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화.
실전 압축 운동.
실전을 통해 압축된 운동법
다름 아닌 헤라클레스가 개발한 초고농축 운동이었다.
당연하게도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운동법이었다.
아니, 존재할 수가 없는 운동법이었다.
“커허헉!”
이건 결단코 사람이 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니었으니까!
콰아아아앙!!
무게에 짓눌려 부서진 토사들이 사방으로 터져 나갔다.
시우의 근육들 또한 모조리 파열되어 버렸다.
철푸덕.
시우는 기절이라도 하듯 그 자리에 엎어졌다.
정말이지….
“아아악…!”
손가락 까딱할 힘….
아니, 근육조차 남아 있질 않았다.
대퇴사두근, 대흉근, 이두근, 삼두근.
신체의 골격근이라 불리는 근육들은 진즉에 터져 있었다.
더 나아가 가로무늬근, 민무늬근, 수의근, 불수의근.
자율신경을 담당하는 근육들마저 파열되어 있었다.
어떻게 이런 근육들까지 파열될 수 있는 걸까.
아니, 이런 근육들도 단련할 수 있는 거였나.
“끄으윽…!”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야말로 전신을 구성하는 모든 근육들이 파열되어 찢겨져 있었다.
이건 근육이 파열되었다고 볼 수 없었다.
파괴(破壞).
근육이 파괴되었다고 표현해야 바람직했다.
시우는 아공간 주머니에서 목갑을 꺼냈─.
“아윽!”
도무지 꺼낼 수가 없었다.
파괴된 근육들이 아우성치고 있었다.
우리를 이따위로 대우해?!
이제 한 번만 더 움직여 봐!
그땐 진짜 평생 근육을 못 쓰게 만들어 줄 테니까!
온갖 협박이란 협박을 다 해 오고 있었다.
까딱이라도 했다간 정말 평생 근육을 못 쓸 것만 같았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방치했다간 마찬가지로 평생 근육을 쓰지 못할 테니까.
김이준의 초재생[超再生] 능력이라도 있다면 모를까.
시우는 가만두면 악화만 될 뿐이었다.
“끄으윽…!”
시우는 근육들의 온갖 협박을 이겨 내며 아공간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목갑을 찾아 꺼낸 후.
전신의 혈(穴) 자리를 찾아 침을 꽂아 넣었다.
떨려 오는 손 때문에 정확한 혈 자리를 짚을 수는 없었지만 되는 대로 침을 꽂아 넣었다.
푹. 푹.
다행히 얼추 맞아 들어간 것일까.
“하아….”
한결 고통이 사그라들었다.
이윽고 띠링!
<신의술[神醫術](S+) 숙련도 86.88%[+5.825%]>
신의술[神醫術](S+)의 숙련도가 올랐다는 알림창이 떠올랐다.
그 수치만 무려 5.8%.
저것만 봐도 시우는 몸 상태가 어떠한지 알 수 있었다.
그 때문인지 회복이 상당히 더뎠다.
‘진짜 근육이 완전히 파괴된 것 같은데….’
그렇기에 이건 회복이라고도 볼 수 없었다.
소생(蘇生).
시우의 몸을 완전히 파괴시키고 재소생시키는 과정이라 말할 수 있었다.
그렇게 재탄생된 근육은 보다 밀도 있고 강력한 근육으로 탈바꿈되고 있었다.
‘이게 환골탈태 아닌가.’
놀랍게도 개념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덕분에 현재 시우의 몸은 환골탈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실압구독은 환골탈태까지 걸리는 시간까지 압축하고 있었다.
물론.
“아윽…!”
시우의 수명 또한 압축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이 상태로는 더 이상 뭘 할 수가 없었다.
파괴된 근육이 소생될 때까지 한동안 요양을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웬걸.
[뭐 하고 있어?]
[스쿼트 끝났으면 이제 데드 리프트 해야지.]
실로… 끔찍한 말이 들려왔다.
화면 너머.
[설마 힘들다고 그만할 생각은 아니겠지?]
헤라클레스가 눈을 부라리며 쏘아붙이고 있었다.
“......”
시우는 차마 입을 열 수가 없었다.
그동안 시우는 성실히 헤라클레스의 PT를 받아 왔다.
투정은 부렸을지언정 절대 꾀를 부리지는 않았다.
그런데 지금.
[실압구독의 묘미는 쉴 틈 없이 근육을 조지는 것에 있다!]
[너를 압축하여 근육은 물론 구독 채널 또한 압축시키는 일!]
이건… 아니었다.
이건 진짜 아니었다.
이러다 진짜 죽을 수가 있었다!
[네가 빚을 내서 구독한 채널을 압축하여 탕감할 수 있다는 말씀!]
[그러니 어서 운동해서 빚을 갚아라!]
그러더니 손가락을 척!
시우를 가리키며 무언의 압박을 해 오는 헤라클레스였다.
“지금 더 운동을 하면… 아윽! 저 진짜 죽을 것 같습니다만….”
[원래 근육을 키우려면 목숨을 걸어야 하는 법!]
헤라클레스는 요지부동이었다.
그보다 반대 아닐까.
건강해지려고 운동을 하는 거지.
운동하려고 건강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건강을 한다?
…에이, 알게 뭐람.
“무엇보다 지금은 금전적인 여유가 있습니다.”
[빚쟁이가 무슨 여유가 있어?]
“빚쟁이라뇨. 저 빚 없습니다.”
들어가는 돈이 많았지만 빚이 있지는 않았다.
빚을 지면서까지 일을 벌이지 않았으니까.
[이번에 토르랑 청룡 채널 구독한 거. 돈 빌려서 했다며.]
“그건 가불이에요. 제가 원래 받아야 할 걸 미리 당겨 받은 겁니다. 빚처럼 갚고 자시고 할 게 아닙니다. 그리고 뭐, 정 돈이 급하면 물류 상하차라도 하면 되죠.”
헤라클레스의 괴력[怪力](SS).
물류 상하차에 이보다 적합한 개성이 어디에 있을까.
모르긴 몰라도 월에 수천만 원은 벌 수 있을 터였다.
그런데 웬걸.
[물류 상하체?]
갑자기 헤라클레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어 왔다.
[그게 뭐야? 물류로 상하체를 전부 하는 운동인건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 거지?]
진짜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 거지?
그러니까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거지?
정말 미친 게 아닐까?
시우는 뭐라 할 말을 잃어버렸다.
이젠 하다못해 고막까지 근육으로 들어차 있는 걸까?
[이렇게 하는 건가?]
갑자기 헤라클레스가 이리저리 몸을 비틀어 보였다.
상체와 하체의 근육을 전부 사용하는 괴랄한 자세.
하지만 생각보다 잘되지 않는 걸까.
물론 잘 안되는 것이 정상이긴 했다만.
[상하체를 어떻게 동시에 자극시킬 수 있는 거지?]
헤라클레스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아니, 대체 왜 그런 짓을 하는… 아니, 아니지.]
[이를 실압구독 운동법에 적용하면…?]
…에휴, 됐다.
시우는 그냥 생각을 포기했다.
“그럼, 저는 일단 던전 밖으로 나갈게요.”
그러자 헤라클레스가 퍼뜩!
[응? 무슨 소리야?]
그때서야 정신을 차리며 물어 왔다.
시우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주변 풍경을 비춰 주었다.
“지금 던전이 무너지고 있어서 더 할 수가 없어요.”
실전 압축 운동으로 박살이 난 던전.
사아아아아─!
버티다 못한 던전의 공간이 끝내 소멸하고 있었다.
[그러네.]
헤라클레스도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럼 빨리 다음 던전으로 가자.]
“......”
시우는 잠시 말문이 막혀 버렸다.
아니, 말이야 바른말이지.
“오늘만 몇 개의 던전을 갈아 끼운 건지는 아시는 거예요?”
[글쎄? 600개 정도 되지 않았나?]
알고 하는 소리였구나.
시우는 다시 한번 말문이 막혀 버렸다.
[그래도 네 말처럼 너무 무리하면 안 되니까. 오늘은 100개 정도만 더 갈아끼우고 끝내자.]
정말로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대체 무슨 할 말이 있을까.
“하아….”
시우는 그저 한숨을 내뱉으며 던전 밖으로 나갈 뿐이었다.
* * *
[좋아! 오늘은 여기까지!]
헤라클레스의 말과 동시에 철푸덕!
시우는 그 자리에 쓰러지듯 드러누워 버렸다.
새하얗게 물든 하늘의 풍경.
던전은 역시나 소멸되어 사라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한가로이 누워 있을 시간이 없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일어나 밖으로 나가야 했다.
“아으윽!”
그러나 그럴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지금 들려오는 근육의 협박.
겨우 소생시켜 놓았더니 또 때려 부숴?
우리가 뭐, 근육 비버야?
그러더니 이제는 소생마저 하지 않고 있었다.
어차피 또 때려 부술 테니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말이다.
그 때문일까.
“카흐흑!”
시우는 전신이 아려 오는 통증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이럴 바엔 그냥 없애 버릴까?
이런 통증과 고통을 유발하는 신체 부위 따위는 없어도 될 것 같은데.
진지하게 그런 생각이 들 정도의 통증이 전신을 후려 패고 있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이 있다면 하나.
<괴력[怪力](SS) 숙련도 80.75%[+6.9%]>
<뇌령[雷領](SS+) 숙련도 13.2%[+13.2%]>
<용마혼[龍魔魂](SS) 숙련도 16.7%[+16.7%]>
폭발적으로 상승한 숙련도였다.
살인적인 실압구독이었지만, 그 효과는 정말 확실했다.
특히나 80%가 넘어선 괴력[怪力](SS) 숙련도.
“이제… 헤파이스토스의 비법을 배울 수 있는 건가.”
근육 비버의 허망함이 그나마 달래지고 있었다.
시우는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마음 같아선 기절하고 싶지만 그랬다간 붕괴되는 던전에 고립될 테니까.
“아윽!”
시우는 터덜터덜, 던전 밖으로 향했다.
우우우웅.
게이트로 몸을 밀어 넣자 기이한 감각과 함께 시야가 반전했다.
그리고 보인 던전 밖, 지구의 풍경.
“하아….”
시우는 그때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
“맹시우 헌터님.”
한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 바라본 그곳엔 냉혹한 인상의 미녀.
시찰국의 가더, 이민정이 서 있었다.
“바쁘신 중에 정말 죄송합니다만, 드릴 말씀이…?”
이민정이 순간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는 시우의 상태를 확인하더니.
“세, 세상에나! 대체 던전에서 무슨 일이 있으셨던 겁니까?”
이민정이 세상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지금 시우의 상태를 보면 그럴 수밖에 없긴 했다.
만신창이라는 말로도 온전히 표현할 수 없었으니까.
“던전 안에 대체 어떤 몬스터가 있었길래!”
“몬스터 때문이 아닙니다.”
애초에 던전 안에 몬스터는 있지도 않았다.
아니, 있기야 있었을 터였다.
그러나 만나지 못했다.
실압구독의 운동을 하면서 그 여파로 죄다 죽어 나갔으니까.
“그럼 대체 뭐 때문에….”
이민정은 다시 물었고.
시우는 상당히 난감했다.
이걸 뭐라 설명해야 할까.
실압구독이라 하면 못 알아 들을 테고.
운동했다고 하면 당연히 믿지 않을 테고.
‘헤라클레스랑 싸웠다고 하면 조금은 믿어 주려나.’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있던 찰나.
“설마… 판데모니움이 맹시우 헌터님을 노린 겁니까?”
이민정이 상당히 놀란 얼굴로 물어 왔다.
던전은 고립된 세계.
던전에 몰래 따라 들어가 범죄를 저지르는 행위는 간혹가다 있었다.
그렇기에 몬스터가 아니라면 사람밖에 없긴 했다.
던전 안에 있을 수 있는 위협은 그 두 가지가 전부였다.
따라서 이민정이 판데모니움을 떠올린 것은 지극히 일반적인 사고방식이었다.
“맹시우 헌터님이 이렇게 될 정도라면….”
그러나.
“정말로 악마가 부활한 겁니까?”
이건 전혀 일반적이지 않았다.
“...예?”
시우는 뭔가 싶었다.
아니, 갑자기 악마가 왜 나온단 말인가.
악마(惡魔).
악마는 과거, 마계 침공 당시에 존재했던 무엇이었다.
말 그대로 무엇.
이성이 있는 지성체였으나.
인간이라 정의할 수 없는 생명체.
그렇다고 몬스터도 마물도 아닌 존재.
과거에는 뭐라 정의할 수 없는 무엇이었다.
훗날, 마계라는 차원에 거주하는 지성체라 하여 마족(魔族)이라 명명했을 뿐이었다.
아무튼.
악마들은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마계에 거주하는 몬스터를 마물이라 칭한다.
그런 마물은 일반적인 몬스터보다 월등한 강함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악마는 그런 마물들을 아득히 상회했다.
그야말로 차원이 다른 강함을 지니고 있었다.
인류를 종말의 벼랑으로 몰아넣었던 마왕도 악마족이었다.
최강의 악마.
그를 일컬어 마왕이라 말한 것이었다.
그런데 모두 죽었다.
13인의 영웅에 의해 악마족은 멸족이 되었다.
최강의 악마라 불리는 마왕마저 13인의 영웅에게 패퇴했다.
악마라는 존재는 완전히 사라졌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악마가 발견되었다는 보고는 없었다.
그런데 지금.
“판데모니움이 정말로 악마를 부활시킨 겁니까?”
이민정이 당최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해 왔다.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