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199화 (199/250)

198화.

어질어질했던 클레오파트라와의 통화.

그래도 어질어질했던 것과는 별개로 뚜렷한 성과는 있었다.

물론 조건이 붙어 있었지만 말이다.

“클레오파트라 채널 구독이라….”

시우는 갓튜브 플랫폼에 접속했다.

그리고 클레오파트라를 검색.

『<클레오파트라>: 강조되고 반복되는 소리는 스핑크스를 불안하게 해요.』

클레오파트라 채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충 보아하니….

채널의 컨셉은 애완동물 쪽이었다.

애완동물에 관한 정보들을 알려 주는 채널인 것 같았다.

다만, 한 가지.

“스핑크스를 기르고 있었어?”

애완동물의 상태가 약간 이상했다.

약간이 아니라 제정신이 아니었다.

스핑크스와 같은 신화적인 괴물들은 물론.

“저거… 봉황이랑 유니콘 아닌가?”

영물, 환수, 요괴, 신수, 영수 등등.

흔히 환상종에 속하는 동물들이 죄다 모여 있었다.

“드루이드야 뭐야?”

동물 친화에 특화된 종족, 드루이드(Druid).

전설 속에 따르면 드루이드는 모든 동물들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그런데 이 정도는 아니었다.

드루이드도 환상종은 못 다룬다.

그렇기에 클레오파트라는 드루이드처럼 동물 친화의 능력을 가진 것이 아니었다.

매력(魅力).

클레오파트라의 매력에 환상종마저 홀려 버린 것이었다.

이건 마성의 매력을 넘어 초월의 매력이라 할 수 있었다.

과연 공자의 군자심[君子心](SSS)마저 흔들린 이유가 있었다.

…아무튼.

“스핑크스가 클레오파트라의 1일 식데권을 왜 갖고 있나 했었다.”

같은 이집트의 문화권 인물이라 해도 이상했던 일.

아무래도 클레오파트라가 준 것 같았다.

“클레오파트라가 스핑크스를 다루고 있나 보네.”

시우가 헤라클레스의 뒷배에 있는 것처럼 말이다.

어쨌든.

“의외로 좋은 개성을 얻을 수 있겠는데?”

환상종마저 홀리는 초월의 매력.

클레오파트라 채널을 구독하면 그와 관련한 개성을 얻을 것 같았다.

단순히 사교계 초대장 때문이 아닌 개성 자체로서도 가치가 있어 보였다.

그 등급은 또 어떠할지도 기대가 되기도 했고 말이다.

시우는 클레오파트라 채널의 구독료를 확인했다.

꾹.

[클레오파트라 채널 멤버십 가입 비용] - 64,000,000,000₩ / 월

“......”

시우는 순간 숫자를 잘못 본 건가 싶었다.

말이… 안 되었으니까.

640억.

그것도 매달.

“......”

이게 맞는 걸까?

물론 알고는 있었다.

채널을 구독하면 할수록 가입 비용은 배로 증가한다는 것을.

그리고 지난 날, 청룡 채널과 토르 채널로 인해 거진 감당할 수 없어졌음을.

시우는 어느 정도 각오를 하고 있기는 개뿔이 무슨!

“지랄하지 마!”

이건 아니지 않은가!

이건…. 이건 진짜 아니었다.

알고 있다.

한채린에게서 받는 5,400억에 달하는 수수료가 있다는 것을.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1년에 걸쳐 받는 돈이었다.

개월 수로 쪼개면 매달 450억밖에 되지 않았다.

450억에 어찌 ‘밖에’라는 수식어가 붙을 수 있겠냐만, 이 갓튜브 앞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하물며 그 금액 또한 청룡과 토르 채널을 구독한다고 가불까지 받았다.

“...부족해.”

돈이 부족했다.

클레오파트라 채널을 구독하기엔 돈이 부족했다.

그것도 그냥 부족한 게 아니라 턱없이! 매우! 엄청!

“지랄….”

돈지랄도 이런 돈지랄이 없었다.

이 정도면 정보를 돈으로 사는 격이지 않은가.

그래서일까.

시우는 세상의 진리를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사람들은 종종 말한다.

세상에는 돈으로 사지 못하는 것이 있다고.

그러나 시우는 말해 주고 싶었다.

돈으로 못 사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금액이 부족한 것일 뿐이라고 말이다.

“하아….”

절로 새어 나오는 한숨.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클레오파트라 채널은 반드시 구독해야만 했다.

그래야만 아도니스가 사교계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래야만 갓튜브와 관련한 진실을 파헤칠 수 있었다.

그러나 돈이 부족하다.

그것도 지금 당장 어찌할 수 없는 거금이 부족하다.

그렇기에 방법은 하나.

“실압구독….”

실압구독을 통해 구독한 채널을 압축해야 한다.

그러면 튀어 오른 구독료도 압축되어 줄어들 터.

그 과정이 정말 죽을 만큼… 죽을 만큼….

아니, 그냥 죽어 버리고 싶은 실압구독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운동해서 빚 갚아야지….”

이게 문법적으로 성립되는 말인가 싶지만 말이다.

시우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 쉬었다.

다행히(?) 죽을 고비를 통해 융합의 힘을 다룰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 예전보다는 나아지지 않았을까?

마침 하데스에 대해 이야기도 나눠야 하겠다.

“연락해 보자.”

시우는 곧바로 헤라클레스의 연락처를 찾았다.

하지만 운동을 하느라 바쁜 것일까.

“...안 받네.”

헤라클레스가 연락을 받지 않았다.

아니면 설마 또 삐진 것일까?

생각해 보면 시우는 죽을 뻔한 상황에서 겨우 깨어났다.

하루 이틀 기절해 있지는 않았을 터.

“내가 얼마나 기절해 있었지?”

시우는 그때서야 날짜를 확인했─.

그 순간.

“방금 여기서 맹시우 헌터님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어?”

화장실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

“그런 거 같은데? 구독자 여러분, 근처에 맹시우 헌터님이 있는 것 같습니다!”

들리는 내용을 보아하니 유투버도 있는 것 같았다.

“킁킁, 헌터님 냄새도 나는 거 같아!”

“응? 맹시우 헌터님 냄새를 어떻게 알아?”

아무래도 방금 소리치면서 위치가 발각된 것 같았다.

곧 있으면 사람들이 화장실까지 들이닥칠 터.

‘에이, 다시 연락 오겠지.’

시우는 두리번두리번.

쭈그려 앉은 변기 칸에서 살며시 나와 병실로 향했다.

* * *

기묘한 숨바꼭질.

시우는 우여곡절 끝에 특특실의 병동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어라?”

그리고 특특실에 있는 두 여인을 볼 수 있었다.

“채린 씨? 그리고 고모님도 계셨네요?”

한채린과 한민아.

비슷하면서도 서로 다른 매력의 두 여인이 시우가 입원해 있는 병실에 있었다.

한민아는 백선제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백선제의 얼굴이 심각한 것이….

‘꽤 중요한 이야기인가 보네.’

그리고 한채린은….

그냥 가만히 있었다.

정말 가만히. 가만히 병실의 의자에 앉아 있었다.

“채린 씨는 왜 여기에?”

한채린은 시우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한 모습.

“제게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그러나 한채린은 답이 없었다.

고장 나 버린 로봇처럼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을 뿐이었다.

뭔가 싶은 것도 잠시.

“아뇨.”

한채린이 살며시 고개를 내저었다.

아무래도 그냥 온 것 같았다.

별생각 없이 찾아온 모양이었다.

‘얘가 진짜 왜 이래?’

시우는 뭔가 싶었다.

정말 저번에 먹은 순대국밥이 아직도 잘못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시우는 고개를 한 번 흔들었다.

그러나 문득.

“아, 마침 잘 되었네요. 채린 씨께 드릴 말씀이 있었는데.”

그러자 고장 난 한채린이 정상 작동되기 시작했다.

시우를 바라보는 눈에 호기심과 더불어 어떤 기대가 담겨 있었다

감정 없는 로봇 같으면서도 아닌 듯한 것이 참….

“채린 씨, 혹시 검선님의 가르침을 받아 보시는 건 어떠십니까?”

그러자 뚝.

기묘한 기류가 병실에 내려 앉았다.

이야기를 나누던 백선제와 한민아의 시선이 시우에게로 집중되었다.

백선제는 올 게 왔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나 한민아는 입을 쩌억, 벌린 채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검선…님의 가르침이요?”

들려온 한채린의 물음.

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검선님께서 국장님을 지도해 주시면서 저도 해 주신다고 했거든요.”

시우는 슬쩍, 시선을 돌려 백선제를 바라봤다.

백선제는 하하, 멋쩍게 웃어 보였다.

시우는 다시 시선을 돌려 한채린에게 말했다.

“그런데 저는 검선님의 가르침이 필요가 없어서요. 해서 저 대신 채린 씨를 가르쳐 주면 안 되냐고 말씀드렸거든요. 채린 씨만 괜찮으시면 바로 추진해 볼까 하는데… 어떠세요?”

시우는 물었고, 한채린은 아무런 답이 없었다.

멍한 시선.

또 고장 난 것인지 시우를 바라보는 눈동자에 초점이 흐려졌다.

아무래도….

‘충격이 큰가 보네.’

하기사, 다른 누구도 아닌 검선(劍仙), 백선평의 가르침이었다.

검(劍)을 사용하는 각성자라면 바라 마지않는 꿈.

충격을 안 받으려야 안 받을 수 없었다.

“그 말씀은….”

조금의 시간이 지나 고쳐진 한채린이 말했다.

“시우 씨가 더 이상 저를 가르쳐 주시지 않을 거라는 말씀이신…가요?”

“네? 어… 뭐, 아마 그렇게 되겠죠?”

백선평이 가르치니 당연히 그렇게 되긴 했다.

그런데 뭔가 말이 이상하지 않은가.

“그럼 싫어요.”

“......예?”

시우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 제대로 들은 것이 맞는 건가 싶었다.

비단 시우뿐만이 아니었다.

“지, 지금 뭐라고…?”

백선제 역시 잘못 들은 건가 싶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채린아…?”

한민아는 얘가 무슨 미친 소리를 하냐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검선(劍仙)의 가르침이다.

그 가치가 얼만지는 알고 저런 소리를 하는 건가?

가히 추정 불가.

그런 의미에서라면 가치를 모른다고 할 수는 있었다.

“채, 채린아. 시우가 너를 위해서 좋은 기회… 아니, 천재일우…. 아니, 일생일대…의 기회를 양보한 건데 싫다니…?”

한민아는 말을 하면서도 이게 맞나… 싶은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채린에게는 정말로 좋은 기회이지 않은가.

일생일대. 천재일우.

그 어떤 말을 갖다 붙여도 좋을 기회였다.

“싫어요.”

그런데 한채린은 단호했다.

싫다는 감정을 명확히 드러내고 있었다.

“채린…아?”

그렇기에 한민아는 더욱 당황스러웠다.

가르침을 거절한 것이야 둘째 쳤다.

그런데 채린이가 이렇게 감정을 드러내었던 적이 있었던가…?

기억을 되짚어 봤지만 아무리 되짚어 봐도 기억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지금처럼 계속 시우 씨한테 가르침을 받고 싶어요.”

한채린의 두 눈은 시종일관 시우에게 향해 있었다.

언제나 차갑고 냉소적이었던 한채린.

시우는 지금 한채린의 모습이 꽤나 당황스러웠다.

시우는 한채린을 설득하고자 입을 열었다.

“채린 씨.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금으로서 제가 가르쳐 드릴 수 있는 게 없습니다.”

“......”

“저보다는 검선께 가르침을 받는 것이 더 좋으실 겁니다. 채린 씨를 위한 일이기도 하고요.”

언제 또 판데모니움의 위협이 다가올지 몰랐으니까.

언제 붉은 그림자가 한채린을 또 노릴지 몰랐으니까.

“......”

한채린은 아무런 답이 없었다.

기나긴 속눈썹이 차분히 아래로 가라앉아 있었다.

그리고 얼마 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그래도 싫어요.”

한채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윽고 내려앉은 한채린의 속눈썹이 위로 들어 올려졌다.

그 모습이 마치 울고 난 사슴이 올려다보는 것만 같았다.

“저를 책임…져 주신다고 말씀하셨잖아요.”

헉, 헉.

한민아가 굉장히 당황하며 숨을 들이켰다.

백선제는 아주 그냥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병실의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갔다.

시우는 정말이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제갈공명의 통찰력(S+) 또한 ‘어, 어라?’ 하는 당황을 내보이고 있었다.

달라진 한채린의 모습에 오류를 일으키고 있었다.

답이 내려지지 않는 상황.

“그럼 이렇게 하죠.”

해서 시우가 내린 결론은 이것이었다.

“저와 함께 검선님께 가요. 만일 그때 검선께서 채린 씨를 가르쳐 주시지 않겠다 말씀하시면, 그땐 제가 채린 씨를 계속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답을 미룬다.

어차피 여기서 왈가왈부 해봤자 가르치는 건 백선평이었다.

한채린이 좋다고 해도 정작 백선평이 거절하면 그걸로 끝이었다.

시우는 한채린에게 말했고.

“...알겠어요.”

한채린은 그때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 * *

한채린의 설득 아닌 설득은 그렇게 마무리가 되었다.

그렇게 한채린과 한민아가 떠나간 병실.

털썩.

시우는 병실 침대에 대자로 누웠다.

클레오파트라에 이어 한채린까지.

‘정신이 없네. 정신이 없어.’

정말이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바로 그 순간.

“자네, 제자를 아주 제대로 휘어잡았구만?”

옆 침대에서 백선제의 말이 들려왔다.

고개만 슬쩍, 돌려 바라보자 백선제가 능글맞은 표정으로 말해 왔다.

“절벽 위의 꽃이라 불리는 한채린 양을 저리 만들다니.”

시우는 뭐라 한 소리 하려다 에휴.

역시나 그만두었다.

한채린을 뭘 어떻게 만들었다는 건지도 모를뿐더러, 뭐라 한 소리 할 힘도 없었으니까.

“대체 비법이 무언가? 응? 나도 알려 주게나.”

백선제는 장난과 진심이 반반 섞인 어투로 물어 왔다.

그래, 분명 섞여 있었다.

진심이라는 것이 무려 반이나 섞여 있었다.

시우는 고개만 슬쩍, 돌려 백선제에게 말했다.

“왜요? 배워서 한민아 고모님께 써먹으시려고요?”

“...무, 무슨 말인가! 그, 그게!”

그러자 백선제가 눈에 띄게 당황하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 능글맞던 표정은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횡설수설 하는 모습이 뭐라고 해야 할까.

일에 치여 사느라 연애도 한 번 못 하고 중년이 되어 버린 사람처럼 보였다.

“아, 아, 아니네! 나, 난 단지 자네를….”

백선제가 횡설수설 두서없는 말을 내뱉었다.

그 모습에 조금 더 골려 주려던 찰나.

띠링!

품속에서 스마트폰의 알림음이 들려왔다.

갓튜브 스마트폰의 알림음.

<헤라클레스 님께서 영상 통화를 신청했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확인한 화면 위로 헤라클레스의 DM 메시지가 떠올라 있었다.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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