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화.
서울의 재앙(The Seoul Disaster).
서울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뒤집어 놓았던 전대미문의 사건.
이 초유의 사태는 충분히 ‘재앙’이라 부를 법한 끔찍한 사건이었다.
전 세계가 지칭하는 서울의 재앙(The Seoul Disaster).
그러나 시우만은 동의할 수가 없었다.
서울의 ‘재앙’이라는 말에 절대 동의할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스마트폰 화면 너머.
꽈꽈꽝! 꽈아아아앙!
눈이 멀 것 같은 빛이 터져 나왔다.
귀가 찢어질 것 같은 굉음들이 폭발했다.
괴력난신(怪力亂神).
차마 현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화면 너머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군자불어 괴력난신.
(君子不語 怪力亂神).
군자는 괴력난신에 대하여 말하지 않는다.
시우는 그 말의 의미를 제대로 깨달을 수 있었다.
꽈꽈꽈꽈꽝!!
저기에 대고 무슨 말을 한단 말인가!
말하지 않는 게 아니라 할 말이 없었던 것이었다.
그저 입꾹닫.
공자께서조차 입을 꾹, 닫는 것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다.
그리고 공자의 입을 꾹, 다물게 한 무엇.
[내 단백질은!!!]
놀랍게도 헤라클레스의 땡깡이었다.
그래, 땡깡.
[내 근육은!!!]
저건 분명 땡깡에 지나지 않았다!
“......”
시우 역시 입을 꾹, 다물었다.
정말이지 입꾹닫밖에 할 게 없었다.
그와 동시에 띠링!
<숙련도가 그냥 오릅니다.>
<헤라클레스 신투술[神鬪術](SSS) 숙련도 56.41%[+0.8%]>
화면 위로 숙련도가 올랐다는 알림창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이유가 참….
아무래도 갓튜브의 시스템도 뭐라 할 말이 없는 모양이었다.
하기사, 가히 재앙급에 달해 있는 저 땡깡의 수준을 보면 누구나 그러할 것이다.
서울의 재앙?
진짜 웃기지 말라지.
서울에서 일어난 사태는 절대 재앙이라 할 수 없었다.
꽈꽈꽈꽈꽝!!
저게 진짜 ‘재앙(災殃)’이다.
천재지변에 의한 변고.
지금 헤라클레스의 땡깡에 비하면, 이번 서울의 사태는 ‘날벼락’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재앙의 땡깡이 벌어지고 있는 이유.
[코르누코피아는 절대 못 돌려줘!!]
풍요의 뿔, 코르누코피아.
하데스의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코르누코피아를 돌려줘야만 했다.
그러나 헤라클레스는 이미 맛을 봐 버렸다.
완벽한 영양 균형을 갖춘 프로틴 바.
그로써 폭발적으로 벌크업 된 근육.
근육에 살고 근육에 미쳐 있는 헤라클레스에겐 희대의 보물이었다.
그런 코르누코피아를 돌려줘야 한다?
‘나 같아도 땡깡 부리겠다.’
헤라클레스의 땡깡은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아니, 땡깡 수준에 그친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물론 그 수준이 재앙급이긴 했다만 어쨌든.
“그거 어차피 제 거였잖아요. 헤라클레스 님이 제가 있는 차원으로 못 넘어와서 잠시 쓰고 있었던 것뿐이고요.”
[그렇다고 돌려줄 것까지는 없잖아!]
꽈꽈꽈꽈꽝!
말이 통하질 않았다.
완전 어린아이가 되어 버린 헤라클레스였다.
아니, 어린아이의 땡깡도 저 정도는 아닐 터였다.
[이건 안 돼! 이것만은 안 돼! 절대 못 돌려줘! 이거 돌려주면 너 실압구독 운동 어어엄청 빡세게 할 거니까 각오하는 게 좋을걸!]
헤라클레스는 완고했다.
협박 아닌 협박까지 해 왔다.
이미 프로틴 바에 길들여진 헤라클레스.
저급한 비유이나 처음 야한 동영상을 접한 남자와 같다고 할 수 있었다.
한 번도 안 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한 사람은 없다.
헤라클레스에게 있어 코르누코피아는 남자의 그것과도 같았다.
물론 헤라클레스는 그것도 유산소라며 안 할 테지만 말이다.
…아무튼.
“자꾸 그렇게 땡깡 부리시면 앞으로 갓튜브 영상 컨텐츠 안 알려 줄 겁니다?”
[마음대로 해!]
꽈꽈꽝!
헤라클레스가 생각보다 강경하게 나왔다.
적어도 멈칫, 할 줄은 알았건만.
갓튜브의 영상 컨텐츠보다 코르누코피아의 프로틴 바가 더 귀하다는 걸까.
이러면 딱히 방법이 없었다.
헤라클레스에게서 코르누코피아를 빼앗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뭐.
“그래요, 그럼.”
뚝.
시우는 고민도 않고 영상 통화를 끊어 버렸다.
“어줍잖은 협상은 안 통하지.”
시우는 헤라클레스의 의도를 꿰뚫고 있었으니까.
갓튜브의 영상 컨텐츠와 코르누코피아.
방금 전의 모습만 보면 헤라클레스는 코르누코피아를 더 애지중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게 사실이 아님을 시우는 알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헤라클레스는 처음에 코르누코피아를 시우에게 주려고 했었으니까.
어차피 시우가 있는 차원에 올 수 없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랬다면 말조차 꺼내지 않았을 터였다.
코르누코피아가 있다는 말조차 꺼내지 않고 혼자 몰래 사용하고 있을 터였다.
그러나 헤라클레스는 코르누코피아의 존재를 알렸다.
그 말은 즉.
“연기가 많이 늘었네.”
헤라클레스는 지금 배짱을 부리는 것이다.
자칫 시우도 속아 넘어갈 뻔한 배짱.
그러나 숙련도 100%에 달한 통찰력(S+) 때문일까.
헤라클레스의 의도는 시우의 손바닥 안에 있었다.
“문제는 언제쯤 연락이 오냐인 건데.”
아마 헤라클레스 나름대로 기 싸움을 벌일 것이 분명했─.
띠링!
<헤라클레스 님께서 영상 통화를 신청했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이럴 거면 왜 버틴 건데?”
시우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윽고 수락 버튼을 누르려던 찰나.
“하데스의 정보는 딱히 급한 일은 아니긴 한데.”
생각해 보니 제한 시간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정보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아도니스.
하데스의 답은 언제고 얻을 수 있는 종류였다.
“음….”
시우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요즘 헤라클레스가 시우를 너무 막 다루는 감이 없잖아 있었다.
이제 채널의 구독자 수가 많이 올랐다 이거지.
“구독자 수가 확, 떨어져 봐야 확실히 정신을 차리겠지.”
이번 기회에 기강을 다시 잡아야 할 것 같았다.
시우는 고민 끝에 통화 거절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띠링!
<헤라클레스 님께서 영상 통화를 신청했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헤라클레스에게서 곧바로 연락이 돌아왔다.
시우는 이번엔 고민도 않고 거절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다시 띠링!
시우는 이번엔 거절도 누르지 않았다.
아공간 주머니에 스마트폰을 넣어 버릴 뿐이었다.
“퇴원할 때까지만 버팅겨야겠다.”
시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자리를 옮겼다.
절대로, 실압구독을 빡세게 한다는 협박에 밍기적거리려는 생각이 아니었다.
* * *
돌아온 특특실의 병실은 조용했다.
그러니까 ‘자네, 왔는가?’ 하는 백선제의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확인해 보니 백선제는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몸도 안 좋은데 어딜 그렇게 돌아다니는 건지.
“내가 할 소리는 아닌가.”
시우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백선제는 처리할 일이 산더미였다.
서울의 재앙 사태에 따른 뒷수습이 마무리되지 않은 지금.
시찰국장이라는 직책은 한가로이 침실에 누워있게 두지 않았다.
시우는 고개를 한 번 흔들고는 침대에 자리했다.
그와 동시에 띠링!
품속에서 스마트폰 알림음이 들려왔다.
아직 확인은 안 했지만 시우는 현실 스마트폰의 알림음임을 알 수 있었다.
갓튜브의 스마트폰 알림음이 울릴 리가 없었으니까.
갓튜브의 스마트폰은 지금 아공간 주머니에 있기 때문이었다.
품속의 스마트폰을 꺼내자 아니나 다를까 현실의 스마트폰의 알림이었다.
시우는 화면을 터치해 내용을 확인했다.
오빠, 지금은 어때? 몸 괜찮아? 밥은 먹었어?
오전 11:47
서아에게서 온 메시지.
문자로만 이루어진 내용이지만, 머릿속에서 서아의 목소리가 자동 재생되었다.
무사하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어도 걱정은 되는 모양이었다.
시우는 손가락을 움직여 답장을 보냈다.
톡, 토톡.
괜찮아. 지금은 아무런 문제 없어. 그리고 밥은 아직.
오전 11:48
그러자 띠링!
서아에게서 칼답이 떠올랐다.
그럼 내가 맛있는 거 만들어 갈까? 오빠 병문안도 할 겸!
오전 11:48
처음부터 병문안이 목적이었던 모양.
시우는 다시 답장을 작성했다.
됐어. 여기 지금 기자들이며 유투버며 바글바글해. 오고 싶어도 못 올걸. 지금 집 앞에도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다고 하지 않았어?
오전 11:48
세계 최초 S+급 헌터.
시우가 유명해진 만큼 자연스레 서아에 대한 관심도 폭증했다.
그렇긴 하지만….
오전 11:48
인터뷰며 설문이며 뭐며, 너한테 온갖 것을 요구할걸. 가뜩이나 서아, 너 몸도 안 좋은데 힘들어.
오전 11:48
그런 거라면 괜찮은데! 나 하나도 안 힘들어!
오전 11:49
네가 안 겪어 봐서 그래. 난 괜찮으니까 집에서 공부하고 있어. 검정고시 시험 얼마 안 남았잖아.
오전 11:49
이번 사태로 시험이 한 달 미뤄졌어.
오전 11:49
하긴, 서울의 인프라가 완전히 부서진 터라 시험이고 뭐고 치를 장소가 없었다.
그래도 다른 지역은 괜찮았던지라 많이 미뤄지지는 않은 것 같았다.
그리고 그깟 시험이 중요한가. 오빠가 훨씬! 훠어얼씬 더 중요하지.
오전 11:50
누가 봐도 공부하기 싫어하는 답장이었다.
여기 특특실이라 밥도 잘 나와. 그런 의미로 다른 사람한테도 올 필요 없다고 전해 줘.
오전 11:50
이번엔 서아의 답장이 바로 돌아오지 않았다.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알았어.
오전 11:50
시무룩한 답장이 들려왔다.
단순한 문자였지만 왜인지 입을 비죽이는 서아의 얼굴이 절로 떠올랐다.
시우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흘리고는 스마트폰을 집어넣었다.
“다행히 서아는 정말 괜찮은가 보네.”
서울의 재앙이라 불리는 사태였지만 서아는 괜찮은 것 같았다.
시우는 이때서야 서아에 대한 걱정을 완전히 덜 수 있었다.
“보자… 그럼.”
시우는 차분히 정리해야 할 일들을 떠올렸다.
“갓튜브와 관련된 정보는 아도니스에게 맡기면 되긴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클레오파트라의 채널을 구독해야만 했다.
매달 640억에 달하는 미친 구독료.
실압구독을 통해 압축을 해야 할 필요가 절실한 금액이었다.
그러나 현재로서 실압구독을 할 수가 없었다.
지금은 헤라클레스의 기강을 잡아야만 했으니까.
무엇보다 지금 당장 실압구독을 하더라도 큰 의미는 없었다.
실압구독은 그리 단번에 되는 일이 아니었으니까.
한마디로 어떤 식으로는 640억에 달하는 구독료를 지불해야만 했다.
“...약속은 약속이니까.”
시우는 집어넣은 현실의 스마트폰을 다시 꺼내 들었다.
“지금 내가 얼마가 있더라.”
그리고 계좌 잔고를 확인.
[계좌 잔고] - 34,552,452₩
남아 있는 잔고를 확인할 수 있─.
“응?”
시우는 순간 화면을 잘못 본 건가 싶었다.
그러나 눈을 비비적, 시야를 바로 했음에도 화면의 숫자는 달라지지 않았다.
“3천 4백만 원?”
3,400만 원.
그렇게까지 적은 금액은 아니었다.
그러나 시우에게는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이었다.
그러니까 갓튜브의 구독료를 감당하기엔 터무니없이 적었다.
“왜 돈이 이거밖에…?”
시우는 차분히 과거를 되돌아보았다.
일단.
그리고 한채린에게 가불받은 1,200억.
“그건 토르와 청룡 채널을 구독하는 데 써 버렸고.”
이건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시우의 고정 수입이 있지─.
“...그동안 수익이 전혀 없었구나.”
생각해 보니 최근에 수익이 전혀 없었다.
그러니까 이번 서울의 재앙 사태 이전부터 시우는 수익이 전무했다.
그도 그럴 것이 실압구독을 한다고 죽어 나갔으니까.
장비를 만들어 납품하는 것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애초에 만들 수가 없었다.
재료 수급이 전혀 되질 않았으니까.
실압구독으로 던전 자체가 박살이 나는데 무슨 재료란 말인가.
던전을 갈아 끼우는 데만 급급했을 뿐이었다.
그나마 한채린 과외비와 유투브 수익이 있었지만 그거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아마 저 3,400만 원이 쓰고 남은 금액이지 않을까.
당연하게도 저걸로는 미쳐 버린 갓튜브의 멤버십 구독료를 감당할 수 없었다.
토르와 청룡 채널의 구독으로 매달 말이 안 되는 금액을 어찌할 수는 없었다.
물론 매달이었다.
그러니까 한 달 주기로 빠져나가는 금액이었다.
그런데 시우가 기절해 있는 시간까지 더해지면?
무엇보다 잔액이 3,400만 원밖에 없다는 것.
그리고 기절해 있는 동안 시간이 꽤나 흘러 버렸다는 것.
“잠깐, 이러면 설마…?”
시우는 황급히 아공간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갓튜브의 스마트폰을 찾아 그 알림창을 확인했다.
확인한 일림창의 대다수는 헤라클레스에게 온 부재중 알림창이었다.
그러나 그 수백 개의 알림창 중 하나.
<미납된 멤버십 채널이 존재합니다.>
<해당 멤버십 혜택이 일시 중지됩니다.>
“어…라?”
시우는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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