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168화 (168/250)

167화.

아니, 실압구독이라니.

“설마 제가 구독한 채널을 실전 압축시킨다는 건가요?”

진짜로 이 뜻이란 말인가.

그런데 웬걸.

[정확해!]

헤라클레스가 손바닥을 맞부딪─.

꽈아아아아앙!

손바닥을 맞부딪힌 건지 뭔지.

저런 헤라클레스를 보고 있자면 정말이지 한참 멀었다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어쨌든.

시우는 먼지 안개가 사라지기를 잠시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진 먼지 안개.

“그게 가능한 일이에요?”

[당연히 불가능하지.]

헤라클레스는 고민도 않고 바로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뭐.

이제는 굳이 묻지 않아도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저는 가능한 거겠죠?”

시우는 대수롭지 않게 물었고.

헤라클레스는 역시나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두 고유성을 한데 섞을 수 있으니까.]

음.

“그게 실전 압축이라는 건가요?”

[쉽게 말하면 맞아.]

[부가 설명을 하자면, 네가 구독한 신의 힘을 융합하여 하나의 새로운 힘으로 만드는 거지.]

[그로써 실전 압축된 새로운 힘을 만드는 거지.]

“음….”

시우는 쉬이 고개를 끄덕일 수 없었다.

헤라클레스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건 아니었다.

그런데 와닿지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만일 저게 가능하다면….

“신의 힘을 뛰어넘는 저만의 새로운 힘을 만든다는 말씀인 건가요?”

이런 뜻이나 다름 없었으니까.

그런데 그게 당최 가능한─.

[정확히 이해했어.]

헤라클레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저번에도 말했지만 원래는 당연히 불가능한 일이야.]

[신의 힘은 신격의 근원이자 고유성.]

[두 고유성을 한데 섞으면 충돌을 일으켜 붕괴되거든.]

[하지만 너는 그게 가능했잖아?]

지난 날, 장 웨이와의 비무.

당시 시우가 시전했던 태극(太極) - 괴력천멸권(怪力天滅拳).

[내가 그때 왜 너한테 말도 안 되는 괴물이라 했는지 이해가 돼?]

시우는 당시 헤라클레스의 반응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어쨌든.

‘실압구독을 하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2가지의 힘을 하나로 합치는 것이니 그만큼 수련해야 하는 개성도 줄어드는 것이지 않은가.

“실압구독을 어떻게 할 수 있죠?”

[음… 사실 이게 말은 간단히 했지만 굉장히 복잡한 일이야.]

[그래도 최대한 간단하게 설명하면….]

화면 너머.

갑자기 헤라클레스가 씨익,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런 헤라클레스의 모습 때문일까.

실전 압축 구독.

[너를 실전 압축시키면 돼.]

시우는 그 안에 담긴 진정한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

* * *

행정 안전부 산하, 시찰국 본청.

-국장님. 저 박태민입니다.

“들어오게.”

문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시찰국장, 백선제가 하던 일을 멈추고 말했다.

이윽고 달칵.

시찰국 광역수사대 팀장, 박태민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백선제는 다가오는 박태민에게 물었다.

“어떻게 되었지?”

“말씀 주신 사안들을 조사한 결과….”

박태민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오주원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백선제는 별다른 답을 하지 않았다.

박태민은 그런 백선제에게 한 장의 서류를 건네었다.

“지난 3개월간 던전 발생을 조사한 기록입니다.”

백선제는 받아든 서류의 내용을 확인했다.

지난 몇 달간 발생한 던전 게이트의 상승 추이를 기록한 서류.

“보시다시피 던전 발생률이 최근 3개월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습니다.”

“43%….”

백선제는 그 수치를 가만히 되뇌었다.

물론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던전 게이트의 발생이 증가하는 일.

그건 흔히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43%는 아니었다.

던전이라는 개념이 생겨난 이후 단 한 번도 없던 수치였다.

보다 정확히는 딱 한 번 있었다.

“과거, 마왕이 패퇴한 이후로 처음 기록한 수치입니다.”

마계가 지구를 침공했을 당시.

그때의 수치가 지금 보고되고 있었다.

이는 결코 쉬이 넘길 수 없는 일이었다.

“갑작스레 증가한 던전에 전국적으로 인명 피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발생하는 여파가 심각했다.

제때 처리되지 못한 던전은 잠재적 시한폭탄이나 다름 없었다.

던전 폭발이든, 던전 쇼크든.

제때 처리되지 못한 던전 때문에 인명 피해가 속출하고 있었다.

“서울 지역을 제외하고 전국적으로 극심한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심화되고 있었다.

사회 문제를 넘어 시민들의 안전과 직결되고 있었다.

백선제는 차분히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문득 든 한 가지 의문.

“서울 지역은 별다른 문제가 없었나?”

“그렇습니다.”

박태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던전으로 발생한 인명 피해만을 한정한다면, 서울 지역은 인명 피해가 전무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백선제는 순간 의문이 들었다.

물론 서울에 헌터들이 몰려 있기에 그럴 수는 있었다.

던전이 폭발적으로 증가해도 제때 처리할 수는 있었다.

그러나 43%의 증가율을 커버할 수 있냐.

이 물음에 대해서는 쉬이 끄덕일 수 없었다.

보다 정확히는 인명 피해가 전무(全無)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피해는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서울에는 인명 피해가 전무할 수 있었던 이유.

“어떻게?”

“맹시우 헌터 덕분입니다.”

맹시우.

“맹시우 헌터가 서울에 발생하는 던전을 모두 처리해 주었습니다.”

단 한 사람이 그 일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한 사람이 서울 지역의 모든 던전을 처리했다는 말인가? 43%가 증가한 양을 전부?”

“그렇습니다.”

“그게 가능한가?”

“저도 처음엔 믿기지 않았습니다만….”

박태민이 이해한다는 듯 말을 이었다.

“관리국에 조사해 보니, 맹시우 헌터는 하루 평균 400개가 넘는 던전을 클리어하고 있었습니다.”

“......”

백선제는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하루 평균 400개의 던전.

그게 가능한 일이던가?

가능성을 따지면야 가능은 했다.

던전을 5분 이내로 클리어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야 했지만 말이다.

아니, 5분도 불가능했다.

400개의 던전을 5분에 클리어하면 도합 2,000분.

시간으로 따지면 33시간으로 하루를 넘어서는 시간이었다.

그 말은 즉.

“던전 하나를 클리어하는 데 5분도 걸리지 않는다?”

그런데 이게 당최 말이 된단 말인가.

“원래는 이렇지 않았다고 합니다. 평소 많은 양의 던전을 처리하긴 했지만 이 정도의 양과 속도로 처리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그럼 맹시우 헌터가 최근 들어 던전 클리어 속도가 빨라졌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그 때문인지 관리국에선 맹시우 헌터를 던전 청소기에 이어 던전 세탁기라 부른다고 합니다.”

“......”

백선제는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던전 세탁기.

뭔 말 같지도 않은 별명인가 싶지만, 저것만큼 적절한 별명이 또 없었다.

잠깐의 정적.

“...다행이군.”

백선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믿기 힘든 일이었으나 서류의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백선제는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덕분에 서울의 시민들이 안전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어디까지나 맹시우 헌터가 있는 서울 지역에 한정된 일.

경기, 강원, 충청, 경상, 전라.

다른 지역에서는 수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있었다.

“박 팀장은 어떻게 생각하나.”

백선제는 박태민에게 물었다.

“아직도 이게 자연적인 현상이라 생각하나?”

박태민은 쉬이 답을 해 오지 않았다.

잠깐의 정적.

“확실히 오주원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박태민은 고심 끝에 답을 해 보일 수 있었다.

던전은 아직까지 밝혀진 것이 그리 많지 않은 미지의 공간.

당연하게도 오주원과 연관 지을 수가 없었다.

아니, 연관 지어서도 안 되었다.

그건 억측이나 다름 없었으니까.

하지만.

“아무래도… 이민정 팀장이 말한 정보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서울 지부의 가더 4팀장, 이민정.

그녀가 판데모니움 교단의 골절급 간부, 조북천에게서 알아낸 정보.

그 정보가 사실이라면 이번 일은 판데모니움과 관련이 있었다.

그럼에도 믿기 힘든 건 사실이었다.

믿어서도 안 되었다.

가더는 헌터들의 경찰.

확증 편향을 경계하며 냉철하게 상황을 바라봐야 했다.

그러나.

“UN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박태민은 끝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UN에서?”

백선제는 살짝 놀란 눈을 떠 보였다.

UN(United Nations).

세계 평화를 지키기 위해 설립된 국제기구.

사실상 미국을 주축으로 운영되는 기구였으나, UN은 세계 평화를 위한 모든 일들을 하고 있었다.

전쟁과 같은 참사를 막는 것은 물론.

인권 증진, 환경 보호, 기근과 같은 문제도 손수 나서서 도와주고 있었다.

국가를 넘어 지구 전체를 아우르는 범세계적인 국제기구.

과거, 제 1차 세계 대전을 계기로 설립된 이래.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기구였다.

그런 UN에게 있어 가장 최우선적인 목표.

세계 평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

인류의 공적, 판데모니움의 척살.

보다 정확히는.

“붉은 그림자가 움직였다고 합니다.”

판데모니움의 지배자, 붉은 그림자.

정체조차 불분명한 절대 강자.

UN은 붉은 그림자를 추적하고 있었다.

박태민의 보고에 백선제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붉은 그림자가 한국으로 움직였다는 말인가?”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UN도 정확한 정보를 알아내지 못한 것 같았습니다. 다만, 가능성은 있으니 조심하라고 전해 왔습니다.”

백선제는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붉은 그림자가 움직였다는 말은… 솔직히 믿기 힘들었다.

붉은 그림자는 판데모니움의 지배자.

비록 범죄자이기는 하나 세계적인 거물이었다.

그런 존재가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에 관심을 둘리가 없었다.

하지만 만일.

저것이 모두 사실이라면.

정말 붉은 그림자가 움직였다면.

그리하여 현재 오주원이 꾸미고 있는 일.

판데모니움이 바라는 진짜 목적.

백선제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십니까?”

갑작스러운 백선제의 행동에 박태민이 물었다.

백선제는 잠시 걸음을 멈춰 서며 답했다.

“아버지를 한 번 만나 뵈어야겠네.”

그리고 박태민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백선제의 아버지.

그가 누구인지 박태민은 모르지 않았으니까.

비단 박태민뿐만이 아닐 것이다.

한국인들 모두… 아니.

전 세계가 백선제의 아버지를 모르지 않았다.

과거, 마왕의 목을 베어 내었던 13인의 영웅.

검선(劍仙), 백선평.

“내 예감이 틀리면 좋겠지만….”

백선제의 시선은 아래로 향해 있었다.

그 때문일까.

“이번 일은 어쩌면… 우리가 감당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어.”

바라본 백선제의 표정은, 어두운 기색이 만연해 있었다.

* * *

길도 제대로 나지 않은 가파른 산길.

수많은 나무들과 허리 높이까지 자란 풀들이 시야를 가려오는 이곳.

서걱─!

깔끔한 절삭음과 함께 파사삭.

시야를 방해하던 풀들이 일시에 잘려 나갔다.

“가시죠, 국장님.”

그리고 들려오는 목소리.

바라본 그곳엔 광역 수사대 팀장, 박태민이 검을 갈무리하며 서 있었다.

백선제는 작게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박 팀장. 번거롭게 이럴 필요 없다니까. 가뜩이나 일도 바쁜 데 따라올 필요도 없었고.”

“국장님을 보좌하는 것도 저의 일입니다.”

“누가 들으면 내가 어린애인 줄 알겠네.”

“아직 오주원에게 당한 상처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지 않으셨습니까.”

“하나하나 수발 받을 정도는 아니네.”

“하나하나 수발해 드릴 생각도 없습니다. 길만 터드릴 것이니, 그만 투덜대고 가시죠.”

확고한 박태민의 태도.

백선제는 작게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박 팀장도 가만 보면 쓸데없는 고집이 있어. 어떠한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는 고집이 말이야.”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칭찬은 무슨. 꼰대 같다는 말이었네.”

백선제는 박태민을 지나쳐 걸어갔다.

“......”

잠시 멍해진 정신.

“뭐하나? 와서 길 트지 않고?”

이어진 백선제의 말에 박태민은 그때서야 다시 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험하디 험한 산길의 연속.

산맥 지형이 많은 대한민국이라고는 하나 이런 산세는 보기 드물었다.

그렇기에 박태민은 의문이 들었다.

“국장님, 정말로 검선께서 이곳 한라산에 계신 겁니까?”

제주도의 한라산.

검선(劍仙)이라는 칭호에 어울리는 곳이긴 했다.

하지만.

“국장님의 본가는 경기도로 알고 있습니다만.”

세간에 알려진 백선평의 거처는 다름 아닌 경기도.

정확한 위치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적어도 제주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백선제는 경기도가 아닌 제주도로 향했다.

물론 그에 따른 마땅한 이유가 있을 터였다.

그러니까 검선이 여기에 있으니 찾아왔을─.

“나도 잘 모르네.”

“......예?”

박태민은 순간 저게 뭔 소린가 싶었다.

아, 아니.

그러니까 저 말은 즉.

“검선께서… 이곳 한라산에 계시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다네.”

백선제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

박태민은 그만 할 말을 잃어 버렸다.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