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화.
서울 상공을 가득 뒤덮었던 던전 게이트.
서울의 하늘은 가히 종말의 하늘과도 같았다.
그 안에서 쏟아지는 마물들은 서울 전역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이 절망의 사태는 서울 지역에서 벌어지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 파급력은 비단 서울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지금 서울 개난리남!! 마계 대침공이라고 난리도 아님!!>
커뮤니티에 올라온 하나의 게시글.
처음에는 많은 관심을 받지 못했다.
└<고객이KO할때까지>: 어그로 좀 차단하면 안 됨? 뭔 ㅅㅂ 마계 근침공이여 근침공은.
└<그리움만싸인회>: 병먹금 하셈. 여기서 늘상 있는 어그로인데 왜 일일이 반응함.
└<시작은미미하나 끝은공주하리라>: 맹시우 때문에 커뮤니티에 유입이 많아진 듯.
한낱 어그로성 글이라며 무시되고 묻혀졌다.
<어그로 아니라고 ㅄ들아!>
<지금 진짜 서울 난리 났음!>
그러나 관련한 게시글들이 끊이질 않고 올라왔다.
여기저기서 실시간 동영상들이 첨부되어 올라왔다.
이윽고 뉴스에서도 해당 사태를 속보로 다루기 시작했을 때.
└<고객이KO할때까지>: 야, 야… 저거… 뭐냐?
└<그리움만싸인회>: 저게, 저게… 지금 서울에서 실시간으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
└<시작은미미하나 끝은공주하리라>: 지, 지랄하지 마… 노, 농담이지? 제발 농담이라고 해 줘.
사람들은 그때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기 시작했다.
영화나 만화 따위의 일이 아니었다.
실제로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었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흉포한 마물들은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했다.
한국의 수도를 순식간에 황폐화시켜 버렸다.
마계 대침공.
역사서에나 접했을 일들이 실제로 눈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 우리도 도망…가야 하는 거 아니냐?
└<쟤시켜알바니깐>: 그런데 어디로…?
도망칠 곳은 없었다.
단지 지금은 서울일 뿐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대한민국 전역으로 마물들이 퍼져 나가리라.
사람들의 마음에 절망만이 가득했다.
“진짜… 그때만 생각하면….”
YBN 기자, 정민지는 소스라치게 몸을 떨었다.
방송 헬기를 타고 서울의 사태를 전국으로 송출하던 그때만 생각하면 매번 이런 식이었다.
물론 주변 사람들이 뜯어말렸다.
그러나 기자라면 상황을 전국에 알려야 한다는 책임이 있었다.
그리고 직접 서울의 사태를 마주하자마자 정민지는 곧바로 후회했다.
살육의 광경,
지옥의 풍경도 이보다 처참하진 않으리라.
“으으….”
정민지는 그때의 일만 떠올리면 아직도 손이 벌벌, 떨렸다.
그래서일까.
새까만 하늘 사이로 태양의 광휘가 비추었을 때.
던전 밖으로 나오는 시우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을 때.
붉은 그림자의 등장에 다시 한 번 절망했을 때.
그런 붉은 그림자와 맞서던 시우의 모습을 바라봤을 때.
“맹시우 헌터님이 없었으면….”
정민지는 시우의 팬, 뚝배기단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여 지금.
저 멀리, 병실 창문 너머에 비치는 시우의 모습.
기자라 함은 객관적인 팩트로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리는 직업이었다.
작성하는 기사글에 개인적인 감정이 담기면 안되는 법이었다.
그러나.
“YBN 기자, 정민지 기자입니다! 사랑한다는 한 말씀만 부탁드립니다!!”
정민지는 오늘만큼은 기자가 아닌 뚝배기단의 팬으로서 취재하기로 했다.
* * *
서울의 재앙(The Seoul Disaster).
대한민국 전역을 뒤집어 버린 대사건.
서울의 재앙은 마무리가 되었으나 그 여파는 계속해서 그 크기를 키워나갔다.
└<태조샷건>: 맹시우가 S+급 헌터라는 게 말이 되냐! 영웅급 헌터라 해라!
└<띵호와의 증인>: 맹시우는 신인가! 신시우는 맹인가!! 맹신우는 시인가!!!
└<슈크림도어가 열립니다.>: 맹시우 헌터님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는 물론.
『<김치한사발>: 맹시우 헌터의 등장에 전 BBC가 갑자기 뉴스 방송을 중단시키고 특집 방송을 편성한 이유. 지금 세계는 난리가 났다! 』
『<애국헌터>: 전 세계가 놀랐다! 미국이 뒤집히고 중국이 엎어지며 일본이 눈물을 흘린 맹시우 헌터!』
각종 유투브 채널과 더불어 한국에 존재하는 모든 언론 매체.
그 모두가 오로지 시우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했다.
한국 전체가 완전히 뒤집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원래라면 한국 내에서의 일이었다.
한국 내에서만 소란이 이는 정도에 불과했다.
흔히 말하는 국뽕에 지나지 않은 일.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서울의 재앙, 포보스와 뉴욕타임스 일면 대거 장식.>
각종 해외 뉴스의 토픽으로 서울 사태가 보도되었다.
그로써 시우라는 이름이 전 세계적으로 퍼져 나갔다.
하여, 뉴욕에 위치한 유엔 본부 청사.
“매버릭 사무총장님.”
UN 사무총장, 매버릭.
낮은 목소리와 함께 매버릭의 옆으로 한 사내가 따라붙었다.
매버릭은 걷던 걸음을 멈추지 않고 따라붙은 사내를 바라봤다.
그리고.
“붉은 그림자가 한국에 나타났다고 합니다.”
뚝.
매버릭은 내딛던 걸음을 그대로 멈추었다.
매버릭은 잠시 아무런 말이 없었다.
조금의 시간이 지나.
“...한국은 어떻게 되었지?”
매버릭은 입술을 씹으며 물었다.
붉은 그림자가 움직였다면 그 결과가 어떨지는 뻔했으니까.
아마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을 터.
사내는 살며시 서류 몇 장을 매버릭에게 건네었다.
서울의 재앙(The Seoul Disaster).
서류에 적힌 이름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매버릭은 잠시 서울의 뜻을 잠시 곱씹었다.
그리고 곧 서울이 한국의 수도임을 떠올릴 수 있었다.
이 말은 즉.
붉은 그림자가 한국에 가져온 재앙이리라.
매버릭은 딱딱한 표정으로 서류의 내용을 읽어 내렸다.
“희생자가… 미미해?”
하지만 재앙이라는 이름과는 달리 극미한 희생자 수치를 볼 수 있었다.
서류에 적힌 숫자는 약 3,200명.
그리고 대부분이 부상자에 지나지 않았다.
사망자의 비율은 거의 없다시피했다.
아니, 이 정도면 아예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다행히 희생된 자들은 그리 많지 않다고 합니다.”
“......?”
매버릭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붉은 그림자 또한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물러났다고 합니다.”
“...뭐라?”
매버릭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게 말이 된단 말인가.
“서울 도심이 부서지고 파괴되어 경제적인 피해는 적지 않습니다만, 사람들의 피해는 극히 미미하다고 합니다.”
“어떻게 그런….”
매버릭은 정말로 믿을 수가 없었다.
농담이 아니라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판데모니움의 지배자, 붉은 그림자.
그가 지나간 자리는 그림자마저 피로 붉게 물든다.
최소 수만, 평균 수십만.
붉은 그림자의 이름이 들려온 곳엔 도시 하나 정도의 인구가 희생되었다.
그런데 지금….
“검선께서 붉은 그림자를 물러나게 했다고 합니다.”
“검선께서?”
“그렇습니다.”
매버릭은 그때서야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검선이 나섰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었으니까.
“헌데, 검선께서는 세상과 등을 지신 것이 아니었나?”
“아무래도 붉은 그림자를 두고 볼 수만은 없으셨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실….”
사내는 약간의 뜸을 들이고는 말을 이었다.
“처음 붉은 그림자를 막아선 건 검선님이 아니라고 합니다.”
“뭐라고?”
매버릭은 이건 또 무슨 소린가 싶었다.
붉은 그림자를 처음 막아선 게 검선이 아니라니?
“그게 무슨 말인가?”
매버릭은 이것만큼은 절대 믿을 수가 없었다.
붉은 그림자를 막아선다는 건 그만큼이나 말이 안 되었다.
붉은 그림자의 강함은 13인의 영웅급.
아니, 붉은 그림자는 13인의 영웅이었다.
세상에 알려지진 않았으나 매버릭은 그 진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붉은 그림자를 막아설 수 있는 존재는 손에 꼽았다.
같은 13인의 영웅.
따라서 검선이 붉은 그림자를 막았다는 건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무슨….
“맹시우라는 한국의 한 헌터가 붉은 그림자를 막아섰다고 합니다.”
“맹시우…?”
매버릭은 그 이름을 나지막히 되뇌었다.
발음조차 어려운 이름이었다.
그리고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또한 검선께서는 이 맹시우라는 헌터를 공식적으로 S+급이라 인정했다고 합니다.”
“뭐, 뭐라?!”
매버릭은 지금 무슨 헛소리를 계속하는 건가 싶었다.
이는 비단 UN뿐만이 아니었다.
제네바에 위치한 세계 헌터 협회.
“협회장님, 한국에 S+급 헌터가 탄생했다고 합니다.”
애티커스는 들려온 이 보고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싶었다.
세계 헌터 협회장, 애티커스.
“누구 마음대로 S+급 헌터라는 칭호를 준 것이지?
대체 누구 허락을 받고 S+급 헌터를 준단 말인가.
그것도 한국이라는 자그마한 나라가 말이다.
헌터라는 개념이 창시된 이래로 S+급 헌터는 존재하지 않았다.
일단 애티커스, 본인부터가 S+급 헌터가 아니었다.
세계 헌터 협회장부터가 S+급 헌터가 아니었다.
그런데 자그마한 나라의 헌터가 S+급이다?
이는 실로 건방지기 짝이 없었다.
애티커스는 저도 모르게 분노가 일었다.
하지만.
“그것이… 검선께서 직접 공인하셨다고 합니다.”
“...검선께서?”
들려온 보고에 치밀었던 분노가 일시에 사그라들었다.
한국은 분명 작은 나라였다.
그러나 검선(劍仙)이라는 이름은 그렇지 않았다.
아무리 애티커스라도 검선(劍仙)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다.
세계 헌터 협회라 함은 말 그대로 세계 헌터 협회였다.
전 세계의 헌터들을 대표하는 기관.
그 기관의 협회장이라 함은 어마어마한 힘이 있었다.
과장 섞지 않고 웬만한 일국의 대통령보다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검선(劍仙) 앞에서는 아니었다.
달빛에 비친 반딧불만도 못했다.
어딜 세계 헌터 협회장 따위가 13인의 영웅에 비빈단 말인가.
13인의 영웅께서 공인한 것에 토를 단단 말인가.
그래서일까.
“......”
애티커스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싶었다.
UN은 물론 세계 헌터 협회까지.
그야말로 전 세계가 시우라는 이름에 주목하는 가운데.
SH병원의 남자 화장실.
[어째, 저보다 시우 님의 인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하아….”
시우는 변기 칸에 쭈그려 앉아 아도니스의 말에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리고 시우가 변기칸에 쭈그려 앉아 있는 이유는 단순했다.
[비유가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시우님께 달려드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꼭 아프로디테 님과 페르세포네 님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어딜 가나 사람들이 따라붙었으니까.
정말로 ‘어딜 가나’ 사람들이 따라붙었다.
이 넓은 SH병원에서 어떻게 그리 정확히 찾아내는지.
아도니스랑 대화 좀 할라 치면 사람들이 우르르, 달려들었다.
그리고는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이밀며 ‘뚝배기 한 번만 깨 주십쇼!’, ‘사랑한다고 말씀해 주십쇼!’ 별 이상한 요구를 해 왔다.
해서 시우는 이곳저곳 사람들을 피해 다니다 끝내 여기.
남자 화장실의 구석진 변기 칸에 쭈그리고 있었다.
“하아….”
내뱉어지는 한숨과 함께 화장실의 냄새가 코를 찔러 왔다.
대한민국 최고라 불리는 SH병원.
그러나 SH병원도 이번 ‘서울의 재앙’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병동 자체는 큰 피해가 없었다.
요즘 건물들은 던전 브레이크에 대비하여 지어진다.
그리고 대한민국 최고에 걸맞게 그에 따른 방비 또한 최고였다.
무엇보다 병원은 최우선 보호 대상 구역.
가더들의 보호로 큰 피해를 입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 시우가 있는 곳은 SH병원 내 위치한 공원 화장실.
여기저기 부서진 화장실은 아직 제대로 복구가 되어 있지 않았다.
“아도니스 님의 심정이 조금은 이해가 가는 것 같습니다.”
[하하하.]
시우의 농담 아닌 농담에 아도니스가 크게 웃어 보였다.
웃는 아도니스는 정말이지 무시무시한 미모였다.
미모 앞에 무시무시한 이란 수식어가 붙는 것이 맞는 건가 싶었다.
그러나 그동안 피폐 해졌던 몸을 회복한 걸까.
어느 정도 살집이 붙은 아도니스는 정말로 무시무시했다.
시우는 멍하니 아도니스를 바라보다 물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갓튜브 채널은 운영하고 계신 건가요?”
[아니요. 아직 준비 중에 있습니다.]
“준비라 하심은, 어떤 컨셉의 채널을 운영할지는 정하신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아도니스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생각해 봤는데, 연기 쪽으로 갈까 합니다. 해서 시우 님이 추천해 주신 셰익스피어님과 연락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아니, 정말 좋은 선택이라 할 수 있었다.
[조만간 영상을 찍을 것 같은데, 찍게 되면 시우 님께 가장 먼저 보여드리겠습니다.]
말을 하는 아도니스의 표정은 설렘이 가득했다.
그리고 시우도 꽤나 기대가 되는 일이었다.
아도니스의 미모에 셰익스피어의 대본이라니.
‘미쳤는데?’
이 어찌 기대가 안 될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저번에 부탁하신 것 말입니다. 시우 님이 계신 차원으로 넘어가는 방법이요.]
이윽고 들려온 아도니스의 목소리.
[제가 그에 관하여 알아 온 것이 있습니다.]
시우는 눈을 반짝였다.
“그 말씀은….”
시우는 목을 한 번 가다듬고는 말을 이었다.
“그 말씀은 갓튜브의 인물이 제가 있는 이곳으로 올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건가요?”
[네. 여기서 시우 님의 차원으로 넘어가는 방법이 있다고 합니다.]
“그게… 무엇이죠?”
시우는 긴장 어린 표정으로 아도니스에게 물었다.
이윽고 화면 너머.
[신격을 포기하면 된다고 합니다.]
아도니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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