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화.
무한의 세계, 패러렐 월드.
그러나 오로지 죽음(死)밖에 보이지 않았던 가능성의 세계.
“헛소리!!”
오주원은 악을 쓰며 소리쳤다.
콰콰콰콰콰─!!
폭사하던 오주원의 검붉은 마력이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사방에 새겨진 증폭 마법진이 그 힘을 다시 한 번 증폭시킨다.
지난 날, 문태범이 사용한 증폭 마법진과 같은 종류의 것.
시우는 오리할콘 권갑을 고쳐 쥐었다.
증폭 마법진은 쉬이 볼 것이 아니다.
문태범 때만 해도 정신지배(S)의 위력이 한 단계 초월했을 정도이지 않았는가.
그때는 헤라클레스의 도움이 있어 문태범을 쉽게 제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헤라클레스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갓튜브와 이곳은 서로의 간섭이 불가했으니까.
물론 이에 대해서 여러 의문점들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은 눈앞의 오주원에 집중한다.
그리고 오주원의 마력을 증폭시키는 증폭 마법진.
이건 문태범 때보다 더욱 강했다.
‘제대로 함정을 파 놓았네.’
오주원은 작정을 한 것이다.
백선제를 죽이기 위해 모든 것을 걸었다.
이곳은 오주원이 파 놓은 함정이자 오주원의 무대.
그렇기에 가장 최선은 이 무대를 벗어나는 것이었다.
오주원이 만든 전장에서 벗어나 싸우는 것이 가장 최선이다.
물론 오주원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시우를 이 자리에 묶어 둘 터.
그러나 헤르메스의 초신속[超迅速](SS+).
시우는 오주원을 충분히 뿌리칠 수 있었다.
하지만.
‘국장님이 위험해.’
백선제는 아니었다.
백선제는 오주원의 추격을 뿌리칠 수 없었다.
가뜩이나 백선제는 위중한 상태다.
신의술[神醫術](S+)로 치료한 덕에 생명에 지장은 없었다.
그러나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상태는 아니었다.
‘나도 썩 좋은 상태는 아니고.’
무엇보다 시우도 그리 좋은 상태는 아니었다.
다름 아닌 S등급 던전에서 마주한 케르베로스.
케르베로스를 상대하느라 시우도 힘을 많이 사용한 상태였다.
많이 사용한 정도가 아니라 온 힘을 다했다.
그런 상태에서 경상북도 영천시에서 서울까지 쉬지 않고 달려왔다.
헤르메스의 초신속[超迅速](SS+)을 극한으로 사용하며 올라왔다.
오주원 앞에서는 아닌 척 굴었지만, 지금 시우는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러니.
‘여기서 끝내야 해.’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된다.
시우는 전신의 근육을 일깨웠다.
헤라클레스의 실압구독으로 파괴되고 소생된 근육들.
그리하여 보다 밀도 있고 압축된 실압근.
꽈드드드득!!
그것이 80%가 넘어선 괴력[怪力](SS)을 담아낸다.
콰르르르릉…!
시우 주변으로 퍼져 나간 힘.
그것이 풍경을 괴악하게 일그러뜨린다.
꽈아앙!
오주원이 땅을 박차며 쇄도해 왔다.
번쩍!
시우 또한 헤르메스의 초신속[超迅速](SS+)을 터트렸다.
단 한 번의 격돌.
꽈꽈꽈꽈꽝!
중심에서 새하얀 빛과 검붉은 마력이 한데 얽혀 터졌다.
콰자자작─!
오주원의 쌍단검이 마구잡이로 휘둘러진다.
시우는 오리할콘의 권갑을 말아쥐며 정권을 내질렀다.
꽈앙─!
“크학…!”
크나큰 충격에 오주원이 피를 토하며 비틀거렸다.
버젓이 보이는 빈틈.
그러나 시우는 빈틈을 파고들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도 허초를 섞는 건가.’
저건 진짜 빈틈이 아니었으니까.
오주원은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최선의 선택을 하고 있었다.
수많은 선택 중 가장 합리적으로 옳은 행동을 하고 있었다.
신(神)의 한 수.
오주원의 행동은 하나하나가 모두 신(神)의 한 수였다.
콰자자자작─!!
뒤로 물러난 오주원을 중심으로 사방이 마구잡이로 할퀴어졌다.
공간 자체가 참격이 되어 사물을 무조건적으로 박살 내기 시작했다.
만일 빈틈을 파고들었다면, 저 참격들에 온몸이 갈가리 찢겨졌을 것이다.
키이이이잉─!!
오주원의 검붉은 마력이 다시 한 번 폭사했다.
드리운 수천의 참격이 시우에게로 쇄도해 왔다.
이건 못 피한다.
무엇보다 뒤쪽에 있는 백선제.
그러니 피해서도 안 되었다.
그렇다면.
콰아아아아아─!!
시우는 오른발을 크게 들어 올렸다.
시우의 전신으로 포악한 힘이 들끓어 올랐다.
이윽고 시우의 오른발로 한 마리의 용이 휘감겨 오른다.
그리하여 들어 올린 오른발을 아래로 내리찍음에.
거대한 용이 포악한 아가리를 쩌억, 앞선 풍경을 집어삼킨다.
헤라클레스 신투술(神鬪術)
제 1식(第 一式)
낙룡각(落龍脚).
꽈꽈꽈꽈꽈꽝!!
온 세상이 푸르게 물들었다.
“커허헉…!”
그 사이로 오주원의 격통이 들려왔다.
그러나 쓰러지지 않았다.
오주원은 무수한 선택의 기로 속.
자신이 죽지 않는 미래를 내다보고 신(神)의 한 수를 두었다.
까다롭다.
아니, 까다로운 정도가 아니다.
오주원은 정말 강하다.
“끄으윽…!”
오주원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적잖은 충격을 입었는지 오주원의 신형이 크게 흔들렸다.
“이게 대체…!”
오주원은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신(神)의 한 수는 최선의 선택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주어진 선택지 안에서의 최선이다.
최악 중에서도 차악일지라도 그 또한 최선의 선택.
그리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커헉!”
낙룡각(落龍脚)이 오주원에게 준 선택지는 모두가 최악이었다.
그나마 차악을 선택했지만 좋은 결과는 얻을 수 없었다.
오주원의 검붉은 마력이 크게 뒤흔들렸다.
내부의 마력 회로가 꼬인 것일까.
아니, 그냥 내부가 진탕이 되어 버린 것만 같았다.
믿기지 않는 충격.
바로 그때.
콰콰콰콰콰콰콰─!!
시우를 구성하는 공간이, 괴악하게 찢어지기 시작했다.
* * *
주변의 일대가 소멸하는 압도적인 풍경.
“이, 이게….”
백선제의 두 눈이 경악으로 뜨여졌다.
실로… 실로 말이 안 된다.
이건 인간이라 볼 수 없는 힘이었다.
이게 어찌 인간의 힘일 수 있단 말인가.
단 하나의 과장도 섞지 않고 말할 수 있었다.
백선제의 아버지, 백선평.
검선(劒仙)이라 불리는 백선평조차 이 힘을 쉬이 감당할 수 없으리라.
아니, 아니다.
백선평도 이 힘을 감당할 수 있을까.
“어, 어떻게….”
그렇기에 백선제가 느끼는 혼란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시우가 강한 존재라는 건 알고 있었다.
S급 헌터를 진즉에 넘어섰다는 것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그래서 시우를 S등급 던전으로 보내지 않았는가.
백선제가 본 시우는 죽기엔 너무도 아까운 인재이었다.
10년? 5년?
아니, 1년만 지나도 모를 일이었다.
시우는 S급 헌터를 넘어 S+급 헌터가 될 인재였다.
어쩌면… 영웅급 헌터도 가능하지 않을까.
물론 영웅급 헌터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 단어조차 없었다.
하지만 시우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그런 전무후무한 존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백선제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렇기에 개인적인 욕심이었다.
백선제를 시우를 차기 시찰국장으로도 점찍어 두었다.
자신의 뒤를 이어 사람들을 지켜 줄 후계자로 점찍어 두었다.
백선제가 바라본 시우는 그 누구보다 자격이 있었다.
인성, 실력, 성품, 성향.
그 어떠한 부분에서도 부족하지 않았다.
아, 물론 가끔 돈에 미쳐 있는 모습을 보이긴 했다.
그럼에도 시우는 시찰국장이 될 충분한 자격이 있었다.
백선제는 그런 시우를 잃을 수 없었다.
그렇기에 이번 사태에 휘말리게 둘 수 없었다.
해서 시우를 S등급 던전으로 보냈다.
오주원을 끌어내기 위한 미끼.
그러나 백선제는 오주원이 그 미끼를 물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시우를 이번 일에서 배제시키고자 했다.
어차피 S등급 던전으로는 시우를 감히 어찌할 수 없다.
해서 백선제는 일부러 경상도에 위치한 S등급 던전을 준비했다.
서울로 오지 말라고.
행여 오더라도 일이 다 끝난 다음에 오라고.
백선제는 경상북도 영천시에 위치한 S등급 던전으로 시우를 보냈다.
그로써 시우는 무사할 수 있을 터였다.
이번 일에 휘말리지 않고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을 터였다.
그런데 지금.
콰콰콰콰콰콰─!!
그런 백선제의 생각이 완전히 틀려 버렸다.
시우가 이 정도일 거라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도무지 믿기지 않는 무위.
그런 시우의 무위에 백선제는 한 가지 고민이 들었다.
이제 와 이런 생각이 드는 것도 참으로 염치가 없다.
그러나 시우라면.
지금 보이는 시우라면….
혹시 가능하지 않을까.
이 모든 판을 뒤엎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 줄 수 있지 않을까.
그럴 리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혹시나 싶지만 역시나 하는 마음이 먼저 앞선다.
그러나 만에 하나의 가능성.
말 그대로 만 가지 중에 하나.
시우라면 그 하나의 가능성을 열 수 있지 않을까.
고민은 이어지고 이어졌다.
그리고.
“곧 있으면 서울에 악마가 부활할 걸세!”
백선제는 소리쳤다.
* * *
들려온 백선제의 외침에 시우는 순간 멈칫, 거렸다.
정확한 의미를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제갈공명의 통찰력(S+).
기이한 힘이 본질을 꿰뚫는다.
‘시간이 없어.’
시간이 없다.
한시라도 빨리 오주원을 처리해야 한다.
콰아아아아아─!!
시우는 가진 바 모든 힘을 터트렸다.
이윽고 번쩍!
새하얀 빛이 터졌다.
빛은 다시금 강한 빛을 머금어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온 세상의 빛이 새하얗게 물든다.
그리하여 펼쳐진 백색의 공간.
이번 한 번으로 끝내야 한다.
시우는 오리할콘 권갑에 모든 것을 담아내었다.
하지만.
“네 뜻대로는 되지 않을 것이다, 맹시우.”
오주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키이이이이잉─!!
쇠를 긁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
파장창─!
과부하가 걸린 증폭 마법진 일부가 깨어져 부서진다.
그러나 펼쳐진 백색의 공간 속.
검붉은 마력의 색이 덧칠해져 갔다.
그리하여 오주원의 예지[豫知](S).
그것이 진정한 예지의 영역으로 발을 디뎠다.
오주원은 머릿속으로 수많은 가능성의 미래가 펼쳐졌다.
수억개에 달했던 가능성의 미래가 점점 그 수를 불려 나간다.
1조에 달하는 가능성의 미래.
1경에 달하는 가능성의 미래.
1해에 달하는 가능성의 미래.
끊임없이 치솟는 가능성의 미래는, 끝내 수의 단위를 초월한다.
자(秭)[1,000,000,000,000,000,000,000,000].
양(穰)[10,000,000,000,000,000,000,000,000,000].
구(溝)[1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
간(澗)[1,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
정(正)[1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
재(載)[1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
극(極).
인간이 헤아릴 수 있는 수의 끝.
극(極)에 달한 가능성의 미래 속.
오주원은 끝내 볼 수 있었다.
시우의 죽음으로 이어지는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오주원은 그 중에서도 가장 최선의 가능성을 선택했다.
진정한 신(神)의 한 수.
오주원은 비릿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맹시우, 넌 우리를 막지 못─.”
오주원의 말이 끊어졌다.
이상…하다.
온몸을 간지럽히는 듯한 기묘함.
뭔가 이상하다.
오주원은 다시 한 번 가능성의 미래를 엿보았다.
그리고.
‘가능성이… 사라졌다?’
오주원이 선택한 가능성이 사라져 있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모든 가능성들이 지워지고 있었다.
극(極)에 달해 있는 가능성의 미래 속.
오주원이 살아남는 가능성의 미래가 하나둘씩 지워지고 있었다.
시우가 죽음에 달하는 가능성의 미래가 사라지고 있었다.
“말도… 말도 안 된다….”
오주원의 표정이 경악으로 들어찼다.
극(極)은 인간이 헤아릴 수 있는 모든 수의 끝이다.
애초에 인간이 헤아릴 수 있는 수의 단위도 아니었다.
그저 인간에게 허락된 수의 끝이었다.
따라서 그런 가능성의 미래를 지워 냈다는 것.
‘극(極)을… 뛰어넘었다고?’
시우가 극(極) 너머의 세계에 닿았다는 뜻이다.
“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건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다.
거긴 인간이 거닐 수 있는 세계가 아니었으니까.
그곳은 인간 따위에게 허락된 세계가 아니었으니까.
수의 단위가 계속해서 초월한다.
극(極)을 뛰어넘는 아득한 영역이 다가온다.
온 세상의 모든 모래알을 합하여 닿는 수, 항하사(恒河沙).
삼라만상의 모든 생명체를 표현한 수, 아승지(阿僧祗).
차마 어찌할 수 없는 수, 나유타(那由他).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수, 불가사의(不可思議).
아스트랄의 극치, 무량대수(無量大數).
우주가 탄생하고 소멸하는 시간.
겁(迲).
무한…하다.
이 거대함 앞에서 오주원은 차마 정신을 제대로 유지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오주원, 네게 물어볼 것이 많아. 그러니 죽지 마라.”
아득한 시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라본 시우의 모습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었다.
아니, 보이는 모습은 분명 인간이었다.
그러나 주변을 드리운 까마득한 힘의 파동.
설명할 길이... 없었다.
이 힘을 정의 내리는 개념이 존재하지를 않는다.
세상 전체를 으스러뜨려 버릴 것만 같은 거대한 살의의 파동.
단위를 아득하게 초월한 소름 끼치는 힘의 근원.
“너 따위가… 인간 따위가… 대체 어떻게….”
오주원의 전신으로 소름이 우수수, 돋아났다.
전율, 경외, 공포.
이것만이, 오주원이 느낄 수 있는 유일한 감정이었다.
“이 힘은 아직 완성되지 않아서 나도 감당할 수가 없거든.”
그리고 시우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을 때.
“헤라클레스 신투술(神鬪術).”
오주원은 진정한 신(神)의 힘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이 앞에서 가능성의 미래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미래를 예측하고 예견하는 일 따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감겨진 시우의 두 눈.
시우는 크게 호흡을 들이마셨다.
이름을 나지막히 읊조리며 감각을 되새긴다.
몸에 각인된 이미지를 떠올린다.
토르의 뇌령[雷領](SS+).
청룡의 용마혼[龍魔魂](SS).
서로 다른 두 신(神)의 힘이 강림한다.
“제 1식(第 一式) 융합(融合).”
콰콰콰콰콰콰쾅!!
사방으로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뇌전이 내리친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
푸른빛을 감도는 신수(神獸), 청룡이 하늘로 솟아오른다.
서로 다른 두 힘.
그러나 두 힘은 반목하지 않고 서로 어우러져 갔다.
청룡이 뇌전을 머금었고.
뇌전은 청룡을 품었다.
파지지지지직─!!
콰아아아아아─!!
현세에 강림한 뇌룡신(雷龍神).
그것은 시우의 회축과 함께, 온 세상을 뒤덮어갔다.
헤라클레스 신투술(神鬪術).
제 1식(第 一式) - 융합(融合).
뇌령청룡각(雷領靑龍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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