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160화 (160/250)

159화.

아도니스와의 대화가 예상보다 길어진 탓일까.

헤파이스토스에게서 DM 메시지가 와 있었다.

물론 헤라클레스가 아니긴 했다.

‘헤파이스토스’에게서 온 DM 메시지.

그런데 이상할 건 없었다.

헤라클레스에게 이야기를 듣고 곧바로 시우에게 연락을 했거나 했겠지.

“아직 서씨 공방을 못 갔는데.”

헤파이스토스의 비법을 집에서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무엇보다.

“서아랑 아윤이가 공부 중이라 눈치 보이기도 하고.”

현재 아윤이가 서아의 검정고시 공부를 봐주고 있었다.

영상 편집이야 조용히만 하면 되었기에 큰 상관은 없었다.

갓튜브의 영상은 오직 시우만 볼 수 있었다.

다른 이에게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다.

하지만 헤파이스토스의 비법은 직접 시우가 망치를 잡아야 했다.

해서 이를 어찌할까….

고민하는 것도 잠시.

“그래도 기다리게 할 수는 없으니까.”

시우는 일단 이야기만 나누기로 결정했다.

생각을 마친 시우는 곧장 영상 통화의 수락 버튼을 눌렀다.

꾹.

수락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팟!

화면이 바뀌며 두 명의 인물이 화면 위로 떠올랐다.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우락부락한 근육 고래.

‘헤라클레스?’

다름 아닌 헤라클레스였다.

시우는 통화의 발신인을 재차 확인했다.

<발신인: 헤파이스토스>

그런데 왜 헤라클레스가 저기에…?

라는 물음이 들던 순간.

[자네가 헤라클레스가 입이 닳도록 말하던 인간인가?]

한쪽에서 걸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또한 익숙한 목소리이기도 했다.

시선을 돌려 바라본 그곳.

그곳엔 우락부락한 근육질의 사내가 서 있었다.

헤라클레스만큼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충분히 근육 고릴라 혹은 근육 코뿔소라 부름직 한 사내였다.

그 때문일까.

시우는 저 사내의 정체를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

“헤파이스토스 님?”

대장장이의 신(神), 헤파이스토스.

갓튜브의 영상으로 수없이 봐 온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영상 통화로 직접 보니 음.

‘못생겼네.’

진짜 엄청 못생겼다.

얼굴 가지고 이러면 안 되긴 했다.

그런데 정말 너무 못생겼다.

‘방금 아도니스랑 비교되어서 그런가.’

꼴뚜기도 이런 꼴뚜기가 없었다.

그야말로 근육 꼴뚜기.

아니, 근육 꼴뚜기라는 말도 미안할 지경이었다.

아마 꼴뚜기도 ‘내가 저 정도라고…?’라고 말할 만큼 헤파이스토스는 못생겼다.

그런 시우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일단, 가장 먼저 이 말을 전하고 싶네.]

영상 속, 근육 꼴뚜기.

아니, 헤파이스토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여기, 헤라클레스에게 다 이야기를 들었다네. 자네 덕분에 아내의 외도가 바로잡힐 수 있었네. 정말 고맙다네.]

화면 너머.

근육 꼴뚜기… 아니.

헤파이스토스가 시우를 향해 깊이 고개를 숙였다.

그 때문일까.

“어….”

시우는 조금 얼떨떨한 심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헤파이스토스가 이렇게까지 감사해할 줄은 몰랐으니까.

물론 선물을 주었다길래 감사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정도로 감사할 줄은 진짜 몰랐다.

그렇기에 드는 궁금증.

“혹시 아프로디테 님과 이혼하실 생각이신 겁니까?”

헤파이스토스는 이번 기회에 아프로디테와 이혼하려는 걸까.

그 명분을 가져올 수 있어서 저렇게 고마워하는 걸까.

그러니까 위자료를 뜯어낼 수 있는 명분.

갓튜브에도 위자료 개념이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아무튼.

시우가 묻자 헤파이스토스가 고개를 들어 보였다.

그리고는 작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니, 그럴 일은 없을 거네.]

근육 꼴뚜기는… 아니, 헤파이스토스는 단호했다.

그렇기에 시우는 더욱 의문스러웠다.

보다 정확히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무리 아프로디테가 예뻐도 그렇지.

그렇게 같이 살고 싶은 걸까.

그런 시우의 생각을 알기라도 한 것일까.

[나도 알고 있네. 내 아내가 문란하다는 것을 말이지.]

헤파이스토스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아내가 수많은 남신들과 관계를 가졌다는 것도 알고 있네. 특히나 아레스랑은 난리도 아니었다는 것도 말이야. 물론 그대 덕분에 아레스와의 관계도 완전히 끝이 나 버렸지만.]

하하핫!

헤파이스토스는 호탕하게 웃어 보였다.

그리고.

[그래도 나는 그런 아내를 사랑한다네.]

헤파이스토스는 그렇게 답을 해 보였다.

그런 헤파이스토스의 모습 때문일까.

‘신화 속 이야기가 전부는 아니었구나.’

시우는 헤파이스토스에 대한 생각을 조금 달리했다.

헤파이스토스와 아프로디테.

사실 둘은 애틋한 감정을 공유하는 사이는 아니었다.

일단 아프로디테부터가 불륜의 대명사이지 않은가.

그리고 헤파이스토스는 그런 아프로디테를 상관하지 않았다.

아프로디테가 바람이 나도 헤파이스토스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쇼윈도 부부.

시우는 그동안 둘의 관계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신화 속 이야기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난 내 얼굴이 못난 것을 잘 알고 있네.]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아프로디테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쯤이야 알고 있었지.]

생각해 보면 헤파이스토스는 무심하지 않았다.

아프로디테의 환심을 사기 위한 무던한 노력을 해 보였다.

한번은 아프로디테의 자식, 아이네이아스가 전쟁에 나갈 상황에 처하게 된다.

아이네이아스는 아프로디테와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한마디로 상간남의 자식이었다.

아프로디테는 전쟁터에서 아이네이아스가 죽을까 걱정을 한다.

결국 아프로디테는 애걸하며 헤파이스토스에게 장비를 만들어 줄 것을 부탁한다.

이에 헤파이스토스가 답하길.

‘내가 행하는 모든 기술과 노력. 나의 모든 것은 전부 그대의 것이오. 그러니 나에 대한 그대의 권세를 의심하며 그렇게 애원하지 마시오.’

헤파이스토스는 그렇게 아이네이아스를 위한 장비를 만들어 준다.

상간남의 자식임에도 개의치 않았다.

아프로디테가 원한다는 이유 하나로 말이다.

우직한 공돌이, 헤파이스토스.

그는 우직하게 아프로디테의 곁을 지켜 왔다.

그것이 다소 멍청하고 답답해 보일지라도 말이다.

그런데 뭐.

사실 호구도 이런 호구가 없었다.

그러나 이 세상엔 호구 같은 사랑도 있는 법.

물론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아마 평생토록 이해할 수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헤파이스토스라는 대장장이.

[그래도 기다리다 보면 언젠가는 나를 돌아봐 주지 않겠나?]

우직한 공돌이가 아프로디테를 사랑하는 방식일 뿐이었다.

물론.

[진짜 병신도 이런 병신이 없다니까.]

병신도 이런 병신이 없기는 했─.

“응?”

바라본 화면 너머.

그곳엔 헤라클레스가 진짜 병신 바라보듯이 헤파이스토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병신? 너 이 새끼. 네가 나의 사랑을 알기나 해?]

[사랑은 염병할. 아니, 말이 나와서 그러는데 형. 그냥 형수님이랑 이혼하라니까?]

‘형…?’

시우는 순간 뭔가 싶었다.

헤라클레스가 헤파이스토스에게 형이라니?

그런데 음.

‘둘 다 제우스의 아들이기는 하지?’

정확히는 배다른 형제였다.

헤파이스토스는 제우스와 헤라의 아들.

헤라클레스는 제우스와 알크메네라는 인간 여인의 아들.

배다른 형제긴 했다만 형제는 맞았다.

어떻게 보면 홍길동과 같은 상황이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홍길동은 호형호제를 결국 해내지 못했다.

하지만 뭐.

[형 정도면 참한 여신들이 줄을 선다니까?]

[내 얼굴을 보고 줄을 서는 여신들이 있다고?]

[물론 형 얼굴이 박살 나긴 했지만, 형 능력이 있잖아. 안 그래도 나한테 형 소개좀 시켜 달라는 여신들이 좀 있다니까?]

헤라클레스는 호형호제를 하는 것 같았다.

‘생각해 보면 헤라가 헤라클레스만은 인정 했으니까.’

시도 때도 없는 바람으로 수많은 씨앗을 퍼트린 제우스.

그만큼 제우스의 자식이라 불리는 사생아는 많았다.

헤라는 당연하게도 그런 제우스의 아들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딱 한 명.

헤라클레스만은 달랐다.

물론 처음엔 헤라도 헤라클레스를 인정하지 않았다.

인정하지 않음을 넘어 죽이려고 들었다.

그러나 그리스 로마 신화의 종말, 기간토마키아.

그 종말 속에서 헤라클레스가 올림푸스를 구해 내는 기염을 토해 낸 이후.

헤라는 헤라클레스만은 자신의 자식으로 인정했다.

그리하여 지금.

헤라클레스와 헤파이스토스.

둘이 호형호제 하는 이유는 충분했다.

[되었다! 난 아프로디테가 아니면 안 돼!]

[에휴, 누가 꽉 막힌 대장장이 아니랄까 봐, 고집은.]

[아우야, 사랑에는 원래 고집이 있어야 하는 법이란다.]

[저러니 다른 신들한테 병신 소리나 듣지.]

[하! 그래 봤자 내 앞에서는 아무 말도 못 하는 것들 따위의 말들이다. 내가 그런 것에 신경 쓸 것 같으냐?]

[그래그래. 형 마음대로 해. 마음대로.]

헤라클레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뿐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뭐랄까….

‘헤라클레스는 형수님한테 참교육을 한 건가?’

콩가루 집안도 이런 콩가루 집안이 없었다.

물론 그 일을 지시한 건 시우이긴 했다.

하지만 거리낌 없이 일을 진행한 건 헤라클레스이지 않은가.

이래도 되는 건가?

그런데 뭐.

[이번 일로 형이 이혼할 줄 알았는데. 역시는 역시구나.]

헤라클레스도 아프로디테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마음 한구석으로 이혼하기를 바란 것 같았다.

어쩐지.

헤라클레스답지 않게 으름장을 제대로 놓는다 싶었다.

‘다음 컨텐츠는 인물 관계 조사를 철저하게 해야겠네.’

시우는 속으로 굳게 다짐했다.

아무튼.

[어쨌든! 자네 덕분에 아내가 얌전해질 수 있었네. 아내도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는 바람을 피우지는 않겠지.]

물론 아프로디테라면 또 모를 일이긴 했다.

괜히 여자 제우스라 불리는 건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아마 이번엔 그럴 가능성이 낮아 보이기는 했다.

[그 보답의 의미로 자네에게 내 비법을 가르쳐 줄까 하는데….]

헤파이스토스는 가만히 시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정말 자네가 내 기술을 배우고 있는 게 사실인가? 사실 헤라클레스한테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우리 아우가 드디어 뇌까지 근육으로 들어찼나 싶었다네.]

[지금 옆에서 듣고 있는 건 알고 있지?]

와락, 인상을 찌푸리는 헤라클레스.

딱 봐도 심기가 불편해 보이는 헤라클레스였다.

그러나 헤파이스토스는 그런 헤라클레스를 가볍게 무시했다.

[인간이 내 기술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니. 근육이 뇌까지 들어차지 않은 이상 그런 근육 소리는 안 하니까 말이네.]

[나 옆에서 듣고 있다니까?]

[그래서 솔직히 지금도 믿기지가 않는다네. 그런 의미로 그 사실을 확인해 보고 싶은데… 혹시 자네가 만든 장비를 볼 수 있겠나?]

“그러시죠.”

시우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야 어렵지 않았으니까.

시우는 곧장 아공간 주머니에서 오리할콘 권갑을 찾았다.

그 순간.

[...음?]

화면 속, 헤파이스토스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아공간 주머니…?]

그러면서 헤파이스토스가 화면 한가득 얼굴을 들이밀었다.

화등잔만 한 눈을 화면 가득 채우며 이쪽을 살피고 있었다.

그런데 참.

누가 근육 형제 아니랄까 봐.

헤라클레스와 비슷한 반응이었다.

[저, 저게 무슨…!?]

이윽고 헤파이스토스가 놀라 소리쳤다.

[아공간 장비가 존재한다고…?]

사실 아공간 장비라 할 수는 없었다.

시우가 지닌 아공간 주머니는 장비가 아니었으니까.

마법.

보다 정확히는 이시스의 현실조작[現實操作](SSS)을 이용하여 만든 장비였다.

본디 아공간 주머니라는 건 존재할 수가 없었다.

헤파이스토스조차 아공간 주머니는 만들 수가 없었다.

한 마디로.

[말도 안 된다!!!!]

이건 신[神]의 야금술(SS)이 갖는 한계를 뛰어넘은 장비라 할 수 있었다.

화면 속, 헤파이스토스의 두 눈은 거의 찢어질 듯 떠져 있었다.

그리고 시우가 아공간 주머니에서 오리할콘 권갑을 찾아 꺼내었을 때.

[그, 그건 또 무슨…!!]

헤파이스토스가 놀라 자지러지기 시작했다.

[오리할콘 권갑!! 인간이 오리할콘을 다루었단 말인가!!!]

그리고 이번엔 시우가 조금 놀라 보였다.

과연 대장장이의 신(神)이라는 걸까.

‘이걸 보는 것만으로 안다고?’

아니, 알아채는 정도가 아니었다.

[새, 생명이 부여되어 있어…?]

권갑 안에 내재된 기능까지 정확히 꿰뚫어 보았다.

오리할콘에 각인된 성장 각인.

그렇기에 생명이 부여되었다고 보기엔 솔직히 억지가 있었다.

하지만 오리할콘 권갑은 분명 성장을 할 수 있었다.

헤파이스토스에겐 충분히 놀라 자지러질 만한 일.

[에, 에고(Ego) 장비를… 만들었단 말인가…?!]

이렇게 보일 수도 있는 일이었다.

스스로의 자아가 존재하는 장비.

모든 신화를 통틀어 가장 최고라 평하는 에고(Ego).

그 때문일까.

[이건 말도 안 되네!!!!!]

헤파이스토스가 경악에 경악을 넘어서고 있었다.

경악으로 부릅, 떠 진 두 눈.

놀라 쩌억, 벌어진 입.

[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헤파이스토스는 정말이지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만든 건가! 비법이 뭔가!!]

그러더니 쿵!

헤파이스토스가 갑자기 무릎을 꿇어 왔다.

뭔가 싶은 것도 잠시.

[제발 나도 가르쳐 주게!!!]

그쪽이 그런 소리를 하면 어쩌자는 건데?

시우는 정말이지 뭔가 싶었다.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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