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213화 (213/250)

212화.

잘근, 깨문 아랫입술.

덕구는 모니터 화면으로 보이는 세공남 채널을 멍하니 바라봤다.

최근 업로드된 영상이 무려 1달을 넘어가고 있었다.

다름 아닌 한 달 안에 S급 헌터 되기 공략법.

그 영상을 끝으로 세공남 채널은 더 이상의 영상 업로드가 되지도 않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서울의 재앙 이후, 시우는 병원에 입원해 있었으니까.

물론 얼마 전에 깨어났다는 소식을 기사로 볼 수 있었다.

연락을 해 볼까 싶었다.

막 치근덕거릴 정도의 연락을 말하는 건 아니었다.

그러니까 모, 몸은 괜찮으신가요!!

혹은 밥은 건강히 잘 챙겨 드시고 계신가요!!

이런 종류의 간단한 안부 인사 정도를 보내 볼까 싶었다.

이 정도는 충분히 보낼 수 있는 일이지 않은가.

“해, 해 보자!”

덕구는 스마트폰을 꺼내 시우의 연락처를 찾았다.

어떤 안부 인사를 보내야 할지 고민하기를 10분.

몇 번이나 메시지를 썼다 지웠다하며 반복하기를 10분.

“모, 못하겠어….”

덕구는 끝내 시우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가 없었다.

푹, 숙인 고개.

남들은 뭐 어려운 일이라며 하겠지만 덕구에겐 크나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나 같은 애가 연락을 해도 되는 걸까….”

보다 정확히는 자신이 없었다.

시우는 S+급 헌터로서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는 영웅이었다.

나 같은 일개 편집자가 안부 인사 같은 걸 해도 되는 걸까.

괜히 친한 척 군다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이제는 편집자도 아니니까….”

나아가 덕구는 이제 세공남 채널의 편집자라 할 수도 없었다.

“여, 역시 이제 유투브를 운영하지 아, 않으시겠지….”

이제 시우가 유투브를 운영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S+급 헌터가 유투브를 운영할 이유가 없었다.

공사다망한 S+급 헌터가 뭐하러 유투브 컨텐츠를 골머리 싸매 가며 운영한단 말인가.

여러모로 시우는 유투브를 운영할 이유가 없었다.

“유투브를 접으시겠지….”

덕구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인정할 수밖에 없는데….

정말로 당연한 일인데….

마음이 왜인지 편치 않았다.

철 덩이를 얹은 것마냥 마음이 너무나도 무거웠다.

그건 단순히 돈을 벌지 못하는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시우와 더 이상 인연을 이어 갈 수 없다는 것.

그 사실이 덕구의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왜 그러는지는… 덕구 스스로도 알 수가 없었다.

정말 알 수가 없었다.

“월급을 안 받더라도 편집자로 있으면….”

그로써 시우랑 인연을 이어 나갈 수만 있다면….

덕구는 고개를 마구 흔들었다.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된다.

시우는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는 영웅이다.

자신과 같은 사람이 시우의 발목을 붙잡으면 안 된다.

욕심.

그래 이건 욕심일 뿐이다.

“...시우 오빠는 더 이상 못 보겠지.”

덕구는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시우를 오빠라 불렀다는 자각도 없었다.

평소에는 부끄러워 내뱉지도 못했지만, 이제는 부르지 못할 이름을 덕구는 나지막히 되뇌었다.

“흐읏!”

그 말을 끝으로 덕구는 욕심을 떨쳐 내었다.

그래도…, 그래도.

그동안 정말 행복했잖아.

시우 오빠와 같은 좋은 사람을 만나 과분한 삶을 누렸잖아.

단 한 번만이라도 동생들에게 맛있는 것을 잔뜩 사 줄 수 있다면 하던 꿈을 이룰 수 있었잖아.

이제 다시 본래 자리로 돌아가는 것뿐이야.

각자 있어야 할 자리로.

덕연이가 하는 음악 공부 비용이 걱정이긴 했지만….

그건 어떻게든 덕구가 해야만 했다.

“다, 다른 분의 채널을 알아봐야겠다….”

덕구는 유투브 편집자 모집 공고를 확인했다.

역시나 세공남 채널과 같은 조건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덕연이에게 음악 공부를 시키고 먹고살려면 어쩔 수 없─.

그 순간 띠링!

모니터로 한 통의 메일이 도착했다는 알림이 떠올랐다.

그리고 확인한 발신인.

“...시우 오빠?”

그건 다름 아닌 시우였다.

순간 덕구의 마음이 들썩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

덕구는 금세 시무룩한 심정이 되어 버렸다.

메일의 내용이 무엇일지 뻔히 예상이 갔으니까.

“이제 더 이상 유투브 채널을 운영하지 않겠다는 마, 말씀이겠지….”

덕구는 메일의 내용을 확인하기 너무 두려웠다.

진실을 마주하기가 너무도 떨리고 무서웠다.

하지만 이미 다짐하고 또 다짐했지 않은가.

“부, 부딪히는 거야!”

덕구는 떨리는 손으로 마우스를 움직였다.

그리고 딸깍, 메일의 내용을 확인했다.

<다음 영상 컨텐츠 파일이야.>

<첨부된 영상 파일 - 512개>

“...에?”

덕구는 순간 뭔가 싶었다.

그러니까 지금 보고 있는 메일의 내용이 맞는 건가 싶었다.

반갑고 설레는 마음보다 먼저 어처구니가 없었다.

“영상 파일이 512개…?”

이게, 이게 말이 되는 건가?

퇴원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에엣??”

덕구는 정말이지 어처구니가 없었다.

하지만 진짜 왜일까.

“나 시우 오빠랑 다시 일할 수 있는 건가…?”

어처구니없는 마음 뒤로 크나큰 기쁨이 밀려왔다.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기분 좋은 향기가 코끝을 스쳐 갔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비실비실, 자꾸만 웃음이 새어 나왔다.

“펴, 편집해야지!!”

아잣 아잣!

덕구는 편집자 모집 공고 창을 꺼 버렸다.

* * *

“아무래도… 수리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서씨 공방의 주인, 서팔광.

서팔광이 부러진 세검을 돌려주며 난색을 표했다.

“오렐리안께도 여쭤봤지만, 역시나 수리는 힘들 것 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서팔광은 한껏 미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런가요….”

짧은 단발머리와 표독스러운 인상의 미녀.

S급 헌터, 이하린은 부러진 세검을 건네받았다.

검을 건네받는 그녀의 표정은 침울하게 변해 있었다.

‘여기가 마지막이었는데….’

이하린은 입술을 살며시 깨물었다.

부러진 세검에 대한 크나큰 아쉬움을 드러내었다.

세검이 부러진 이유는 다름 아닌 붉은 그림자 때문이었다.

붉은 그림자의 등장과 함께 패닉에 빠졌던 당시.

이하린은 시우를 돕기 위해 붉은 그림자에게 달려들었다.

그로써 시우에게 일말의 틈을 만들어 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대가는 이하린의 치명상과 부러진 세검.

다행히 검선(劒仙), 백선평의 희생으로 이하린은 무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애지중지하던 세검은 백선평의 희생으로 되살릴 수 없었다.

‘아끼던 거였는데.’

손에 익다 못해 이제는 한 몸이 되어 버린 검이었다.

부러졌다고 그냥 버릴 수가 없었다.

해서 수리하고자 전국의 대장간을 모조리 수색했다.

그러나 모두 난색을 표할 뿐이었다.

그나마 희망을 품고 달려온 곳이 여기, 서씨 공방이었지만….

“미안합니다. 상당히 아끼던 검이었을 텐데….”

서씨 공방의 주인, 서팔광 역시 난색을 표했다.

하물며 마스터 오렐리안조차 수리할 수 없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그 말은 즉.

이 세검을 수리할 방법은 없다는 뜻이리라.

어쩔 수 없이 다른 무기를 구해야만 했다.

“제가 듣기로 마스터 오렐리안께서 다시 장비를 제작하신다고 들었는데요.”

해서 이하린은 서팔광에게 물었다.

마침 새로운 무기도 필요하겠다.

모든 헌터들의 꿈이라 불리는 마스터 오렐리안의 장비라면 정말 좋을 것 같았다.

물론 오렐리안은 함부로 장비를 만들어 주지 않았다.

하지만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던 걸까.

들리는 소문으로 오렐리안은 많은 사람들에게 장비를 만들어 주고 있다고 들었다.

엄격한 기준을 들이밀지 않는다고 들었다.

어쩌면 세검이 부러진 건 운명이지 않을까.

오렐리안의 무기를 얻을 수 있는 운명 말이다.

“만들어만 주신다면 가격은 얼마든지 상관없다고 전해 주시겠어요?”

이하린은 묘한 운명의 이끌림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기에 가격은 상관하지 않았다.

오렐리안의 장비라면 가격이 무슨 대수란 말인가.

또한 이하린은 인간의 정점이라 불리는 S급 헌터다.

S급 헌터가 벌어들이는 수익은 천문학적이었다.

게다가 이하린은 딱히 사치를 부리지는 성격도 않았다.

유한나와 이시윤처럼 연구 비용이다 뭐다 돈이 들어가는 일도 없었다.

그렇게 쌓이고 모인 돈은 발에 챌 정도로 많았다.

가격은 정말로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말씀은 드릴 수 있겠지만, 현재 오렐리안께 들어온 주문이 상당히 밀려 있습니다.

그건 이하린뿐만이 아니었다.

오렐리안의 복귀 소식을 들은 전 세계의 헌터들이 귀신같이 주문을 요청했다.

물론 오렐리안의 장비는 쉽게 얻을 수는 없었다.

아무리 예전보다 기준이 엄격하진 않다 해도 쉽게 통과할 기준은 아닐 터였다.

한국만 따지면 10명이 채 될까 말까할 터였다.

그러나 전 세계로 확장하면 이 역시나 발에 챌 정도로 많았다.

“지금 예약 주문하시면 1년 뒤 정도면 받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이하린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당장 쓸 무기가 없는데 1년을 언제 기다린단 말인가.

“혹시 서팔광 장인님께 제작 의뢰를 드려도 될까요?”

이하린은 서팔광에게 물었다.

듣기로는 눈앞의 서팔광 역시 대단한 장인이라 들었다.

오렐리안조차 인정할 정도이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죄송합니다만, 제가 현재 마스터 오렐리안 님과 같이 장비를 만들고 있는지라….”

하지만 서팔광이 미안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오렐리안과 합작으로 장비를 제작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현재 세간에 풀리는 오렐리안의 장비는 서팔광과 오렐리안의 합작인 모양이었다.

그만큼 서팔광의 실력이 대단하다는 뜻.

다시 말해 서팔광의 장비 역시 1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뜻과도 같았다.

“그럼 일단은 예약을 할 수 있을까요?”

이하린은 아쉬움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1년이 길기는 했지만 지금 주문해 놓아야 1년 뒤에 얻을 수라도 있었다.

“그리고 여기 전시된 무기들 좀 둘러봐도 될까요?”

“그건 상관없습니다만… 여기 전시된 것들은 말 그대로 전시용인지라, 이하린 헌터님 눈에 들어올지는 잘 모르겠네요.”

서팔광은 우려 섞인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래도 한번 둘러볼게요.”

“그러시다면야. 세검은… 저쪽, 오른쪽에 보시면 전시되어 있을 겁니다.”

서팔광이 말한 곳으로 걸어가자 깔끔하게 마감된 세검들이 가지런히 전시되어 있었다.

레이피어, 에스터크, 아밍 소드 등.

세검 분류에 속하는 무기들이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었다.

이하린은 그중 레이피어를 하나 꺼내 들었다.

“…좋은데?”

생각보다 품질이 좋았다.

최소 상등품.

아니, 최상등품이라 불러도 전혀 모자람이 없었다.

“이게 고작 전시용이라고?”

이하린은 상당히 놀란 눈을 떠 보였다.

이 정도면 당장 쓰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지 않은가.

이하린은 손에 든 레이피어를 전방으로 가볍게 찔렀다.

흔들리지 않는 밸런스가 확실히 최상등품답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미묘하게 틀어지네.”

하지만 마음을 확, 끌어당기지는 않았다.

무기란 품질만 좋다고 좋은 게 아니었으니까.

아무리 명검이라도 사용하는 사람과 맞지 않으면 그건 명검이 아니었다.

또한 같은 무기라도 사용하는 사람의 행동, 습관 등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진다.

어중이떠중이들에겐 느껴지지 않는 차이다.

그러나 이하린은 인간의 정점이라 불리는 S급 헌터.

“전에 쓰던 게 이것보다 품질은 떨어져도 나랑 딱 맞긴 했는데.”

괜히 수많은 강자들이 주문 제작 무기를 선호하는 게 아니었다.

이하린은 레이피어를 다시 걸어 놓았다.

그렇게 다른 세검을 살펴보려던 찰나.

딸랑!

“저 왔어요!”

경쾌한 종소리와 함께 한 여인이 공방 안으로 들어왔다.

이곳 공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미(美).

같은 여자가 보기에도 굉장히 아리따운 미모의 여인이었다.

“소은이냐?”

“넵! 그렇습니다!”

소은이라 불린 여인이 손을 번쩍, 들며 답했다.

마치 활기찬 강아지와도 같은 모습에 이하린은 작은 실소를 흘렸다.

이윽고 소은이 주위를 두리번 두리번거렸다.

꼭 누군가를 찾는 듯해 보였는데….

“아저씨, 시우 씨는요?”

시우 씨?

이하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시우 씨라면… 설마.

맹시우 헌터를 말하는 건가?

“아까 전에 유투브 영상 찍는다고 나갔다. 네 동생이랑 같이 간다고 하던데, 들은 이야기가 없는 거냐?”

“이준이랑요? 어… 전 아무 이야기도 못 들었는데.”

유투브 영상?

이하린의 고개가 반대로 기울어졌다.

생각해 보니….

‘맹시우 헌터도 유투브 채널을 운영한다고 했었지, 아마?’

이하린은 유한나를 용광로로 사용하던 그때의 기억이 문득 들었다.

그런데 S+급 헌터가 유투브라니.

조금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럼 어쩔 수 없죠. 아저씨, 공방 창고에 고기를 두고 갈 테니까 시우 씨 돌아오면 찾아가라고 말씀해 주세요.”

“여기가 네 창고냐. 왜 자꾸 멋대로 공방 창고를 쓰는 거냐.”

“여기 공방 창고가 품질 관리에 가장 좋아서요. 아저씨가 항상 최상으로 관리를 해 주시잖아요.”

“그러니까 그걸 내가 왜─.”

“그리고 제 물품이 아니라 시우 씨 물품인데요.”

“...크흠, 그럼 어쩔 수 없지.”

“에에? 아저씨, 지금 저 같은 미소녀보다 시우 씨를 더 챙기는 거예요?”

“당연한 일이지 않느냐. 그리고 말 만한 쳐녀가 미소녀는 무슨.”

“아, 참. 미처녀요!”

“…정신 나간 소리는 그만하고, 빨리 두고 가거라.”

서팔광과 소은이라는 여인은 한동안 투닥거렸다.

그 모습은 마치 부녀지간처럼 친숙해 보였다.

아니, 그건 그렇고.

‘맹시우 헌터가 유투브 영상을 찍으러 나갔다고…?’

이하린은 이게 무슨 소린가 싶었다.

문득 떠오르는 궁금증에 이하린은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유투브 플랫폼에 접속.

세공남 채널을 찾아 들어갔다.

『<세공남>: 요즘 나오는 무기들 실화냐? 내돈 내만 후기 공략!』

세공남 채널에는 새로 업로드된 영상이 하나 있었다.

업로드된 시간도 ‘10분 전’으로 방금 올라온 따끈따끈한 영상이었다.

‘지금 병원에 입원해 있는 게 아니었어?’

물론 얼마 전에 시우가 깨어났다는 기사를 보기는 했었다.

그런데 말 그대로 얼마 전이었다.

‘벌써 퇴원했다고?’

이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이하린은 서울의 재앙 당시 시우의 상태를 직접 봤기에 단언할 수 있었다.

모든 피부 조직이 괴사해 버린 끔찍한 상태.

도무지 살아 있는 거라고는 믿을 수 없는 상태였다.

아무리 백선평의 희생이 있었다고 해도 족히 몇 달은 입원할 위중한 상태였다.

그런데 벌써 퇴원을 했다?

“......”

이하린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아니, 그건 뭐 그렇다 치고.

영상 제목은 저게 또 뭐란 말인가.

내돈 내만?

내돈 내산을 잘못 적은 건가?

그러니까 ‘내 돈 주고 내가 산 물건’을 잘못 적은 것 같았다.

그런데 뭐가 내돈 내산이라는 걸까.

이하린은 홀린 듯이 영상을 클릭했다.

꾹.

<유료 광고 포함>

‘유료 광고?’

방금 내돈 내산이라면서?

이하린은 뭐 하자는 건가 싶었다.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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