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201화 (201/250)

200화.

물음표 모양으로 떠오른 괴생명체의 근육들.

근육이 어떻게 저런 형태를 취할 수 있는 걸까.

그런 의문이 드는 한편.

저 정도면 근육이 말을 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고찰 또한 동시에 떠올랐다.

[너네 집에 있다니? 누가? 케르베로스가?]

“네.”

시우가 고개를 끄덕이자 헤라클레스가 눈을 크게 떠 보였다.

물음표로 떠올랐던 근육은 느낌표 모양으로 꿈틀거리며 변했다.

확실히.

저 정도면 근육이 말한다고 볼 수 있었다.

[...지하 세계로 돌려보낸 거 아니었어?]

“전혀요. 지하 세계로 돌려보내는 방법도 모르는걸요.”

갓튜브에서 넘어오는 방법을 안 것도 방금 전이었다.

반대로 갓튜브로 넘어가는 방법을 알 턱이 없지 않은가.

[그래서… 지금 네 집에 케르베로스가 있다는 거야?]

“네.”

[걔 꽤나 흉포할 텐데?]

방금은 ‘걔’였을까 ‘개’였을까.

시우는 의문이 들었지만 굳이 묻지는 않았다.

어느 쪽이든 케르베로스를 의미하는 건 똑같았으니까.

[너 여동생이 있다며. 그런데 집에 막 케르베로스를 두고 와도 돼?]

“흑돌이가 있어서 괜찮아요.”

[응? 흑돌이?]

“펜리르요.”

[아.]

펜리르란 말에 헤라클레스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케르베로스의 강함은 이제 두말하면 입 아팠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통틀어 오직 헤라클레스만이 제압할 수 있었던 이유가 다른 데에 있지 않았다.

[펜리르가 있다면 뭐.]

그런데 흑돌이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흑돌이는 세계를 멸망시킨 종말의 늑대.

북유럽 신화의 최고신, 오딘조차 흑돌이에게 물려 죽었다.

흑돌이는 북유럽 신화에 종말을 선사한 늑대이자 종말 그 자체였다.

물론 흑돌이도 종말을 찢어 버린 헤라클레스에 비할 바는 못 되었다.

그러나 흑돌이의 강함은 갓튜브 내에서도 최강을 다툴 수준은 되었다.

[그런데 걔 약화되어 있다고 하지 않았어?]

음.

지금은 ‘걔’였을까 ‘개’였을까.

이번엔 이 의문을 그냥 넘길 수는 없었다.

“개요?”

[펜리르 말이야.]

이번엔 ‘걔’였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흑돌이도 갯과이긴 했다.

…아무튼.

“그렇긴 합니다만….”

말마따나 흑돌이는 현재 상당히 약화된 상태였다.

무엇보다 글레이프니르에 묶여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건 케르베로스도 마찬가지라서요.”

하지만 약화된 건 케르베로스도 마찬가지였다.

그것이 신격(神格)을 포기해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아직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시우가 케르베로스를 제압할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같이 약화되어 있으나 현재 흑돌이는 신의술[神醫術](S+)로 만든 탕약으로 많은 힘을 회복한 상태였다.

“케르베로스가 흑돌이한테 쪽도 못 쓰지 않을까요.”

[음….]

헤라클레스의 표정에 깃든 의문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그만큼 케르베로스가 강했다는 뜻이겠지.

저런 헤라클레스를 보니 조금은 걱정이 되었다.

“잠시만요. 한번 확인해 볼게요.”

시우는 몸을 더듬어 현실의 스마트폰을 찾았다.

그러다 문득.

‘아 참, 아공간 주머니에 넣어 놓았었지.’

S등급 던전 입장 전에 아공간 주머니에 넣어 놓은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 이후로 계속해서 전투를 했으니 꺼낸 적이 없었다.

어쩐지.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 했다.

아공간 주머니는 현실과 분리된 공간.

아공간 주머니에 있는 스마트폰은 당연하게도 통화권이 연결되지 않았다.

시우는 아공간 주머니에 손을 넣어 현실의 스마트폰을 꺼내었다.

그와 동시에 띠링, 띠리리링!

통화권이 연결 되며 밀려있던 알림음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부재중 전화 114통>

<읽지 않은 메시지 312건>

“...많이도 왔었네.”

시우는 발신인들을 확인했다.

김이준, 소은, 덕구, 아윤이, 서팔광 아저씨….

시우와 인연이 있는 이들의 부재중과 메시지가 수두룩하게 쌓여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부재중과 메시지는 시우의 동생, 서아에게서 온 것이었다.

오빠 지금 어디야? 괜찮은 거 맞지?

오후 12:11

이건 S등급 던전에 들어간 이후에 온 첫 번째 메시지였다.

오빠! 오빠 괜찮은 거 맞지? 응? 이거 보면 꼭 연락 줘!

오후 12:11

그 뒤로 수십 통의 메시지가 와 있었다.

내용은 죄다 시우를 걱정하는 메시지였다.

시우는 쭈욱, 스크롤을 아래로 내렸다.

지금 우리 집에 아윤이네 가족이랑 소은 언니랑 다 같이 있어. 지금 이준 오빠가 덕구 언니랑 언니 동생들도 데려온다고 나갔고.

오후 1:32

중간쯤에 도착한 메시지의 내용이었다.

보아하니 김이준이 사람들을 시우의 집으로 불러 모은 모양이었다.

같이 집을 지은 경험이 있어서 그런가.

김이준은 시우의 집이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잘했네.’

시우는 그런 김이준의 발 빠른 행동을 칭찬했다.

서울의 재앙은 서울 전체에 마물들을 쏟아 내었다.

내심 다른 사람들이 걱정되던 차였거늘.

김이준의 발 빠른 행동 덕에 모두 무사할 수 있었다.

지금 덕구 언니랑 동생들도 왔어! 보니까 밖에 괴물들이 막 돌아다니는데, 우리 집은 못 뚫고 들어오는 거 같아. 그 전에 흑돌이가 다 처리하기는 했지만….

오후 2:01

역시 집을 튼튼하게 지어둔 보람이 있었다.

무엇보다 과연 흑돌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오빠, 왜 연락이 안 돼… 정말 괜찮은 거 맞지?

오후 3:54

그 이후로 서아는 수없이 메시지를 보내왔다.

주르륵, 스크롤을 내려도 끝이 보이질 않았다.

그러다 시우의 상황을 알게 된 것일까.

SH병원 측에서 시우가 무사하다는 연락을 서아에게 한 것 같았다.

그 때문일까.

오빠가 TV에 나와! 완전 신기해!!

오전 11:27

그 이후의 메시지는 가관이었다.

보다 정확히는 생난리 혹은 주접이라고 해야 할까.

오빠, 오빠! 이거 봐 봐!

오후 12:39

<세계 최초, S+급 헌터, 맹시우!>

<세계 헌터 협회장, 애티커스. 검선의 뜻을 존중.>

오빠 완전 유명 대스타야!

오후 12:39

서아는 뭐가 그리 신나는지 관련한 기사글들을 끊임없이 보내오고 있었다.

시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스크롤을 쭈욱 아래로 내렸다.

한참을 내려서야 도달한 마지막 메시지.

그런데 오빠. 흑돌이가 이상한 강아지를 데려왔어.

오후 1:17

이상한 강아지.

하긴, 머리가 3개 달린 것이 어찌 이상하지 않을 수 있을까.

흑돌이가 엄청 귀여워하던데.

오후 1:17

그게 귀여워 하는 건지.

아니면 군기를 잡는 것인지는 직접 확인해 봐야 알 수 있었다.

내가 이름도 지어 줬어. 삼순이!

오후 1:18

머리가 3개 달려서 삼순이라 지은 건가.

하여간, 서아의 네이밍 센스는 참….

아니, 그보다 머리가 3개 달린 강아지가 놀랍지 않은 건가?

게다가 삼돌이가 아니라 삼순이라니?

‘케르베로스가 암컷이었나?’

신화 속에서는 딱히 케르베로스의 성별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

‘케르베로스가 네메아의 사자와 히드라랑 남매라고 했으니….’

암컷일 가능성이 존재하긴 했다.

안 그랬으면 남매가 아닌 형제라고 했을 테니 말이다.

아니면 머리가 3개라서 암컷이면서도 수컷이 될 수 있는 건가?

그러니까 오른쪽 머리는 수컷.

왼쪽 머리는 암컷.

그러면 가운데 머리는 뭐지?

그런데 이건 머리가 3개인 것이지 생식기가 3개인 건 아니지 않나?

음… 켄타우로스와 같은 건가?

이거도 나중에 스핑크스한테 수수께끼로 또 써먹어 볼까?

“괜찮은가 보네요.”

시우는 대충 생각을 털어 버렸다.

역시, 흑돌이가 있는 이상 걱정할 만한 일은 없었다.

“그보다 헤라클레스 님. 케르베로스에 대해서 여쭤볼 것이 있어요.”

[케르베로스가 왜?]

“케르베로스는 제가 있는 차원에 있었잖아요.”

[그렇…지?]

헤라클레스가 긴장 어린 눈치로 답을 해 보였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뻔히 보였다.

[하지만 나는 네가 있는 차원으로 가는 방법을 모르─.]

“제가 방법을 알고 있어요.”

그러자 뚝.

[뭐?! 그 방법을 알고 있다고?]

헤라클레스가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괴생명체의 근육들은 이번엔 두 개의 느낌표 형상을 떠올리고 있었다.

[아, 아니. 그게 가능한 일이었다고?]

시우는 차분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앞선 아도니스와의 대화와 더불어 클레오파트라와의 대화까지 헤라클레스에게 모두 말해 주었다.

그렇게 짧지도 길지도 않은 이야기가 끝나고.

[음….]

헤라클레스는 생각에 잠긴 듯 침음을 흘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런데 왜?]

헤라클레스가 뜬금없이 물어 왔다.

“뭐가요?”

[클레오파트라 말이야. 왜 받아들이지 않은 거야?]

“네? 그거 무슨 말씀이세요? 클레오파트라는 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러자 헤라클레스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아니. 너 말이야.]

“저요? 제가 뭘요?”

[왜 클레오파트라를 품지 않은 거야?]

이어진 헤라클레스의 말.

[대놓고 유혹했다며. 그런데 왜 안 품었어? 너 혹시 고자야?]

어째서 결론이 그쪽으로 나는 걸까.

“그런 거 아닙니다.”

[그런데 왜? 저쪽에서 먼저 해 주겠다잖아. 그런데 왜 안 해?]

그거야 당연하지 않은가.

애초에 클레오와트라와는 만날 수가 없었다.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상황.

설령 만날 수가 있다 해도 시우는 거절했을 터였다.

“주는 대로 받으면 그게 짐승이지, 사람입니까?”

공자의 군자심[君子心](SSS).

무려 55%가 넘은 시우의 씹선비….

아니, 고상한 선비 정신은 그런 아메리칸 마인드의 여성을 썩 달가워하지 않았다.

“반대로 헤라클레스 님은 클레오파트라 님이 하자고 하면 하실 겁니까?”

[아니. 난 여자랑 잠자리 같은 거 안 해.]

아니나 다를까 헤라클레스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뭐랄까.

생각보다 너무 단호했다.

무엇보다 ‘관심이 없다’가 아니라 ‘안 한다’는 답이었다.

이건 관심은 있는데 일부러 안 한다는 뜻이지 않은가.

“왜요?”

시우는 내심 그 이유가 궁금했다.

헤라클레스도 남자였다.

남자라면 기본적으로 성에 대한 욕망은 있을 터.

특히나 헤라클레스와 같은 육체 건강한 남자라면 더욱 그러할 터였다.

설마하니 헤라클레스의 성 기능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과도한 근육으로 인해 성 기능이 고장난 것일─.

[그거 유산소잖아.]

그래. 뭐, 음. 그렇지.

어째 다른 의미로 과도한 근육에 의해 성 기능이 고장 난 모양이었다.

아니, 이건 뇌 기능이 고장 났다고 해야 하나.

…에이, 알게 뭐람.

시우는 더 이상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어쨌든. 제가 헤라클레스 님께 부탁드릴 건, 하데스 님께 여쭤봐 달라는 겁니다.”

[하데스 님한테 여쭤봐 달라고?]

“네. 아, 참. 그전에 혹시 신격을 포기하는 방법을 아세요?”

[응? 신격을 포기해? 아니. 전혀. 신격을 어떻게 포기해? 아니, 그걸 왜 포기해?]

역시나 모를 것 같았다.

그래도 혹시나 싶었는데 대답은 역시나였다.

“그럼 하데스 님께 케르베로스를 어떻게, 그리고 왜 제가 있는 차원을 보냈는지. 그에 대해서 헤라클레스 님이 하데스 님께 여쭤봐 주세요.”

[어….]

시우의 말에 헤라클레스가 잠시 멈칫, 거렸다.

천하의 헤라클레스도 하데스는 부담스러운 걸까.

[큰아버지는 좀 대하기가 어려운데….]

아프로디테와 페르세포네를 대할 때와는 완전 딴판이었다.

[무엇보다 아무리 나라도 함부로 명계로 갈 수가 없어.]

또한 명계 출입 자체가 난관이긴 했다.

명계는 오로지 망자들만의 공간.

갓튜브의 매커니즘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신화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러니까 살아 있는 존재는 명계로 갈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그렇기에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데스에게 질문이나 하자고 죽을 수는 없지 않은가.

하지만 뭐.

“헤르메스 님의 도움을 받으시면 되잖아요.”

다 방법은 있었다.

헤르메스는 신들의 전령.

헤르메스는 올림푸스 12 주신 중 유일하게 명계 출입이 자유로운 이였다.

“케르베로스를 생포하러 가실 때도 헤르메스 님의 도움을 받으신 거 아니에요?”

그리고 헤라클레스는 그런 헤르메스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건 그렇지만….]

헤라클레스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문제는 그걸 묻는다고 솔직하게 대답해 주실까?]

헤라클레스는 쉽사리 고개를 끄덕이지 못했다.

약간 의기소침한 것이 평소 헤라클레스답지 않았다.

‘어지간히 어려운가 보네.’

하기사, 다른 누구도 아닌 명계의 지배자다.

무엇보다 헤라클레스의 큰아버지 격인 존재.

더하여 그의 아내인 페르세포네의 불륜을 까발린 헤라클레스이지 않은가.

단순히 힘(力)의 논리로만 따질 수 없는 관계였다.

“말씀대로 쉽게 대답해 주시지 않을 것 같긴 해요.”

헤라클레스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하데스가 그 비밀들을 순순히 말하리란 보장이 없었다.

아니, 아마 높은 확률로 말하지 않을 터였다.

해서 시우가 생각한 것은 이것.

“지난 번에 페르세포네 님의 불륜을 바로잡아 준 감사 선물로 답을 요구하시죠.”

[응? 그 대가는 이미 받았잖아.]

헤라클레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대가는 풍요의 뿔, 코르누코피아라는 희대의 사기 아이템으로 받지 않았는가.

당연히 시우라고 그걸 모르지 않았다.

“돈 복사 버그… 아니, 코르누코피아를 하데스 님께 돌려드리죠.”

어차피 시우가 사용하지 못하는 아이템이다.

남의 돈 천 냥이 내 손 안의 한 푼만 못한 법.

시우에겐 한 치의 쓸모도 없는 감사 선물이었다.

물론 헤라클레스가 신격(神格)을 포기하면 시우에게 코르누코피아를 전달해 줄 수 있었다.

그런데 그게 가능하겠는가.

무엇보다 신격(神格)을 포기하는 방법을 알지도 못했다.

“코르누코피아를 돌려드리는 대신, 다른 감사 선물로 질문에 대한 답을 받아 오는 겁니다.”

먹지도 못하는 신 단백질은 차라리 정보로 바꿔 먹는 편이 훨씬 나았다.

하데스는 아마 거절하지 못할 터였다.

풍요의 뿔, 코르누코피아를 감사 선물로 준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코르누코피아는 하데스에게도 어마어마한 가치가 있는 아이템.

그걸 감사 선물로 주었다는 건 즉.

페르세포네의 불륜을 잡아 준 건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가슴 옹졸한 그리스 로마 신들이나, 하데스는 조금 달랐다.

하데스의 성격을 생각하면 분명 답을 해 줄 터였다.

그렇다면 남은 문제는 하나.

[뭐어어어어?!]

저 근육 괴생명체에게서 어떻게 코르누코피아를 빼앗냐.

[그, 그럼 내 단백질은!?! 내 근육은?!!?!]

이것이 가장 큰 문제라 할 수 있었다.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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