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화.
감겼던 두 눈 떠지며 보인 것은 낯선 천장.
아니, 상당히 익숙한 천장이었다.
‘뭐…지?’
그렇기에 시우는 의문이 들었다.
원래라면 익숙한 천장의 풍경이 보여서는 안 되었으니까.
사후세계의 천장이 익숙하다는 느낌이 들어서는 안 되지 않은가.
설령 갓튜브라 할지라도 익숙한 천장의 풍경이 보여서는 안 되었다.
‘뭐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상황.
시우는 차분히 기억을 되짚어 보았다.
머리가 안개가 낀 것처럼 기억이 희미했다.
그러나 조금씩 안개가 걷히며 하나둘씩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오주원을 끌어내기 위한 미끼.
S등급 던전의 입장.
케르베로스와의 조우.
오주원과의 결전.
한채린과의 약속.
마주한 릴리트.
괴력난신(怪力亂神).
붉은 그림자.
그리고 지금.
“살았…네?”
시우는 그때서야 죽지 않고 살아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하여 지금 보이는 낯선 천장.
“특특실이구나.”
시우는 이곳이 SH병원의 특특실임 또한 알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천천히 둘러본 풍경은 너무나도 익숙했다.
병원인지 호텔인지 모를 공간.
돈으로 치덕치덕, 마감질한 것만 같은 인테리어.
그리고 옆 침대에 누워 있는 묘령의─.
“자네, 깨어난 건가?”
…응?
시우는 순간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원래라면 들려오는 목소리는 묘령의 여인이어야만 했다.
그러니까 한채린이 옆 침대에 누워 있어야만 했다.
그러나 지금 시우의 옆 침대에 누워 있는 이는 한채린이 아니었다.
선선한 인상의 미중년.
“...국장님?”
시찰국장, 백선제.
그가 시우의 옆 침대에 누워 있었다.
이윽고 백선제가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자네, 어째 표정이 좋지 않은걸.”
백선제가 너스레 떠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설마하니 옆에 있는 내가 미모의 여인이 아니라서 실망한 겐가?”
시우는 힘이 빠지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는 백선제의 상태를 살폈다.
백선제는 오주원의 단검에 심장 부근이 뚫리는 치명상을 입었었다.
신의술[神醫術](S+)로 응급처치는 했으나, 위중한 상태였던 백선제였다.
“몸은 괜찮으신 겁니까?”
“난 보다시피 멀쩡하네. 누구 덕분에 말이지.”
백선제는 선선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런데 나보다는 자네 몸부터 걱정해야 하는 거 아닌가?”
“저도 뭐, 보다시피….”
“보다시피 전혀 안 괜찮아 보이네만.”
백선제의 말에 시우는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시우의 모습.
누가 봐도 괜찮아 보이지 않았으니까.
실제로도 전혀 괜찮지 않았다.
의식을 차렸다 뿐, 전신으로 느껴지는 통증은 당장이라도 기절할 것처럼 아파 왔다.
몸을 한계에 한계까지 혹사시킨 결과였다.
아니, 한계라는 말로도 온전히 표현할 수 없었다.
케르베로스와 싸운 직후 서울로 빠르게 달려갔다.
그 이후로 오주원과의 결전을 치렀으며 릴리트와의 혈투를 벌였다.
마지막으로 붉은 그림자와의 싸움까지.
그 하루 사이에 너무도 많은 전투가 있었다.
무엇보다 괴력난신(怪力亂神)을 사용한 반동까지 더해진 상황.
솔직히 시우는 살아 있으면 안 되는 수준이었다.
그래서일까.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겁니까? 무엇보다 제가 어떻게 살아 있는 거죠?”
“참 빨리도 묻는군.”
백선평은 못 말린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자네에게 해 줄 이야기가 많네. 하지만 그 전에….”
백선제가 선선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자네가 깨어나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어서 말이지.”
“저를 말입니까?”
시우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딱히 애타게 기다릴 만한 사람은 없었으니까.
아, 혹시 서아인가?
그런 물음이 드는 것도 잠시.
백선제가 침대 위쪽, 동그란 버튼을 눌렀다.
“맹시우 헌터가 깨어났다고 전해 주십시오.”
보아하니 일종의 인터폰인 것 같았다.
아니면 비상시에 간호사를 호출하는 버튼이든가.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되돌아오는 말은 없었다.
뭐지? 싶은 생각이 들던 찰나.
탁탁탁탁!
병실 밖으로 다급한 뜀박질 소리가 들려왔다.
이윽고 벌컥!
병실의 문이 부서져라 열렸다.
그리고 보인 것은 기나긴 흑발의 미녀.
“...채린 씨?”
한채린이 달뜬 호흡을 삼키며 문 앞에 서 있었다.
한채린은 분홍색의 환자복을 입고 있었다.
한채린 또한 이곳 SH병원에 입원 중인 것 같았다.
이윽고 한채린의 시선이 시우에게 향했다.
그리고 깨어 있는 시우를 확인함에 두 눈이 크게 떨려 왔다.
마치 엄마를 잃어버린 아기 사슴과도 같은 눈동자였다.
흔들리는 한채린의 눈동자에는 수많은 감정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그 감정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눈동자에 감정이 깃들어 있다는 것.
‘얘가 왜 저래?’
그것만으로도 시우는 당황스러웠다.
평소 한채린의 모습과 완전히 딴판이었으니까.
얼음 덩어리.
감정 하나 없는 로봇.
그런 애가 갑자기 왜 저런단 말인가.
“채린 씨…?”
시우는 묘한 이질감에 한채린을 불렀다.
그와 동시에 타다탁!
한채린이 시우를 향해 뛰어왔다.
이윽고 몸을 내던지며 와락!
한채린이 시우의 품에 안겼다.
“어억!”
시우는 달려오는 한채린과 함께 침대로 넘어졌다.
그 모습이 마치 한채린에게 덮쳐진 형세가 되어 버렸다.
얘, 얘가 진짜 갑자기 왜 이래?
“자, 잠깐만요. 채린 씨!”
시우는 당황하여 몸을 버둥거렸다.
덮치듯이 안겨 있는 한채린을 떼어 내었다.
그러나 그럴 수가 없었다.
한채린이 워낙에 꽉, 끌어안고 있었거니와.
“아윽…!”
회복되지 않은 몸이 한채린을 떨어낼 수가 없었으니까.
시우는 꼼짝없이 한채린에게 덮쳐진 채로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한채린은 시우에게 안긴 채로 아무런 말이 없었다.
시우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있었다.
“불타는 청춘일세. 불타는 청춘이야.”
능글맞은 백선제의 중얼거림.
“요즘 젊은이들은 빠르다더니.”
백선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뿐이었다.
* * *
한채린은 한참의 시간이 지나도록 떨어지지 않았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겨우겨우 품에서 떨어질 수 있었다.
그렇게 품에서 떨어진 한채린은 어딘가 이상했다.
시우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고장이라도 난 것인지 정신이 멍한 표정이었다.
그렇게 다시 얼마 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아….”
한채린은 이 말 한마디를 내뱉을 뿐이었다.
그러더니 휙!
병실 밖을 빠른 걸음으로 나가 버렸다.
‘...뭔데?’
시우는 진짜 뭔가 싶었다.
아니, 쟤가 왜 저러나 싶었다.
다짜고짜 달려와서 안긴 것도 모자라 말없이 떠나 버리는 건 무슨 경우란 말인가.
그 순간.
“한채린 양이 부끄러운 모양인가 보네.”
백선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 바라본 백선제는 능글맞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런데 한채린이 부끄러워한다니?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란 말인가.
한채린과 부끄러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매칭이었다.
차라리 지난 번에 먹은 순대국밥이 아직도 잘못되었다고 여기는 편이 훨씬 더 믿음직했다.
“그보다 자네, 한채린 양이랑 사귀는 사이였었나?”
이어진 백선제의 물음.
백선제는 여전히 능글맞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오해입니다. 왜 다들 저랑 채린 씨만 보면 사귀는 사이로 오해하는 겁니까?”
“누가 봐도 그래 보이지 않은가.”
백선제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해 왔다.
시우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오해’입니다. 방금 저 채린 씨한테 깔려서 죽을 뻔했습니다. 사귀는 사이면 저를 죽이려 했겠습니까.”
“깔려 죽을 뻔한 것 치고는 자네가 저항하지 않던데?”
“저항하지 않은 게 아니라, 저항하지 못한 겁니다.”
“아~ 그런 건가?”
백선제는 어련히 그러겠냐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누가 봐도 믿지 않는 눈치였다.
“지금 제 상태를 보면 아시지 않습니까. 저항할 힘이 하나도 없습니다.”
“확실히….”
백선제는 시우의 몸 상태를 훑어봤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네가 그렇다고 하니, 그런 걸로 하지.”
또 다시 어련히 그러겠냐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시우는 뭐라 반박하려다, 에휴.
그냥 내버려두기로 했다.
구구절절 변명해 봐야 구차해지기만 하지.
“그보다 제가 어떻게 살아 있는 겁니까? 그 이후의 상황은 어떻게 된 것이고요.”
시우는 대화의 주제를 돌렸다.
백선제는 피식, 웃음을 흘리더니 곧장 입을 열었다.
“나도 직접 그 상황을 본 것은 아니네. 내가 갔을 땐, 상황이 이미 끝나 있었거든.”
백선제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 갔다.
“자네가 쓰러지고 아버지가 붉은 그림자와 대적했다고 하네.”
시우는 차분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기억에 있었으니까.
정확히는 여기까지가 시우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아버지는 고전 끝에 붉은 그림자를 물러나게 하셨지만….”
그 순간.
벌컥!
닫혀 있던 병실의 문이 또 다시 부서져라 열렸다.
뭐지?
시우와 백선제의 시선이 동시에 문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보인 묘령의 여인.
정확히는 묘령처럼 보이는 여인이었다.
웨이브 진 단발의 머리.
행동 하나하나에서 새어 나오는 우아한 세련미.
“고모님?”
한채린의 고모이자 SH그룹의 이사, 한민아.
그녀가 병실의 문 앞에 서 있었다.
한민아도 이곳 SH병원에 입원 중인 것인지 그녀 또한 분홍색 환자복을 입고 있었다.
일순간 한민아의 시선이 시우에게 향했다.
하지만 금방 시우를 지나쳐 옆쪽의 백선제에게로 향했다.
잠깐의 정적.
타닥!
일순간 한민아가 백선제를 향해 뛰어갔다.
이윽고 몸을 내던지며 와락!
한민아가 백선제에게 안겼다.
“어억!”
백선제는 달려오는 한민아의 힘에 못 이겨 침대로 넘어졌다.
그 모습이 마치 한민아에게 덮쳐진 형세가 되어 버렸다.
“미, 민아 씨?”
백선제가 당황하여 몸을 버둥거렸다.
그러나 덮치듯이 안겨 있는 한민아를 떼어 낼 수 없었다.
시우는 엉겨 붙어 있는 둘을 가만히 바라봤다.
덮쳐져 있는 백선제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마주치는 시선.
“...청춘에는 나이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시우는 능글맞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 * *
한민아는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백선제의 품에서 떨어졌다.
그렇게 품에서 떨어진 한민아는 어딘가 이상했다.
백선제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고장이라도 난 것인지 정신이 멍한 표정이었다.
다시 얼마 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아….”
한민아는 딱 이 한마디를 내뱉을 뿐이었다.
그러더니 휙!
한민아가 병실 밖을 빠른 걸음으로 나가 버렸다.
누가 같은 한씨 일가 아니랄까봐.
정말 한채린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한민아 고모님이 부끄러우신가 봅니다.”
시우는 비실비실, 웃음을 지으며 백선제에게 말했다.
“그보다 국장님, 한민아 고모님이랑 사귀는 사이였습니까?”
“오, 오해라네. 어, 어디가 민아 씨랑 내가 사귀는 것처럼 보인단 마, 말인가.”
답을 하는 백선제의 말이 심히 떨려 왔다.
얼굴 또한 왜인지 빨갛게 달아오른 백선제였다.
“누가 봐도 그래 보이지 않습니까.”
시우의 말에 백선제는 크흠!
헛기침을 하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오해’라네. 방금 민아 씨한테 깔려서 죽을 뻔한 거 보지 않았나. 사귀는 사이면 나를 죽이려 했겠는가?”
“깔려 죽을 뻔한 것 치고는 전혀 저항을 하지 않으시던데요.”
“저항하지 않은 게 아니라, 저항하지 못한 거네.”
“아~ 그런 건가요?”
시우는 어련히 그러겠냐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자 백선제가 정말 오해라며 다급히 말을 해 왔다.
“자네는 내 상태가 어떠한지 잘 알지 않나. 이래 보여도 몸에 힘이 하나도 없네.”
“확실히….”
시우는 백선제의 몸 상태를 훑어봤다.
오주원의 쌍단검에 가슴이 꿰뚫렸던 상처.
아직 완전히 나아진 것이 아닌지 가슴팍에 붕대가 칭칭, 감겨 있었다.
비록 심장이 완전히 꿰뚫리지 않았지만, 치명상이라 할 수 있는 위중한 상처였다.
신의술[神醫術](S+)이 아니었으면 꼼짝없이 죽었을 상태였다.
말마따나 상태가 좋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뭐.
“국장님께서 그렇다고 하시니, 그런 걸로 하시죠.”
각성자도 아닌 일반 여인의 힘을 저항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
백선제는 역시나 아무런 답이 없었다.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꾹, 다물고 있을 뿐이었다.
잠깐의 정적.
“붉은 그림자는 그러니까….”
백선제가 화제를 전환하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당황한 것인지 횡설수설만 반복할 뿐이었다.
“...우리가 어디까지 이야기해, 했었지?”
시우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답했다.
“검선께서 붉은 그림자를 물러나게 했다는 내용까지 들었습니다.”
“아, 그래.”
백선제는 크흠, 큼.
과도하게 헛기침을 하며 목을 가다듬었다.
“그 이후로 아버지는….”
백선제는 관련한 이야기를 천천히 풀어 나갔다.
그리고 그때서야 시우는 어째서 자신이 살아 있을 수 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검선께서….”
검선(劒仙), 백선평의 희생.
백선평은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희생된 사람들을 살려 냈다.
시우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르는 의문에 다시 백선제에게 물었다.
“국장님, 오주원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한국의 판데모니움을 총괄하던 흉터급 간부, 오주원.
융합의 힘을 직격으로 맞은 오주원은 솔직히 살아 있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러나 오주원은 최악의 미래에서 차악의 가능성을 본 것일까.
“현재 여기 SH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네.”
오주원은 죽지 않고 살아 있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살아만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지닌 바 마력도 전부 잃어버린 채, 식물인간이 되었다 하더군. 의사들이 깨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모두 고개를 내저었네.”
백선제는 아쉬운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오주원은 흉터급 간부로서 판데모니움에 관해 아는 것이 많았으니까.
시우 또한 아쉬웠지만, 가능성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목숨만 붙어 있다면, 신의술[神醫術](S+)로 깨울 수 있을지도 몰랐으니까.
“그래도 오주원이 이렇게 되면서 한국의 판데모니움은 완전히 와해가 되었네. 이 모두가… 전부 자네 덕분이야. 정말이지 뭐라 감사를 표해야 할지….”
백선제는 세상 대견한 표정으로 시우를 바라봤다.
괜시리 멋쩍은 마음.
그도 그럴 것이 어디까지나 한국에서의 판데모니움이 와해되었을 뿐이었다.
판데모니움 자체가 무너진 건 아니었다.
붉은 그림자가 살아 있는 이상 모든 것이 끝났다고 할 수 없었다.
시우는 백선제에게 물었다.
“그런데 붉은 그림자는 대체 누구인 겁니까?”
판데모니움의 지배자, 붉은 그림자.
시우의 추측에 따르면 붉은 그림자는 갓튜브의 인물일 가능성이 농후했다.
하여, 그의 존재는 갓튜브와 판데모니움.
둘이 어떤 연관이 있을 거라는 의문에 확신을 더해 주었다.
그러나 정작 어떤 존재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해서 시우는 물었고.
“그건….”
백선제는 쉽사리 답을 해 오지 않았다.
보아하니 백선제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하기사 붉은 그림자는 그 정체부터가 불분명한 존재였다.
실존하는지조차 알지 못했던 존재였다.
“미안하네, 나도 붉은 그림자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네.”
백선제는 그렇게 답을 해 보였다.
그리고 바로 그때.
“그 이야기는 내가 하도록 하지.”
한줄기, 바람과도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낯설면서도 낯설지 않은 존재.
“붉은 그림자는 오래 전, 나의 동료였다.”
검선(劒仙), 백선평.
그가 병실 문 앞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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