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197화 (197/250)

196화.

신격(Divinity)[神格].

신으로서의 자격.

혹은 신이 갖는 격식.

쉽게 말하면 신(神)의 존재를 나타내는 본질적인 무엇이었다.

이와 대비되는 개념으로는 인간으로서의 자격.

인격(Personality)[人格]을 들 수 있었다.

그러나 신격은 해석하기에 따라 신의 성격.

혹은 신과 같은 성격으로도 해석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신격을 포기한다는 것.

“정확히 어떤 신격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시우는 정확한 개념의 범주를 물었고.

[일반적으로 알려진 신격을 의미합니다.]

[그러니까 신(神)의 존재를 규정하는 본질…이라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아도니스는 그에 따른 답을 해 주었다.

시우는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헤라클레스는 분명 갓튜브의 인물이 지구로 넘어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단언했다.

그러나 정작 지구로 넘어오는 갓튜브의 인물들이 있었다.

그리고 아도니스가 알아 온 정보에 따르면 그 일은 역시나 가능했다.

하여 진실과 진실을 잇는 정보의 공백.

그 공백이 하나 채워졌다.

통찰력(S+).

기이한 힘이 마주한 현상의 본질을 꿰뚫는다.

일단.

시우가 신격(Divinity)[神格]이라는 말을 처음 접한 건 다름 아닌 헤라클레스에게서였다.

언제였더라?

아, 그래.

시우가 처음 헤라클레스에게 갓튜브 영상 컨텐츠를 알려 줄 때의 일이었다.

당시 로키의 말박이 영상으로 헤라클레스 구독자는 떡상.

시우는 그로써 헤라클레스에게 신투술[神鬪術](SSS)을 배울 수 있었다.

동시에 헤라클레스에게 ‘선생님’이라는 극존칭을 들을 수 있었다.

시우를 대하는 태도가 회원님에서 주인님으로 변했었다.

해서 시우는 헤라클레스에게 물은 바가 있었다.

‘구독자 수가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거죠?’

이에 헤라클레스가 답하길.

‘그게 그러니까 음… 일종의 믿음이라고 해야할까요. 저희들이 지닌 신격은 다른 존재들의 믿음으로 형성됩니다. 하여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면 알려질수록….’

저 뒤로도 헤라클레스가 뭐라 뭐라 설명을 이어 나가긴 했었다.

그러나 시우는 자세히 듣지 않았었다.

궁금해서 물어보긴 했다만 저렇게까지 자세히 알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무엇보다 신격이니 뭐니.

시우와는 별 상관도 없었으니까.

해서 당시, 시우가 이해한 것은 이것.

‘구독자가 많으면 신의 위상이 높아지는 건가.’

말 그대로 신격(神格)이 높아지는 것.

해서 돈처럼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

그렇게 이해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지금.

“음….”

시우는 그 의미를 다시 한번 곱씹었다.

갓튜브의 구독자 수와 신격.

그리고 신격을 포기하면 지구로 넘어올 수 있다는 아도니스의 말.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지구에 있는 갓튜브의 인물들은 모두 신격을 포기했다는 건가?’

그러니까 흑돌이는 물론.

케르베로스, 릴리트.

아직 정체를 모르는 붉은 그림자까지.

이들 모두 신격을 포기했다고 볼 수 있었다.

아, 흑돌이의 경우는 신격을 포기 당했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럼… 얼추 앞뒤가 들어맞기는 한데.’

다름 아닌 ‘왜 저들은 모두 약화가 되어 있는가’에 대한 물음.

그 물음에 대한 어느 정도 답을 할 수 있었다.

신격을 포기했으니까.

신격을 잃은 신(神)은 그 힘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답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얼추’였다.

말마따나 ‘어느 정도’의 답에 지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붉은 그림자는 약화된 것 같지 않았단 말이지.’

붉은 그림자는 그렇지 않았으니까.

붉은 그림자는 온전한 힘을 사용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정체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렇기에 지구로 넘어온 갓튜브의 인물들이 모두 약화되어 있는 것.

마냥 신격의 영향이라고 단정 짓기엔 퍼즐 조각이 하나 들어맞지 않았다.

‘아니면 신격을 포기하고도 본래 힘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건가?’

무엇보다 신격을 포기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 거지?

당장 시우에게 인격을 포기해 봐라.

이렇게 말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와닿는 게 없었다.

‘백주 대낮에 발가벗고 거리를 행보하면 되나?’

그건 인격이라기보다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포기하는 쪽에 가까웠다.

그렇기에 신격을 포기하는 방식은 어떠한 것인지.

그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 혹은 여파는 또 무엇인지.

또한 어느 정도의 신격을 포기해야 하는지.

그로써 신격을 포기한 신들이 얻게 되는 것은 또 무엇인지.

하나의 의문은 풀렸으나 그와 관련한 의문들이 속속들이 피어났다.

아직 진실과 진실 사이를 잇는 정보의 공백이 많았다.

“신격에 대해서 보다 자세히 알려 주실 수 있으십니까?”

시우는 다시 아도니스에게 물었다.

그런데 왜일까.

[그게….]

아도니스가 쉽사리 답을 해 오지 않았다.

왜 그러나 싶은 것도 잠시.

[죄송하지만, 저도 그 이상으로 알아낼 수가 없었습니다.]

아도니스가 침울한 표정으로 답을 했다.

침울한 표정도 뭐 저리 잘생겼나, 싶은 물음도 잠시.

[제가 사교계에 출입 금지를 당했습니다.]

“예? 사교계 출입 금지요? 누가요? 아도니스 님이요?”

[그렇습니다.]

아도니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고.

시우는 저게 뭔 소린가 싶었다.

일단 보아하니….

이 정보는 역시나 갓튜브의 사교계에서 얻어 온 것 같았다.

그리고 시우는 갓튜브의 사교계가 어떠한 곳인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상관 없었다.

아도니스 정도의 미모라면 그냥 프리패스일 것이 분명했으니까.

그야말로 사교계 대스타.

그런데 출입 금지를 당했다?

대체 왜?

[듣기로는 두 여신님께서 저를 블랙리스트에 올렸다고 합니다.]

두 여신?

블랙리스트?

“두 여신님이라 하심은?”

[아프로디테 님과 페르세포네 님 말입니다.]

“...아.”

시우는 그때서야 아도니스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아도니스가 사교계에 출입 금지당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쉽게 말해.

“두 여신이 아도니스 님께 꼬장 부린 거군요.”

[......]

아도니스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그저 한껏 미안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물론 아프로디테와 페르세포네는 아도니스에게 해코지를 하지 않기로 스틱스강에 걸고 맹세하긴 했었다.

그러나 이게 또 애매했다.

그러니까 사교계 블랙리스트가 해코지인가?

이 물음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기가 정말이지 애매했다.

직접적인 위해를 가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사실 위해라고 할 것도 없긴 했다.

스틱스강의 맹세를 에둘러 빗겨 나간 것이었다.

“하여간.”

누가 가슴 옹졸하기로 유명한 그리스 로마 신화 신들 아니랄까 봐.

뒤끝이 없는 게 이상하다 싶긴 했었다.

[해서 그 이상의 정보를 알아낼 수가 없었습니다.]

“이러면….”

조금 곤란했다.

아니, 곤란한 정도가 아니라 난감한 수준이었다.

‘아직 정보를 더 알아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아도니스가 사교계에 들어가야 했다.

하지만 블랙리스트가 걸렸기에 방법이 없었다.

그렇다고 헤라클레스한테 부탁하자니….

‘입구 컷 당하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그 근육 고래를 누가 받아 준단 말인가.

설령 받아 준다 하더라도 말이나 제대로 붙일지 미지수였다.

그렇기에 아도니스가 제격이었다.

갓튜브의 정보원으로서 아도니스만큼 적합한 이는 없었다.

지금만 봐도 유의미한 정보를 가져오지 않았는가.

‘헤파이스토스에게 부탁해 볼까?’

아프로디테는 헤파이스토스의 아내.

그리고 시우는 헤파이스토스에게서 초월의 야금술을 배우기로 내정되어 있었다.

한 마디로 제자라 할 수 있었다.

헤파이스토스에게 부탁하면 어찌 되지 않을까.

‘그럴 리가 없지.’

시우는 금방 고개를 저었다.

헤파이스토스는 보기완 다르게 사랑꾼이었으니까.

조금 많이 답답한 사랑꾼.

그렇다고 페르세포네의 남편인 하데스에게 말하자니….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금 하데스에게 접근하는 건 상당히 조심스럽고.’

다름 아닌 케르베로스의 존재.

무슨 이유에서인지 지하세계의 문지기가 지구로 넘어와 있었다.

‘여기에 하데스는 갓튜브 채널을 운영하지 않는단 말이지.’

갓튜브의 구독자는 신격과 관련이 있다.

그런데 지구로 넘어오기 위해서는 신격을 포기해야만 한다.

그리고 하데스는 갓튜브 채널을 운영하지 않는다.

이들 사이에 어떤 연관 고리가 있음이 분명하리라.

허나, 이 문제는 아도니스가 관여되어서는 안 되었다.

자칫 아도니스가 위험해질 수 있었다.

하데스는 페르세포네와 놀아난 아도니스를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을 테니까.

그렇기에 이건 헤라클레스와 이야기해 봐야 했다.

따라서 지금 논의할 문제는 아니다.

결국 아프로디테와 페르세포네를 직접적으로 움직일 방법은 없었다.

“블랙리스트를 푸는 방법은 없는 겁니까?”

[사교계에 영향력 있는 분께 초대장을 받으면 된다고 합니다만….]

“그 영향력 있는 분이 아프로디테와 페르세포네인 것이겠죠.”

[...그렇습니다.]

“음….”

시우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다행이라고 하면 블랙리스트를 푸는 방법 자체가 없는 건 아니었다.

문제는 사교계에 영향력 있는 이의 초대장을 어떻게 받느냐인데….

그 순간.

“아?”

시우의 머릿속으로 한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정확히는 한 명의 여인이 퍼뜩, 떠올랐다.

“혹시, 클레오파트라도 갓튜브 사교계의 일원입니까?”

클레오파트라.

지난 날, 시우에게 결혼하자고 했던 미친….

아니, 정신 나간 여자.

[어? 설마 클레오파트라 님을 아시는 겁니까?]

아도니스가 상당히 놀란 눈을 떠 보였다.

반응을 보아하니 클레오파트라도 사교계의 일원인 것 같았다.

아니, 일원 정도가 아니었다.

[클레오파트라 님은 사교계의 마드모아젤 중 한 명이십니다.]

“마드모아젤이요?”

[그러니까 그게….]

아도니스는 마드모아벨에 대해 짤막한 설명을 이어 나갔다.

마드모아젤(Mademoiselle).

간단히 말하면 사교계에 있는 핵심 파벌의 수장이란다.

그 세력은 아프로디테와 페르세포네.

그 둘이 이끌고 있는 파벌과도 맞먹을 정도라고.

“클레오파트라가 그 정도였습니까?”

[지금 갓튜브의 사교계가 갖는 각종 문화들은 거진 클레오파트라 님이 만드셨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과연 고대 이집트 왕조의 마지막 파라오라는 걸까.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낮았더라면 인류의 역사는 바뀌었을 것이다.

이런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닌 모양이었다.

“어쩐지….”

클레오파트라한테 공자의 군자심[君子心](SSS)이 흔들린다 싶었다.

아무래도 그 특유의 매력으로 사교계까지 휘어잡은 것 같았다.

“그 말씀은 클레오파트라의 초대장이면 블랙리스트가 풀릴 수 있다는 뜻이겠죠?”

[물론입니다. 블랙 리스트가 풀리는 정도가 아니라 단숨에 사교계의 화두로 올라설 수 있습니다. 그만큼 정보를 조사하기에도 용이하고요!]

아도니스는 잔뜩 흥분한 얼굴로 소리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런데… 그게 가능하십니까?]

아도니스가 우려 섞인 표정으로 말했다.

[클레오파트라 님은 지금까지 그 누구한테도 초대장을 써 준 적이 없습니다.]

“글쎄요….”

그리고 시우 역시 확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시우도 클레오파트라를 종잡을 수 없었으니까.

클레오파트라만큼 미친ㄴ…

아니, 정신 나간 여자를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뭐 어쩌랴.

“제가 한 번 만나서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 * *

의외였다.

클레오파트라가 연락을 이렇게 빨리 받을 줄은.

쭈그려 앉은 화장실의 변기 칸.

시우는 스마트폰 화면으로 보이는 곱디 고운 한 명의 여인을 바라봤다.

오똑한 코. 큼지막한 눈.

조각처럼 다듬어진 듯한 얼굴형까지.

시우가 본 최고의 미녀는 역시나 아프로디테와 페르세포네였다.

개차반인 성격.

입에 걸레를 문 듯한 말투.

그건 차치하고서라도 두 여신의 미모는 가히 초월적이었다.

그리고 클레오파트라의 미모는 그 둘에 비하면 한 수 접어 주었다.

하지만 매력이라고 해야 할까.

클레오파트라에게서는 뿜어지는 아우라가 남달랐다.

단순히 외모에서 빛나는 매력이 아닌, 어떤 마성의 매력이 클레오파트라에게는 있었다.

‘진짜 예쁘긴 하네.’

이 말이 안 나올 수가 없었다.

가뜩이나 예쁜 외모도 못 본 사이에 더 예뻐져 있었다.

클레오파트라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꽃사슴 같은 눈망울로 물끄러미 시우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클레오파트라의 모습에 왜일까.

시우는 괜시리 긴장이 되었다.

‘저러다가 또 뜬금없이 결혼하자고 급발진하는 건─.’

[저랑 한번 하실래요?]

“푸흡─!”

갑자기 들리는 사레.

띠링! 띠리리링!!

공자의 군자심[君子心[(SSS) 숙련도가 마구 요동치기 시작했다.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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