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157화 (157/250)

156화.

헤파이스토스와 하데스에게서 받은 선물을 주겠다는 헤라클레스의 말.

“두 분이 헤라클레스 님한테 선물을 줬어요?”

시우의 물음에 화면 너머.

끝없는 구덩이 속에서 헤라클레스가 폴짝, 뛰어나왔다.

그리고는 다시 정갈하게 무릎을 꿇어 보였다.

물론 여전히 반쯤 서 있는 자세였다만 아무튼.

[그렇습니다.]

헤라클레스는 세상 예의범절 한 자세로 답했다.

[아내의 외도를 바로잡아 주어서 고맙다고, 선물을 보내 주었습니다.]

“어….”

이건 조금 의외였다.

사실 엄청 화를 낼 줄 알았으니까.

어떻게 보면 아내의 치부를 만천하에 드러낸 꼴이지 않은가.

그런데 생각해 보면….

‘고맙기도 한 건가?’

어쨌든 아내의 외도를 바로잡아 준 것이니 말이다.

보다 정확히는 평생 모르고 살았을 사실을 알려 준 것.

만천하에 치부를 드러낸 것도 마찬가지였다.

갓튜브에서 이미지가 박살 난 두 여신.

더 이상의 불륜을 저지르지 못할 테니 말이다.

‘불륜을 완전히 뿌리 뽑아 준 건가.’

가만 보면 감사한 일이긴 했다.

그래서일까.

“어떤 선물인데요?”

시우는 굉장히 기대가 되었다.

아니, 생각해 보라.

다른 누구도 아닌 하데스와 헤파이스토스다.

그 둘이 주는 선물이 결코 평범할 리가 없지 않은가.

‘설마 스핑크스처럼 구독권이려나?’

그럴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현재 다음 멤버십 구독료는 무려 160억.

지금의 구독권은 그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가치가 있었다.

시우는 온갖 설렘을 안고 헤라클레스의 말을 기다렸다.

그런데 왜일까.

[음….]

헤라클레스의 표정이 꽤나 심상치 않았다.

무언가를 고민하는 듯 한참이나 말이 없었다.

뭔가 싶은 것도 잠시.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습니다만….]

뜬금없는 헤라클레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떤 것부터 들으시겠습니까.]

“좋은 소식이랑 나쁜 소식이요?”

[이게 그러니까….]

헤라클레스는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뭐 때문에 저러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뭔진 모르겠지만 나쁜 소식부터 듣죠.”

시우의 답에 헤라클레스가 석고대죄를 하듯 머리를 땅에 찧─.

꽈아아아아아아앙!

이제 그러려니 했다.

또 다시 생겨 난 끝없는 구덩이.

그 안에서 헤라클레스의 메이리가 들려왔다.

[제가 선생님이 계신 곳으로 갈 수가 없습니다!]

“.....?”

시우는 뭔가 싶었다.

“그런데요?”

뭐 어쩌란 말인가.

그러니까 이게 왜 나쁜 소식이란 말인가.

그거야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지 않은가.

이윽고 폴짝, 헤라클레스가 구덩이 속에서 뛰어올랐다.

[그게….]

헤라클레스는 잠시 말을 흐려 보였다.

그리고 다시.

[하데스 님이 코르누코피아를 선물로 주셨습니다.]

하데스는 헤라클레스에게 큰아버지 격.

헤라클레스가 하데스에게 존칭을 쓰는 거야 이상하진 않았다.

물론 헤라클레스의 존칭 자체는 어색하긴 했다만.

아무튼.

“코르누코피아요?”

꽤나 생소한 이름이었다.

기억이 날 듯 말 듯 했다.

화면 너머.

헤라클레스가 무언가를 꺼내 보였다.

그건 커다란 소의 뿔처럼 생긴 무엇이었다.

안쪽이 텅, 비어 있는 모습.

얼핏 뿔피리처럼 보이기도 했다.

“잠깐, 그거 설마…?”

시우는 그때서야 저것의 정체를 알아챌 수 있었다.

아주 오래 전.

제우스, 포세이돈, 하데스.

이 세 명의 주신이 누가 어디를 다스릴지 제비뽑기를 하던 때의 일이었다.

그런 중요한 걸 왜 제비뽑기로 결정하는 건지, 원.

아무튼.

이 제비뽑기의 결과.

제우스는 하늘.

포세이돈은 바다.

하데스는 지하 세계를 다스리게 된다.

문제는 이 지하 세계였다.

지하 세계는 아무것도 없는 황폐화된 땅.

하데스는 제비뽑기 한 번 잘못해서 그 지하 세계에 평생토록 지내야만 했다.

막상 결과가 이렇게 나오고 나자 난감했다.

하데스는 셋 중의 큰형.

가장 큰형이 가장 안 좋은 세계를 다스려야 하는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이제 와 제비뽑기를 무를 수는 없던지라.

이에 제우스와 포세이돈은 하데스에게 하나의 보물을 선물한다.

그것이 바로.

[저도 하데스 님이 이걸 주실 줄은 몰랐습니다만….]

저 코르누코피아였다.

커다란 뿔피리처럼 생긴 무언가.

기능은 간단했다.

[여기서 원하는 음식을 원하는 만큼 꺼낼 수 있다고 합니다.]

소유자가 원하는 음식을 마음껏 꺼낼 수 있었다.

척박한 지하 세계.

음식이라도 맛있는 거 먹으라는 제우스와 포세이돈의 배려였다.

정확히는 하데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뇌물이었다.

그리고 한계치가 없었다.

정말 말 그대로 ‘원하는 만큼’ 음식을 꺼낼 수 있었다.

[어떤 음식이든 꺼내 먹을 수가 있습니다.]

헤라클레스는 큼지막한 손을 코르누코피아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쑤욱, 새하얀 프로틴 바를 꺼내 보였다.

헤라클레스는 주저 없이 프로틴 바를 입에 가져다 넣었다.

[영양 균형도 완벽해서… 우움. 단백질이 신체로 흡수될 때 소실되는 것이 없습니다.]

근 합성에 저것보다 좋은 게 없다는 뜻.

영약의 열화판이라 봐도 무방했다.

그 때문일까.

오물오물.

헤라클레스는 프로틴 바를 열심히 씹어 삼켰다.

그와 동시에 꽈드드득!

헤라클레스의 근육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실시간으로 근 합성이 되어 가고 있었다.

저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미친….”

실로 사기적인 아티팩트.

그런데 저기서 끝이 아니었다.

진짜 사기적은 능력은 이 다음이라 할 수 있었다.

[재화도 마구 꺼낼 수 있다고 합니다.]

이게 돈도 가능했다.

그러니까 돈도 무한정으로 뽑아 꺼낼 수 있었다.

소유자가 ‘원하는 만큼’ 말이다.

이 또한 한계치가 없었다.

그리하여 불리는 이름, 돈 복사 버그.

아니, 풍요의 뿔이었다.

하데스가 운빨 제비뽑기에 불평하지 않은 이유.

하데스가 얌전히 지하 세계를 다스리게 된 이유.

저 코르누코피아를 보면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런 귀한 걸 왜 주신지 모르겠지만….]

헤라클레스는 다시 손을 집어넣어 프로틴 바를 꺼내었다.

다시 오물오물.

헤라클레스는 프로틴 바를 씹어 삼켰다.

“......”

그리고 시우는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진짜 뭔가 싶었다.

저걸 왜 준 걸까.

정말 페르세포네의 외도를 바로잡아 주었기 때문에?

순애적인 사랑의 대명사, 하데스.

그만큼 페르세포네를 사랑했던 걸까.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에라이, 모르겠다.

이유 따위야 뭐가 중요하단 말인가.

중요한 건 하나.

[선생님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이걸 선생님께 드리고자 합니다.]

코르누코피아가 시우의 것이 된다는 것이었다.

그로써 돈이 복사가 된다는 것이었다.

영약의 약초들을 무한정 꺼내 쓸 수 있다는 것이었다.

환골탈태는 뚝딱.

그리하여 환골탈태를 넘어서는 우화등선(羽化登仙).

현실의 몸을 벗어던지고 신(神)이 되는 일.

인간이었던 헤라클레스가 경험했던 그 일.

그 신화적인 경지까지도 가능할 수 있었다.

“아….”

이 기분을 뭐라 설명해야 할까.

정신이 아찔해지며 승천한다.

전신의 근육이 파르르, 떨려 온다.

마치 접신을 시도하듯 온몸이 근세포들이 헤르츠 단위로 떨려 왔다.

저것만 있다면.

저것만 있다면 모든 것이 끝이었다.

100억이든. 1,000억이든.

1조든, 10조든. 100조든.

나발이든 염병이든!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야말로 고생 끝 낙원의 시작이라 할─.

‘…잠깐.’

순간 시우의 머릿속으로 생각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

다름 아닌 헤라클레스가 처음에 했던 말.

그러니까 이것이 나쁜 소식이라 했던 것.

시우는 설마설마하는 눈으로 헤라클레스를 바라봤다.

헤라클레스는 슬금슬금, 시우의 눈치를 살폈다.

[그런데 제가….]

차마 시우의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헤라클레스.

[선생님이 있는 곳에… 갈 수가 없습니다.]

끔찍한… 말이 들려왔다.

실로 지독하면서도 가혹한.

잔인하면서도 모진.

싸늘하면서도 냉혹한 말이 시우의 귓가에 들려오고야 말았다.

“아.”

나쁜 소식.

아니, 나쁜 소식이 아니다.

“아….”

그냥 빌어먹을 소식이었다!

승천한 정신이 귀가했다.

파르르, 떨려 오던 전신의 근육.

황홀경에 젖어 있던 근세포.

그 모든 것들이 뚝, 일시 정지했다.

시우의 머릿속에는 오직 한 가지 원망이자 의문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왜요?”

[예?]

“왜… 대체 왜…?”

시우는 심히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왜 여기에 못 오세요?”

[그것이 이쪽 세계와 선생님의 세계는 간섭이 불가─.]

“다른 신들은 잘만 오잖아요.”

[그건….]

“제가 처음에 만났던 금발의 사내는 뭐예요, 그럼.”

[그게 그러니까….]

“흑돌이도 저희 집에 있잖아요.”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저도 잘….]

“그런데 왜… 왜 헤라클레스 님만 못 오시는 거죠?”

[그, 그게….]

헤라클레스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당황했다.

꽈드드득….

헤라클레스의 근육 또한 어쩔 줄 몰라 하며 비비적거렸다.

“방법이 있다는 거잖아요.”

[그런 것 같기는 한데, 문제는 제가 그 방법을 알지 못해서….]

“모르면 다른 신들한테 물어보면 되잖아요.”

[안 그래도 지난 번에 스핑크스에게 물어보긴 했습니다만….]

헤라클레스가 난감한 표정으로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스핑크스도 알지 못했습니다.]

“......”

시우는 그만 할 말을 잃어버렸다.

스핑크스는 전지(全知)의 능력자.

물론 완벽한 전지(全知)의 능력은 아니었다.

하지만 스핑크스가 모르는 것은 없다고 봐야 했다.

두 가지의 예외가 있기는 했다.

답이 없는 경우.

모순(矛盾)의 경우.

이 둘을 제외하고 말이다.

그렇다는 건 즉.

방법이 없다는 뜻이나 다름 없었다.

적어도 답이 없거나, 모순(矛盾)의 경우라는 뜻이었다.

[어떻게 찾아는 보겠지만….]

지금 당장 어찌 알 수가 없다는 뜻이나 다름 없었다.

결국.

시우가 코르누코피아를 얻을 방법이 없다는 뜻과도 다름 없었다.

하늘이 무너져 내린다.

그 표현을 이럴 때 두고 하는 말일까.

시우는 정말이지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았다.

“그, 그냥….”

입이 차마 떨어지질 않았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시우는 눈을 질끈, 감으며 말했다.

“저번처럼… 구, 구독권으로 받아 오시면 안 됩니까?”

정말이지 어쩔 수가… 없었다.

돈 복사가 되면 뭘 하는가.

막상 사용할 수가 없는데.

남의 돈 천 냥이 내 손 안의 한 푼만 못한 법.

차라리 사용할 수 있는 구독권이 나았다.

물론 남의 돈 천 냥이 아니긴 했다.

원래는 시우의 코르누코피아였다.

정말…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정말 어쩔 수가 없었다.

그저 신 포도라 생각하는 수밖에.

[그게… 실은 저도 그러려고 했습니다만.]

[하데스 님은 갓튜브 채널을 운영하지 않기에 구독권을 받아 올 수가 없었습니다.]

“......?”

이번엔 또 뭔 소리가 싶었다.

하데스가 갓튜브 채널을 운영하지 않다니?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하데스 채널은 못 본 거 같긴 하네.’

기억 속에 하데스 채널은 없었다.

뒤적거리다 한번쯤은 볼 법도 하건만.

하데스 채널의 영상은 본 기억이 없었다.

아니, 그런데 잠깐.

“이번 영상 댓글에 하데스 님의 댓글이 있던데요?”

[채널을 운영하지 않더라도 갓튜브를 이용할 수는 있습니다.]

시우는 금방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유투브도 마찬가지였으니까.

채널을 운영하지 않더라도 유투브 영상을 보는 건 가능했다.

갓튜브도 마찬가지인 모양.

무엇보다 지난 번, 클레오파트라가 말하길.

모든 신들이 갓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건 아니라고 했다.

아무래도 하데스가 그런 신 중 한 명인 것 같았다.

‘의외이긴 하네.’

어쨌든.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중요한 건 저기 저 화면 너머.

오물오물, 단백질을 쳐 먹는 헤라클레스였다.

저 헤라클레스를 바라보기만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저건 분명 신 단백질일 거야!

그리 생각하며 쳐다보기만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말이지 나쁜 소식도 이런 나쁜 소식이 없었다.

그냥 빌어먹을 소식이었다.

“그럼 좋은 소식은… 뭐죠?”

시우는 허탈한 심정으로 물었다.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좋은 소식이라고 해봐야 딱히 의미는 없을 테니까.

저 빌어먹을 소식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 뻔했으니까.

시우는 멍한 정신으로 신 단백질을 먹는 헤라클레스를 바라봤다.

헤라클레스는 신 것을 좋아하는지 프로틴 바를 남김없이 입에 털어 넣었다.

옴뇸뇸.

헤라클레스의 턱 근육에서는 요상한 소리가 새어 나왔다.

저게 왜 이렇게 얄미워 보일까.

이윽고 꿀꺽.

헤라클레스가 입 안의 내용물을 삼키고는 말했다.

[헤파이스토스가 이 코르누코피아를 만드는 비법을 알려 주겠답니다.]

“......예?”

축 쳐져있던 시우의 정신이 번쩍, 뜨여졌다.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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