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198화 (198/250)

197화.

띠리링! 띠리리리링!!

요란하게 울려오는 갓튜브의 스마트폰.

떠오르는 화면 위로 공자의 군자심[君子心[(SSS) 숙련도가 요동치고 있었다.

“쿨럭쿨럭!”

그러나 시우는 요동치는 숙련도를 확인할 수가 없었다.

어지러운 정신.

이 여자가 진짜 미친─.

[지금 미친년인가? 라고 말씀하시는 표정이시네요.]

클레오파트라가 담담하게 말해 왔다.

시우는 당연하게도 부정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아무런 말을 해 보이지 않았다.

그런 시우의 모습 때문일까.

[정말 너무해요. 여전히 단호박이시네요.]

클레오파트라가 새침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모습이 정말로 세상 아름다웠─.

...정신 차리자.

시우는 황급히 고개를 흔들어 털었다.

공자의 군자심[君子心](SSS)마저 흔들리는 매력.

불혹(不惑)의 경지에 도달했음에도 그 정신이 흔들리고 있었다.

시우는 심호흡을 하며 흔들리는 정신을 붙잡았다.

다행히 시덥잖은 개그 덕분에 머리를 차분히 가라앉힐 수 있었다.

“뭐, 뭘 하자는… 켈록. 말씀…이십니까?”

[생각하시는 그거요.]

띠링!

공자의 군자심[君子心](SSS)이 다시 한번 요동치기 시작했다.

시우는 이를 까득, 정신을 일깨우며 말했다.

“아시다시피… 저희는 육체적인 관계를 맺을 수가 없습니다만?”

[어머.]

그러자 클레오파트라가 상당히 놀란 눈을 떠 보였다.

강아지 같은 두 눈으로 시우에게 말했다.

[저는 결혼을 한 번 하자는 말씀이었습니다만?]

“......”

[어떤 생각을 하셨길래 육체적인 관계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이윽고 화면 속.

클레오파트라가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어깨끈이 살며시 풀리며 가녀린 쇄골을 타고 옷이 흘러내렸다.

그 사이로 부드러운 속살이 보일 듯 말 듯….

[혹시 이런 거?]

…요물이다.

이 여자는 인간이 아니라 필시 요물이었다.

정신 바짝 차리자.

아니,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시우는 이를 까득, 깨물며 흔들리는 정신을 꿋꿋이 붙잡았다.

“결혼에도 육체적인 관계가 필요한 법이니까요.”

시우는 애써 무덤덤한 표정으로 답을 해 보였다.

그러자 클레오파트라가 상당히 아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마치 다 잡은 물고기를 놓친 듯한 아쉬움.

다시 자리에 앉은 클레오파트라는 흘러내린 어깨끈을 내버려 두었다.

그 때문에 보일 듯 말 듯 한 몸이 정말이지 사람을 미치게 만들었다.

[시우 님도 확실히 남자시네요. 육체적인 관계에 흥미가 있으신 거 보니.]

“대놓고 유혹해 놓고 그게 하실 말씀이십니까?”

[어머, 그 말씀은 방금 제게 욕정을 품으셨다는 말씀?]

그러자 클레오파트라가 다시금 눈을 반짝였다.

반대쪽 어깨끈에 손을 가져다 대며 언제든 말만 하면 바로 풀 수 있다는 제스처를 취해 보였다.

시우는 그것에 반응하지 않으며 말했다.

“클레오파트라 님께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어머나, 전희도 없이 바로 들어오시는 건가요?]

“사교계의 초─.”

말문이 턱, 하고 막혀 버렸다.

이걸 진짜 뭐라고 해야 할까.

정신이 혼미하다 못해 카오스 상태였다.

아프로디테와 페르세포네의 거친 입담과는 다른 종류의 카오스였다.

이런 여자가 무슨 사교계의 마드모아젤이라는 걸까.

갓튜브의 사교계는 죄다 이런 식인 걸까.

하긴, 문란하기 그지 없는 신화 이야기를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었다.

[저를 너무 거칠게 다루면 좋지 않답니다?]

클레오파트라가 후훗, 웃음을 지어 보였다.

입가를 가리는 손짓은 상당히 요염했다.

“일반적으로는 전희가 아니라 사족이라 표현합니다만.”

[대화의 분위기를 달군다는 의미에선 같은 뜻이기도 하잖아요?]

왜인지 말리는 기분.

시우는 크게 심호흡을 하며 입을 열었다.

“사교계의 초대장을 한 장 써 주셨으면 합니다.”

[초대 대상은 아도니스라는 분이신 거겠죠?]

“알고… 계셨습니까?”

시우는 얼떨결에 물었다.

아도니스가 사교계 블랙리스트인 것이야 알 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시우와 관련되어 있다는 건 어떻게 알았단 말인가.

클레오파트라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헤라클레스 님 채널의 영상을 봤으니까요.]

짤막한 답.

그러나 시우는 그 안에 담긴 의미를 파악할 수 있었다.

지난 날에 헤라클레스 채널에 올라갔던 아도니스 영상.

아무래도 클레오파트라는 시우가 헤라클레스의 뒷배임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뒷배…라는 말이 맞는 건가 싶었지만 아무튼.

클레오파트라는 시우와 헤라클레스와의 관계를 모두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관계를 알 수 있는 이유.

“헤라클레스 님이 제게 준 1일 식데권 때문이군요.”

시우와 클레오파트라의 첫 만남.

스핑크스에게서 강탈… 아니, 받아 온 1일 식데권.

본래라면 헤라클레스에게 갈 식데권이 시우에게 왔다.

거기서부터 클레오파트라는 추론을 한 것 같았다.

[역시 시우 님께는 숨길 수가 없네요. 정말이지 발가벗겨지는 기분이에요.]

클레오파트라는 요염한 표정으로 시우를 바라봤다.

그것은 보일 듯 말 듯 한 몸매와 더불어 참으로 요망하다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저 요망함 속에 숨어 있는 통찰력.

제갈공명의 통찰력(S+)에 비할 바는 못 되었다.

그럼에도 충분히 놀라운 수준이었다.

“똑똑하시네요. 노크하신 줄 알았습니다.”

확실히 클레오파트라는 현명하고 똑똑한 여자─.

[꺄하핫!]

갑자기 클레오파트라가 웃음을 터트렸다.

스마트폰 화면 너머.

고개를 푹 숙인 클레오파트라의 가녀린 어깨가 들썩거렸다.

끅끅, 거리는 신음이 새어 나오더니 끝내 팔걸이를 탕탕!

[꺄흣! 꺄하핫!]

아주 자지러지기 시작했다.

저러다 숨넘어 가는 것이 아닐까.

저게 대체 어딜 봐서 놀라운 추론을 보여 준 여자란 걸까.

머리에 꽃밭이 가득해 보일 뿐인데.

[꺄하하하핫!]

...진짜 알다가도 모를 여자였다.

그렇게 얼마 간의 자지러짐이 이어졌을까.

[그런데… 괜찮으시겠어요?]

겨우 진정을 한 클레오파트라가 물어 왔다.

웃다가 눈물까지 흘린 것인지 클레오파트라가 손으로 눈가를 살포시 찍으며 말을 이었다.

[외간 남자에게. 그것도 굉장히 잘생긴 남자에게 막 저를 맡기셔도 괜찮으신 거예요?]

“딱히 문제가 될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애초에 그 반대가 아닌가?

아도니스를 클레오파트라한테 맡기는 거 아닌가?

그런 의문이 들던 찰나.

[저 그러다가 NTR당할지도 모른답니다?]

당하라지.

제발 좀 당하라지.

시우는 목구멍까지 치미는 말을 꾹, 눌러 삼켰다.

아니, 무엇보다 저게 대체 무슨 말인가.

시우의 정신이 유교로 지배되었다지만 저건 그런 문제가 아니었다.

아메리칸 마인드도 저 정도는 아닐 터.

물론 이집트도 아메리칸 마인드라 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긴 했다.

그런 의미로 클레오파트라는 이집트 여자가 아니었나?

저런 말은 대체 어디서 배워 오는 건데?

“......”

시우는 정말이지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런 시우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클레오파트라는 싱긋, 미소를 짓고 있을 뿐이었다.

잠깐의 정적.

[좋아요.]

클레오파트라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도니스 님께 초대장을 써 드릴게요. 시우 님이 제게 특별히 부탁하신 거니까요.]

클레오파라는 초대장을 왜 써 달라는 지에 대한 이유를 묻지 않았다.

[대신, 한 가지 조건이 있어요.]

그저 조건을 달 뿐이었다.

[시우 님이 제 채널을 구독해 주신다면 아도니스 님께 초대장을 써 드릴게요. 그리고….]

클레오파트라는 새침한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NTR도 당하지 않을게요. 어때요?]

…에휴, 됐다.

이제는 일일이 반응하기도 지쳐 버렸다.

제정신이 아닌 여자의 말에 반응해서 무엇하랴.

물론 클레오파트라가 진짜 제정신이 아닌 건 아니었다.

새침함과 요망함 속에 숨어 있는 말의 의미.

클레오파트라의 채널을 구독해 달라는 조건.

이건 클레오파트라와의 첫 만남에서도 들었던 말이었다.

“왜 채널을 구독해 달라고 하시는 겁니까?”

당시에도 시우는 이와 같은 물음을 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때 클레오파트라가 답하길.

‘그래야만 시우 님과 만날 수 있으니까요?’

추가로 클레오파트라는 ‘모든 신(神)들이 갓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건 아니랍니다.’라는 마지막 말을 남겼었다.

당시엔 그 무슨 개소리인가 싶었다.

정말로 제정신이 아닌 여자의 말이라 여겼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하데스는 갓튜브 채널을 운영하지 않는다.

갓튜브 채널의 구독자는 신격과 연관되어 있고, 갓튜브의 인물은 신격을 포기함으로써 지구로 넘어올 수 있다.

그리고 지구로 넘어온 하데스의 애완견, 케르베로스.

클레오파트라는 분명 무언가를 알고 있다.

사교계의 마드모아젤, 클레오파트라.

어쩌면 그녀는 진실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존재일 수도 있었다.

[그게 말이죠….]

클레오파트라의 목소리가 속삭이듯 들려왔다.

분명 화면 너머의 일이건만 시우는 정신을 혼미하게 하는 매혹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윽고 클레오파트라가 화면 가까이 입을 가져다 대었다.

앵두처럼 붉은 입술.

그것이 천천히 벌어지며, 그 안의 것을 내보였다.

[비. 밀.]

후훗.

클레오파트라가 애교 섞인 웃음을 지어 보였다.

정말이지….

[여인의 비밀을 자꾸 캐물으면 못 쓴답니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여자였다.

* * *

SH병원 병동 내 최상층.

“여기, 말씀 주신 조사 자료입니다.”

분홍색 환자복을 입은 한민아는 비서가 건네는 서류를 받아들었다.

“아무래도… 한관국 이사님께서 이번 사건에 연루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한민아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었다.

확실히 판데모니움의 간부가 SH그룹의 사옥에 있는 것부터가 이상하다 싶었다.

그래도 설마설마했거늘….

“오빠… 아니, 한관국의 위치는 확인되었나요?”

이제는 오빠라고 부르기에도 치가 떨렸다.

“해외로 도주하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만, 서울의 재앙 사태로 현재 모든 이들의 입국과 출국이 금지되어 자택에 계신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한민아는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신원은 파악할 수 있었으니까.

“시찰국에는요? 시찰국에는 관련 사실을 알렸나요?”

“...알릴 수가 없었습니다.”

알리지 않았다는 말이 아니었다.

알릴 수가 없었다.

“하아….”

한민아는 그 말의 의미를 모르지 않았다.

이번 ‘서울의 재앙’ 사태는 어마어마한 대사건이었다.

대한민국 전역이 발칵, 뒤집혔으며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사건이었다.

희생자만 대략 20만 명.

검선(劍仙), 백선평의 희생이 없었다면 발생했을 희생자의 수였다.

그런 끔찍한 살육에 SH그룹의 이사가 연루되어 있다?

SH그룹은 그 날로 끝장이었다.

해서 이대로 덮고 넘어가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넘어갈 수는 없어요.”

“그건 그렇습니다만… 현재 정부 측에서 한관국 이사님을 보호하고 있는 터라 저희 쪽에서도 어찌할 수가 없었습니다.

비서 역시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입술을 씹을 뿐이었다.

한관국은 SH그룹의 이사이자 한태산의 장남이었다.

SH그룹의 차기 회장으로 유력한 인물.

대한민국 정부는 한관국을 감히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건 SH그룹을 어찌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였으니 말이다.

아마 이대로 사건을 덮다가 집행 유예 혹은 몇 년 감옥살이 하다가 사면될 것이 분명했다.

서울의 재앙에 연루된 공범이 말이다.

이 빌어먹을 현실에 정의 따위는 없었다.

울화가 터지지만 이게 한국의 현실이었다.

“회장님은… 아니, 아버지는 뭐라고 말씀하시던가요?”

“아직 별다른 말씀이 없으십니다.”

한민아는 머리가 더욱 지끈거려 왔다.

이럴 때 누가 답이라도 내려 줬으면 좋으련만.

누구에게 의지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러나 한민아에게 그런 사람은 없었다.

가족조차 한민아에겐 적군에 지나지 않았다.

재벌가의 여식으로서 어디 하나 의지할 데 없이 홀로 버텨야만 했다.

그렇기에 그냥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일이었다.

“......”

그런데 오늘따라 마음이 공허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민아는 말없이 병실 침대에 앉아 있었다.

그 순간 문득.

“시찰국장님께 넌지시 말씀드려 보는 건 어떻습니까.”

비서의 말이 들려왔다.

“마침 시찰국장님이 여기 SH병원에 입원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시찰국장님이라면 이 문제를 해결해 주실 수 있지 않을까요.”

시찰국장, 백선제.

확실히 그라면 여기에 따른 해결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대체 왜일까.

화악!

백선제라는 말에 갑자기 한민아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왜 그러십니까?”

“그… 그게….”

비서의 물음에도 한민아는 우물쭈물, 답을 하지 못했다.

얼굴은 어느새 홍당무처럼 달아올라 있었다.

이윽고 한민아가 슬쩍,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질척…거린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이건 또 뭔 소린가.

비서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니, 무엇보다 지금 한민아가 한민아가 맞는 건가 싶었다.

냉철한 이성과 천재적인 경영.

여인임에도 그 실력으로 SH그룹의 임원진들의 불만을 입 다물게 한 한민아이지 않은가.

그런데 지금 뭔….

“이, 일 때문…이잖아요? 그쵸? 저, 절대 질척…거리는 게 아니죠?”

누가 뭐라고 했던가.

비서는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이윽고 한민아가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났다.

병실 내에 위치한 거울 앞으로 걸어가 화장을 하듯이 몸가짐을 바로 했다.

그리고 병실 문을 나가려던 순간.

“...어? 채린아?”

병실로 들어오는 한채린을 볼 수 있었다.

현재 같은 병실을 쓰고 있는 한민아와 한채린.

“어디 가세요?”

“...어? 응? 아…. 그… 벼, 병실에…?”

“병실이요?”

채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민아는 꽤나 당황한 말투로 답했다.

“아…. 그, 시찰국장님과 할… 이야기가 있어서.”

“그러신가요.”

“이, 일 때문이야! 저, 절대 질척거리는 게 아, 아니야!”

누가 뭐라고 했던가.

채린은 무심한 표정으로 한민아를 지나쳤다.

그러다 뚝.

“...시찰국장님이 계신 병실이요?”

채린이 걸음을 멈추며 다시 한민아에게 물었다.

한민아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채린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시찰국장, 백선제와 같은 병실에 입원해 있는 또 다른 남자를 떠올림에.

“저도 같이 가요.”

채린은 멈추었던 발걸음을 뒤로 돌렸다.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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