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209화 (209/250)

208화.

또다시 올라온 SH병원의 옥상.

[크하하하하핫!]

스마트폰 스피커로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물론 이게 웃음소리인지 오우거의 허파가 터지는 소리인지는 잘 분간이 되질 않았다.

[아우에게 모두 들었다네!]

이윽고 화면 너머로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헤라클레스 못지않은 우락부락한 근육.

야금술의 신(神), 헤파이스토스였다.

[자네 아주 제대로 한 건 했더구만! 하하하하핫!]

헤파이스토스가 거친 손을 휘저으며 웃어 보였다.

그 모습이 참….

‘진짜 못생겼네.’

매번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만 정말로 못생겼다.

농담이 아니라 꼴뚜기가 근육을 키운다면 꼭 저러하지 않을까.

근육 꼴뚜기.

외모 가지고 이런 말 하면 안 되는 건 안다.

그런데 저 외모를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이 안 들 수가 없었다.

하물며 저번에 봤을 때보다 더 못생겨져 있었다.

클레오파트라는 볼 때마다 예뻐지는 반면.

헤파이스토스는 볼 때마다 못생겨지고 있었다.

‘전보다 근육이 커져서 더 못생겨진 것 같기도 하고.’

하여간, 누가 근육 형제지간 아니랄까 봐.

헤라클레스와 더불어 나날이 성장하는 근육이었다.

[그런데 자네, 혹시 아우랑 싸웠는가?]

갑자기 헤파이스토스가 물어 왔다.

여기서 헤파이스토스가 말하는 아우란 다름 아닌 헤라클레스.

아무래도 헤라클레스에게 사정을 들은 모양인 듯싶었다.

“싸웠다기보다는….”

이걸 뭐라고 해야 할까.

싸웠다면 싸웠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게 싸운 건 또 아니었다.

눈치 싸움 혹은 기 싸움이라고 해야할까.

애초에 진짜로 싸운다면 시우가 때려죽여도 이길 수가 없었다.

“사소한 트러블 정도가 있긴 했습니다만.”

[그런가? 그렇다면 다행이고.]

헤파이스토스가 어깨를 한 번 으쓱였다.

[아우가 서럽다며 어찌나 찡찡대던지 원. 그리고 갑자기 아공간 주머니를 만들어 달라 하길래 이상하다 싶기도 했고.]

“아공간 주머니요?”

시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헤라클레스가 아공간 주머니를 뭐하러 필요로 한단 말인가.

아공간 운동 기구라면 또 모를까.

[나도 의아했다네. 운동 기구나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던 아우였으니까.]

역시, 아니나 다를까였다.

[듣자 하니 프로틴 바를 저장할 공간이 부족하다고 하더군.]

“프로틴 바를 저장해요?”

[장기간 보관하면 상할 걱정도 있다면서 어찌나 땡깡을 부리는지.]

그러면서 헤파이스토스가 흠칫, 근육을 떨어 보였다.

보아하니 헤라클레스의 땡깡을 본 듯싶었다.

가히 재앙 수준에 닿아 있는 땡깡은 헤파이스토스조차 어찌할 수 없었던 건가.

하기사, 그 땡깡을 보면 누구나 몸서리칠 수밖에 없었다.

[내 대장간이 완전히 박살났지 뭔가….]

시무룩한 헤파이스토스의 얼굴은 그야말로 꼴뚜기와 다를 바가 없었다.

뭐, 그건 그렇고.

“프로틴 바가 상해요?”

시우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코르누코피아에서 꺼내는 프로틴 바가 상할 리가 없었으니 말이다.

[이제 더 이상 프로틴 바를 꺼내 먹을 수가 없다고 아우가 그랬다네.]

“아.”

시우는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코르누코피아를 돌려주기 전에 프로틴 바를 왕창 뽑아내 저장해 둘 생각인 모양이네.’

그런데 헤라클레스가 먹는 프로틴 바의 양이 어디 보통 양이던가.

고래가 크릴새우 빨아들이는 것과 같은 양을 먹고 있었다.

‘운동 한 번에 대략 4톤 정도의 프로틴 바를 먹는 것 같던데.’

그리고 혹등고래가 하루에 먹는 크릴새우가 5~6톤 정도.

과장 하나 섞지 않고 헤라클레스는 고래와 같은 양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괜히 근육 고래라 부르는 게 아니었다.

지금은 근육 괴생명체였지만 말이다.

그러니 헤라클레스가 한평생 먹을 프로틴바의 양은 어떠할까.

또한 그 많은 양을 어디다가 보관할까.

‘아공간 주머니만 한 것이 없긴 하지.’

더하여 아공간 주머니 안에 있으면 상할 걱정도 없었다.

그런 의미로 헤파이스토스한테 아공간 주머니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한 것 같았다.

이 말은 즉.

‘코르누코피아를 돌려줄 생각이긴 한 모양이네.’

시우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물었다.

“그래서 만들어 주신 거예요?”

[설마.]

헤파이스토스가 당치도 않다는 듯 고개를 저어 보였다.

[아공간 주머니는 만들고 싶어도 만들 수가 없다네.]

하긴, 아공간 주머니는 야금술이 아닌 마법의 영역이었다.

신[神]의 야금술(SS)로도 만들 수 없는 아이템.

시우도 이시스의 현실조작[現實操作](SSS)이 없었다면 만들 수가 없지 않았는가.

그런데 음.

“헤파이스토스 님의 비법으로도 만들 수가 없는 건가요?”

시우는 문득 드는 궁금증에 헤파이스토스에게 물었다.

신[神]의 야금술(SS)로는 아공간 주머니를 만들 수 없다는 건 알겠다.

하지만 헤파이스토스의 비법, 초월[超越]의 야금술이라면 좀 다르지 않나?

헤파이스토스가 만든 신화적인 장비들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헤르메스의 신발.

아테나의 아이기스 방패.

제우스의 번개 등등.

가히 ‘마법’이라 부를 법한 능력들이 부여되어 있었다.

여기에 더하여 헤파이스토스가 말한 바.

초월[超越]의 야금술은 코르누코피아조차 만들 수가 있었다.

무한정 솟아나는 돈 복사 버그, 코르누코피아.

마법보다 더한 능력을 장비에 부여할 수가 있었다.

그런데도 아공간 주머니를 만들지 못한다?

생각해 보면 이상한 점이 또 하나 있었다.

“저번에 말씀하시길, 헤파이스토스 님의 비법은 ‘세계의 법칙을 뒤틀고 이용하는 것’이라 설명해 주시지 않으셨나요?”

그리고 마법 또한 그와 비슷했다.

세계의 법칙을 뒤틀고 이용하는 모종의 방법.

그것을 일컬어 우리는 마법이라 불렀다.

그러니까….

[그건 내 초월[超越]의 야금술과 마법은 똑같은 메커니즘이 아니냐는 물음이겠지?]

바로 이 소리였다.

[그렇다면 내 비법으로도 아공간 주머니를 만들 수 있지 않냐는 물음이겠고.]

시우는 역시나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의 말처럼 내 초월[超越]의 야금술과 마법은 얼핏 똑같은 메커니즘처럼 보이네.]

“그 말씀은 같지 않다는 말씀이신 거겠죠?”

[그렇다네. 음…. 설명이 복잡하지만 어차피 비법 전수를 위해서는 필요한 일이니, 수업을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간략하게 설명해 주겠네.]

이윽고 헤파이스토스가 설명을 이어 나갔다.

[일단 나의 비법과 마법과의 차이점은 세계의 법칙에 간섭하는 방식의 차이라네.]

“방식의 차이요?”

[그렇다네 일단 이것을 이해하려면 ‘세계의 법칙’이 무엇인가를 먼저 알아야 하겠지.]

헤파이스토스는 잠시 말을 고르고는 입을 열었다.

[세계의 법칙이 무엇인가를 정의하는 건 여러 가지가 있네. 기본적인 개념은 서로 고립된 채 존재하는 세계.]

[이를 멀린이라는 마법사는 완전한 독립성이라는 뜻의 ‘국소성(Iocality)’이라 말하고, 헤카테는 ‘보편적 원리(Principle)’라고도 정의하지.]

아서왕의 전설에 등장하는 대현자, 멀린.

마법의 조율자라 불리는 새벽의 마신, 헤카테.

[하지만 공통적으로 말하는 바는 현상 세계의 법칙. 즉, ‘인과율(因果律)’이라 통칭한다네.]

“어….”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그나마 통찰력(S+)이 극한으로 가속되며 헤파이스토스의 말을 이해하려 애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법과 나의 비법은 이런 인과율의 법칙에 간섭하여 결과를 창조한다네.]

[비교를 하자면 먼저, 마법은 개인의 정신세계를 이용하지.]

[마법사의 정신을 세계와 연결하여 대화를 하는 방식이라네.]

그리하여 마법사는 세계에게 요청할 수 있었다.

허공에 떠오르는 불덩이.

갑자기 흔들리는 땅.

내가 이러한 것들이 필요하거든?

괜찮으면 이러한 것을 만들어 주면 안 될까?

그 대가로 나의 마력을 바칠게.

[쉽게 말하면 세계와 ‘거래’를 한다고 보면 된다네.]

[그렇기에 마법은 세계가 가진 법칙의 한도 내에서만 가능한 이적을 행할 수 있지.]

[어디까지나 세계와 ‘거래’를 하는 것이니 말이네.]

반면.

[나의 비법은 그런 마법과는 양상이 조금 다르네.]

[개인의 상상에 불과한 것들을 끌고 와, 그것이 마치 세계의 법칙인 것처럼 현실로 만들어 내는 방식이지.]

음….

진짜 뭐라는 걸까.

시우는 헤파이스토스의 설명을 하나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말로만 들으면 어렵지만, 사실 자네는 이와 같은 현상을 직접 보고 경험하고 있다네.]

바로 그 어디에도 존재한 적 없으나, 존재하는 터무니 없는 힘.

[오러 혹은 내공이라 부르는 것이 바로 그것이지.]

“아.”

시우는 아주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자네가 배우는 아우의 힘 또한 이와 같은 원리라고 볼 수 있네.]

[세계의 법칙으로는 설명할 수도 없고, 그 어디에도 존재한 적 없는 힘이나, 분명 존재하는 경이로운 힘이지.]

시우는 이 부분은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다.

헤라클레스가 선보인 재앙의 땡깡을 뭐라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

그저 입꾹닫만이 유일한 설명이었다.

[그렇기에 마법과는 달리 ‘그냥 하니까 되는데?’ 하는 논리로밖에 설명할 수가 없네.]

말마따나 개인의 상상에 불과한 것들을 그냥 현실로 강림해 내는 것이니 말이다.

[이를 정리해서 말하면, 개인의 의지로 세계를 속이고 ‘기만’한다고 말할 수 있지.]

그리고 이 과정 역시 ‘세계의 법칙을 뒤튼다’ 라고 말할 수 있었던 것이다.

거래와 기만.

세계의 법칙에 간섭하는 양식의 차이이자, 마법과 헤파이스토스의 비법이 갖는 차이점이라 할 수 있었다.

그 이후로 헤파이스토스는 뭐라 뭐라 설명을 이어 나갔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가 시우가 이해할 수 있는 전부이자 끝이었다.

사실 이마저도 온전히 이해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단어와 문장을 머릿속에 때려 박은 것에 지나지 않았다.

제갈공명의 통찰력(S+) 역시 마찬가지였다.

숙련도 100%에 달한 통찰력(S+)조차 난색을 표하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하지만 이 모든 지식과 이해는 자네에게 필요가 없다네. 자네는 이러한 과정의 이해를 모조리 생략할 수 있으니까.]

저 복잡한 과정의 이해를 모조리 생략하게 하는 절대적인 힘.

‘이시스의 현실조작[現實操作](SSS)이 개사기였구나.’

시우는 새삼스레 깨달을 수 있었다.

과연 SSS등급은 아무 데나 붙는 등급이 아니었다.

더하여 헤라클레스와 헤파이스토스가 왜 ‘기승전근육’을 강조했는지도 알 수 있었다.

복잡한 개념들에 머릿속이 뒤죽박죽 엉켜 오며 혼란스러웠다.

시우는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그리고 바로 그때.

<근원(根原)의 지식을 습득하셨습니다.>

<개성의 원리를 깨닫습니다.>

<숙련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이윽고 띠링, 띠리링!

새로운 알림창이 우후죽순 떠올랐다.

<괴력[怪力](SS) 숙련도 99.85%[+5.5%]>

<헤라클레스 신투술[神鬪術](SSS) 숙련도 62.51%[+6.1%]>

<신[神]의 야금술(SS) 숙련도 90.93%[+14.2%]>

<태극[太極](SS) 숙련도 84.7%[+8.1%]>

<현실조작[現實操作](SSS) 숙련도 48.18%[+11.63%]>

<뇌령[雷領](SS+) 숙련도 50.6%[+13.2%]>

<용마혼[龍魔魂](SS) 숙련도 56.8%[+15.8%]>

“미친.”

시우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아니, 무슨 숙련도가 이렇게나 많이 오른단 말인가.

물론 융합의 힘과 괴력난신(怪力亂神)을 사용했을 때보다는 덜 오르긴 했다.

하지만 그건 목숨을 담보로 얻은 결과물이었고, 지금은 단순히 지식을 배운 것이었다.

사실 지식을 배운 것도 아니었다.

그냥 듣기만 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게 뭔….’

아무래도 ‘근원(根原)의 지식’이라는 것 때문인 것 같았다.

개성의 메커니즘 즉, 개성이 어떤 식으로 힘을 발휘하는 지에 대한 지식인 것 같았다.

원리를 알게 되었으니 개성의 힘을 효율적으로 다룰 수 있게 된 것.

실제로 지금 시우는 가진 바 힘을 전보다 명확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냥 힘만 세고 못생긴 대장장이인 줄 알았건만.

‘헤파이스토스가 괜히 대체 불가 신(神)이라 불리는 게 아니구나.’

통찰력(S+)조차 난색을 표하는 수준의 헤파이스토스였다.

아니, 그런데.

‘통찰력은 변화가 없네?’

현재 100%의 숙련도를 찍은 통찰력(S+).

하지만 증폭의 팔찌 효과로 인해 숙련도의 최대치는 110%였다.

따라서 아직 올려야 하는 숙련도가 10% 남아 있었다.

‘0.1%도 안 오르는 건 좀 이상한데.’

그도 그럴 것이 가장 영향력을 받은 건 통찰력(S+)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아예 오르지 않았다?

‘음….’

확실히 이상하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이왕 이렇게 된 것. 설명을 시작한 김에 바로 비법 전수를 위한 기초 지식을 배워 보도록 하지.]

이윽고 들려온 헤파이스토스의 목소리.

시우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억누르며 이어지는 헤파이스토스의 설명에 집중했다.

* * *

헤파이스토스의 설명은 꽤나 길게 이어졌다.

그렇게 정신이 혼미하다 못해 빠져 버릴 때쯤.

<태초의 야금술 지식을 습득했습니다.>

<초월[超越]의 야금술(SSS)을 체득합니다.>

시우는 헤파이스토스의 비법, 초월[超越]의 야금술(SSS)을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등은 무려 SSS등급.

‘...미친.’

이 소리가 안 나오려야 안 나올 수가 없었다.

당장 이시스의 현실조작[現實操作](SSS)이 얼마나 개사기적인 힘인지 새삼 깨닫지 않았는가.

더하여 초월의 야금술은 단순히 SSS등급이라고만 볼 수 없었다.

생산직의 개성은 그 등급이 한두 단계 낮게 측정되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표기상으로는 SSS등급이나, 그 안에 깃든 힘은 SSS등급 이상이라 할 수 있었다.

‘미친….’

실로 미쳐 버린 개성이라 할 수 있었다.

[기초 지식은 이쯤에서 마무리 하도록하지.]

멍한 정신을 뒤로한 채 헤파이스토스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그럼 이제 실습을 해 봐야겠지.]

[다음 시간에는 오리할콘 한 덩이를 준비해 오게.]

“...예? 오리할콘이요?”

시우는 갑자기 저게 뭔 소린가 싶었다.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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