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188화 (188/250)

187화.

내리쬐는 태양의 광휘.

사라지는 던전 게이트들.

그 현상은 서울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어…? 갑자기 햇살이 왜…?”

“모두, 모두 하늘을 봐!”

서울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윽고 찬란하게 빛나는 태양의 모습.

그리고 서서히 사라지는 던전 게이트를 바라봄에.

“게이트가 사라지고 있다!”

“사, 살았어! 우리는 살았다고!!”

와아아아아아아─!!

사람들 모두가 기쁨의 환호성을 터트렸다.

터져나온 기쁨의 환호성은 그 끝을 모르고 퍼져 나갔다.

환호성이 들려오지 않는 곳이 없었다.

서울 전역을 가득 메운 환호성.

“갑자기 무슨…?

헌터 관리국의 협회장, 금천규는 당황을 감출 수가 없었다.

비단 금천규뿐만이 아니었다.

“뭐, 뭐야….”

“갑자기 게이트가 사라지고 있어?”

“이게 무슨?”

이하린, 이시윤, 유한나.

S급 헌터들 또한 내리쬐는 햇살에 당황스러워하고 있었다.

“Zhè shì shénme…?”

그리고 마오타오의 장 웨이까지.

모두가 사라지는 던전 게이트에 당혹스러워하고 있었다.

“이, 이럴 리가 없는데?”

이럴 리가 없었으니까.

보다 정확히는 서울 상공을 드리운 던전 게이트의 원인을 알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원인은 결코 해결될 수 없는 종류임을 알고 있었으니까.

그런데도 사라지고 있는 던전 게이트.

이는 분명한 현실이었다.

그 말은 즉.

“던전이 클리어되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약속이라도 한 듯 한 곳으로 향했다.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는 S등급의 게이트.

사람들은 그때서야 볼 수 있었다.

“장막의 결계가….

“사라졌어?”

게이트를 감싸고 있던 어둠의 장막이 사라졌음을 볼 수 있었다.

“이게 무슨….”

뭐가 어떻게 되어 간 건가 싶은 것도 잠시.

우우우우웅…!

게이트가 일순간 크게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사방으로 뻗어 나간 던전의 마력이 빨려들어 가기 시작했다.

저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S급 헌터들인 이들은 모르지 않았다.

던전을 구성하고 있던 마력핵이 파괴 혹은 손실이 되었을 때 나타나는 현상.

“클리어 전조 현상!”

“던전이… 정말 클리어되었다고?”

두 눈으로 보고 있음에도 믿기지 않았다.

바로 그때.

툭.

일렁거리는 던전 사이로 무언가 튀어나왔다.

축, 늘어진 흑발.

곱게 감은 두 눈.

그럼에도 감출 수 없는 미(美).

“한채린…?”

한채린이 누군가에게 안겨 있는 모습이었다.

사람들은 당황했지만 의문을 품지는 않았다.

이 S등급 던전은 한채린에게 배정된 승격 심사 던전이었으니까.

그러니 한채린이 던전 안에서 나오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었다.

문제는 기절한 한채린을 안고 나온 한 남자였다.

“맹시우… 헌터?”

시우.

사람들은 시우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맹시우 헌터 지금 상태가….”

지금 보이는 시우의 상태.

정말이지 처참하기 그지 없었다.

아니, 처참하다는 말로도 온전히 표현할 수가 없었다.

옷은 죄다 찢어져 상반신을 훤히 드러내고 있었다.

그 때문에 겉으로 드러나지 않던 조각 같은 근육의 몸매가 한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저, 저게…!”

“세상에나!”

그 누구도 감탄하지 않았다.

모두가 입을 틀어막고 경악할 뿐이었다.

훤히 드러난 상반신으로 피부는 여기저기 찢겨져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

검게 타고 그슬린 전신은 검은 물감을 칠해 놓은 것만 같았다.

아니, 아니다.

저건 피부가 검게 탄 것이 아니었다.

괴사(壞死).

전신의 세포들이 괴사하여 검게 물든 것이었다.

“괜찮…?”

괜찮다는 물음이 차마 내뱉어지지 않았다.

딱 봐도 괜찮지 않아 보였으니까.

살아 있는 게 맞는 거냐.

그렇게 물어야만 할 것 같았다.

시우는 죽은 자가 움직이고 있다고 해도 믿을 수 있는 모습이었다.

“채린 씨가 많이 다쳤습니다.”

일순간 시우가 말해 왔다.

그때서야 사람들은 시우가 죽은 것이 아님을 깨달을 수 있었다.

시우는 안고 있던 한채린을 살며시 바닥에 내려놓았다.

시우는 두 손가락으로 한채린의 몸 이곳저곳을 짚어 누르며 말했다.

“혹시 가느다란 침 같은 것을 가지고 있는 분이 계십니까?”

그런 시우의 말에 사람들은 그만 할 말을 잃어버렸다.

지금 누가 누굴 챙기고 있단 말인가.

당장이라도 치료를 받아야 할 건 한채린이 아니라 시우였다.

그러나 시우는 한채린의 상태만을 챙기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시우의 모습 때문일까.

“자네는 정말….”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뭐라고 해야 할지.”

할 말이 없으면서도 왜인지 안도가 되었다.

자세한 사정은 알지 못했지만, 끝이 났으니까.

던전은 클리어되었다.

그로써 서울 상공을 드리운 던전 게이트들 또한 사라졌다.

물론 아직 남아 있는 마물들은 있었다.

하지만 큰 위협은 아니었다.

사람들은 그때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가느다란 쇠꼬챙이라도 가지고 계신 분이 아무도 없으신 겁니까?”

재차 들려온 시우의 물음.

“내 세검이 가늘기는 하지만… 이걸 원하는 게 아니잖아.”

이하린이 들고 있는 세검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시우는 역시나 고개를 내저었다.

“혹시 주삿바늘도 괜찮으신가요?”

그리고 이어진 유한나의 물음.

“주삿바늘 정도라면 후방 쪽에 의료 지원팀이 가지고 있을 거예요.”

“너무 굵지만 않으면 괜찮습니다.”

“그럼 제가 빨리 가져올게요.”

시우의 답에 유한나가 황급히 걸음을 옮겼다.

아니, 걸음을 옮기려던 바로 그때였다.

서거거거걱─!

섬뜩한 절삭음이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푸화하학!

시야 한 켠으로 시뻘건 피들이 분수처럼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뭐야…?”

“갑자기 무슨 일이야?”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향했다.

바라본 그곳엔 수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분수처럼 치솟은 피는 아래로 떨어져 웅덩이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리고 찰박.

한 존재가 피의 웅덩이 위로 걸음을 내디뎠다.

후드를 뒤집어쓴 검은 망토.

흉악한 이빨이 듬성듬성 나 있는 가면의 얼굴.

하얀 악마의 가면을 쓰고 있는 존재는 그 정체를 알 수가 없었다.

그 순간.

“Nǐ, Nǐ…!”

장 웨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장 웨이는 가면의 존재를 바라보며 경악하고 있었다.

보다 정확히는…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런데 장 웨이가 저렇게 두려워할 만한 존재가 있었던가?

13인의 영웅, 융 위란의 직속 제자이자 현 무당파의 장문인이?

그런 의문이 들던 찰나.

“Hóngsè Yīnyǐng…!”

장 웨이의 목소리가 재차 들려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의미를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누군가는 의미를 알아들은 것일까.

“부, 붉은 그림자…?”

판데모니움의 지배자, 붉은 그림자.

그가 지나간 자리는 그림자마저 피로 붉게 물든다 하여 불리는 이름.

그러나 붉은 그림자는 그 정체가 불분명한 존재였다.

그를 본 사람도 존재하지 않았다.

혹자는 판데모니움이 공포를 조장하기 위해 만들어 낸 허상의 존재라고도 말한다.

해서 지금.

“저 자가 붉은 그림자라고?”

“거, 거짓말하지 마. 붉은 그림자가 실존했다고?”

“갑자기 붉은 그림자가 여기에 왜….”

사람들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믿을 수가 없었다.

찰박.

붉은 그림자라 추정되는 존재의 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푸화학!

다시 한 번 붉은 피의 분수가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비명조차 들려오지 않는 살육.

내리쬐는 찬란한 태양 빛은 그림자를 형성했으나 그 색은 검지 않았다.

피로 물든 그림자.

붉은 그림자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찰박.

피를 내리밟는 소리가 들려온다.

거대한 공포가 다가온다.

“아, 아으….”

“으으…!”

이 압도적인 공포 앞에서 사람들은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그건 S급 헌터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보이지… 않았다.

그 어떠한 행동도 인지할 수가 없었다.

그저 붉은 그림자에게 압도될 뿐이다.

“지, 진짜였어….”

“붉은 그림자가 진짜로 존재…했어….”

그때서야 사람들은 붉은 그림자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었다.

또한 왜 그 동안 붉은 그림자를 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는지에 대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없었던 것이다.

푸화학!

붉은 그림자를 마주하고, 살아남은 사람이.

그 순간 사륵─!

붉은 그림자의 모습이 그림자처럼 사라졌다.

콰아앙!

커다란 폭음이 들려왔다.

역시나 그 누구도 붉은 그림자 움직임을 인지하지 못했다.

오직 한 명.

“크윽!”

시우만이 붉은 그림자와 대적할 뿐이었다.

* * *

전신을 후두려 패는 듯한 격통.

그것은 시우의 전신을 강타하며 온몸의 세포를 파열시켰다.

그리하여 붉은 그림자와의 일합.

절단, 골절, 파열, 흉터, 상처.

[파열인가.]

붉은 그림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다시.

[그게 아니라 스스로의 힘을 감당하지 못하고 육체가 파열된 것이군.]

붉은 그림자의 가면 사이로 이채가 띄었다.

붉은 그림자는 시우를 탐색하듯 훑어봤다.

반면에 시우는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붉은 그림자의 목소리.

시우는 이 개념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었다.

이건… 목소리가 아니었으니까.

목소리라기보다는 어떤 의지에 가까웠다.

[너는 누구지?]

머릿속으로 직접 대상의 의지가 전달되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이건 시우에게 상당히 익숙한 방식이기도 했다.

‘갓튜브…?’

갓튜브(GodTube).

이건 갓튜브의 인물들이 사용하는 방식이었다.

갓튜브의 인물들은 당연히 한국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시우가 갓튜브의 인물들과 소통할 수 있는 건 언어로 소통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갓튜브의 스마트폰이 시우의 언어를 변환하여 의지로 전달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금.

[어떻게 그 힘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지?]

붉은 그림자 또한 갓튜브의 인물들과 동일한 방식으로 소통하고 있었다.

확실하지는 않았다.

착각일 가능성 또한 다분했다.

그러나 제갈공명의 통찰력(S+).

마주한 현상의 본질을 꿰뚫는 기이한 힘.

그 힘이 말하고, 또 경고하고 있었다.

지금 눈앞에 있는 붉은 그림자.

그 정체는 알 수 없으나.

[네가 릴리트를 소멸시켰나?]

붉은 그림자는 갓튜브의 인물이다.

[제물만을 데려가고 물러가려 했으나….]

붉은 그림자의 의지가 들려온다.

가면에 가려진 붉은 그림자의 시선.

그 시선이 오롯이 시우에게로 향했다.

[생각이 바뀌었다.]

번뜩이며 치솟는 살기(殺氣).

붉은 그림자의 신형이 일시에 사라진다.

생각의 틈바구니를 헤집으며, 살기가 덮쳐 온다.

[너의 목숨을 가져가야겠다.]

붉은 그림자는 어느새 시우의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콰아아아─!!

강맹한 힘이 부풀어 오르며 지면이 통째로 주저앉는다.

그 사이로 뻗어 오는 붉은 그림자의 일장.

꽈아아앙!

시우의 몸이 뒤로 쏘아졌다.

붉은 그림자와의 두 합.

‘강하…다!’

그리고 다르다.

시우의 머릿속으로 한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만일 붉은 그림자가 갓튜브의 인물이라면….

던전 안에 있던 릴리트 또한 갓튜브의 인물이었다.

그리고 릴리트는 정말 강했다.

케르베로스를 뛰어넘는 강함을 지니고 있었다.

릴리트는 시우가 본 그 어떤 존재보다 강했고 또 끔찍한 악(惡)이었다.

그러나 그런 릴리트 역시도 약화되어 있었다.

던전 안에 구속되어 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하지만 붉은 그림자는 아니었다.

붉은 그림자는 던전 안에 구속되어 있지도, 약화되어 있지도 않았다.

그는 자유로웠다.

[다 죽어 가는 상태에서도 반응을 한 것인가.]

읊조리는 붉은 그림자의 의지가 들려온다.

사륵.

다시 한 번 붉은 그림자의 신형이 사라진다.

그리고 꽈아아앙!

들려오는 폭음.

그러나 이번에 밀린 쪽은, 다름 아닌 붉은 그림자였다.

[......!]

붉은 그림자의 가면이 크게 들썩였다.

붉은 그림자가 차분히 시선을 들어 정면을 바라봤다.

───, ─────!

그때서야 붉은 그림자는 시우 주변으로 터져 나오는 괴현상을 인지할 수 있었다.

[이건…!]

충격으로 물든 붉은 그림자의 의지가 들려온다.

시우는 오리할콘 권갑을 꽈득, 움켜쥐었다.

아직.

아직 괴력난신(怪力亂神)의 효과가 남아있다.

시간이 그리 많이 남아 있지는 않았다.

그러나 아직은, 아직은 버틸 수 있다.

아니, 버텨야만… 한다.

파지직!

튀어 오르는 푸른빛의 뇌전.

토르의 뇌령[雷領](SS+).

헤르메스의 초신속[超迅速](SS+).

융합된 서로 다른 두 힘이, 붉은 그림자를 향해 쏘아졌다.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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