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화.
갑작스레 연락이 온 아도니스.
시우는 어리둥절한 심정이었다.
“아도니스가 왜…?”
뜬금없이 연락이 온 아도니스.
물론… 뜬금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뜬금없기도 했다.
그게 무슨 개소리냐 싶지만 정말 그러했다.
뜬금없으면서도 뜬금없지 않았다.
아니, 그건 그렇고.
“내 연락처는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헤라클레스가 말해 주었나?
아무래도 그런 거 같았다.
“음….”
해서 시우는 잠시 고민이 들었다.
이걸 받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지만 뭐.
꾹.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수락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팟!
화면이 바뀌며 한 인물이 화면 위로 떠올랐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장발.
새빨간 장미를 닮은 머리색.
[혹시, 시우 님… 되십니까?]
그리고 들려오는 천상의 목소리.
“아니 무슨….”
시우는 저게 사람이 맞는 건가 싶었다.
물론 엄밀히 따지면 사람이 아니긴 했다.
갓튜브의 인물들은 인간일지라도 신격을 지닌 이들.
사람이라 정의할 수 없는 이들이긴 했다.
하지만 시우의 물음은 그 개념조차 뛰어넘었다.
시우가 지금까지 본 가장 잘생긴 남자는 소은의 남동생, 김이준이었다.
웬만한 영화배우 뺨치는 수준의 잘생김.
기생오라비라 표현했지만….
솔직히 김이준은 잘생겼다.
그런데 지금 그 기준이 완전히 뒤집어졌다.
[정말… 인간이신데 연락이 되는군요.]
그냥… 상대가 되질 않았다.
김이준도 아도니스 옆에선 똑같은 꼴뚜기에 지나지 않았다.
두 여신조차 반해 버린 압도적인 미(美).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최고의 미남.
그 누구도 이견의 여지가 없는 부동의 1위.
시우는 아도니스가 그렇게 불리는 이유를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
시우조차 저 미모에 넋을 놓아 버렸다.
분명 같은 남자였다.
그런데도 예뻐 보였다.
저 초월적인 미모 앞에서는 동성과 이성의 영역은 의미가 없었다.
생각과 마음이 어지러이 얽혀 왔다.
하지만 시우는 필사적으로 정신을 가다듬었다.
남자다. 아도니스는 남자다.
그러자 어지럽던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그와 동시에 띠링!
<초월적인 미(美)에 저항했습니다.>
<불혹(不惑)의 정신이 자리합니다.>
<군자심[君子心] - 인의예지[仁義禮知](SSS) 숙련도 38.31%[+10.6%]
군자심[君子心](SSS)의 숙련도가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불혹(不惑).
그 어떠한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
시우는 끝내 그 경지에 발을 디뎌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었다.
그런데 참.
‘단지 외모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된다라….’
심지어 여자도 아니었다.
같은 남자의 외모를 보는 것으로 이리되었다.
이게 진정한 초월의 미(美)가 아닐까.
이쯤 되자 헷갈리기 시작했다.
군자심[君子心](SSS)이 엄청난 걸까.
아니면 아도니스의 미(美)가 대단한 걸까.
개인적으로는 군자심[君子心](SSS)의 손을 들어 주고 싶었다.
그러니까 아도니스의 미(美)를 버텨낸 군자심[君子心](SSS)이 더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만큼 아도니스의 미(美)는 초월적이었다.
어쨌든.
“어떤 일로 제게 연락 주신 겁니까?”
[괜찮으신… 겁니까?]
시우의 말에 아도니스가 꽤나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저와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정신이 빠지곤 하는데…..]
참으로 재수 없는 말이었다.
그러나 아도니스의 외모를 보면 전혀 그렇지 않았다.
[제 앞에서 그런 반응을 보이신 건, 헤라클레스 님과 시우 님이 전부입니다.]
아도니스는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오랜 만에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누는 상대를 만나 기쁜 것 같았다.
그런데 참….
실로 말이 안 되는 미소였다.
아니나 다를까 띠링!
숙련도가 올랐다는 알림창이 떠 올랐다.
그러나 시우는 그것을 확인할 겨를이 없었다.
조금이라도 방심했다간, 그대로 홀려 버릴 것 같았으니까.
그렇기에 드는 생각.
‘헤라클레스는 저걸 두 눈으로 직접 보면서 버텼다는 거잖아.’
놀랍다 못해 경이롭기 그지 없었다.
공자의 군자심[君子心](SSS)으로 겨우 버티는 상황.
정말로 근육 이외에 아무것도 관심이 없는걸까.
여러 의미로 강인한 정신력의 헤라클레스였다.
시우는 정신을 꽉, 붙잡으며 말했다.
“그보다 제게 어쩐 일로…?”
[아, 그게. 다름이 아니라…. 시우 님께 감사 인사라도 전하고자 이렇게 연락을 드렸습니다.]
“감사 인사요?”
[네. 헤라클레스 님께 전부 이야기 들었습니다. 저를 구해 주신 거 시우 님이 하신 일이라고….]
“제가 한 게 뭐가 있다고요. 옆에서 이래라저래라 한 거 밖에 없습니다. 전부 헤라클레스 님이 한 건데요.”
실상이 그러긴 했다.
두 여신을 상대한 건 헤라클레스.
시우는 영상 컨텐츠만 알려 준 것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아도니스는 당치도 않다는 듯 답했다.
[시우 님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설령 가능했다 하더라도 저는 살아남을 수 없었겠죠.]
[그런 식으로 제우스 님을 끌어들이실 줄은 정말….]
[이 모든 건 시우 님 덕분입니다.]
아도니스는 시우를 향해 고개를 푹, 숙여 보였다.
이윽고 아도니스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보였다.
바라본 시선.
[고백하건대….]
아도니스의 눈빛은 어딘가 공허해 있었다.
[처음엔 그리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부끄럽지만, 시우 님도 같은 남자로서 어떤 의미인지 아실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점점 여신 님들의 요구가 점점 과해졌죠.]
집착을 넘어선 광기.
[도망치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그럴 능력도 되지 않았을 뿐더러.]
[그랬다간 두 여신님께서 어떠한 보복을 행해 올지 알 수가 없었거든요.]
[솔직히 말하면… 두려웠습니다.]
그렇게 아도니스는 두 여신에게 사로잡히게 되었다.
사육장의 짐승처럼 원치도 않은 일을 매일 같이 해야만 했다.
그리고 지금.
[정말… 뭐라고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아도니스는 시우를 향해 다시 한 번 깊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이번엔 한동안 들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감조차 잡히질 않습니다.]
[가진 것도 없고, 할 줄 아는 것이 없는 제 자신이 한탄스러울 뿐입니다.]
아도니스는 스스로를 자책하듯 말해 왔다.
시우는 손을 휘휘, 내저으며 답했다.
“딱히 감사를 바라고 한 일이 아닌데요. 그보다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바라 마지 않던 자유의 몸이 되시지 않았습니까.”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아도니스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보였다.
왜인지 표정은 그리 밝지만은 않았다.
아도니스는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그저 쾌락을 위한 도구로서만 살아왔다.
억압된 삶.
그것이 아도니스가 평생토록 살아온 삶이었다.
[정말…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것도 모르겠습니다. 앞선 말씀처럼 저는 할 줄 아는 것도, 가진 것도 없으니 말입니다.]
아도니스는 현재 상황을 혼란스러워 하고 있었다.
자유.
언제나 긍정적인 단어로 사용되어 왔지만, 사실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시우는 조금 미안한 마음도 없잖아 있었다.
시우가 미안해 할 건 없었다.
또한 시우가 관여할 부분도 아니었다.
그렇기에 오지랖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왜일까.
그런 오지랖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화면 너머.
시우는 아도니스에게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럼 갓튜브 채널을 한번 운영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갓튜브 채널을… 말입니까?]
시우는 고개를 끄덕였고.
아도니스는 조금 망설이며 말을 이었다.
[전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습니다.]
유투브도 그렇고.
갓튜브도 그렇고.
가진 바 능력이 없으면 살아남기 힘든 플랫폼이었다.
그렇기에 아도니스가 살아남기엔 역시나 혹독한 환경이었다.
말마따나 아도니스는 할 줄 아는 것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뷰티 관련 컨텐츠를 하면 어떨까 싶습니다만.”
아도니스는 외모 천재이지 않은가.
천재 수준이 아니었다.
초월적인 미(美).
“굳이 뷰티 컨텐츠가 아니더라도 연기 관련 컨텐츠도 괜찮습니다.”
문득 든 생각이다만.
“셰익스피어와 합방을 진행해도 좋을 것 같고요.”
셰익스피어가 쓴 희곡에 출연하는 형식으로 말이다.
갓튜브에서의 영화배우인 셈.
[전 연기를 잘 못합니다만….]
“상관 없습니다.”
중요한 건 연기가 아니었으니까.
남자마저 홀려 버리는 미모.
그것만으로 조회수는 따 놓은 당상이지 않을까.
“부족한 연기야 지금부터 배우면 되고요.”
[제가… 할 수 있을까요?]
아도니스는 두려운 눈빛을 지어 보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홀로 세상에 나선다는 떨림.
어찌 두렵지 않을 수 있을까.
무엇보다.
“글쎄요. 쉽지는 않을 겁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쉽지 않은 일이기도 했다.
외모라는 무기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으니까.
“많은 이들이 아도니스 님에게 비난의 시선도 던질 겁니다.”
이번 사건에서 아도니스는 피해자였다.
그러나 완전한 피해자인가?
이 물음에 고개를 젓는 이들은 있을 터였다.
안 좋게 보는 이들도 있을 터였다.
아도니스를 싫어하는 이들도 분명 있다.
세상에 나아간다는 건 그러한 의미였다.
“그렇게 계속 앞으로 나아가 보시는 겁니다.”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
이에, 공자께서도 항상 말씀하시길.
[그대가 무언가를 이루려 노력하다 보면 반드시 세상의 저항을 마주하게 된다.]
[냉소적인 자. 흥을 깨는 투덜이. 아첨꾼.]
[그들은 자신과 같은 위치로 그대를 끌어내리려 할 것이다.]
[그럼에도 용기 있게 그대의 길을 나아가라.]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라.]
[그리고 여기, ‘묵묵히’에 모든 것이 들어 있다.]
[군자는 말이 많지 않다.]
“아도니스 님은 충분히 하실 수 있을 겁니다.”
아도니스는 별다른 답이 없었다.
보다 정확히는 말이 없었다.
어느샌가 푹, 숙여진 아도니스의 고개.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시우 님.]
먹먹한 아도니스의 목소리만이, 들려올 뿐이었다.
* * *
이후 시우는 아도니스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로 어떤 컨셉의 컨텐츠로 채널을 운영할까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러다 문득.
[시우 님이 계신 차원으로 넘어갈 수가 있다고요?]
어쩌다 이야기가 여기까지 흘러가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그와 관련한 이야기가 주된 주제를 이루었다.
그리고 왜일까.
[제가 반드시 시우 님이 계신 차원으로 갈 방법을 찾아 오겠습니다!]
아도니스는 저 말을 끝으로 떠나갔다.
어쩌다 이야기가 이렇게 된 것일까.
그런데 음.
“아도니스면 찾아낼 수 있을지도?”
조금 기대가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갓튜브에서 지구로 올 수 있는 방법.
아도니스라면 그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냥 꺼내 본 이야기 였는데….”
정확히는 하도 아도니스가 보답을 하고 싶다고 해서 넌지시 꺼낸 이야기였다.
“그런데 저렇게 진지하게 받아들일 줄이야.”
진지한 정도가 아니라 사명처럼 받아들이고 있었다.
목숨을 걸고서라도 알아 올 것만 같았다.
“가능할 것 같기도 한데.”
그러니까 아도니스가 방법을 어찌 알아 올 것만 같았다.
이게 아도니스라면 혹시…?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도니스가 곧 운영하게 될 갓튜브 채널.
그것이 뷰티 채널인지.
아니면 연기 채널인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꼬이는 신들은 많을 터였다.
수많은 신들을 만나는 것이야 자명한 일.
방구석에 틀어박혀 운동만 하는 헤라클레스와는 달리 말이다.
당연하게도 들리는 소문을 접할 기회도 많을 터였다.
무엇보다 이런 건 여신들의 입담에서 퍼져 나가는 법이었다.
여신들이 모여 나누는 가십거리에서 예상치 못한 정보가 나오는 법.
“클레오파트라가 무언가를 알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그러니까 여신들의 사교계에서 무언가를 들은 것이 아닐까 싶었다.
“헤라클레스가 그런 여신들의 사교계에 갈 리가 없으니, 원.”
가고 싶다 해도 아마 받아 주지도 않을 터였다.
입구 컷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지.
설령 받아 준다 해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여신들이 헤라클레스와 이야기를 나누겠는가.
머리까지 근육으로 가득 찬 근육 고래와 말이다.
하지만 아도니스는 아니었다.
여신들조차 매혹시키는 초월적인 미(美).
“사교계의 대스타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
사교계를 휘어잡는 거물.
어쩌면 아도니스를 중심으로 사교계의 흐름이 다시 흘러갈지도 모를 일었다.
그 속에서 정보를 캐 오는 것 정도야 식은 죽 먹기였다.
정말로 아도니스가 무언가를 알아 올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어쩌면 그 금발의 남자 정체도 알 수 있을지도.”
시우에게 갓튜브 스마트폰을 건네준 정체불명의 남자.
그 남자에 대한 정체도 알아낼 수 있을지 몰랐다.
심지어 앞으로 갓튜브와 관련한 의문들.
그 모든 것들을 아도니스에게 물어보면 되었다.
그야말로 갓튜브의 정보원인 셈.
“이건 예상치 못한 수확인데?”
정말이지 뜻밖의 수확이었다.
물론.
띠링!
<헤파이스토스 님께서 영상 통화를 신청했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가장 큰 수확은 따로 있었지만 말이다.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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