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153화 (153/250)

152화.

헤라클레스 DM과 함께 고쳐진 정신.

시우는 잠깐의 고민 끝에 수락 버튼을 눌렀다.

꾹.

화면이 바뀌며 보인 것인 역시나 근육 고래….

“어라? 모습이 왜 그러세요?”

시우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화면 위로 비친 근육 고래의 모습.

그러니까 헤라클레스의 몸에 여기저기 흙먼지가 묻어 있었다.

어째, 한바탕하고 난 뒤의 모습과 같았다.

“설마 싸우신 거예요?”

[응? 싸워?]

시우의 물음에 헤라클레스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누가? 내가? 누구랑?]

“그야 아프로디테랑 페르세포네랑요.”

[아니? 안 싸웠는데.]

“그런데 모습이 왜 그러세요?”

[모습? 아, 이거?]

헤라클레스는 그때서야 이해했다는 듯 말을 이었다.

[으름장 놓다가 묻었나 보네. 싸운 건 아니야.]

“으름장이요? 누구한테요?”

[누구긴. 아프로디테랑 페르세포네한테지.]

헤라클레스는 뭘 그런 걸 묻냐는 표정으로 답했다.

그러면서 몸에 묻은 흙먼지를 툭툭, 털어 내었다.

그 때문일까.

“그래도 되는 겁니까?”

시우는 약간 떨떠름한 심정이었다.

세상 어느 누가 아프로디테와 페르세포네에게 으름장을 놓는단 말인가.

물론 아프로디테랑 페르세포네는 전투력이 약한 신이긴 했다.

그럼에도 신(神)은 신(神).

무엇보다 둘의 뒷배경이 장난 아니었다.

정확히는 저 둘의 남편들이 장난 없었다.

헤파이스토스와 하데스.

여기에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두 여신을 위협했다간 헤파이스토스와 하데스가 가만히 있질 않는다.

하지만 뭐.

[안 될 건 뭐야.]

헤라클레스는 헤라클레스였다.

갓튜브 내에서도 가히 최강.

헤라클레스를 건드릴 수 있는 자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무엇보다.

“뭐, 명분도 이쪽에 있긴 하니까요.”

헤라클레스가 잘못한 건 없었다.

“그건 그렇고.”

시우는 대충 생각을 털어 버렸다.

“영상은 잘 찍으셨죠?”

[네가 시킨 대로 다 하긴 했어.]

“업로드는 아직 안 하신 거고요.”

[네가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잖아.]

“혹시나 업로드 하셨나 해서요.”

[안 했어.]

헤라클레스는 단호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데 왜 업로드를 하지 말라고 한 거야?]

“별다른 이유는 아니고. 업로드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어서요.”

[해야 할 일?]

“그게 그러니까… 음. 일단 영상부터 보고 말씀드릴게요.”

시우는 화면 속, 헤라클레스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런데 제가 영상을 어떻게 보죠?”

갓튜브에 업로드 했을 때 별문제 없었다.

그냥 헤라클레스 채널에 들어가서 보면 되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채널에 영상을 업로드 하지 않은 상황.

이걸 어떻게 봐야 하나….

싶던 생각이 들던 찰나.

[잠깐만. 영상 공유해 줄게.]

영상 공유?

갓튜브에 그런 것도 있었나.

팟.

갑자기 화면이 한 번 깜빡거리더니 순식간에 다른 화면이 비쳐 보였다.

보아하니 이번에 찍은 영상인 것 같았다.

영상 통화를 하던 헤라클레스는 화면 오른쪽 아래.

작게 팝업창으로 띄워져 있었다.

“PIP 모드도 가능했네요?”

[나도 처음 써 보는 기능이야.]

화면 속, 헤라클레스는 무언가를 조작해 보였다.

하지만 생각대로 잘 안되는 걸까.

[음… 이거 설정을 좀 해야 할 것 같은데.]

헤라클레스가 근육을 찌푸렸다.

이쯤 되면 근육에도 자아가 있는 것이 아닐까.

‘나중엔 근육이 말도 하는 거 아니야?’

설마하니 그러겠냐 싶지만.

헤라클레스 근육이라면…? 싶은 마음도 들었다.

아무튼.

“어차피 저도 자리를 좀 옮겨야 하니까요. 천천히 하세요.”

시우는 걸음을 옮겨 SH헌터 길드를 떠났다.

* * *

인근의 한 카페.

시우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홀짝였다.

그와 거의 동시에.

[후우!]

스마트폰에서 헤라클레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확인한 화면에는 헤라클레스가 소매로 이마의 땀을 닦고 있었다.

그런데 참…..

‘저것도 안 돼?’

이마의 땀이 닦이질 않고 있었다.

터질듯한 이두근이 소매가 이마에 닿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해서 헤라클레스는 이마의 땀을 닦는 척.

소매로 허공을 훑고 있었다.

대체 왜 저러는 건지 참.

그런 시우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화면 너머.

[바로 재생한다?]

헤라클레스가 물어 왔다.

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그 답을 대신했다.

이윽고 팟.

스마트폰의 화면이 일시에 바뀌었다.

그리고 보인 두 여신.

“와….”

시우의 입이 절로 벌어지며 탄성이 새어 나왔다.

보통 미(美)는 취향의 영역이라 말한다.

누군가에게는 절세의 미녀이나.

다른 누군에게는 최고의 추녀일 수도 있는 것.

그것이 바로 미(美)라는 개념이었다.

하지만 지금 화면에 보이는 두 여신.

이 두 여신은 그렇지 않았다.

개념조차 압도하는 초월적인 미(美).

가장 먼저 살포시 내려앉은 금발의 머리.

잡티 하나 보이지 않는 백옥의 피부.

미(美)라는 개념체가 형상을 띠어 존재한다면 꼭 저러할까.

미(美)의 여신, 아프로디테.

그야말로 명불허전이었다.

아프로디테와 비견될 미(美)는 존재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웬걸.

곱게 땋은 머리와 차분한 인상.

청순함과 우아함을 빚어 놓은 것만 같은 미(美).

명계의 여왕, 페르세포네.

하데스가 한눈에 반해 버려 보쌈해 간 여신.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네.’

확실히 보쌈해 버린 이유가 있었다.

각기 다른 매력의 미(美)를 지닌 두 여신.

서로 다른 미(美)의 아우라가 각자의 영역에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그렇게 넋을 놓고 화면을 바라보자니.

[아도니스를 독점하고 싶지 않냐고?]

아프로디테의 목소리가 스피커 사이로 흘러 나왔다.

그런데 목소리에도 미모가 배어 나오는 것일까.

‘목소리가 무슨….’

듣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홀리며 뒤흔들렸다.

문자 그대로 옥구슬이 굴러가는 듯한 미성.

‘클레오파트라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것이 인간과 신(神)의 차이라는 걸까.

그야말로 어나더 레벨.

그 때문일까.

띠링!

<군자심[君子心] - 인의예지[仁義禮知](SSS) 숙련도 27.51%[+0.3%]>

화면 위로 숙련도가 올랐다는 알림창이 떠올랐다.

단지 목소리를 저항한 것만으로도 오른 숙련도였다.

[네가 아도니스를 어떻게 알아?]

그 뒤를 이어 페르세포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역시나 띠링!

<군자심[君子心] - 인의예지[仁義禮知](SSS) 숙련도 27.71%[+0.2%]>

다시 한 번 숙련도가 올랐다는 알림창이 떠올랐다.

‘자칫 정신을 놓으면 그대로 홀리겠는데.’

이쯤 되니 시우는 궁금해 졌다.

다름 아닌 저기 영상 속의 헤라클레스.

[두 분의 애인이 아니십니까?]

헤라클레스는 별 반응이 없었다.

초월적인 두 여신의 앞에서도 평소와 다를 바가 없었다.

대체 어떻게 저럴 수 있는 걸까.

단지 영상으로만 보는 것으로도 정신이 아찔할 정도였다.

그런데 헤라클레스는 직접 두 눈으로 저 여신들을 보고 있지 않았는가.

그럼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흔들리기는 커녕 심드렁했다.

일체 관심조차 갖지 않았다.

‘정말로 근육 이외에 아무것도 관심이 없는 건가.’

여러모로 경이로운 정신력이라 할 수 있었다.

아무튼.

[1년 중 6개월은 아프로디테 님의 애인. 나머지 6개월은 페르세포네 님의 애인이기도 하고요.]

영상 속, 헤라클레스는 두 여신에게 존대를 하고 있었다.

같은 그리스 로마 신화의 인물이기도 했거니와.

헤라클레스보다 높은 서열의 신(神)이기도 했으니까.

그런데 왜일까.

‘적응이 안 되네.’

헤라클레스의 존대가 조금 어색한 건 사실이었다.

뭐, 어쨌든.

[해서 내기를 통해 둘 중 한 분이 아도니스를 독점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제안을 드리는 바입니다.]

헤라클레스는 양손을 펼쳐 보이며 말을 이었다.

아프로디테와 페르세포네.

두 여신은 눈을 가늘게 뜨며 헤라클레스를 바라봤다.

‘혹하긴 한 모양이네.’

그도 그럴 것이 두 여신은 아도니스를 집착한다.

그런데 1년에 6개월을 볼 수 없는 상황.

그 사연에는 꽤나 복잡한 사정이 있었다.

간단히 말하면 아도니스가 죽었기 때문이었다.

죽은 자는 응당 명계에 가야 하는 법.

헌데, 페르세포네가 바로 그 명계의 여왕이었다.

해서 페르세포네가 아도니스를 독점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아프로디테.

아프로디테는 페르세포네와 대판 싸우기에 이른다.

사랑의 신과 명계의 여왕이 하루가 멀다하고 싸우는 상황.

결국 이를 보다 못한 제우스가 중재안을 제안.

1년 중 6개월은 지상의 아프로디테.

1년 중 6개월은 명계의 페르세포네.

절반씩 번갈아 가며 아도니스를 독점하기에 이른다.

어떻게 절충안으로 화해를 하긴 했다.

그런데 이게 진정한 화해는 아니었다.

둘은 그 이후로도 아도니스를 독점하고자 온갖 수작질을 벌인다.

하지만.

[내가 왜?]

[난 별로 하고 싶지 않은데?]

그렇다고 위험을 감수하지는 않았다.

자신의 권리를 내걸면서까지 도박을 하지 않았다.

당연하게도.

시우는 이 상황을 예상했다.

[그럼 뭐, 어쩔 수 없죠.]

헤라클레스는 어깨를 한 번 으쓱거리며 말했다.

[아도니스 님에게 아프로디테 님이 아도니스 님의 어머니를 죽인 사실을 말씀 드리는 수밖에요.]

[뭐, 뭐?]

그러자 아프로디테가 기겁을 하며 소리쳤다.

그도 그럴 것이 방금 헤라클레스의 말.

[너, 너 그걸 어떻게…!]

그건 전부 사실이었으니까.

이 또한 복잡한 사정이 있었다.

이것도 간단하게 설명하면 질투였다.

아도니스의 어머니, 스미르나.

아도니스의 미모를 보면 알 수 있듯.

스미르나는 어마어마한 미인이었다.

그것도 아프로디테와 견줄 만한 미모의 여인.

이에 아프로디테는 스미르나에게 질투의 감정을 느낀다.

그래서 죽인다.

자신보다 예쁜 인간은 존재해서는 안 된다며 말이다.

정확히는 저주를 내린 것이긴 했다만.

‘결국 아프로디테의 저주 때문에 죽은 거니까.’

하지만 스미르나는 죽기 직전.

뱃속에 아도니스를 잉태하고 있었다.

아프로디테는 갑자기 무슨 정신병이 돌았던 걸까.

스미르나가 불쌍하다며 연민한다.

그리고는 아도니스만은 거둬 길러주기로 한다.

그렇게 태어난 아도니스.

그런데 웬걸.

태어난 아도니스의 미모에 그대로 반해 버린다.

‘싸이코패스도 이 정도는 아닐 것 같은데.’

여러모로 제정신이 아닌 신화였다.

아무튼.

아무리 아프로디테가 제우스 다음 가는 난봉꾼이라고는 하나, 갓난아이만큼은 건드릴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내버려 두자니 아도니스의 미모가 너무 아까운지라.

아프로디테는 결국 ‘키잡’을 하기로 결정한다.

키워서 잡아먹는다.

그런데 직접 아도니스를 키우자니 다른 신들의 눈치가 보였다.

분명 어디서 또 바람 피워서 낳은 애냐는 둥.

이 년이 또 무슨 사고를 쳤냐는 둥.

이런 소리가 나올 것이 뻔했다.

그리고 조사를 하다 보면 아프로디테가 아도니스의 어머니를 죽이게 된 것이 밝혀질 터.

그럼 키잡의 꿈은 날아가는 셈이었다.

해서 아프로디테는 고민을 거듭.

결국 아도니스를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기고자 마음먹는다.

그렇게 아도니스를 페르세포네에게 맡겨 버린다.

명계는 제우스조차 함부로 드나들 수 없는 공간.

신들의 이목을 숨기기엔 가장 좋은 곳이었으니 말이다.

페르세포네는 처음에 반대했다.

그러나 역시.

그녀 또한 아도니스의 미모를 보고는 수락한다.

아프로디테와 페르세포네.

두 여신이 아도니스와 엮이게 된 상황은 이러했다.

그리하여 지금.

[너 이…!]

아프로디테는 헤라클레스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너, 너 이이…!]

아프로디테는 이를 뿌드득, 갈며 헤라클레스를 노려봤다.

하지만 단지 그뿐 이었다.

그 이상으로 뭘 하지는 않았다.

정확히는 할 수가 없었다.

‘헤라클레스를 어떻게 할 건데.’

물론 아프로디테가 헤라클레스보다 서열이 높은 건 맞았다.

그런데 그게 헤라클레스를 이길 수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리고.

[뭐어어?]

그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을 페르세포네가 아니었다.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