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165화 (165/250)

164화.

정신이 미쳐 버린 건가 싶었던 한채린.

천만다행히도 한채린은 정말 정신이 미쳐 버린 것이 아니었다.

‘고모님이 그런 말을 하실 줄은….’

오해.

보다 정확히는 한채린이 말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임으로써 발생한 오해였다.

해서 시우는 이걸 어떻게 해명해야 하나 싶었다.

아니, 해명이랄 것도 없었다.

책임져 달라는 말을 뭘 어떻게 해명한단 말인가.

‘어린 애한테 아기 탄생의 비밀을 설명하는 게 더 쉽겠다.’

시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당연하게도 시우는 한채린을 책임질 생각이 없었다.

책임질 게 없는데 뭘 책임진단 말인가.

‘그런데 한채린, 얘도 참.’

가끔 보면 정말 로봇이 아닐까 싶었다.

그것도 나사가 하나 빠진 로봇.

‘에휴, 됐다.’

시우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책임질게요.”

별다른 이유도, 의미도 없었다.

책임지겠다는 말의 의미를 구구절절 설명하기도 뭐 했거니와.

애당초 한채린도 그런 의미로 말한 것이 아니었으니까.

“무엇보다 저번에도 말씀드렸잖습니까.”

시우의 말에 채린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난 날, 공방에서 했던 말.

“채린 씨 주변인들이 모두 떠나가도. 설령 세상 사람 모두가 채린 씨를 떠나간다 하더라도. 채린 씨 스스로조차 채린 씨를 외면한다 할지라도. 저만큼은 반드시 채린 씨 옆에 있겠다고요.”

매달 과외비 200억 원의 값을 해야 하니까요.

시우는 역시나 마지막 말은 내뱉지 않고 속으로 삼켰다.

어쨌든.

이런 의미로 본다면 책임진다는 말이 마냥 틀린 말은 아니었다.

스승과 제자.

스승된 도리로서 제자를 책임지는 건 당연했으니 말이다.

“아.”

한채린은 살짝, 놀란 눈을 떠 보였다.

아무래도 그때의 말을 마음에 담아 두지는 않았던 것 같았다.

그리고 뭐.

담아 두라고 한 말도 아니긴 했다.

잠깐의 정적.

“그럼 바로 가서 가불 처리해 드릴게요.”

그러더니 휙.

홀연히 집을 나서는 한채린이었다.

“...뭔데?”

진짜 뭔가 싶었다.

어쨌든 원하던 가불을 얻어낼 수 있었다.

그 과정이 조금 괴랄하긴 했다만….

“에이, 모르겠다..”

시우는 어깨를 한 번 으쓱일 뿐이었다.

그리고 이상한 오해를 하며 10시간 뒤에 오겠다던 서아.

“진짜로 10시간 뒤에 돌아오는 건 아니겠지?”

시우는 일단 기다려 보기로 했다.

* * *

다행히(?) 서아는 1시간쯤 지나자 집으로 귀가했다.

흑돌아, 조용히 해야 돼. 알았지?

왈!

쉿! 조용히 해야 한다니까!

끼잉….

방문 너머로 작은 속삭임이 들려왔다.

하지만 괴력[怪力](SS)으로 단련된 감각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시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달칵.

“...핫!!”

서아가 세상 화들짝 놀라며 그 자리에 굳어 버렸다.

살금살금, 발소리를 죽이며 걷던 자세 그대로 굳어 있었다.

“하하… 그, 그게. 흑돌이가 산책 그만하고… 싶다고 해서.”

시우는 시선을 내려 흑돌이를 바라봤다.

그리고 역시나 흑돌이는 상당히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딱 봐도 서아가 힘들어서 들어온 것 같았다.

“그보다 채린… 언니는? 방 안에 같이… 있는 거야?”

그러더니 서아가 은근슬쩍, 시우의 뒤편으로 시선을 던졌다.

얼굴을 붉힘과 동시에 묘한 기대감이 섞인 표정을 지어 보이기까지 했다.

“채린 씨는 아까 전에 갔어.”

“에? 벌써 끝났어?”

끝나긴 뭘 끝났다는 걸까.

“무슨 오해를 하는지 모르겠는데,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 서아, 너 나가고. 채린 씨도 얼마 안 있다가 갔어.”

“그렇게 빨리?!”

서아가 두 눈을 크게 떠 보였다.

그리고는 정말 너무했다는 표정으로 시우를 바라─.

콩.

시우는 서아의 이마에 가벼운 딱콩을 때렸다.

“아아얏!”

“이게 오빠를 놀려 먹고 있어.”

“...헤헷.”

끝내 서아는 배시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시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말했다.

“됐고, 주방에 탕약 끓여 놨으니까. 얼른 가서 먹어.”

“에엑?!”

그러자 서아가 기겁을 하며 경악해 보였다.

큼지막한 두 눈이 지진이라도 난 듯 크게 떨려왔다.

이윽고 시우의 두 손을 꼭, 붙잡더니.

“하, 한 번만 용서해 주면… 안 돼요…? 오라버니?”

애교 아닌 애교를 부려오는 서아였다.

“갑자기 오라버니는 무슨.”

“하, 하지만…! 지금 산책 갔다 와서 피곤한걸!”

“그래서 먹으라고 하는 거야. 너 지금 안색이 썩 좋지 않아.”

아닌 게 아니라 서아의 혈색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아무래도 1시간의 산책이 무리였던 모양

예전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긴 했다.

하지만 아직 ‘건강하다’라고 부르기엔 한참 멀었다.

“알았어….”

결국 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무룩한 표정으로 터덜터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흑돌아, 네 것도 만들어 놓았으니까. 서아 따라가서 먹어.”

그러자 헥?

흑돌이가 세상 놀라며 시우를 바라봤다.

“너 저번에 힘 쓰고 한동안 골골댔잖아.”

다름 아닌 문태범과의 결전 이후.

힘을 사용한 흑돌이는 한동안 골골댔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흑돌이는 상당히 약화되어 있는 상태.

“지금 상태에서 힘을 사용하는 게 어렵잖아.”

흑돌이가 본연의 힘을 사용할 때면 몸에 과부하가 걸리고 있었다.

그런데 웬걸.

도리도리도리도리!

흑돌이 가 맹렬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절대 그렇지 않다며.

자기는 엄청 건강하다며.

그 증거로 보라면서 기세를 한껏 끌어 올렸다.

종말의 늑대가 표출하는 기세.

웬만한 수준의 헌터들은 버틸 수 없는 흉악함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이거 봐. 기운이 다 빠져있네.”

시우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시우에게는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니까.

“이래 가지고 세계를 삼킬 수나 있겠어? 한국도 제대로 못 삼키겠다. 네가 평소 먹는 양만큼 많이 만들었으니까. 빨리 가서 먹어.”

끼잉….

결국 흑돌이 또한 시무룩한 기색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사라진 주방 너머.

브에에에….

케에에에….

서아와 흑돌이의 하모니가 번갈아 가며 울려 퍼졌다.

“후우…! 그럼 나도 먹어볼까.”

시우는 그때서야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는 제조하던 탕약을 계속해서 제조했다.

조금의 시간이 지나.

띠링!

<근육 강화제를 만들었습니다.>

<신의술[神醫術](S+) 숙련도가 소폭 상승합니다.>

<신의술[神醫術](S+) 숙련도 72.455%[+0.3%]>

그릇에 담긴 걸쭉한 갈색 빛깔의 액체를 완성시킬 수 있었다.

일단 이름은 ‘근육 강화제.’

말 그대로 근육을 강화하는 탕약이었다.

“......근육을 강화하는 게 맞겠지?”

매번 느끼는 의문이긴 했다.

“왜 탕약으로만 만들면 죄다 이렇게 되는 건지 원.”

정말이지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화타가 만드는 탕약은 이렇지 않던데.”

숙련도가 부족하다고 하기엔 벌써 72%를 넘어서고 있었다.

그럼에도 예전과 조금의 차이가 없었다.

물론 약효에 대해서는 숙련도가 높아질수록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그런데 맛은 왜 매번 이러는 건지.”

시우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화타한테서 특별 과외를 받으면 좀 나아지려나.”

헤파이스토스의 비법을 배울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어쩌면 신의술[神醫術](S+)을 넘어서는 의술을 배울 수 있을지도 몰랐다.

“음….”

생각해 보니 가능성은 있었다.

아니, 있다 못해 굉장히 높았다.

그러면 서아의 혈사병도 금방 치료할 수 있을 터.

“문제는 화타가 특별 과외를 해 주냐인데….”

당연히 그냥 해 주지는 않을 터였다.

“다음 영상 컨텐츠로 어떻게 잘 비벼보면 될 것 같기도 하고.”

그러니까 지금 헤파이스토스처럼 말이다.

화타의 숙원과도 같은 일을 해결해 줌으로써 환심을 얻으면 가르쳐 주지 않을까.

헤라클레스에게는 적절한 영상각을 주고.

화타에게는 환심을 사 특별 과외를 받고.

비단 화타뿐만이 아니었다.

시우가 배우고 있는 개성들의 신(神).

그들 또한 같은 이치로 특별 과외를 받을 수 있었다.

그야말로 일석이조.

도랑치고 가재 잡고.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

그런데 뭐.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시우는 다시 시선을 돌려 손에 든 탕약을 바라봤다.

걸쭉한 갈색 빛깔의 액체.

“이대론 못 먹어.”

시우는 바로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

이건 때려죽여도 못 먹는다.

시우는 탕약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가만히 두 눈을 감음에.

오른손을 탕약 위에 올려 놓았다.

이시스의 현실조작[現實操作](SSS).

우우우웅─!

기이한 힘이 시우의 손에 맴돌았다.

주변의 공기가 가늘게 떨려 왔다.

온몸을 짓누르는 듯한 반동.

“끄윽…!”

시우는 이를 까득, 깨물며 정신을 붙잡았다.

아찔한 현기증을 버텨 냈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띠링!

<현실조작[現實操作](SSS) 숙련도 28.05%[+2.2%]>

“후우…!”

시우는 심호흡을 내뱉으며 정신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겨우 진정된 정신.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시우는 두 눈을 질끈!

갈색 빛깔의 걸쭉한 액체를 들이켰다.

그리고.

“우욱…!”

그대로 토해 버렸다.

딱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었다.

배설물 맛 카레.

“우웩…!”

이건 도무지 삼킬 수가 없었다!

차라리 오우거 탄산 방귀가 훨씬 나았다!

“우웨에엑!”

시우는 먹은 것을 그대로 게워 내었다.

농담이 아니라 오우거 탄산 방귀가 향긋하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오우거 탄산 방귀는 적어도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맛이었다.

시우가 온전히 느낄 수 없는 맛이었다.

하지만 이건….

이건 세상에 존재하는 맛이었다.

그래서인지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맛이었다.

“하윽…!”

이게 어딜 봐서 근육 강화제라는 걸까.

시우는 차마 목구멍으로 넘길 수가 없었다.

바로 그때.

띠링!

<괴력[怪力](SS) 숙련도 51.944%[+0.1%]>

<맹독[猛毒](SS+) 숙련도 20.5%[+0.8%]>

숙련도가 올랐다는 알림창이 떠 올랐다.

한 방울도 목구멍으로 넘기지 못했다.

그럼에도 오른 숙련도가 저것이었다.

만일 모두 삼켰다면 숙련도가 얼마나 올랐을까.

“......”

시우는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차라리 숙련도가 오르지 않았더라면.

오르는 수치가 차라리 미미했더라면.

이걸 먹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말이다.

그런데 이러면 어쩔 수가 없었다.

헤파이스토스의 초월(超越)의 야금술.

그를 위해 올려야만 하는 괴력[怪力](SS) 숙련도.

시우는 모든 정신력을 쥐어 짜냈다.

“흐읍!”

꿀꺽꿀꺽.

띠링!

<괴력[怪力](SS) 숙련도 53.044%[+1.1%]>

<맹독[猛毒](SS+) 숙련도 25.5%[+5.0%]>

<군자심[君子心] - 인의예지[仁義禮知](SSS) 숙련도 27.71%[+1.3%]>

숙련도가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특히나 히드라의 맹독[猛毒](SS+).

“이게… 독인 거야, 아니면 근육 강화제인 거야… 우욱!”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도 어마어마하게 숙련도가 상승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

“...또 먹어야겠…지?”

오늘따라 헤라클레스의 PT가 그리워지는 건 무슨 이유일까.

시우는 다시 탕약을 제조했다.

아공간 주머니에 있는 모든 약초와 독초.

가진 것을 탈탈 털어 각종 영약을 만들었다.

그리고.

<신의술[神醫術](S+) 숙련도 81.055%[+8.6%]>

<맹독[猛毒](SS+) 숙련도 36.8%[+11.3%]>

<괴력[怪力](SS) 숙련도 60.144%[+7.1%]>

<군자심[君子心] - 인의예지[仁義禮知](SSS) 숙련도 43.01%[+4.7%]>

폭발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다.

확실히 평소와 다른 힘이 느껴졌다.

지금이라면….

“2번 정도는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낙룡각과 괴력천멸권.

두 초식을 2번 사용해도 문제없을 것 같았다.

확실한 성장을 한 셈.

물론.

“더는… 못… 먹어…! 우우욱!!”

그 대가는 처참했지만 말이다.

그 순간.

브에에에에….

케에에에에….

주방에서 들려오는 서아와 흑돌이의 하모니.

“우웨에에에….”

시우도 그 하모니에 화음을 넣으며 합류했다.

* * *

띠링!

스마트폰에서 들려온 알림음.

<입금내역: 120,000,000,000₩>.

<입금자 - SH헌터 길드 법인>.

“......”

시우는 순간 두 눈을 의심했다.

혹시 잘못 본 건가 싶어 0의 개수를 하나하나 세었다.

“진짜 1,200억이네….”

120억이 아닌 진짜 1,200억이었다.

시우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한채린과 헤어진 지 얼마나 되었다고 무슨.

“뭐가 이렇게 빨라.”

빨라도 너무 빠르지 않은가.

아무리 SH그룹이라고는 하나 1,200억은 거금이었다.

SH그룹도 1,200억은 돈으로 생각한다.

이런 거금을 운용함에 있어 복잡한 절차가 필요했다.

해서 일주일 정도는 기다릴 각오를 하고 있었거늘.

“한채린, 얘도 초월자가 아닐까.”

구독하면 돈 복사와 같은 개성을 줄지 몰랐다.

어쨌든.

이로써 구독료는 충분히 확보한 셈.

괴력[怪力](SS)의 숙련도 또한 많이 올렸겠다.

“언제 연락이 오려나.”

이제 헤라클레스의 연락만 기다리면 되었─.

띠링!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했던가.

<헤라클레스 님께서 영상 통화를 신청했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화면 위로 헤라클레스의 DM 메시지가 떠올라 있었다.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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