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5화.
100%가 넘어 버린 괴력[怪力](SS)의 숙련도.
사실 이상할 건 없는 일이었다.
증폭의 팔찌 효과로 시우가 갖는 숙련도의 최대치는 110%였으니까.
‘그럼 통찰력은 왜 100%에서 멈춘 거지?’
그러나 통찰력(S+)은 100%에 멈춰 있었다.
숙련도가 오를 만한 일이 없었다?
그렇게 말하기엔 통찰력(S+)은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치는 개성이었다.
현상의 본질을 꿰뚫는 힘.
근원의 지식을 습득했을 당시에도 숙련도가 오르지 않을 걸 보면, 숙련도가 오를 일이 없었던 건 아니라 할 수 있었다.
‘괴력도 0.1%밖에 오르지 않은 거긴 한데.’
그러나 100%를 넘겼다는 것에 의의가 있었다.
그런데 무슨 차이가 있는 거지?
‘음….’
깊어지는 고민.
아쉽게도 그 고민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아, 참.]
화면 너머, 헤파이스토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우가 제발 좀 연락 달라고 전해 달라더군.]
시우는 헤파이스토스가 말하는 아우가 헤라클레스임을 모르지 않았다.
그리고 연락을 달라는 이유 역시나 모르지 않았다.
[이러다 구독자 수가 나락간다며, 어찌나 땡깡을 부리는지 원.]
헤파이스토스가 진절머리 난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그 모습이 정말 진절머리 날 정도로 못생겼다.
…아무튼.
‘구독자 수가 떨어지기 시작했나 보네.’
유투브도 그렇고, 갓튜브도 그렇고.
꾸준한 활동이 없으면 구독자 수는 떨어지기 마련이었다.
영상이 올라오지 않는데 누가 구독을 유지한단 말인가.
시우 역시 S+급 헌터가 되었음에도 구독자 수가 110만 명에 지나지 않았는가.
동시에 광고 영상이라도 올리자마자 140만 명이 떡상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아무 영상이라도 주기적으로 올려야만 했다.
헤라클레스 또한 아프로디테와 페르세포네 이후로 영상이 올라오지 않았으니 구독자가 떨어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런데 이 양반. 채널을 그냥 또 방치를 한 거야?’
하여간, 누가 근육 괴생명체 아니랄까 봐.
오로지 근육밖에 모르는 헤라클레스였다.
[난 분명히 전했네.]
이윽고 헤파이스토스가 말해 왔다.
그리고는 별 다른 말 없이 떠날 채비를 갖추었다.
어째, 헤라클레스가 땡강을 부리기에 말만 전달하려는 것뿐.
딱히 시우를 설득하려던 것은 아니었던 듯싶었다.
[그럼 다음 시간에 또 보세.]
픽.
그렇게 헤파이스토스와의 통화가 끊겼다.
“음.”
시우는 자리를 뜨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생각에 잠겼다.
일단.
“돈 문제는 얼추 해결했고.”
장비 하나에 1,000억.
그 때문에 폭주하던 주문 요청이 팍, 식어 버렸다.
34,000건이 넘던 주문 요청들 모두가 입을 싹, 다물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러한 건 아니었다.
1,000억을 지불해서라도 장비를 구매하고 싶은 이들이 여럿 있었다.
시우의 선불 정책 때문에 지금 당장 주문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불과했다.
“다음 구독료 납입까지 3주가량 남았나.”
여유가 있다고 볼 수 있었다.
3주면 1,000억을 모아 오는 헌터들이 있을 터.
그렇게 선불로 1,000억을 받으면 다시 한 달을 버틸 수 있으니 급한 돈 문제는 해결되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오리할콘 공급도 나름 해결했고.”
다름 아닌 오리할콘을 가져오면 최우선으로 장비를 만들어 주겠다는 공지.
오리할콘은 귀하기가 더럽게 귀했다.
그러나 전 세계를 뒤져보면 아주 없는 건 아니었다.
알게 모르게 유통되는 경우가 꽤 있었다.
가장 큰 예로, 오리할콘은 한국의 S등급 던전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전 세계 각국의 S등급 던전에서 오리할콘은 등장 확률이 존재했다.
해서 시우의 장비를 얻고 싶은 전 세계의 헌터들.
세계 각국의 S급 헌터들이 오리할콘을 파밍해 시우에게 가져다준다.
시우는 그 대가로 장비를 만들어 판매한다.
“오리할콘 자동 사냥인 건가.”
아니, 이건 자동 파밍이라고 해야 하나.
뭐, 어쨌든.
오리할콘의 공급 또한 얼추 해결했다고 볼 수 있었다.
“실압구독을 시작할 때가 되긴 했네.”
이제 남은 건 실압구독뿐이었다.
그로써 구독을 압축시켜 구독료를 낮출 필요가 있었다.
이자만 갚는 것이 아니라, 원금 자체를 탕감할 필요가 있었다.
때마침 괴력[怪力](SS) 숙련도에 대해서도 물어볼 것도 있겠다.
“하데스한테 정보를 캐내야 하기도 하니까.”
그 전에.
“뭐든지 싹둑싹둑 썰어, 검은 어떡하지.”
광고 영상에서 보여 준 ‘뭐든지 싹둑싹둑 썰어!’ 검.
하지만 정작 이 검을 구매하고자 하는 이가 없었다.
모두가 주문 제작을 요청할 뿐이었다.
사실 당연한 일이긴 했다.
1,000억이 뉘 집 개 이름도 아니고.
이왕이면 주문 제작으로 자신에게 딱 맞는 장비를 갖고 싶은 건 당연했으니까.
“떨이 처리 해야 하나.”
일종의 마케팅 투자 비용이라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래도 심혈을 기울여서 만들었는데.”
광고 상품이다 보니 더욱 신경을 써서 만들기도 했다.
광고 장비의 품질이 안 좋으면 안 되었으니까 말이다.
또한 도플갱어 안면 근육을 이용해 만든 터라 누가 사용하든 문제없었다.
사용자의 행동, 습관 등을 완벽히 따라 하며 최고의 무기가 되어 주었다.
“광고 멘트에 넣을 걸 그랬나.”
하지만 이제 와 추가 광고하기엔 늦은 감이 없잖아 있었다.
그렇다고 시우가 사용하자니 쓸모가 없었다.
가장 많은 이들이 사용하는 검(劍)이었지만 시우에게는 해당 사항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재고 떨이해야겠네.”
한 500억 정도면 괜찮으려나.
시우는 그렇게 생각하며 던전 밖을 나섰다.
* * *
“하아….”
한민아는 세단의 뒷좌석에 몸을 파묻었다.
한민아의 몸을 감싸는 포근한 시트에 노곤노곤, 졸음이 밀려왔다.
아직 정식으로 회장 취임을 한 것은 아니었다.
세간에도 아직 관련한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한민아는 사실상 회장으로서의 업무를 모조리 부담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잠을 잘 시간조차 없었다.
해서 약간의 쪽잠이라도 차면 좋으련만.
한민아는 애써 밀려오는 졸음을 떨쳐 내었다.
그리고는 손거울을 꺼내 상태를 확인했다.
확실히 잠을 못 잔 탓인지 얼굴 피부가 푸석푸석하다 못해 들고 일어나 있었다.
한민아는 파운데이션으로 들고 일어난 피부를 감추었다.
확실히 SH 화장품에서 만들어 비싼 값을 하고 있었다.
역시.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민아가 담당하던 계열사라 할 수 있었다.
“회장님.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똑같이 한민아가 담당하는 계열사였지만 말이다.
회장님이라는 아직은 어색한 말과 함께 뒷좌석의 문이 열렸다.
한민아는 마지막으로 얼굴 상태를 확인하고는 차에서 내렸다.
“국장님은요?”
“지난 번과 같은 병실에 입원 중이라고 합니다.”
한민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백선제의 위중한 상처를 알았기에 당연한 일이기도 했고 말이다.
그리고 한민아가 백선제를 찾아가는 이유.
“오빠… 아니, 한관국의 법정 구속 시간이 얼마나 남았죠?”
한관국의 처분에 관련하여 상의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다른 이에게 맡기고 싶긴 했다.
가뜩이나 바쁜 와중에 시간이 좀처럼 나지 않기도 했다.
하지만 한민아는 어떻게든 스케줄을 쪼개 시간을 내었다.
이것만큼은 한민아, 스스로가 처리해야만 했으니까.
절대로, 결단코.
이 일을 핑계로 백선제의 얼굴을 보러 가고자 함이 아니었다.
“영장이 발부된 시점에서 10일. 그러니까 이제 하루 정도 남았습니다만… 어제 공소가 제기된 터라 형 집행 전까지 6개월 구속이 가능합니다.”
“아… 그런가요?”
이건 또 몰랐다.
그런 한민아의 모습 때문일까.
“그래서 급하게 스케줄을 쪼개신 거였습니까? …죄송합니다. 제가 미리 확인하고 말씀을 드렸어야 했는데.”
“아뇨. 괜찮아요.”
한민아는 작게 손사래를 쳐 보였다.
사실 그 이유만으로 스케줄을 급하게 쪼갠 건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이왕 온 김에 처리할게요. 그럼 저 혼자 가 볼게요.”
한민아는 ‘혼자’라는 말을 강조하며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도착한 특특실의 병실 앞.
한민아는 다시 한번 손거울로 얼굴 상태를 확인했다.
괜시리 떨리는 마음에 심호흡을 몇 번이나 반복했다.
똑똑.
…들려오는 대답이 없었다.
혹시 어디 외출이라도 한 것일까.
아무리 환자라지만 시찰국장의 직위는 한가로움과 거리가 멀긴 했다.
무엇보다 백선제라면 진즉에 한민아의 기척을 눈치챘어야만 했다.
그럼에도 답이 없다는 건 즉.
백선제가 자리를 비웠다고 볼 수 있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니까.
“들어갈게요.”
병실 안쪽까지 들리게 약간 큰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에도 역시나 들려오는 대답이 없었다.
한민아는 천천히 병실 문을 열었다.
병실 문을 열자 가장 먼저 한민아의 눈에 들어온 건 텅 빈 침대였다.
텅 빈 침대…?
설마 백선제가 퇴원을 했던 건가?
그런 생각이 들던 찰나 한민아는 금방 고개를 저을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텅 빈 침대는 백선제가 아닌 시우의 침대임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하여 비어 있는 시우의 침대 옆.
“......”
우두커니 앉아 있는 백선제를 볼 수 있었다.
백선제는 정신이라도 빠진 사람처럼 멍하니 침대에 앉아 있었다.
“…국장님?”
그러자 퍼뜩!
백선제가 그때서야 정신을 차리며 놀라 보였다.
“…민아 씨? 언제 오셨습니까?”
“방금이요. 노크까지 했는데 못 들으셨어요?”
“아. 제가 잠시 정신을 놓고 있었나 봅니다.”
백선제가 멋쩍게 머리를 긁적였다.
대체 뭘 하고 있었길래 사람이 오는 것도 모르고 있었던 걸까.
“뭘하고 계셨길래요?”
“아, 그게….”
그러더니 백선제가 갑자기 씁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무슨 안 좋은 일 있으세요?”
“아뇨. 그런 건 아니고….”
백선제는 말을 흐리며 머뭇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백선제가 선선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별일 아닙니다.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떻게 신경을 안 쓴단 말인가.
한민아는 슬쩍, 백선제의 얼굴을 살폈다.
…누가 봐도 안 좋은 일이 있어 보였다.
그러다 문득.
한민아는 침대 위에 놓인 스마트폰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은 화면이 꺼진 탓에 무엇을 보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방금 전까지 백선제가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백선제의 표정이 좋지 않은 이유가 저 스마트폰 때문임 또한 눈치챌 수 있었다.
그런데 스마트폰 때문에 표정이 좋지 않을 이유가 뭐가 있단─.
서, 설마!
한민아의 머릿속으로 한 가지 생각이 불현듯 스쳐 지나갔다.
전전긍긍 스마트폰만 붙잡고 있는 백선제.
그러나 애써 밝은 척하는 백선제.
‘설마 여자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던….’
한 번 피어난 망상이 마구잡이로 뻗어나갔다.
아니, 망상이 아니었다.
하루 종일 스마트폰만 붙잡다가 시무룩해질 이유가 뭐가 있단 말인가.
보아하니 백선제는 누군가의 연락을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연락이 오지 않아 굉장히 실망한 것 같았다.
그게 누구의 연락인지는….
한민아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조,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던….’
백선제는 연모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녀의 답장을 기다리고 있는데 답이 오지 않았다.
이것밖에 설명이 불가했다.
이게 아니면 지금 백선제를 설명할 수가 없었다.
한민아의 기척도 알아채지 못하고 정신이 빠져있던 이유가 이것 말고는 없었다.
심장이… 배꼽 아래까지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무, 무슨 일….”
한민아의 목소리가 살며시 떨려 왔다.
하지만 한민아는 애써 태연한 척 물었다.
“무슨 일…이신데요?”
“진짜 별일 아닙니다. 민아 씨가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민아 씨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그 말은 비수가 되어 한민아의 가슴에 꽂혔다.
“벼, 별일 아니니까. 한번 말씀해 보세요.”
한민아는 아랫입술을 살며시 깨물며 말했다.
백선제를 만나러 온 이유 따위는 진즉에 잊어버렸다.
백선제를 바라보는 한민아의 눈빛이 흔들렸다.
“제가 도, 도움이 될지도 모르잖아요.”
차마 여자의 마음은 여자가 잘 안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런 한민아의 끈질긴 물음 때문일까.
“그게 실은….”
백선제는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다.
“제가 처음으로 시찰국장이 된 것을 후회했습니다.”
“…네?”
한민아의 고개가 좌로 기울어졌다.
그런 한민아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돈에 대한 욕심이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하아….
백선제가 침울한 표정으로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 * *
던전 밖으로 나오자 띠링! 띠링!
통화권이 연결되며 현실의 스마트폰 알림음이 들려왔다.
시우는 바로 알림음의 정체를 확인했다.
“……?”
그리고 모종의 의문을 느낄 수 있었다.
『<한채린>: 영상에 나온 검. 제가 살게요.』
다름 아닌 한채린에게서 온 메시지.
내용을 보아하니 한채린도 시우의 유투브 영상을 본 것 같았다.
“얘는 오렐리안 님이 만들어 준 검이 있잖아.”
그런데 한채린이 그 검을 살 이유가 뭐란 말인가.
이미 손에 익은 검이 있는데 말이다.
가격도 무려 237억이나 하는 명검 중의 명검이었다.
그 검을 버리고 다른 검을 쓸 이유가 있나?
아, 혹시 릴리트랑 싸우다가 망가졌었나?
“…아닌데?”
기억을 되짚어 봤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시우의 기억 속, 한채린의 검은 멀쩡했다.
“그런데 왜?”
시우는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럴 수는 있다고 생각했다.
시우의 ‘뭐든지 싹둑싹둑 썰어!’ 검은 그만한 성능을 자랑했으니까.
그러니까 한채린이 사용하는 오렐리안의 검을 능가하는 성능을 자랑하고 있었다.
“얘한테는 1,000억 정도는 일도 아니겠지.”
가뜩이나 돈도 많겠다.
좋은 장비를 사용하고 싶은 건 당연한 마음이었으니 말이다.
“한채린은 뭐 그렇다 치자.”
시우는 한채린의 마음을 얼추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다음 메시지.
이건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한민아>: 영상 보고 연락했어. 다름이 아니라 영상에 나온 검 있잖아. 그거 혹시 내가 구매할 수 있을까?』
한채린의 고모, 한민아.
“고모님은 대체 왜…?”
시우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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