었다.
“음.”
시우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별 다른 이유는 없었다.
“지금 특별 과외를 받을 수가 없는데.”
그런데 음.
가만히 병실에 누워 있기도 뭐한 상황이었다.
“이야기만 들어 보자.”
시우는 큰 고민 없이 수락 버튼을 눌렀다.
꾹.
수락 버튼과 함께 화면이 일순간 바뀌었다.
바뀐 화면 위로 보인 것은 역시나 근육 코끼리.
아니, 헤라클레스였다.
[응?]
화면 너머.
헤라클레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며 시우의 이곳저곳을 살폈다.
[너 옷차림이 또 왜 그래?]
[설마 또 입원한 거야?]
“아, 네. 어쩌다 보니요.”
시우는 멋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헤라클레스가 혀를 차 보였다.
[에잉, 쯧쯧.]
[걸핏하면 쓰러지고, 툭 치면 입원하고.]
[이렇게 약골이어서야 원….]
헤라클레스는 굉장히 못마땅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런데 정작 쓰러지고 입원하는 건 시우이건만.
왜 헤라클레스가 못마땅해하는 건지 원.
[내 괴력과 신투술을 사용하면 어?]
[적어도 맞고 다니지는 말아야지. 에잉 쯧.]
아무래도 시우가 어디 가서 맞고 다니는 게 탐탁지 않은 것 같았다.
그래도 이제는 정이라는 것이 든 것일까.
‘나름 제자 취급은 해 주는 모양이네.’
시우는 작은 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맞고 다닌 거 아니에요. 제 힘을 컨트롤하지 못해서 이렇게 된 겁니다.”
[응? 네 힘을 컨트롤 못해?]
[그게 무슨 말이야?]
시우는 앞서 장 웨이와의 비무를 간략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렇게 길지도 짧지도 않은 이야기가 끝나고.
[음….]
헤라클레스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말이 없었다.
턱에 손을 가져다 댄 자세.
그리고 뭐.
역시나 손가락은 이두근에 막혀 턱에 닿지 않고 있었다.
‘어째 전보다 더 근육이 커진 것 같은데.’
저기서 더 커질 수가 있던 거였나.
저러다가 진짜 터지는 거 아닌가 몰라.
[그러니까.]
이윽고 생각을 마친 헤라클레스가 말했다.
[내 괴력천멸권에 장삼봉 선생님의 태극을 더했단 말이지?]
“네.”
[어떻게 그게 가능했지?]
헤라클레스가 도통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마치 불가능한 어떤 일을 마주한 듯한 모습.
시우 또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상한 건가요?”
[이상해?]
[이상한 정도가 아니라 말이 안 되는 거야.]
헤라클레스는 단호히 말했다.
“왜요? 애초에 신투술에 태극의 묘리가 깃들어 있잖아요. 저번에 말씀하실 때도 신투술을 정립하실 때, 태극의 묘리를 참고하셨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맞아.]
“그럼 태극을 더해서 사용할 수도 있는 거 아니에요?”
그러자 헤라클레스가 당치도 않다는 듯 고개를 저어 보였다.
[태극을 참고했다 뿐.]
[그게 장삼봉 선생님의 태극을 사용했다는 뜻이 아니야.]
“무슨 차이예요?”
[그게 그러니까, 음….]
헤라클레스는 잠시 생각을 하고는 입을 열었다.
[저번에 내가 말했던 거 기억나?]
[개성이라는 건 존재의 고유성과도 같다고.]
“네.”
[그 고유성을 부정하거나 덮어쓸 수 없다는 말도 기억나겠지?]
그런 의미로 시우의 개성이자 고유성, 무(無).
그 덕분에 시우가 신들의 힘을 배울 수 있었다.
시우는 차분히 고개를 끄덕였다.
[장삼봉 선생님의 태극 또한 마찬가지야.]
[태극은 장삼봉 선생님만이 갖는 존재의 고유성인 셈이지.]
[보다 정확히 말하면 장삼봉 선생님이 갖는 신격의 근원이라 보면 돼.]
“신격의 근원이요?”
[그러니까 갓튜브의 신들은 각자의 신격을 가지고 있어.]
[이 신격은….]
그러면서 헤라클레스가 뭐라 뭐라 설명을 이어 나갔다.
시우는 차분히 그런 헤라클레스의 설명을 들었다.
‘...어렵네.’
그러니까 듣기만 했다.
정말이지 뭐라는지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런 시우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따라서 장삼봉 선생님 말고 태극을 사용할 수 없어.]
헤라클레스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물론 그 묘리를 해석해서 각자의 태극을 사용할 수는 있어.]
[네가 지금 다른 인간들을 가르치는 것처럼 말이야.]
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
헤라클레스는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장삼봉 선생님의 태극은 아니야.]
[그 근원의 태극은 어느 누구도 사용할 수 없어.]
“헤라클레스 님도요?”
[나도 마찬가지야.]
[반대로 나의 괴력과 신투술 또한 같은 이치야.]
[나 이외에 다른 누구도 괴력과 신투술을 사용할 수 없지.]
이어 헤라클레스가 시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데 넌 그 존재의 고유성을 같이 사용한 거야.]
[두 고유성을 한데 모아 섞은 셈이지.]
[원래라면 두 고유성의 충돌이 일어나야 정상이야.]
[하지만 너는 그렇지 않았다는 거잖아.]
시우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보아하니….
시우가 사용한 태극(太極) - 괴력천멸권(怪力天滅拳).
그건 절대로 사용할 수 없는 기술인 것 같았다.
그런데 뭐.
“그게 어쨌다는 거죠?”
어쩌란 말인가.
아니, 말이야 바른말이지.
시우가 다른 신들의 힘을 배울 수 있는 거야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 않은가.
두 힘을 같이 사용한 거야 뭐.
딱히 특별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네가 말도 안 되는 괴물이라는 뜻이지.]
헤라클레스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괴물이요? 제가요?”
[그래. 난 단순히 네가 다른 신들의 힘을 이어받아 사용할 수 있는 거라 생각했거든.]
[그런데 두 힘을 융합하여 사용할 수 있을 줄은….]
헤라클레스는 이상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 모습이 마치….
[괴물도 이런 괴물이 따로 없는데?]
정말 괴물을 바라보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런데 음.
헤라클레스한테 저런 소리를 들으니 뭐랄까.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것 같은데요.”
물론 정확한 비유는 아니긴 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차이가 심한가요? 그러니까….”
[장삼봉 선생님의 태극과 내가 해석한 태극의 차이가 말이지?]
“네.”
[진짜와 가짜의 차이라고 생각하면 돼.]
“그 말씀은….”
[차원 자체가 달라. 당연히 진짜가 월등히 높고.]
그게 그 정도인가?
솔직히 시우는 느낌이 확, 와닿지 않았다.
[네가 지금 당장 네가 사용하는 신투술과 내 신투술의 차이라 생각하면 돼.]
“그렇군요.”
시우는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너는 내 신투술을 그대로 이어받았기에 그 차이가 크지는 않아.]
[단지 숙련도의 차이일 뿐이니까.]
[너도 이럴진대 다른 이들은 어떠할지 대충 감이 오지?]
시우는 그 느낌을 확, 받을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깨달을 수 있었다.
‘기절한 이유가 있었네.’
왜 태극(太極) - 괴력천멸권(怪力天滅拳)의 위력을 버티지 못했는지.
그 이유 또한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물론이고, 갓튜브에서 그 누구도 감당하지 못하는 괴물이 될 것 같은데?]
물론 저 말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거, 아무래도 커리큘럼을 다시 조정해야겠다.]
“네? 조정이요?”
[그래. 지금 네 이야기를 듣다 보니 보다 재밌는 생각이 떠올랐거든.]
[넌 괴력천멸권에 태극의 힘을 더했잖아.]
[그럼 다른 초식들에도 다른 힘을 더할 수 있지 않겠어?]
“어…, 아마도요?”
해 보진 않았지만 가능은 할 것 같았다.
[그런 의미로 각 초식마다 다른 신의 힘을 더해 보자는 거지.]
“그 말씀은, 낙룡각에도 다른 신의 힘을 더한다는 말씀인 거죠?”
[맞아.]
헤라클레스가 바로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비단 낙룡각뿐만 아니야.]
[앞으로 배울 신투술의 초식들도 전부.]
[아마 그러면 네가 신투술을 배우는 속도도 굉장히 빨라질 걸?]
“어….”
시우는 잠시 정신이 멍해졌다.
[내 생각에 괴력천멸권과 태극은 상성이 좋아.]
[애초에 나도 태극권을 해석하여 넣은 거니까.]
[그러니 이건 그대로 두면 될 것 같고.]
그러면서 다시금 생각에 잠기는 헤라클레스였다.
그리고 잠시.
[문제는 다른 초식에 어떤 신의 힘을 더하느냐인데….]
[지금 네가 배우고 있는 개성이 어떻게 돼?]
시우는 홀린 듯이 스마트폰을 조작했다.
<통찰력(S+) 숙련도 77.8%>
<괴력[怪力](SS) 숙련도 51.844%>
<신의술[神醫術](S+) 숙련도 72.155%>
<신[神]의 야금술(SS) 숙련도 75.63%>
<헤라클레스 신투술[神鬪術](SSS) 숙련도 33.72%>
<군자심[君子心] - 인의예지[仁義禮知](SSS) 숙련도 27.21%>
<태극[太極](SS) 숙련도 42.1%>
<초신속[超迅速](SS+) 숙련도 27.48%>
<현실조작[現實操作](SSS) 숙련도 25.85%>
<맹독[猛毒](SS+) 숙련도 19.7%>
그간 확인을 못 하고 있었건만.
꽤나 숙련도가 많이 올라 있었다.
그리고 이번 태극(太極) - 괴력천멸권(怪力天滅拳) 때문일까.
신투술과 태극의 숙련도가 가장 많이 올라 있었다.
헤라클레스 신투술[神鬪術](SSS)이 +5.18%.
장삼봉의 태극[太極](SS)이 +10.2%.
‘진짜 많이 올랐네.’
다른 신의 힘을 융합하면 신투술을 배우는 속도가 빨라질 거라더니.
확실히 그 증거가 눈앞에 보이고 있었다.
시우는 현재 배우고 있는 개성들을 헤라클레스에게 말해 주었다.
[으음….]
[현재 네가 가진 개성들로는 흐음….]
헤라클레스는 다시 한 번 고민을 이어 갔다.
이번엔 고민이 꽤나 길게 이어졌다.
[딱히 융합할 게 보이지 않네.]
[그렇다고 태극만 융합하자니 아쉽고.]
[흐음….]
아무래도 지금 시우가 배우고 있는 개성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 같았다.
“정 안 되면 필요한 새 채널을 구독해도 돼요.”
[음? 그래?]
그러자 헤라클레스가 반색하며 물어왔다.
[너 다른 채널 구독하기 힘든 거 아니었어?]
[멤버십 가입하려면 돈이 엄청 많이 필요하다면서.]
“아 그게, 어찌 일이 잘 해결되어서요. 지금은 상당한 여유가 있어요.”
다름 아닌 연간 꽂힐 수천 억.
다른 채널을 가입할 구독료는 빵빵했다.
[그렇다면야 이야기는 쉬워지지.]
헤라클레스가 짙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럼 커리큘럼을 다시 짜 올게.]
[다른 신들한테도 좀 물어보기도 해야 하고.]
헤라클레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해 왔다.
특별 과외를 받을 수 있을 줄 알았더니.
조금 김새는 발언이기는 했다.
하지만 뭐.
어차피 지금 당장 특별 과외를 받기도 뭐한 상황이던 차.
“그러시죠.”
시우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시우는 헤라클레스와의 영상 통화를 종료했다.
[저… 그… 있잖아.]
아니, 종료하려고 했었다.
스마트폰 화면 너머.
헤라클레스가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고 있었다.
슬쩍슬쩍, 시우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더 하실 말씀 있으세요?”
시우가 묻자 헤라클레스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별다른 건 아니고….]
[옛말에 그런 말이 있잖아.]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하하.
헤라클레스가 멋쩍은 웃음을 흘려 보였다.
그리고.
“그게 왜요?”
시우는 헤라클레스가 무슨 소리를 하나 싶었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뭐 어쩌란 말인가.
[네 특별 과외를 위해서 내가 신들에게 발품도 팔 거고.]
[최대한 열심히 노력해서 가르치기도 할 거고.]
[그러니까….]
[가는 말이 곱지… 않았나?]
헤라클레스는 연신 시우의 눈치를 살피며 말해 왔다.
그리고.
“아.”
시우는 헤라클레스가 하는 말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가는 게 있으니, 오는 것도 있어야 하지 않냐, 그리 말씀하시는 거죠?”
그 오는 것은 다름 아닌 갓튜브 영상 컨텐츠.
[꼭 그런 뜻은 아니고.]
[하하하….]
말은 그렇게 했지만 화면으로 보이는 헤라클레스의 모습.
꽈득, 꽈드득!
그러니까 근육은 솔직하지 못했다.
그 때문일까.
‘나 참.’
시우는 헛웃음이 절로 새어 나왔다.
아니, 속담 패치가 뭐 저렇단 말인가.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지만.
아무래도 헤라클레스가 공자 채널을 구독한 지 3년이 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음.”
시우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원래는 후불로 지불할 생각이었다.
그러니까 특별 과외를 받아 보고 알려 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미리 알려줘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마침 시간적인 여유도 있겠다.
한 번 정도는 선불로 값을 지불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좋습니다.”
시우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그러자 헤라클레스가 몸서리치게 놀라 보였다.
성큼, 화면 가득 얼굴을 들이밀며 기대감을 한껏 표출했다.
‘어째, 밥 먹을 때 흑돌이 같네.’
시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번엔 무슨 컨텐츠야?]
시우는 잠시 생각을 해 보였다.
생각해 둔 컨텐츠는 많았다.
이번엔 어떤 걸 꺼내야 할까.
‘제천대성과 맞짱 컨텐츠를 해 볼까?’
내심 궁금하던 컨텐츠.
아마 다른 신들도 궁금할 내용일 터였다.
하지만 이왕 알려주기로 한 것.
‘아, 그래.’
시우는 퍼뜩, 떠오르는 생각에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프로디테와 페르세포네.”
미(美)의 여신, 아프로디테.
명계의 여왕, 페르세포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두 여신.
“이번 영상 컨텐츠는 그 두 여신을 휘어잡는 겁니다.”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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