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화.
코르누코피아를 만드는 비법을 알려 주겠다는 헤라클레스의 말.
“그게 무슨…?”
시우는 헤라클레스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저는 이미 헤파이스토스의 야금술을 배우고 있잖아요.”
신[神]의 야금술(SS).
시우는 이미 헤파이스토스의 기술을 배우고 있었다.
숙련도 또한 낮지 않았다.
<신[神]의 야금술(SS) 숙련도 75.63%>
무려 75.63%
덕분에 시우는 장비에 특별한 기능을 부여할 수 있었다.
오리할콘 권갑에 부여된 불괴(不壞).
오리할콘 팔찌에 부여된 순환(循環).
신[神]의 야금술(SS)이 갖는 능력의 대부분을 활용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시우는 확신할 수 있었다.
“돈 복사 버그는 만들 수가 없어요.”
돈 복사 버그와 같은 기능은 만들 수가 없다는 것을 말이다.
굳이 따지자면….
만들 수 있기는 했다.
그러나 그건 신[神]의 야금술(SS)로 만드는 것이 아니었다.
이시스의 현실조작[現實操作](SSS).
법칙 자체를 개변시키는 능력.
현실조작[現實操作](SSS)의 능력으로 돈 복사 버그의 기능을 부여할 수는 있었다.
‘그리고 반동으로 내 존재가 소멸되겠지.’
그러나 그에 따른 반동을 견딜 수가 없었다.
반동은 개변하는 법칙의 정도에 따라 세기가 달라진다.
그리고 코르누코피아는 등가교환의 법칙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었다.
이 고립된 세계에서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법칙.
그야말로 돈 복사 ‘버그’였다.
그런 법칙의 개변은 어마어마한 반동이 뒤따른다.
반드시라고 할 만큼 시우의 존재가 붕괴되어 버린다.
그렇기에 불가능했다.
이시스의 현실조작[現實操作](SSS).
헤파이스토스의 신[神]의 야금술(SS).
두 신의 힘으로도 코르누코피아를 만드는 것은 불가했다.
그런데 헤파이스토스가 코르누코피아를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겠다?
시우는 고개를 갸웃거렸고.
헤라클레스는 곧장 말을 이어 왔다.
[현재 선생님께서 배우신 건 헤파이스토스의 기술이지 비법은 아니지 않습니까.]
“......?”
시우는 다시 한번 고개를 갸웃거렸다.
기술과 비법.
“무슨 차이예요?”
저게 대체 무슨 차이란 말인가.
그도 그럴 것이 시우는 신의 힘을 그대로 이어받을 수 있었다.
헤파이스토스의 신[神]의 야금술(SS).
시우의 신[神]의 야금술(SS).
이 둘의 차이는 없었다.
있다면 숙련도와 경험의 차이일 뿐이었다.
그런데 지금 무슨…?
[제 경우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게 되실 겁니다.]
[선생님이 제 채널을 구독함으로써 얻으신 능력이 무엇이었죠?]
“그야 괴력… 아.”
시우는 그때서야 헤라클레스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시우가 헤라클레스 채널을 구독함으로써 얻은 개성은 괴력[怪力](SS).
그러나 시우가 헤라클레스에게서 배우는 개성은 괴력[怪力](SS)만이 아니었다.
[신투술은 저에게서 직접 배우고 계시지 않습니까.]
헤라클레스 신투술[神鬪術](SSS).
시우는 헤라클레스에게서 직접 그것을 배우고 있었다.
그리하여 두 가지 개성을 헤라클레스에게서 배우고 있었다.
채널을 구독하여 얻은 괴력[怪力](SS).
개인 PT를 통한 헤라클레스 신투술[神鬪術](SSS).
이를 다시 말하면.
[헤파이스토스의 비법은 저의 신투술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헤파이스토스에게서도 또 다른 개성을 배울 수 있다는 뜻이었다.
채널 구독과 별개로 말이다.
그렇게 헤파이스토스에게서 직접 배우는 비법.
[그게 진짜 진국입니다요.]
그것은 신[神]의 야금술(SS)보다 뛰어난 무엇일 터였다.
말 그대로 비법(秘法).
쉬이 배울 수 있는 종류는 아닐 터였다.
아니, 배울 수 없는 종류였다.
신(神)의 힘은 인간이 다룰 수 없으니까.
시우조차 쉬이 배울 수 없는 너머의 비법일 터였다.
그러나 배우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이 역시 헤라클레스의 경우를 생각하면 이해가 쉬웠다.
헤라클레스 채널 구독으로 얻은 개성, 괴력[怪力](SS).
그로써 시우는 기초를 다질 수 있었다.
헤라클레스 신투술[神鬪術](SSS)을 배우기 위한 기초를 다질 수 있었다.
신[神]의 야금술(SS) 또한 이와 다르지 않았다.
헤파이스토스의 비법을 배우기 위한 기초.
하물며 숙련도가 무려 75.63%에 달하고 있었다.
기초는 확실히 다져 놓은 셈.
헤파이스토스의 비법이라 할지라도 능히 배울 수 있었다.
하여, 이 모든 것들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
“헤파이스토스 님이 보답으로 제게 직접 야금술 비법을 가르쳐 주신다는 말씀인가요?”
지금 헤라클레스가 시우를 가르치는 것처럼 말이다.
당연하게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헤파이스토스가 그런 수고를 들일 이유가 전혀 없었으니까.
애초에 자신의 비법을 남에게 가르쳐 줄 이유가 무어란 말인가.
그런데.
[바로 그 말씀입니다.]
헤라클레스는 정확히 맞혔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시우는 정신이 다시 한번 멍해졌다.
그러면… 가능할지 몰랐다.
다름 아닌 저 신 단백질.
아니, 한계치가 없는 돈 복사 버그.
아니, 코르누코피아.
저 말도 안 되는 사기템을 만들 수 있을지 몰랐다.
또 그뿐이랴.
헤파이스토스의 비법.
헤파이스토스를 12주신의 반열에 오르게 한 비법.
그 비법을 배운다면 시우도 각종 신화급 장비를 만들 수 있을 터였다.
포세이돈의 삼지창, 트리아이나.
큐피트의 활과 화살.
아테나의 아이기스 방패.
신화적인 장비들을 시우의 손으로 직접 만들어 낼 수가 있었다.
거기에 이시스의 현실조작[現實操作](SSS)까지 더한다?
시우는 진정으로 헤파이스토스를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때마침.
장 웨이에게 받은 오리할콘 두 덩이가 아공간 주머니에 담겨 있었다.
헤파이스토스의 비법을 배워 직접 신화적인 장비를 만들 수가 있었다!
“아.”
정신이 아찔해지며, 하늘로 승천한다.
전신의 근육이 파르르, 떨려 오며 접신을 시도한다.
[어떻게, 바로 진행할까요?]
그 사이로 헤라클레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우는 파르르, 떨리는 근육을 가까스로 붙잡았다.
“마, 마, 말씀….”
그러자 내뱉는 목소리가 파르르, 떨려 왔다.
시우는 목을 가다듬으며 다시 말했다.
“말씀 펴, 편하게 하세요.”
[하하하….]
그러자 헤라클레스가 멋쩍게 웃어 보였다.
평소라면 ‘그럴까…?’라며 단번에 수락했을 상황.
하지만 앞선 나쁜 소식에 대한 눈치가 보인 것일까.
[제가 어찌 선생님께 말을 놓겠습니까.]
헤라클레스는 쉬이 말을 놓지 않았다.
아무래도 앞선 나쁜 소식 때문에 그러는 것 같았다.
“제가 불편해서 그래요.”
하지만 시우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건 전혀 나쁜 소식이 아니었으니까.
아니, 나쁜 소식은 맞았다.
그러나 좋은 소식이 나쁜 소식을 뒤덮을 만큼 너무도 좋았다.
그런 시우의 모습 때문일까.
[크흠. 그, 그럼 그럴까?]
헤라클레스는 그때서야 평소의 태도로 돌아왔다.
[그럼 지금 바로 헤파이스토스한테 말하고 올게.]
“넵!”
시우는 세상 밝은 얼굴로 답했다.
* * *
서울 외곽에 위치한 한 호텔.
오주원은 소파에 앉아 차분히 생각을 정리했다.
판데모니움의 흉터급 간부.
한국의 지부장.
이는 오주원이라는 존재를 설명하는 표현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왜일까.
이 중에서 한국의 지부장이라는 표현.
이 표현에 대해 오주원 스스로가 의구심이 들었다.
다름 아닌 현 판데모니움의 상황.
교단은 궤멸 직전의 타격을 입었다.
경기 지역의 모든 판데모니움들은 완전히 뿌리 뽑혔다.
현재 한국의 판데모니움은 설 자리를 완전히 잃어버렸다.
사실상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지부장이라는 직임.
“......”
오주원은 그것에 대해 스스로가 의구심이 들었다.
본래 이렇지는 않았다.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에서 판데모니움의 세력이 약한 건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상황이 이렇게 된 이유는 하나였다.
아니, 한 사람이었다.
“맹시우.”
판데모니움을 상대로 경고를 한 시건방진 이름.
그러나 이제는 오주원의 머릿속에 각인되어 버린 이름.
꽈드득!
그 이름을 되뇌는 것만으로도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오주원은 차분히 두 눈을 감았다.
이성을 차갑게 식히며, 차오르는 분노를 가라앉혔다.
마음 같아선 맹시우를 당장이라도 처단해야 했다.
아니, 처단해야만 했다.
그러나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백선제는?”
오주원은 천천히 눈을 떠 보였다.
그러자 오주원의 뒤쪽.
한 수하가 답해 왔다.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이 없습니다.”
오주원은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지난 날, 오주원은 백선제와 결전을 벌인 바 있었다.
그 결과 오주원은 왼쪽 눈을 잃었고.
백선제는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입은 상처.
둘 모두 한동안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별 움직임이 없다라….”
이 정도는 아니었다.
지금까지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치명상을 입힌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백선제가 움직이지 않는다.
이는 두 가지 퍼즐을 조합하면 간단하게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교단의 간부, 조북천의 죽음.
알 수 없는 이유로 풀린 금제.
“다 알고 있군.”
백선제는 다 알고 있다.
지금 오주원이 무엇을 준비하는지.
판데모니움이 무엇을 추구하는지.
백선제는 모든 것을 알고 그에 따른 대비를 하고 있는 것이리라.
“시간이 많지 않군.”
그렇기에 바로 움직여야 했다.
백선제가 무슨 대비를 하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이 완성되기 전에 오주원이 먼저 움직여야 했다.
그래야만 이번 일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이번 일은 판데모니움의 지배자, 붉은 그림자가 주시하는 중요한 일.
앞선 실패가 뼈 아프긴 했다.
그러나 재기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지금 당장 움직인다면 늦지 않았다.
그렇기에 맹시우를 신경 쓸 여력도, 시간도 없었다.
무엇보다.
“장 웨이가 맹시우와 친분이 있는 것이 확실하나?”
장 웨이의 한국 방문.
뭐가 어떻게 돌아간 건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장 웨이는 맹시우와 친분이 있어 보였다.
이는 단순한 친분이라 볼 수 없었다.
체면에 살고 체면에 죽는 중국인.
특히나 무인(武人)들에게 있어 체면은 곧 목숨과 다름없었다.
중국인들에게 있어 친분이란 곧 혈연이라 보면 되었다.
아니, 혈연보다 더 진한 관계였다.
그렇기에 오주원은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맹시우가 장 웨이와 친분이 있을 수 있는가.
오주원은 장 웨이가 어떤 인물인지 잘 알았다.
비단 오주원뿐만이 아니었다.
세계에서 장 웨이를 모르는 이가 없다고 봄이 옳았다.
그렇기에 더욱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습니다.”
탁. 탁.
오주원의 검지손가락이 소파의 팔걸이를 두들겼다.
맹시우 주변으로 말도 안 되는 인물들이 엮이고 있었다.
시찰국장, 백선제.
마스터 오렐리안.
하물며 이제는 장 웨이까지.
세계적인 인사들이 맹시우 주변으로 모이고 있었다.
이러면….
맹시우를 어찌하는 건 불가하다.
또한 지금 상황에서 맹시우를 신경쓰는 건 좋지 못했다.
그런데 왜일까.
“맹시우….”
맹시우를 이대로 놔두면 안 될 것 같았다.
이유는 모르겠다.
굳이 말하자면 직감(直感).
오주원은 일의 시작에 앞서 가장 먼저 맹시우를 처리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야만 이 모든 것들이 바로잡힐 것 같았다.
이번 일을 성공적으로 끝마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방법이 없다.
시간도, 여력도 없다.
“......”
오주원은 말없이 생각에 잠길 뿐이었다.
탁탁.
소파의 팔걸이를 두들기는 소리만이 하염없이 들려왔다.
그리고 바로 그때.
똑똑.
호텔 방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제가 나가 보겠습니다.”
방 안에 있던 수하가 걸음을 옮겨 방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조금의 시간이 지나.
“저… 지부장 님.”
밖으로 나갔던 수하가 다시 안으로 들어왔다.
뚝.
소파 팔걸이를 두들기던 검지손가락이 멈춰 섰다.
그와 동시에 수하가 차분히 입을 열었다.
“SH그룹의 한관국 이사가 지부장 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한다고 합니다.”
흉터가 새겨진 오주원의 왼쪽 눈.
왼쪽 눈의 의안이 꿈틀거렸다.
* * *
헤라클레스가 헤파이스토스를 데려오겠다며 떠나간 이후.
“미리 준비해 두어야겠다.”
시우는 곧 있을 헤파이스토스의 수업을 준비했다.
사실 준비라고 해 봤자 특별한 건 없었다.
“서씨 공방에 가야겠다.”
서씨 공방에서 기다리는 것뿐.
시우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아야, 오빠 잠깐 나갔다 올─.”
바로 그때.
띠링!
품속에서 스마트폰의 알림음이 들려왔다.
“벌써?”
아무리 못해도 반나절은 걸릴 줄 알았거늘.
고작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연락이 와 버렸다.
“엄청 빠르네.”
시우는 갓튜브의 스마트폰을 꺼내 알림창을 확인했다.
그런데 웬걸.
“헤라클레스가 아니야?”
헤라클레스에게서 온 연락이 아니었다.
헤파이스토스는 더더욱 아니었다.
<아도니스 님께서 영상 통화를 신청했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아도니스.
화면 위에 떠오른 알림창은, 아도니스에게 온 DM이었다.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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