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164화 (164/250)

163화.

뭘까.

진짜 뭐지?

시우는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저를 책임져 주세요.”

“......?”

저게 대체 뭔 개소리란 말인가.

아니, 진짜로 저게 뭔….

시우는 지금 상황을 당최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건 비단 시우뿐만이 아니었다.

“......에?”

…..왈?

순대 쟁탈전을 벌이던 서아와 흑돌이.

그 둘 또한 지금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저건 개소리도 아니었다.

흑돌이도 저런 소리는 안 한다는 뜻이니까.

물론 흑돌이는 늑대였다만 어쨌든.

“그게 갑자기 무슨 말씀─.”

“오, 오빠 설마…!”

일순간 서아가 소리쳐 왔다.

서아는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시우와 한채린을 번갈아 바라봤다.

이윽고 서아의 시선이 한채린의 배꼽 부근에서 멈추더니.

“채, 채린 언니를…?”

서아가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경악했다.

“무슨 상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절대 아니야.”

“그럼 방금 채린 언니의 말은…, 아! 설마? 지금 여기서…? 갑자기 채린 언니를 집에 데려온 이유가…!”

눈이 동그랗게 떠지는 서아였다.

충격과 경악을 넘어선 표정.

이윽고 서아의 고개가 끈 떨어진 인형처럼 뚝뚝, 흑돌이에게 향했다.

“흐, 흑돌아. 우, 우리… 잠깐 산책 나갔다… 올까?”

그러자 왈!

흑돌이가 폴짝, 뛰어오르며 짖어 왔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흑돌이도 충격에 빠져 있었건만.

어째, 상황에 대한 충격보다 산책이 더 좋은 흑돌이였다.

“오, 오빠! 나, 나는 흑돌이랑 산책 갔다 올 테니까! 나, 나 신경 쓰지 마! 한 5시간… 정도면 충분하지? 오빠?”

그러다 핫!

“아니, 흑돌아?”

서아가 황급히 말을 고치며 물었다.

하지만.

도리도리.

흑돌이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어 보였다.

부족하다는 의미의 제스처.

“그럼 6시간…이면 충분하겠지?”

도리도리.

“7시간…?”

도리도리.

“설마 10시간…?”

왈!

흑돌이가 그때서야 활기차게 짖어 왔다.

꼬리를 맹렬하게 흔들며 그 기쁨을 표현했다.

반면에 서아는 그렇지 못했다.

“세, 세상에나….”

영혼이 출타한 듯한 표정으로 입을 쩌억, 벌리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끈 떨어진 인형처럼 뚝뚝, 시우를 바라보더니.

“그렇게 오래 할 수 있다고…, 오빠?”

그러다가 다시 핫!

“아, 아니 흑돌아?”

말을 고치며 흑돌이에게 묻는 서아였다.

그런데 대체 뭘 오래 할 수 있다는 걸까.

“사, 산책 말이야. 하하하….”

스스로가 찔리는지 서아가 저 혼자 중얼거렸다.

“나, 나, 난 흑돌이랑 10시간… 뒤에 올 테니까! 두, 둘이 조, 좋은 시간 보내…!”

그러더니 서아가 흑돌이를 데리고 휙, 나가 버렸다.

“잠깐, 서아야!”

시우는 그런 서아의 뒤를 따라 나갔다.

해명이고 자시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가장 먼저 걱정이 되었으니까.

서아는 확실히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다.

간간이 바깥 활동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껏 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10시간 동안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는 결코 아니었다.

그러다가 서아가 쓰러지기라도 해 봐라.

정말이지 큰일이었다.

시우는 서아를 뒤따라 밖으로 나섰다.

그러다가 멈칫.

그 발걸음을 멈추었다.

내년이면 대학 생활을 하게 되는 서아.

서아는 이제 성인이 되는 나이였다.

오빠랍시고 사사건건 간섭하는 것도 좋지 못했다.

물론 몸이 아픈 특별한 상황이긴 했다.

‘흑돌이가 따라갔으니까.’

특별히 문제 될 건 없었다.

문제가 생겨도 흑돌이 선에서 처리가 가능했다.

무엇보다 시우의 집을 상시 순찰 중인 이민정의 팀원들.

집들이 선물이라는 명목이긴 했다만.

팀원들 또한 서아를 따라붙었을 것이 분명했다.

여러모로 문제가 될 건 없었다.

‘음….’

해서 시우는 서아를 따라가려던 생각을 접었다.

무엇보다 지금 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있지 않은가.

시우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한채린을 바라봤다.

한채린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시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방금 무슨… 말씀이신 겁니까?”

한채린은 답을 해 오지 않았다.

물끄러미 시우를 바라볼 뿐이었다.

이번엔 뭔가 싶은 것도 잠시.

“역효과가 난 건가요?”

한채린이 또 다시 뜬금없는 소리를 해 왔다.

아니, 역효과는 뭔놈의 역효과란 말인가.

“시우 씨 혈액형이 어떻게 되세요?”

“혈액형이요? O형입니다만, 그건 왜 갑자기….”

“전 인형이실 줄 알았거든요.”

뭘까.

얘가 갑자기 왜 이러는 걸까.

시우는 그만 말문이 턱, 막혀 버렸다.

클레오파트라 이후로 처음이었다.

‘얘가 미쳤나?’

이런 생각이 들게 한 첫 번째 여자였다.

농담 아니라 얘가 뭘 잘못 먹기라도 한─.

‘아, 설마?’

아까 전에 먹은 순대국밥 때문인가?

한채린과 순대국밥.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음식을 먹여서 애가 고장 난 건가?

당연하게도 말이 안 되는 소리였다.

음식 하나 잘못 먹었다고 이렇게 될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런데 진짜 왜일까.

“시우 씨는 거품이에요. 언빌리버블.”

시우는 다시는.

두 번 다시는 한채린에게 순대국밥을 먹이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 * *

다양한 주제와 컨셉이 모여 있는 유투브.

그러나 현재 유투브는 한 가지 주제로 떠들썩해 있었다.

『: SH헌터 길드. 중국 마오타오 기업과 극적인 계약 체결!』

『<주식천재>: 주식이 처음이라면 일단 SH그룹의 주식부터 사세요.』

SH그룹과 마오타오 기업과의 계약.

한국 경제는 그야말로 발칵, 뒤집혀 버렸다.

SH그룹의 주식들이 연이어 상한가를 반복.

그에 따른 낙수 효과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그야말로 경제 대호황을 맞이한 상황.

이쯤 되자 사람들은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대체 어떻게 마오타오 기업과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는가.

사람들은 그에 대해 파고들기 시작했고.

그리하여 하나의 이름이 재차 떠올랐다.

『<김치 한사발>: 맹시우 헌터가 또 하나 일냈다! 전 세계가 한국 헌터 업계를 주목하고 있는 이유. ‘미국: 이거 한국 못 막습니다.’』

『<애국헌터>: 전 세계가 경악하고 프랑스가 감동의 눈물을 쏟아 낸 한국 헌터. 중국조차 무릎을 꿇으며 인정했다! ‘장 웨이: 한국은 뿌리의 나라.’』

맹시우.

어딜 가나 시우와 관련한 이야기가 끊이질 않았다.

헌터 업계를 넘어 대한민국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친 지금.

이제는 한국에서 시우라는 이름을 모르는 이가 없었다.

하여 지금.

SH그룹 사옥.

SH그룹의 장남, 한관국 이사실.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한관국은 이사실에 찾아온 이를 향해 살짝, 고개를 숙여 보였다.

도인과도 같은 인상의 사내.

마오타오 기업의 장 웨이.

장 웨이는 통역사의 말을 듣고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쩐 일로 나를 보자고 한 것이오?”

“별일이 있어서겠습니까. 파트너로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함에 있었지요. 일단 자리에 앉으시죠.”

한관국은 장 웨이에게 자리를 권했고.

장 웨이는 별말 없이 걸어가 자리에 앉았다.

그렇게 마주한 자리.

“이번에 SH헌터 길드와 계약을 체결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한관국이 먼저 운을 띄웠다.

“파격적인 조건까지 약속하셨다고도 들었습니다.”

장 웨이는 아무런 답이 없었다.

무덤덤한 눈빛으로 한관국을 바라볼 뿐이었다.

별다른 기세가 담겨 있지는 않았다.

그러나 왜인지 이사실의 분위기가 묵직하게 내려앉았다.

한관국은 그런 장 웨이의 눈빛을 가벼이 받아 내었다.

장 웨이의 두 눈을 마주하며 넌지시.

“그런데 저와의 약속은 어찌 된 것일까요.”

장 웨이에게 말을 밀어 넣었다.

잠깐의 정적.

“그 일은 미안하게 생각하오.”

장 웨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허나, 태사조의 후예께 폐를 끼칠 수는 없었소. 무엇보다… 그건 옳지 못한 일이었소.”

장 웨이가 말하는 태사조의 후예.

그가 다름 아닌 시우를 말하고 있음을 한관국은 모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저와 약조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 사죄의 의미로 이번 계약은 마오타오의 손해를 감수했소이다. 결과적으로 SH그룹에 도움이 되는─.”

“제가 SH그룹의 이익 때문에 말씀드리는 것이 아님을 아실 텐데요.”

이어진 한관국의 말.

“다 아시는 분이 그런 말씀을 하시니, 대화가 진행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장 웨이가 침묵했다.

다시 한번 이어진 정적.

“지금이라도 계약을 파기하시지요.”

한관국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지금 와서 계약을 파기하라? 아무리 그래도 그건 불가하오.”

“마오타오에서 중대한 사업의 계약을 청탁과 비리로 행했다는 정황이 밝혀졌다. 마오타오의 책임자, 장 웨이께서는 중대한 사업에 있어 개인적인 친분을 들먹이며 계약 자체를 파기하려 했었다.”

한관국은 작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내일 아침. 한국 신문 1면에 실릴 기사입니다. 이 소식이 중국 공안부에 알려질지는… 저도 잘 모르겠네요.”

“......”

“이 사실이 알려지면 장 웨이께서도 좋을 것이 없지 않겠습니까.”

한관국은 그렇게 말을 마쳤다.

그리고 이 말이 의미하는 바는 간단했다.

불법 청탁 비리가 폭로되고 싶지 않으면 지금 당장 SH헌터 길드와의 계약을 파기해라.

일종의 협박이었다.

그리고 아무리 장 웨이라도 저것을 무시하기엔 힘들었다.

해서 한관국은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었다.

시우를 선택해 나락으로 갈 것이냐.

아니면 한관국의 손을 잡아 무난하게 갈 것이냐.

“......”

장 웨이는 그에 따른 답을 해 보이지 않았다.

내려앉은 정적.

이번엔 그 정적이 길게 이어졌다.

그렇게 얼마 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SH헌터 길드와의 계약 당시에 있었던 일이오.”

장 웨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본인은 태사조의 후예분께 비무를 제안했지.”

뜬금없는 이야기.

그러나 장 웨이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그 과정은 실로 무례하기 짝이 없었소. 날 속이는 줄 알았거든. 보다 정확히는 우리 무당의 무공을 훔쳐 간 놈팽이라 생각했었지.”

장 웨이는 그때의 일을 회상하듯.

차분한 눈빛으로 말을 이어 갔다.

“그렇게 태사조의 후예분과 비무를 펼쳤고, 그 과정에서 난 나의 번뇌를 다스리지 못했소. 참으로 부끄럽게도… 주화입마에 빠져 버리고 말았지.”

주화입마.

한관국은 그에 대하여 자세히는 알지 못했다.

그러나 무인(武人)으로서 치명적인 무언가임은 알고 있었다.

최소 무인(武人)으로서의 생명을 버려야 하는 무엇.

심하면 죽음에 이를 수 있는 무엇.

“그때 나의 생명은 끝이 난 것이나 다름 없었소. 설령 살아남았다고 한들, 무인으로서의 생은 끝이 난 것이었지.”

“......”

“그런데 태사조의 후예께서 그런 나를 지켜 주셨소. 본인 스스로를 희생하여 나의 주화입마를 진정시켜 주었다오. 그건 내가 응당 받아야만 하는 대가였거늘….”

장 웨이는 작게 호흡을 가다듬었다.

“후예께서는 그런 나의 죄를 대신 짊어 주셨다오. 후예께서 죽을 수도 있는 상황임에도 말이오. 후예께서는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소. 아니, 솔직히 말하겠소. 그냥 나를 죽게 내버려 두셨어야 했소. 내가 그 분께 무례하게 굴었던 것을 생각하면 나는 죽어 마땅했으니 말이오.”

중국인들은 체면에 살고 체면에 죽는다.

특히나 무인(武人)은 더욱 그러하다.

장 웨이에게 있어 무례함은 곧 죽어 마땅할 죄.

그러나 한관국은 장 웨이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갑자기 시우와 비무를 펼친 이야기를 왜 꺼낸단 말인가.

그런 한관국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걸까.

“당신과 그 분의 차이가 무엇인지 아시오?”

장 웨이가 천천히 말을 이어 갔다.

“당신은 상대의 약점을 알면 고민도 않고 바로 찌르오.”

“......”

“허나, 그 분께서는 그렇지 않소. 상대의 약점을 알게 되면 그것을 알려 주고, 되려 치유해 주시지.”

“......”

“당신은 그로써 상대를 적으로 만드오. 그러나 그 분께서는 상대를 포용하여 자신의 사람으로 만든다오.”

장 웨이의 시선이 한관국에게 향했다.

“아직도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소?”

한관국은 가만히 장 웨이의 시선을 마주 바라봤다.

그리고 잠시.

콰아아아아아─!

장 웨이의 전신으로 살벌한 기세가 터져 나왔다.

13인의 영웅, 융 위란의 제자.

현 무당파의 장문인, 장 웨이.

한관국은 장 웨이의 기세를 버틸 수가 없었다.

주륵, 한관국의 볼 위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와 동시에.

“한관국, 지금 당신은 나를 적으로 만든 것이외다.”

냉혹하리만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장 웨이는 그 말을 끝으로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휘몰아치던 기세는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다음에 만날 땐, 이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이오.”

그렇게 장 웨이는 떠나갈 뿐이었다.

한관국은 그런 장 웨이를 붙잡지 못했다.

붙잡을 수가 없었다.

꽈드득!

애꿎은 두 주먹만이, 거칠게 쥐어질 뿐이었다.

“맹시우….”

그로써 다시 되뇌게 되는 이름.

처음엔 그냥 시덥잖은 놈팽이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그 놈팽이가 이 모든 판을 뒤집어 버렸다.

단 한 명.

단 한 명 때문에 SH그룹이 휘둘리고 있었다.

그로써 대한민국 전체가 들썩거리고 있었다.

대한민국뿐만이 아니었다.

중국을 대표하는 절대적인 강자, 장 웨이.

그런 장 웨이가 맹 시우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었다.

이는 중국 전체가 맹시우를 향한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대체, 대체 그 놈이 뭐길래.

“맹시우..!!!”

꽈드드득!

살 속으로 파고든 손톱에 피가 흘러 떨어져 내렸다.

이성이 분노로 번들거리며 타올랐다.

한관국은 가만히 두 눈을 감았다.

자신을 적으로 만들었다던 장 웨이.

계획과 상당히 틀어진 반응이었다.

“건방진…!”

그러나 개의치 않았다.

한관국은 SH그룹의 오너.

적으로 대한다면.

똑같이 적으로 대할 뿐이었다.

이제부터는 진짜 전쟁이었다.

죽이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전쟁.

“판데모니움은 어떻게 되었지?”

한관국이 묻자 이사실 밖으로 한 사내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직 아무런 답변이 없습니다. 아무래도… 대화하기를 거부하는 것 같습니다.”

한관국은 차분히 눈을 떠 보였다.

“판데모니움에게 다시 전해라.”

치켜떠진 한관국의 두 눈.

“이제는 대화가 아니라, 같은 배를 타기를 원한다고.”

그곳엔 차가운 분노만이, 깃들어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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