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217화 (217/250)

216화.

‘뭐든지 싹둑싹둑 썰어!’ 검을 사고 싶다는 한민아의 메시지.

그런데 음.

“고모님은 왜?”

아무리 생각해도 한민아가 그 검을 살 이유가 없었다.

일단 한민아는 각성자가 아닌 일반인이었다.

일반인이 검을 살 이유가 뭐가 있단 말인가.

장식용…일 수도 있긴 했다.

“설마.”

하지만 시우는 고개를 저었다.

누가 장식용품에 1,000억을 태운단 말인가.

“SH그룹의 이사라면 그럴 수 있으려나.”

잠깐이나마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역시나였다.

SH그룹의 이사라도 장식용으로 1,000억을 태우는 건 과도한 사치였으니 말이다.

“그럼 대체 왜?”

알 수 없는 의문이었다.

그 순간 띠링!

한민아에게서 새로운 메시지가 도착했다.

『<한민아>: 그리고 사업 관련 이야기도 할 게 있는데. 혹시, 시간 괜찮으면 직접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을까?』

“사업?”

갑자기 무슨 사업?

역시나 이해할 수 없는 의문에 시우는 또다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

생각과 고민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리 길지는 않았다.

어차피 검을 팔려면 직접 만날 필요가 있었으니까.

그 이유도 들어 볼 겸.

톡, 토톡.

시우는 한민아에게 지금 만날 수 있냐는 답장을 보냈다.

* * *

SH그룹 서울 지부 사옥의 최상층.

그러나 말이 서울 지부였을 뿐, 서울 외곽에 위치한 ‘지점’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시우가 서울 중심에 위치한 본사 건물이 아닌 이곳 지부 사옥으로 온 이유는 단순했다.

“아직 복구를 하지 못했나 보네.”

서울의 재앙 사태로 본사 건물의 사옥이 무너졌기 때문이었다.

“통제가 불가능해서 어쩔 수 없긴 했다만….”

정확히는 시우가 본사 사옥 건물을 날려 버렸기 때문이었다.

오주원을 상대하며 사용했던 뇌령청룡각(雷領靑龍脚).

그 힘은 사옥을 무너뜨리다 못해 소멸시켜 버렸다.

5차 산업 혁명 이후, 건설 기술들은 상당한 발전을 이루었다.

웬만한 건물들은 한두 달 안쪽으로 건설이 가능했다.

하지만 단순히 무너뜨리는 것이 아닌 소멸시켜 버렸기 때문일까.

“…크흠.”

시우가 기절하고 깨어난 시간 동안도 복구가 안 된 듯싶었다.

해서 현재 SH그룹은 이곳, 서울 외곽의 지점 사옥을 본사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뭐.

말이 외곽의 지점 사옥일 뿐, 다른 기업의 본사 건물보다 좋았다.

“그런데 여기는….”

그 순간.

“미안해. 내가 먼저 불러 놓고 늦어 버리다니.”

일순간 방의 문이 열리며 한민아가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병원에서 봤을 때처럼 역시나 몸짓 하나하나에서 세련미가 느껴졌다.

다만 일이 바빴는지 그 사이에 얼굴이 상당히 푸석푸석해져 있었다.

“급하게 기자 회견이 잡히는 바람에. 미안해 정말.”

기자 회견?

시우는 순간 의문이 들었지만 딱히 개의치는 않았다.

SH그룹의 이사 정도라면 급한 기자 회견이 잡히는 건 다반사였으니 말이다.

“괜찮습니다. 그렇게 오래 기다리지도 않았는데요.”

시우는 작게 손사래를 치며 의문을 털어 내었다.

대신 다른 의문을 떠올리며 물었다.

“그건 그렇고… 뭐죠?”

“응? 뭐가?”

“여기 말입니다. 여기는….”

“아.”

한민아는 시우의 의문을 알기라도 하듯 말을 이었다.

“왜 회장실에서 만나냐는 말인 거지?”

그리고 시우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말마따나 지금 시우가 있는 이곳.

이곳은 SH그룹의 회장이 사용하는 회장실이었다.

물론 한민아는 SH그룹의 이사이자 회장, 한태산의 막내딸이었다.

또한 본사 사옥이 아닌 본사처럼 사용하는 외부 지점이기도 했다.

회장실을 사용하지 못할 건 없긴 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회장실을 이렇게 개인적으로 사용하셔도 되는 겁니까?”

“안 될 게 뭐가 있어.”

한민아는 어깨에 걸친 코트를 옷걸이에 걸어 보이며 말했다.

“내가 SH그룹의 회장인데.”

“……네?”

시우는 뭔 소린가 싶었다.

진짜 저게 무슨 소린가 싶었다.

이윽고 시우 앞에 앉는 한민아의 모습에 시우는 다시 물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고모님이 SH그룹의 회장이라니요?”

“그게 실은….”

한민아는 기나긴 이야기를 시작했다.

시우는 가만히 그 이야기를 경청함에 그간 있었던 일의 전말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한관국의 범죄 행각.

한태산의 은퇴 결정.

“아….”

시우는 그때서야 일의 전말을 모두 알 수 있었다.

병원에서 한태산이 전 재산 어쩌고 한 것 또한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아니, 그건 그렇고.

‘한관국이 판데모니움과 협조를 했었다니.”

어쩐지 이상하다 싶긴 했었다.

다름 아닌 오주원과의 결전 당시.

증폭 마법진이 SH그룹 본사에 새겨져 있던 것이 말이 안 되긴 했었다.

증폭 마법진은 상당히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었다.

문태범의 경우야 이쪽에서 문태범의 본진으로 쳐들어간 상황이었다.

한마디로 마법사의 던전에 머리를 들이민 꼴.

그러나 SH그룹은 아니지 않은가.

증폭 마법진이 한두 개도 아니고 수천 개가 새겨져 있던 건 말이 안 되었다.

하지만 내부에 공범자가 있다면?

그것도 SH그룹의 이사가 그 공범자라면?

앞뒤가 이제야 들어맞기 시작했다.

…뭐, 어쨌든.

“축하드립니다, 한민아 회장님.”

“고마워. 하지만 축하는 나중에 받을게.”

한민아는 작은 미소와 더불어 씁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마냥 기뻐할 수 없기 때문이리라.

한관국과 서울의 재앙.

시우 역시 그 이유를 모르지 않았기에 그에 대해서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다.

“그런데, 고모님이 회장이 되었다는 소식이 왜 발표가 안 된 거죠?”

“나도 여러모로 준비가 필요했거든. 회장으로서의 인수인계도 필요했고, 한관국의 죄목이 밝혀지면 대비해야 할 일들도 있었고.”

한민아는 작게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해서 한관국에 대한 정식 수사가 시작되면 발표하려고 했어. 그런 의미로 지금 발표가 되었을 거야.”

“지금요? 어… 그럼 방금 말씀하신 기자 회견이 혹시?”

“맞아.”

한민아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얼굴에 어두운 기색이 만연해 있었다.

기자 회견과 동시에 한관국의 범죄 행각이 밝혀진 지금.

사람들의 반응이 어떠한지 대충 짐작이 가는 한민아의 표정이었다.

“그래도 이겨 내 가야지.”

한민아는 애써 밝은 얼굴로 싱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제가 도와줄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씀하세요.”

“정말? S+급 헌터가 그런 말을 하니 정말 든든한데? 나중에 딴소리하기 없기다?”

“돈만 확실하게 준다면 얼마든지요.”

시우와 한민아는 마주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런데 회장님─.”

“회장님은 무슨. 시우, 너는 그냥 고모님이라고 불러.”

한민아가 징그럽다며 가볍게 손사래를 쳐 보였다.

단순한 호칭이었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고모님. 아까 메시지로 검을 사고 싶다고 말씀하신 건 무슨 의미입니까?”

그러자 뚝.

한민아의 분위기가 급격하게 달라졌다.

방금 전까지는 여제와도 같은 모습이 엿보였다면 지금은 뭐라고 해야 할까.

“아, 그, 그게….”

풋풋한 소녀라고 해야 하나.

물론 한민아의 나이가 있으니 소녀라고 볼 수는 없었다.

그런데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참….

“서, 선물을… 하고 싶어서.”

풋풋한 소녀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런데 선물이라니?

“누구한테요?”

시우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금방 그 대상이 누구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아, 채린 씨한테 선물하시려고요?”

한채린도 ‘뭐든지 싹둑싹둑 썰어!’ 검을 갖고 싶어 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한채린은 한민아의 조카.

아무래도 한채린에게 선물하려고 구매하려는─.

“응?”

일순간 한민아가 얼굴로 물음표를 띄워 왔다.

“채린이는 마스터 오렐리안께서 만들어 주신 검이 있잖아.”

맞는 말이긴 했다.

그러나 지금 상황과는 맞지 않은 말이기도 했다.

“채린 씨한테 선물하려고 하시려던 거 아니셨어요?”

“아니? 왜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야, 채린 씨도 그 검을 가지고 싶어 했거든요.”

“그…래?”

그러자 한민아가 굉장히 당황하며 말해 왔다.

보아하니 한민아도 몰랐던 듯싶었다.

그 말은 즉.

“채린 씨에게 선물을 주려던 게 아니었습니까?”

“.......”

한민아는 입을 꾹, 다물었다.

마치 입에 꿀을 머금고 있는 사람처럼 그 어떠한 말도 꺼내지 않았다.

확실히 한채린에게 주려던 선물이 아닌 모양이었다.

“그럼 누구에게 선물을 주시려고요?”

그러자 한민아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바라본 한민아의 두 눈빛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마구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시찰…국장님.”

기어들어 가는 한민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어들어 가다 못해 새어 나가는 목소리는 좀처럼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100.1%에 달하는 괴력[怪力](SS)의 감각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시찰국장님이요?”

시우의 말에 한민아가 고개를 푹, 숙였다.

마치 일기장을 들킨 소녀처럼 어찌할 바를 몰라 하기 시작했다.

그런 한민아의 모습 때문일까.

“아~.”

시우는 단번에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시우는 넌지시 말을 꺼냈다.

“국장님이 고모님을 구해 주신 것에 대한 보답이신 거죠?”

그러자 퍼뜩!

한민아가 고개를 치켜 들며 소리쳤다.

“마, 맞아! 그, 그 보답을 하려고 하는 거야! 절대 질척거리려는 이유가 아니─.”

“전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만.”

한민아가 입을 뻐금뻐금거렸다.

새빨개진 얼굴은 어느덧 홍당무가 되어 있었다.

시우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좋습니다. 고모님께 팔겠습니다.”

그리고는 흔쾌히 한민아에게 팔았다.

어차피 재고 떨이하려던 참이지 않은가.

그걸 제값 주고 산다는데 시우로서 전혀 나쁠 것이 없었다.

시우는 곧장 아공간 주머니에서 ‘뭐든지 싹둑싹둑 썰어!’ 검을 꺼내었다.

그리고는 한민아에게 검을 건네었다.

원래라면 선불이 원칙이지만 뭐.

SH그룹의 회장이 설마하니 1,000억이 없을까.

“국장님이 정말 좋아하시겠네요.”

“어, 어?”

한민아는 당황하며 검을 쉽사리 받지 못했다.

“내, 내가 구매해도 될까?”

“안 될 건 없죠?”

뭐, 각성자가 아닌 한민아가 사용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백선제에게 선물로 준다지 않은가.

백선제라면 ‘뭐든지 싹둑싹둑 썰어!’ 검을 누구보다 유용하게 사용할 터였다.

“하지만 방금 채린이가 이 검을 사고 싶어 한다고 그러지 않았어?”

“그거야 뭐….”

시우는 잠시 생각하고는 답했다.

“채린 씨는 제가 따로 하나 만들어 주면 되죠.”

물론 공짜는 아니지만 말이다.

그런 시우의 말에 한민아는 그때서야 검을 들어 보였다.

그리고 소녀처럼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참….

‘병원에서는 사귀는 사이가 아니라고 아득바득 우기시더니.’

누가 봐도 사귀는 사이이지 않은가.

사귀는 정도가 아니라 서로 좋아서 안달 나 있었다.

하물며 이런 여자 친구가 대체 어디에 있을까.

자기 것도 아닌 남자 친구를 위한 선물에 저리 기뻐하는 것부터가 그러했다.

아니, 그래.

그거야 뭐 그렇다 치자.

세상 어떤 여자 친구가 1,000억짜리 선물을 준단 말인가.

여자친구가 SH그룹의 회장이 아닌 이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괜시리 백선제에 대한 부러움이 마구마구 샘솟았다.

“국장님 부럽네요. 여자 친구한테 1,000억짜리 선물도 받고요.”

“서, 선물이 아니라 목숨을 구해 준 것에 대한 보답이라니까….”

“그러시군요.”

시우는 어련하겠냐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여자 친구라는 말은 부정하지 않으시네요?”

“아, 아니…!”

그러자 겨우 진정되었던 한민아의 얼굴이 다시금 새빨개졌다.

시우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제 여자 친구도 돈 잘 벌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자 뚝.

한민아가 움직임을 멈추었다.

이윽고 멍한 표정으로 시우를 바라보더니.

“이미 잘 벌고 있잖아.”

“예?”

시우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을 이었다.

“무슨 소리십니까. 전 여자 친구가 없는데요.”

“......”

그러자 한민아가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보다 정확히는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입만 벙긋거리고 있었다.

“됐습니다. 그건 그렇고.”

시우는 손을 휘휘, 내저으며 말했다.

“제게 사업 관련해서 하실 이야기가 있다고 하시지 않으셨나요?”

“…아, 그거.”

한민아는 그때서야 퍼뜩, 정신을 차리며 답했다.

“이번 네 유투브 영상을 보고 떠올린 건데 말이야.”

“제 유투브 영상이요? 설마, 그 검 광고 영상이요?”

“맞아.”

한민아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게 무슨 말인가 싶은 것도 잠시.

“정확히는 유료 광고에 대해서인데, 혹시 다른 광고를 해 볼 생각은 없어?”

“다른 광고요?”

“우리 SH그룹에서 네 세공남 채널에 광고를 맡기고 싶거든.”

시우의 두 눈이 일순간 번뜩였다.

* * *

다음 날.

<시찰국, 서울의 재앙 사태에 SH그룹의 이사가 연루되어 있는 가능성을 언급.>

특보로 올라온 하나의 기사글.

그것은 크나큰 태풍을 일으키며 대한민국 전역을 휩쓸어 버렸다.

<범행 발각 이후, 해외 도주하려다 실패.>

그에 따른 기사가 우후죽순 떠오르는 가운데.

<충격! 한태산, SH그룹 회장직 은퇴!>

<자식의 죄는 곧 부모의 죄. 그에 따른 책임을 느껴….>

한태산이 회장직에서 물러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나아가 전 세계를 한태산의 은퇴 소식이 퍼지며 관련한 주가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한태산.

그런 거물의 은퇴는 단순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세계적인 거물의 은퇴는 아름답지 못했다.

└<그냥 똥 싸 놓고 도망치는 거 아님?>

└<진짜 책임을 느낀다면 사태는 수습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한태산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은퇴를 책임이 아닌 회피로 보는 시선들이 주를 이었다.

그런 부정적인 시선 속.

<전 SH그룹 회장, 한태산. 개인 재산 전액 기부.>

하나의 소식이 부상하듯 떠올랐다.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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