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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183화 (183/250)

182화.

현세에 강림한 뇌룡신(雷龍神).

뇌룡신이 강림한 자리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부서진 건물의 잔해는 가루조차 되지 못하고 소멸해 있었다.

공간을 잠식한 검붉은 마력은 더 이상 색을 발하고 있지 않았다.

사방으로 새겨졌던 수천의 증폭 마법진.

그 또한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그리하여 시간과 공간.

세계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법칙들이 모조리 부정되어 사라져 있었다.

사아아아아─!

강맹하게 부풀어 올랐던 세상이 닫힌다.

갈가리 찢어진 공간이 다시금 제 색을 찾아간다.

그리고.

“...커헉!”

시우의 입가로 흘러내린 붉은 선혈이 바닥으로 쏟아져 내렸다.

형용할 수 없는 통증이 전신을 강타했다.

내부의 장기들은 꼬이고 꼬여 들끓고 있었다.

과부하가 걸린 몸에 혈액이 끓어오르고 있었다.

그 때문일까.

바닥에 쏟아진 핏물 사이.

알 수 없는 살점들이 섞여 들어있었다.

아득한 현기증이 일며 정신이 서서히 멀어져 갔다.

뇌령청룡각(雷領靑龍脚).

처음 시전한 융합의 힘은 가히 초월적이었다.

그러나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고 했던가.

완성되지 않은 융합의 힘은 감당할 수 없는 반동을 동반했다.

시우가 겪어 본 반동 중 최고이자 최악의 반동이었다.

감히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은 힘.

아니, 비단 인간뿐만이 아니었다.

헤라클레스는 두 신의 힘을 한데 섞는 건 불가능이라 단언했다.

그 말은 즉.

신(神)에게도 허락되지 않은 힘이란 뜻이었다.

나아가 헤라클레스에게도 허락되지 않은 힘이었다.

만일 실압구독으로 몸을 단련하지 않았더라면.

괴력[怪力](SS) 숙련도가 80%를 넘지 않았더라면.

“크하학!”

시우는 아마 반동을 이겨 내지 못하고 죽었을 터였다.

털썩.

시우는 끝내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도무지 상태가 진정이 되질 않았다.

사실… 사용해서는 안 되는 힘이긴 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오주원은 정말 강했으니까.

오주원을 확실히 그리고 빠르게 처리하려면 이 방법밖에 없었다.

시우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격한 반동이 다시금 시우를 바닥으로 끌어 내렸다.

그럼에도 시우는 일어나기를 멈추지 않았다.

시간이 없다.

한가로이 누워 몸을 다스릴 시간이 없다.

오주원은 쓰러졌지만 아직 모든 게 끝난 것이 아니다.

시우는 달뜬 호흡을 내뱉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완전히 소멸해 버린 SH그룹 사옥의 천장은 서울 하늘을 그대로 비추고 있었다.

그리하여 서울 상공을 가득 채운 어마어마한 수의 던전 게이트.

키에에에에에엑!

크워어어어어─!

서울에 발생한 사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 * *

“꺄아아아아악!”

사방으로 찢어질 듯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불타오른 도심의 현장.

산산이 부서진 건물들에서 예전 서울의 풍경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도, 도망쳐!!”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부서진 건물 사이로 수많은 사람들이 혼비백산 도망치고 있었다.

“키에에에에엑!!”

도망치는 사람들의 뒤쪽으로 소름 끼치는 괴성이 들려왔다.

그 뒤를 이어 키에에엑─!!

공명하듯 부르짖는 괴음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수백 마리의 마물.

어깨에서 뻗어 나온 낫처럼 생긴 칼날.

흉악한 송곳니.

과거, 인류를 사냥했던 마계의 사냥개.

데빌둠 하운드(Devildom Hound).

캬흐르륵!

커엉─! 컹컹!

수백 마리의 데빌둠 하운드가 부서진 도심을 활보했다.

흉악한 송곳니를 드러내며 도망치는 사람들을 맹렬하게 쫓아갔다.

“으아아아아앙!!”

그 순간 들려온 울음소리.

데빌둠 하운드 한 마리가 움직임을 멈추었다.

캬르르르…!

천천히 고개를 돌려 울음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봤다.

그곳엔 부서진 차들이 엉겨 붙어 있었다.

엉겨 붙은 차 안에는 한 아이가 오도 가도 못하고 있었다.

“으아아아아앙!”

애처롭게 우는 것만이 아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다.

데빌둠 하운드는 엉겨 붙은 차로 다가갔다.

엉겨 붙은 차로 인해 아이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아이에게 방벽이 되어 주고 있었다.

데빌둠 하운드가 아이에게 다가갈 수 없는 방패가 되어 주고 있었다.

정확히는.

콰지지직─!

그럴 것이라 생각했을 뿐이었다.

어깨에서 뻗어 나온 낫처럼 생긴 칼날에 차체가 종잇장처럼 찢겨져 나갔다.

길쭉하게 나 있는 흉악한 송곳니가 차의 몸통을 뚫어 장난감처럼 던져 버렸다.

그리하여 아이의 모습과 조우했을 때.

“히끅…! 히끅…!”

아이의 울음소리는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주저앉은 아이의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려 왔다.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되어 있는 얼굴은 아이가 느끼는 공포를 여과 없이 말해 주고 있었다.

데빌둠 하운드는 입을 쩌억, 벌렸다.

아이의 몸보다 더 큰 입 사이로 뚝뚝, 침이 흘러내렸다.

바로 그때.

화르르르르륵!

뜨거운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치솟은 불길은 데빌둠 하운드를 그대로 집어삼켰다.

캬흐르륵!

데빌둠 하운드는 불길에 저항하며 몸을 비틀었다.

그러나 불길은 끝내 데빌둠 하운드를 잿더미로 만들어 버릴 뿐이었다.

화륵, 화르르륵!

불길은 데빌둠 하운드를 잿더미로 만들고도 꺼지지 않았다.

되려 그 크기를 키워가며 열기를 더해 갔다

불길은 서로가 서로를 이어 갔다.

그리하여 끝내 커다란 화염 폭풍을 만들어 내었다.

화르르르르르륵─!!

화염계 고위 마법, 플레임 템페스트(Flame Tempest).

치솟는 화염의 폭풍이 수백 마리의 데빌둠 하운드 한가운데에 강림했다.

앞선 모든 풍경을 집어삼키며 모든 것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키에에에엑!”

“캬르흐르륵!”

수백 마리의 데빌둠 하운드가 잿더미가 되는 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화염계 고위 마법, 플레임 템페스트(Flame Tempest).

이 정도 위력의 화염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아니, 오직 한 명.

진홍빛 머리 색의 미녀.

S급 헌터, 유한나뿐이었다.

“하아...! 하아…!”

유한나는 거친 숨을 내뱉었다.

화염 마법은 강력했으나 그만큼의 마력 소모가 심하다.

방금 시전한 플레임 템페스트(Flame Tempest)는 유독 마력 소모가 심한 고위 마법.

“하윽…!”

쥐어짜 내지는 현기증에 유한나는 머리를 손으로 감싸 안았다.

바로 그때.

크워어어어어─!

하늘에서 쏟아진 마물들이 다시금 사람들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수백의 데빌둠 하운드를 처리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유한나는 이를 까득, 깨물며 마력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번엔 쉽사리 마법을 사용할 수가 없었다.

마력이 고갈되기도 했거니와.

“꺄아아아아아악!”

“크워어어어!”

사람들과 마물의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유한나의 화염 마법은 압도적인 화력을 자랑한다.

더하여 유한나의 개성, 염화[炎火](S).

유한나는 일대 다수의 상황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

그러나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글거리는 화염의 열기는 적과 아군을 구별하지 않았다.

하여 지금.

“크워어어어어─!!”

유한나는 쉽사리 마법을 사용할 수 없었다.

그랬다간 사람들이 화염 마법에 휘말려 죽는다.

미세한 마력 컨트롤을 한다면야 사람들이 다치지 않을 수 있었다.

“흐윽!”

그러나 지금 유한나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극심한 마력 소모에 현기증이 심했다.

화염 마법을 차마 컨트롤 할 수가 없었다.

“사, 살려 줘!”

“안 돼!!”

유한나는 앞으로 뻗은 손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바로 그때.

“나한테 맡겨!”

누군가 유한나의 옆으로 스치듯 뛰쳐나갔다.

어지러이 흩날리는 단발머리.

표독스러운 인상의 미녀.

S급 헌터, 이하린.

이하린은 날랜 움직임으로 유한나 앞을 뛰쳐나갔다.

가느다란 세검을 쥐며 마력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크워, 크워어어!”

“쿠오오오오오!”

너무도 많은 마물들의 숫자에 생각을 고쳐먹었다.

이하린이 사용하는 세검, 레이피어는 다수의 상대에 좋지 않았다.

1:1에 특화된 무기라 할 수 있었다.

저 많은 마물들을 처리하기엔 시간이 걸린다.

그때 동안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친다.

이하린은 손에 쥔 세검을 다시 허리춤에 매었다.

그리고 반대쪽 허리에 맨 채찍을 꺼내 들었다.

금속 칼날로 마감처리 된 채찍.

이하린은 마물들을 향해 채찍을 휘둘렀다.

차앙─! 차아앙!

음속을 돌파한 채찍이 공기를 찢으며 휘둘러졌다.

그와 동시에 크웨에엑─!

수 마리의 마물들이 일시에 쓰러져 갔다.

그럼에도 마물들은 많았다.

혼자서 감당하기엔─.

그 순간.

“Wǒmen yě huì bāngmáng.”

이하린의 옆으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또한 의미를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었다.

그래서일까.

이하린은 이 목소리의 주인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하린의 옆으로 한 사내가 뛰쳐나갔다.

도포를 펄럭이는 도인과도 같은 인상의 사내.

무당파의 현 장문인, 장 웨이.

그런 장 웨이의 뒤쪽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따라붙었다.

장 웨이의 수행원들이자 무당파의 일원들.

콰지직!

서걱!

장 웨이와 수행원들의 합류로 마물들이 순식간에 쓸려 나갔다.

그러나.

키에에에에엑─!

크워어어어─!

상공에서 마물들의 수가 또 다시 쏟아져 내렸다.

이대로라면 정말 끝이 없었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이나 다름 없었다.

그리고 물은 언젠가 그 바닥을 드러낼 터.

결국 밑이 빠진 독을 틀어막아야만 했다.

이 사태의 원인을 찾아 제거해야만 했다.

“이시윤! 언제까지 버텨야 해!”

“거의 다 되었어!”

이하린이 소리치자 한쪽에서 답이 들려왔다.

수많은 마법진이 새겨진 공간 속.

동글뱅이 안경을 쓴 사내가 바삐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S급 헌터이자 현자, 이시윤.

현상을 이해하고 파악하는 진정한 의미의 마법사.

“게이트 균열의 연결점만 찾으면…!”

이시윤은 바삐 움직이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

그 순간.

키에에에엑─!!

이시윤의 옆으로 데빌둠 하운드의 괴성이 터져 나왔다.

데빌둠 하운드는 스스로의 대사를 촉진하여 반사 신경과 이동 속도를 크게 증가시킬 수 있었다.

아드레날린 분비선을 조작하여 일종의 광기 상태에도 돌입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케르르륵─!

데빌둠 하운드가 어마어마한 속도로 이시윤에게 달려들었다.

이시윤은 저항할 수가 없었다.

아음속(亞音速)에 달하는 데빌둠 하운드의 속도에 차마 반응할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현상 분석 마법 도중에는 다른 마법을 시전할 수가 없었다.

마법을 취소하면… 그만이긴 했다.

그러나 이 모든 걸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희생될 터.

이시윤은 심한 고민이 들었다.

바로 그때.

콰직─!

일순간 데빌둠 하운드가 반으로 갈라지며 허물어졌다.

갈라진 데빌둠 하운드 사이로 한 사내의 모습이 비쳐 보였다.

기다린 창을 들고 있는 모습.

“협회장님…!”

헌터 관리국의 협회장, 금천규.

“계속 진행하게.”

금천규는 창을 빙글 회전하며 이시윤의 앞을 막아섰다.

그런 금천규의 모습에 이시윤은 주변 상황에 대한 신경을 모두 꺼 버렸다.

금천규의 실력을 믿고 있었으니까.

이시윤은 모든 신경을 현상 분석 마법에 집중했다.

그 덕분일까.

“찾았습니다!”

이시윤은 이 현상의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서울 상공을 뒤덮은 던전 게이트의 원인.

“S등급 던전입니다!”

서울에 생성된 한 S등급 던전이 원인이었다.

S등급 던전에서 발생하는 마력이 수많은 던전 게이트를 생성하고 있었다.

“S등급 던전이라면 어떤 S등급을 말하는 건가?”

이어진 금천규의 물음.

이시윤은 다시 정신을 집중했다.

그리고 곧.

원인이 되는 S등급 던전을 특정할 수 있었다.

“한채린 양이 들어간 S등급 던전입니다!”

이번 승격 심사에서 한채린에게 배정된 S등급 던전.

“한채린 양이 들어간 S등급 던전을 클리어하면 이 사태는 해결될…?”

일순간 이시윤의 말이 뚝하니 끊겼다.

이시윤은 두 눈을 부릅, 치켜 뜨고 있었다.

“마, 마, 마, 말도 안 돼…”

이윽고 이시윤이 경악 어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어째서일까.

“이게… 이게… S등급 던전에서 나올 수 있는… 마력이라고…?”

이시윤은 극심한 공포에 질려 있었다.

* * *

사람이 아니다.

채린의 머릿속으로 떠오른 첫 번째 생각이었다.

채린은 차분히 시선을 들어 눈앞의 존재를 바라봤다.

창백하게 질려 있는 피부.

달빛의 색을 품은 듯한 긴 은발의 머리.

피를 머금고 있는 듯한 붉은 눈동자.

매혹적인 여인(女人).

눈앞의 존재에 대해 채린의 첫인상은 그러했다.

여인에게선 고혹적이면서도 관능적인 미(美)가 느껴졌다.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품고 있었다.

여인은 높은 단상 위에 앉아 있었다.

고고한 눈빛으로 채린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여인에게선 여왕과도 같은 위엄이 느껴지고 있었다.

【흐응….】

여인의 입에서 자그마한 신음이 새어 나왔다.

여인의 두 눈에는 흥미로움이 가득했다.

분명 이성이 있는 존재라.

그런데 왜일까.

인간이… 아니다.

인간의 형상을 갖추고 있으나 인간이 아니다.

사람처럼 지성을 지니고 있으나 사람 또한 아니다.

무엇.

채린은 여인을 그렇게 정의 내릴 뿐이었다.

히죽.

여인의 입가가 기괴하게 벌어진다.

번뜩이는 두 눈.

【정말 나한테 딱 어울리는 제물이잖아?】

끔찍한 악의(惡意)가

피어오른다.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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