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화.
서씨 공방의 내부는 역시나 멀쩡했다.
서울의 재앙 사태 이전의 모습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누가 보면 서울의 재앙이 거짓말인 줄 알겠네.’
이곳, 서씨 공방만 본다면 확실히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화륵, 화르르륵!
안쪽에서는 용광로의 불길 소리가 들려왔다.
보다 안쪽으로 들어가자 아니나 다를까 익숙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먼저 눈에 확, 띄는 미모의 여인.
“소은 씨도 계셨군요.”
소은 물산의 대표, 김소은이 있었다.
그 뒤를 이어 서팔광, 오렐리안 그리고 그의 통역사와 경호원들의 모습이 차례로 눈에 들어왔다.
시우는 반가운 마음에 미소를 지어 보였다.
동시에 모두 무사한 것에 그때서야 제대로 안도할 수 있었다.
서아에게서 사람들이 무사하다는 말을 듣기는 했었다만 직접 확인하니 보다 안도감이 들었다.
또한 서울의 재앙 전과 다를 바 없는 모습에 반가운 마음이 들기도 했고 말이다.
“다들 무사히 계셨네요.”
그런데 왜일까.
사람들의 답변이 들려오지 않았다.
자네, 왔나? 하는 서팔광의 목소리는 물론.
핫! 시우 씨! 오랜 만이에요! 하는 소은의 활기찬 화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
“......”
“......”
모두가 멍하니 시우를 바라볼 뿐이었다.
마치 귀신을 보는 것만 같은 눈치였다.
시우가 이곳 공방에 있어서는 안 되는 것만 같았다.
“왜… 그러시죠?”
괜한 어색함에 시우가 묻자 소은이 답해 왔다.
“왜 시우 씨가 여기에…?”
답을 하는 소은의 표정은 역시나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다른 이들 역시 그런 소은과 다르지 않았다.
“어… 제가 여기에 있으면 안 되는 건가요?”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소은은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잠시 뜸을 들이고는 말을 이었다.
“S+급 헌터시잖아요. 그래서 이제 공방에 안 오실 줄 알았어요.”
시우는 저게 무슨 소린가 싶었다.
“제가요? 저 여기 서씨 공방에서 일하고 있습니다만.”
“그, 그건 그렇지만….”
“무엇보다 S+급 헌터가 뭐가 대수라고요.”
시우는 손을 휘휘, 내저으며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S+급 헌터면 뭐 한단 말인가.
돈에 허덕이는 것도 모자라 당장 먹을 식량부터 걱정해야 하는데 말이다.
“대수…지 않나요?”
하지만 소은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비단 소은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 모두가 그러했다.
별다른 이유가 필요 없었다.
세계 최초 S+급 헌터.
이게 대수가 아니면 뭐가 대수란 말인가.
“그깟 S+급 별 의미 없습니다.”
“그깟…?”
소은을 비롯한 사람들은 시우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런 시우의 모습 때문일까.
“자네, 예전과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구만.”
서팔광이 껄껄, 웃으며 말해 왔다.
그리고 말 그대로였다.
시우는 서울의 재앙 사태 이전과 전혀 다를 바가 없었다.
“제가 달라질 게 뭐가 있나요.”
“하하하. 하긴, 그게 바로 자네였지.”
서팔광은 다시 한번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 서팔광의 웃음과 함께 그때서야 경직된 분위기가 조금은 풀리기 시작했다.
“그런 의미로 소은 씨.”
“...네? 네?”
“예전처럼 변함없이 소은 씨께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부탁이요?”
소은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어 왔다.
그런 소은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음….
‘소은 씨는 별 반응이 없는 것 같은데.’
문득 떠오르는 생각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름 아닌 클레오파트라의 매혹[魅惑](SR).
한채린과는 달리 소은은 매혹[魅惑](SR)의 힘에 이끌려 시우에게 키─.
아니, 막 그런 야시꾸레한 행동의 기미가 없었다.
그리고 시우 또한 별 다른 매혹[魅惑](SR)의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여자에게 작용하는 힘이 아니었나?’
백선제의 경우를 미루어 볼 때, 남자에게는 작용하지 않음은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동성에게는 작용하지 않았다.
‘물론 서아에게도 작용하지 않았긴 했다만.’
시우에게 서아는 여자라 부를 수도, 생각하지도 않았기에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소은을 보니 음….
‘무차별적으로 힘이 작용하지 않는 건가?’
그렇다면 매혹[魅惑](SR)의 힘이 작동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시우는 물끄러미 소은의 얼굴을 바라봤다.
“왜, 왜, 왜 그러시죠…?”
그러자 소은이 당황하며 소리쳤다.
이윽고 얼굴을 붉히며 시우의 시선을 회피했다.
하지만 한채린처럼 품에 안긴다든지.
아니면 두 팔로 어깨와 목을 감싼다든지.
나아가 키─ 아니, 야시꾸레한 행동을 한다든지하는 것이 없었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 힘인 건지.’
클레오파트라처럼 종잡을 수 없는 힘.
시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생각을 털어 내었다.
“다름이 아니라 약초와 독초, 그리고 고기를 좀 구해다 주실 수 있으신가요?”
“...약초, 독초랑 고기요?”
“네. 가능하신가요?”
“어려울 건 없죠?”
역시나 소은은 단번에 고개를 끄덕였다.
헌터 물품을 주로 취급하지만 상인은 상인이었다.
“약초와 독초는 그렇다 쳐도, 갑자기 고기는 왜요?”
“제가 직접 구하기 힘들어서요.”
시우의 답에 소은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더 이상 그 이유를 캐묻지는 않았다.
“고기를 구하는 건 어렵지 않은데 최근 서울의 재앙 때문에 유통이 힘들어져서 kg당 3만 원 선이었던 것이 요즘은 4만 원은 주셔야 할 거예요.”
이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했다.
그렇다고 직접 발품을 팔자니 들어가는 시간이 아까웠다.
“그 말씀은 대량 구매도 가능하신 거죠?”
“네. 그런데 얼마 정도가 필요하신데요?”
“한….”
시우는 머릿속으로 흑돌이와 삼순이가 집어삼키는… 아니, 먹는 고기양을 얼추 계산했다.
“2.5톤 정도요?”
“………네?”
“아니다. 넉넉히 3톤 정도 구해다 주실 수 있으신가요?”
소은의 표정에서 실시간으로 어이가 승천했다.
“어, 얼마요? 300kg이요?”
“아뇨. 3톤이요. 그러니까 3,000kg.”
“아, 아니….”
승천한 어이와 더불어 소은의 정신 또한 실시간으로 출타했다.
아니, 생각해 보라.
도매가로 kg당 4만 원을 잡아도 3,000kg면 자그마치 1억 2천이었다.
세상 누가 고깃값으로 1억 2천을 태운단 말인가!
“매주 그 정도 물량을 구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매, 매주?!”
하물며 매주란다.
매주 고깃값으로 1억 2천을 태우겠단다!
아니, 1억 2천이 문제가 아니었다.
매주 3,000kg에 달하는 고기를 다 먹는다는 게 말이나 된단 말인가!
“.......”
소은은 끝내 고장이 나 버렸다.
그리고 서울의 재앙 사태 전이나 후나.
예나 지금이나.
“…아? 아아?”
소은은 시우를 당최 이해할 수가 없었다.
* * *
소은에게 약초와 고기의 유통을 부탁한 이후.
“하아….”
시우는 공방의 한쪽 구석에 앉아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매주 1억 2천의 고깃값.
한 달이면 무려 4억 8천이었다.
거진 5억에 달하는 금액.
한 달 고깃값으로 5억이 말이나 되는 걸까?
여기에 약초값까지 더하면….
“…제기랄.”
이 정도면 갓튜브 멤버십 구독료와 다를 바가 없었다.
가뜩이나 구독료가 미쳐 날뛰는데 더 미쳐 날뛰고 있었다.
“실습하기도 전에 거덜 나겠다.”
헤파이스토스의 수업을 듣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가뜩이나 헤파이스토스의 수업은 오리할콘을 필요로 했다.
그나마 한 덩이가 있는 게 어디냐 싶긴 했지만 턱없이 부족한 물량.
“숙련도 올리다가 거덜 나겠다.”
여러모로 거덜 날 위기에 있는 건 매한가지였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초월[超越]의 야금술(SSS)을 습득한 상태라는 것이었다.
<초월[超越]의 야금술(SSS) 숙련도 10%>
또한 그 숙련도 또한 10%를 달성한 상태였다.
다름 아닌 증폭 팔찌의 효과로 인해 10%를 꽁으로 먹었으니까.
한마디로 시우가 만드는 장비에 초월[超越]의 야금술(SSS)의 비법이 스며든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하여, 지금.
“어쩔 수 없나.”
시우는 망치를 붙잡았다.
* * *
김이준은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A+급 개성, 초재생[超再生]의 각성자.
소은 물산의 대표, 김소은의 동생.
세공남 채널의 카메라맨.
김이준을 설명하는 말은 많았다.
그 많은 설명 중에서 김이준은 ‘세공남 채널의 카메라맨’이라는 것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다른 누가 듣는다면 뭔 개소린가 싶을 터였다.
A+급 개성의 각성자를 두고 카메라맨이라니.
하지만 김이준은 카메라맨이라는 것에 대한 무한한 자부심을 품고 있었다.
세공남 채널의 주인이 다름 아닌 시우였으니까.
서울의 재앙을 틀어막은 새로운 시대의 영웅.
세계 최초 S+급 헌터.
김이준은 시우의 카메라맨으로서 시우를 가장 가까이서 보필할 수 있었다.
시우를 ‘형님’이라 부를 수 있었다.
세상 그 누가 S+급 헌터와 호형호제를 할 수 있을까.
그것이 김이준의 자부심을 넘쳐흐르게 하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한편으로 불안한 마음도 있었다.
“형님이 연락을 주실까….”
시우가 더 이상 김이준,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것 같았으니까.
그도 그럴 것이 김이준은 세공남 채널의 카메라맨일 뿐이었다.
시우의 카메라맨이 아니었다.
세공남 채널의 카메라맨.
즉, 김이준은 시우가 유투브 채널을 운영할 때나 시우 옆에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유투브를 더 안 하시겠지?”
시우가 유투브를 할 이유가 사라졌다.
애초에 S+급 헌터가 유투브 채널을 운영할 이유가 뭐가 있단 말인가.
그 말은 즉.
“형님이랑 던전을 갈 수가 없는 건가.”
김이준은 굉장히 시무룩하고 서운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괜히 시우에게 연락해 늘어지지 않았다.
그건 시우의 발목을 붙잡는 일이었으니까.
…라고 생각하던 바로 그때였다.
띠링!
이준아, 오늘 영상 찍으려 하는데 도와줄 수 있냐.
오후 2:33
시우에게서 온 메시지.
물론입니다, 형님! 어디십니까!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오후 2:33
그럼 지도 링크 하나 보내 줄 테니까 3시 30분까지 여기로 와 줘.
오후 2:34
김이준은 바로 약속된 장소로 달려갔다.
그렇게 순식간에 도착한 약속 장소.
“뭐야, 엄청 빨리 왔네?”
시우는 이미 약속 장소에 도착해 있었다.
그런 시우의 모습 때문일까.
“형니임…!”
김이준은 저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자신을 잊지 않고, 버리지 않고 찾아 준 시우가 감격스러웠다.
“보고 싶었습니다아아…!”
“뭐야, 징그럽게 왜 그래?”
달라붙는 김이준의 모습에 시우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그러다 화들짝!
“너, 너 설마! 나보면 가슴이 설레고 심장이 두근거리고 그런 거냐?”
시우가 기겁을 하며 물어 왔다.
“당연하지 않습니까아…!”
김이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시우를 옆에서 보필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 설레고 두근거리는 일이란 말인가.
시우의 카메라맨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이란 말인가.
“이런 염병할. 뭐가 어떻게 된 힘인 거야 대체.”
하지만 시우는 그런 김이준의 마음을 몰라주는 것 같았다.
시우는 질색팔색을 하며 김이준에게서 멀찍이 떨어졌다.
괜시리 서운한 마음이 들었지만….
김이준은 개의치 않았다.
잊지 않고 불러 준 것만 해도 감지덕지였으니까.
“그보다 형님. 오늘 영상은 뭡니까. S+급 헌터가 보여 주는 던전 뚝배기를 찍는 겁니까?”
김이준은 설렘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다.
시우는 여전히 멀찍한 거리를 둔 채 답해 왔다.
“비슷해.”
“비슷이요?”
“던전 뚝배기를 깨기는 할 건데. 다른 방식으로 깰 거라서. 정확히는 던전을 잘라버린다고 해야하나.”
그러면서 시우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이윽고 시우의 손에 딸려 나온 무엇.
“검… 아닙니까?”
다름 아닌 한 자루의 검이 시우의 손에 들려 왔다.
“설마 검으로 던전을 깨실 생각이신 겁니까?”
“맞아.”
“어….”
김이준은 잠시 시우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시우는 검을 사용하지 않았으니까.
“혹시 검을 배우실 생각이신 겁니까?”
“응?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역시나 시우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럼 왜…?”
“팔려고.”
“팔아요? 그 검을요?”
김이준은 시우의 말을 더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김이준이 있는 이곳.
“여기 터틀 드래곤 던전 아닙니까?”
터틀 드래곤 던전 앞이었으니까.
검을 팔려면 경매장과 같은 곳에 가야 하지 왜 던전으로 온단 말인가.
설마하니 터틀 드래곤한테 검을 판다는 의미는 아니지 않은가.
…정말 그건가?
“설마 터틀 드래곤한테 검을 파실 생각이신 겁니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시우가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답해 왔다.
다행히 그건 아닌 모양이었다.
“그럼 왜 여기에 오신 겁니까.”
“보면 알아. 그러니까, 놓치지 말고 잘 찍어라.”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러려니 했다.
언제는 뭐 시우를 이해했던가.
시우와 함께하는 이번 생은 이해라는 것을 포기하기로 하지 않았는가.
김이준은 시우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뚝.
“그리고 너.”
시우가 갑자기 멈춰 서며 말했다.
뭔가 싶은 것도 잠시.
“앞으로 나한테 10m 이상 다가오지 마라.”
시우는 그 말과 함께 던전 게이트 안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괜시리 서운한 마음.
“같이 가요, 형님!”
하지만 금방 잊어버리는 김이준이었다.
* * *
시우의 유투브 채널, 세공남.
세상의 모든 것을 공략한다는 컨셉의 채널.
하지만 지금은 그 의미가 퇴색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S+급 헌터.
이 하나가 갖는 의미가 너무나도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일까.
[세공남 채널 구독자] - 1,154,245명.
현재 구독자 수는 무려 110만이 넘어서고 있었다.
그야말로 폭발적인 성장이었지만 사실 적은 수치라 말할 수 있었다.
이 역시나 같은 이유였다.
세계 최초 S+급 헌터.
여기에 무슨 이유가 더 필요하단 말인가.
110만은 커녕 1,100만도 모자란 수치라 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세공남 채널이 110만에 머물고 있는 이유.
“이제 유투브를 운영하지 않으시겠지…?”
세공남 채널의 편집자, 덕구는 입술을 초조하게 깨물었다.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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