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176화 (176/250)

175화.

SH그룹 사옥.

“하아….”

한민아는 자꾸만 한숨이 새어 나왔다.

걱정, 불안, 초조, 수심, 염려, 우려, 근심.

한숨 안에 깃든 감정은 상당히 다양했다.

그러나 방향은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런 감정의 방향이 가리키는 한곳.

“얘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승격 심사를 하겠다고 한 건지….”

한채린의 S급 승격 심사.

한민아는 정말이지 한숨이 푹푹, 새어 나왔다.

“얘가 진짜 사람 미치게 하네…!”

걱정이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었으니까.

S등급 던전 홀로 클리어라니.

현존하는 S급 헌터조차 쉬이 할 수 없는 일이지 않은가.

아무리 채린이 세기의 천재니 뭐니 해도 힘든 일이었다.

당연히 쉬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뭐.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었다.

S급 헌터인 이예준을 꺾어 내린 채린.

현재 채린의 실력은 S급 헌터 수준이라 봐도 무방했다.

채린은 충분히 S등급 던전을 홀로 클리어할 능력이 되었다.

어떻게 보면 채린에게도 기회인 승격 심사였다.

그러나 고모로서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해서 한민아는 채린을 말렸었다.

급하게 S급 헌터가 될 필요는 없었으니까.

S-급부터 시작해서 천천히 올라가도 되었으니까.

무엇보다 채린은 아직 어리지 않은가.

하지만.

‘곁에 서고 싶어요.’

채린은 이렇게 답할 뿐이었다.

누구의 곁인지에 대한 말은 없었다.

그러나 한민아는 그 대상이 누구인지 모르지 않았다.

하여 지금.

“지 아빠를 닮아서 고집은 정말.”

하아….

한민아는 정말이지 한숨밖에 새어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딱히 뭘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그저 초조한 심정으로 채린의 소식을 기다릴─.

바로 그때.

애애애애애애앵─!!

갑자기 고막을 자극하는 크나큰 경보음이 들려왔다.

“......?”

한민아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름 아닌 지금 들려온 경보음.

“밖에서 들려온 거 같은데…?”

SH그룹 사옥 내부가 아닌 밖에서 들려온 경보음이었다.

한 마디로 화재 경보와 같은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뭐지?”

한민아는 창문의 블라이드를 살짝, 들추었다.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어둑어둑한 하늘이었다.

“비가 오려나?”

기상청 예보엔 별 말 없었는데.

한민아는 천천히 시선을 내렸다.

서울 전경이 한눈에 보이는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

사람들이 모두 자리에 멈춰 서 있었다.

길거리를 걷던 시민들.

도로 위를 움직이던 자동차.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자리에 멈춰 서 있었다.

마치 시간이 정지된 것만 같았다.

서울이라는 도시 자체가 멈춘다면 그 광경이 꼭 이러할까.

“무슨 일이지?”

한민아는 사람들을 유심히 살펴봤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이 모두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한민아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하늘을 바라봤다.

비가 오려는지 어둑어둑한 것 빼고는 별로 이상할 것 없는─.

“...어?”

한민아는 묘한 이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먹구름으로 뒤덮인 듯한 새까만 하늘.

“먹구름이… 아니야?”

이렇게 자세히 보니 먹구름이 아니었다.

먹구름처럼 보이는 무언가였다.

한민아는 저것의 정체를 단번에 떠올릴 수 없었다.

일반인으로서 익숙지 않은 모습이었으니까.

하지만 금방 저것의 정체를 알아낼 수 있었다.

“던전… 게이트?”

던전 게이트.

우우우우웅!

서울 상공을 새까맣게 물들인 건 먹구름이 아닌 던전 게이트였다.

* * *

케르베로스(Cerberus).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무수한 괴물들 중 독보적인 강자, 티폰(Τυφών)의 자식.

세 개의 머리가 특징으로 일명 지옥의 삼두견(三頭犬)이라 불리는 존재였다.

“케르베로스가 왜 여기에…?”

시우는 일순간 정신이 혼란스러웠다.

그도 그럴 것이 케르베로스는 여기에 있어서는 안 되었으니까.

정확히는 있을 수가 없었다.

케르베로스는 갓튜브의 인물이었거니와.

무엇보다 지하세계의 문을 수호하는 문지기였으니까.

그런데 지금 어째서 여기에…?

‘아니, 아니야.’

시우는 생각을 털어 버렸다.

눈앞의 삼두견은 일견 케르베로스처럼 보였다.

그러나 진짜 케르베로스인지는 모를 일이었다.

단지 머리가 세 개 달렸다고 하여 저것이 케르베로스라는 뜻은 아니었으니까.

머리가 세 개 달린 몬스터와 마물들은 얼마든지 있다.

크르르르…!

아우우…!

하그르륽…!

세 개의 머리에서 끔찍한 괴성이 낮게 깔려 왔다.

그것은 긴장과 두려움을 자극시켜 왔다.

그 순간.

‘위험!’

떠오르는 본능의 경고에 시우는 황급히 몸을 날렸다.

그와 동시에 콰아아아앙!!

시우가 방금까지 있던 자리가 사방으로 터져 나갔다.

시우의 볼 위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보이지 않았다.

움직임을 전혀 볼 수가 없었다.

만일 괴력[怪力](SS)의 감각이 없었더라면.

헤라클레스의 특별 과외를 통해 숙련도를 80% 이상으로 끌어올리지 않았더라면.

방금 그 일격에서

반드시 죽었다.

긴장이 팽팽하게 당겨진다.

머리가 이해할 수 없는 속도로 회전한다.

그리고.

‘진짜다.’

시우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저건 진짜 케르베로스다.

지하세계의 문지기.

지옥의 삼두견(三頭犬).

시우의 눈앞에 있는 괴물은 신화 속, 케르베로스다.

S등급 몬스터 따위로는 이 정도의 압박감을 줄 수가 없다.

물론 보고되지 않은 S등급 몬스터가 있을 수는 있었다.

그럼에도 불가하다.

지금 보이는 삼두견.

피부 끝을 아려 오는 압도적인 흉포함.

저건 더 이상 S등급이라 말할 수 없었다.

저것을 설명할 수 있는 건 딱 하나.

진짜 케르베로스다.

‘케르베로스가 어째서 여기에…?’

알 수 없는 의문이 머릿속을 헤집어 놓았다.

온갖 생각과 의문들이 마구잡이로 떠오른다.

헤아릴 수 없는 의문들의 혼란.

S등급 던전은 지하세계의 오주원을 위한 문지기다.

케르베로스는 미끼를 물어 판데모니움 했던 하데스는 오주원과 같이 갓튜브 채널을 운영하지 않았다.

…아윽!

머리를 칼로 쑤시는 듯한 통증이 인다.

…모르겠다.

마구잡이로 치솟는 의문들이 뒤죽박죽 정리가 되질 않는다.

더 이상의 생각을 이어 나갈 수가 없다.

통찰력(S+)조차 현 상황에 대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크르르르르르!!!

그 의문을 이어갈 여유도 없었다.

꽈아아아아앙!

케르베로스의 여섯 눈동자가 시우의 움직임을 쫓는다.

실로 포악한 살의(殺意).

여섯 시선 자체가 각각의 죽음이었다.

시우는 그 안에 깃든 진실된 살의를 읽을 수 있었다.

그 악독한 살의에 시우는 비로소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흑돌이 때와는 달라.’

흑돌이 때를 생각하면 안 된다.

흑돌이, 즉 펜리르는 살의(殺意)를 내보이지 않았었다.

흉포한 기세는 살의(殺意)처럼 보였으나 어디까지나 위협에 지나지 않았다.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위협.

펜리르는 사람들을 해치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러나 케르베로스는 아니었다.

꽈아아아앙!

거대한 앞발이 휘둘러질 때마다 토사가 비산하며 폭사했다.

컹! 커컹!

흉악한 이빨은 모든 것을 분쇄시켜 버렸다.

붉은 광채로 번들거리는 여섯 개의 눈동자.

그 안에서는 형용할 수 없는 강렬한 살의가 시우를 덮쳐 왔다.

시우는 이를 까득, 씹었다.

그것도 모자라 볼 안쪽의 살을 씹었다.

비릿한 혈향과 함께 전신의 감각이 벼려진다.

‘강하다.’

그리고 위험하다.

케르베로스는 여러 영웅담에서 자주 언급이 되는 존재였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멍청하게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프시케의 빵에 혹해서 문을 열어 준다든지.

오르페우스의 리라 연주에 홀려 순해진다든지.

시밀레의 수면제 과자를 먹고 잠에 빠진다든지.

그 때문에 케르베로스는 딱히 강하다는 인상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

꽈아아아아앙!

시우는 그 생각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케르베로스는 결코 약하지 않았다.

전혀 약하지 않았기에 저런 편법을 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케르베로스를 제압한다거나.

케르베로스를 때려눕히거나.

굴복시킬 방법이 없었기에 편법을 썼던 것이다.

유혹, 현혹, 매혹.

케르베로스를 지나가려면 이런 편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수많은 영웅담에서 케르베로스를 정면 돌파하는 이야기는 없었다.

힘으로 케르베로스를 제압하는 존재는 없었다.

되려 케르베로스에게 갈기갈기 찢겨 지하세계에 잠들 뿐이었다.

오직 한 명.

그리스 로마 신화를 통틀어 딱 한 명만이 그 일이 가능했을 뿐이었다.

그렇기에 이건 시우가 어찌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섰다.

시우가 이길 수 없었다.

그러나.

‘케르베로스도 약화되어 있어.’

케르베로스는 왜인지 약화된 상태였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흑돌이와 비슷했다.

던전에 고립된 케르베로스는, 상당히 약화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지금.

“특별 과외를 받은 보람이 있네.”

번쩍!

시우의 전신에서 새하얀 빛이 터졌다.

시야를 가리는 눈부심에 케르베로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일그러진 케로베로스의 얼굴이 분노로 뒤바뀌어 갔다.

분노로 점칠된 케르베로스의 앞발이 공기를 찢어발기며 휘둘러졌다.

그러나.

콰아아아아아아─!!!

터져 나온 끔찍한 힘에 휘둘러진 앞발이 튕겨져 올랐다.

…!

…!

…!

케르베로스의 여섯 눈동자가 동시에 크게 떠졌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느껴지고 있는 힘.

휘두른 앞발을 튕겨 버린 저 끔찍한 힘.

설마 하는 의구심이 떠오른다.

그럴 리가 없다는 경악이 차오른다.

케르베로스가 주춤,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머릿속으로 하나의 기억이 떠오른다.

절대로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떠오른다.

과거, 맨손으로 자신을 때려눕혔던 유일한 인간.

아무리 발악해도 감히 어찌할 수 없었던 압도적인 강함.

그리하여 지하세계 밖으로 질질, 끌려 나갔던 그 날의 악몽.

주인님을 방패 삼아 싹싹 빌어 겨우 살아남을 수 있었던 공포.

지금 그 기억이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신을 때려눕혔던 유일한 존재.

저 인간에게서 그 존재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건 대체 무엇 때문일까.

당연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저 인간은 결단코 그 존재가 아니다.

하지만… 하지만 지금…!

케르베로스는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가 없었다.

세 개의 머리 전부가 오롯이 한 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도망쳐야 한다!

도망쳐야 한다!

도망쳐야 한다!

깨, 깨갱!

케르베로스는 황급히 몸을 돌렸다.

대항과 저항.

그 따위 생각은 하지 않았다.

저 압도적인 힘 앞에 대항과 저항은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 한다.

생존.

케르베로스는 오로지 생존만을 갈망할 뿐이었다.

그러나.

콰지지지지직─!

사출된 힘이 온 세상을 뒤덮는다.

뒤덮은 힘의 파동이 공간 전체를 박살 내 간다.

이 힘 앞에서 그 어떠한 것도 의미를 갖지 못했다.

도망칠 곳도.

벗어날 곳도 없다.

케르베로스의 여섯 눈동자가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그 시점에서.

콰아아아아아아─!!

시우의 주먹은, 이미 끝까지 뻗어 덮쳐 오고 있었다.

헤라클레스 신투술(神鬪術).

제 2식(第 二式).

태극(太極) - 괴력천멸권(怪力天滅拳).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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