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218화 (218/250)

217화.

<한태산의 천문학적인 개인 자산 규모.>

<현금 자산 4조 2천억. 금융 자산 11조 원.>

<추정 자산만 약 15조 원. SH그룹의 주식만 남겨 두고 서울의 재앙 사태 복구에 전액 기부.>

추정 자산 15조 원.

절대로 한 개인이 가질 수 있는 자산이라 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당사자가 한태산이라면?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한태산 曰: 피해를 끼친 시민들께 죄스러운 마음뿐.>

<한낱 보상으로 상처 입은 시민들의 마음을 달랠 수는 없음을 통감. 최소한의 사죄.>

그와 동시에 한태산의 진심 어린 대국민 사과가 행해졌다.

한태산은 기자 회견 앞으로 나와 해당 사태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를 진행했다.

그 때문일까.

└<사과도 모자라 재산을 전액 기부한다고?>

└<미친….>

여론이 조금씩 호의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말로만 하는 사죄는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행동이 따르는 사죄는 쉽게 할 수 없다.

물론 돈지랄이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단위가 무려 조 단위에 이르면 마냥 돈지랄이라 보기에도 어려웠다.

└<사실 희생자도 거의 없긴 했잖아.>

이 이유가 가장 크다 볼 수 있었다.

만일 희생자가 많았다면 이러한 기부는 돈지랄에 지나지 않았다.

돈을 아무리 쏟아부어도 죽은 사람은 되돌아오지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서울의 재앙은 그 희생자가 많지 않았다.

솔직히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검선(劍仙), 백선평의 희생.

맹시우 헌터의 기지.

이 둘의 활약으로 서울의 재앙은 재앙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었다.

SH그룹은 죄를 씻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거냐. ㄹㅇ 수준들 하고는.>

물론 아니꼽게 보는 시선들도 있었다.

└<그래서 님 자산은 얼마임? 한 5천은 됨?>

그러나 대체적으로는 한태산과 SH그룹을 용서하는 분위기였다.

애초에 한태산, 본인이 직접 저지른 죄가 아니었으니까.

└<저 정도 금액이면 ㅇㅈ해야 하지 않냐.>

└<저 돈이면 서울 복구는 금방 할 듯? 아니, 복구하고도 남지 않으려나?>

└<솔직히 이 나라는 죄를 지어도 입 다물고 있으면 되는 건데. 저렇게 나서는 것만 해도 대단한 듯.>

그렇게 한태산과 SH그룹에 대한 여론이 뒤집히는 가운데.

└<그런데 한태산이 회장 은퇴하면 다음 회장은 누구임?>

한태산의 뒤를 이을 새로운 회장에 대한 호기심이 일었다.

SH그룹이라는 거대 제국을 이끌어 갈 다음 황제.

<새로 부임한 SH그룹 회장, 한민아.>

<막내의 반란. 서열 최하위에서 여제가 된 그녀.>

한민아의 회장 취임식이 특보로 다뤄지며 대한민국은 다시 한번 발칵, 뒤집혔다.

비단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해당 소식을 보도했다.

<위기의 SH그룹, 그러나 선장이… 여자?>

<민아 한, 그녀는 과연 여제인가.>

그러나 외국의 평가는 대체로 좋지 못했다.

그럼에도 한민아는 흔들리지 않았다.

이러한 반응 따위는 익숙하다는 듯.

한민아는 회장으로서의 포부를 밝힐 뿐이었다.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국민과 상생하는 기업을 만들겠다.>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걷지 않을 것.>

기사에는 고개를 숙이는 한민아의 사진이 일면 장식되었다.

└<응~. 어차피 안 믿어. 앞에서는 상생이다 뭐다 말해 놓고 뒤통수친 적이 한두 번이어야지.>

└<ㄹㅇㅋㅋ. 그래 봤자 같은 범죄자 핏줄이 아님? ㅋㅋㅋ.>

└<가식은 기본이고. 위선 덩어리인 재벌가 놈들이잖슴? ㅋㅋㅋㅋ.>

수많은 사람들이 믿지 않았다.

어차피 똑같은 놈이라며 조롱하기 바빴다.

한민아는 이에 대해 그 어떠한 변명의 말을 하지 않았다.

천 마디 말이 아닌, 한 가지 행동으로 보여 주겠다는 듯.

그 포부를 증명할 뿐이었다.

실로 파격적인 행보.

한민아의 포부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서 증명되고 있었다.

그 때문일까.

└<난 이제 좀 믿음이 감.>

└<저게 모두가 위선일 수도 있음. 그런데 그 어떠한 경우에도 위선의 가면이 벗겨지지 않는다면, 그 역시 선(善)이라 볼 수 있지 않을까.>

└<나도 인정. 문제는 ‘그 어떠한 경우에도 그 가면이 벗겨지지 않을’ 경우겠지만.>

조롱과 비난.

격려와 우려.

한민아의 회장 취임 발표는 그렇게 상반된 반응 속에서 이루어졌다.

* * *

“생각보다 사람들 반응이 나쁘지 않네.”

시우는 스마트폰의 기사글을 훑어보며 중얼거렸다.

한태산의 전액 기부.

한민아의 파격적인 행보.

그 둘의 행동에서 진심을 본 것일까.

사람들은 무조건적인 비난만을 하지 않았다.

물론 저것만으로 모든 일이 해결되었다는 뜻은 아니었다.

앞으로 증명하고 헤쳐나가야 할 들이 너무도 많이 남아 있었다.

그 과정에서 부딪히게 될 장애와 벽들이 무수했다.

SH그룹의 위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던가.

단순히 위로하고자 하는 말이 결코 아니었다.

실제로 위기라는 단어의 뜻이 정말로 그러했다.

위기(危機).

이 한자어는 두 가지 의미가 합쳐져 있었다.

위험(危險)의 위(危).

기회(機會)의 기(機).

위기(危機)란, 위험과 기회가 합쳐진 합성어다.

그러니 지금 당면한 SH그룹의 위기를 잘 헤쳐나간다면 SH그룹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 있으리라.

그리고 한민아는 충분히 이번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갈 능력이 있었다.

시우가 본 한민아는 그러했다.

시우는 걱정을 떨쳐 버리며 스마트폰을 집어넣었다.

“그건 그렇고….”

시우는 주위를 두리번두리번거렸다.

이윽고 시야 한쪽.

카메라 영상을 확인하고 있는 김이준에게 말했다.

“그 카메라는 어때? 괜찮아?”

“괜찮은 정도가 아닌데요, 형님?”

그러자 김이준이 감탄 섞인 표정으로 답했다.

“화질은 말할 것도 없고, 녹음되는 음성 품질은 마이크가 따로 필요 없을 정도입니다.”

과연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1위를 찍고 있는 SH전자라는 걸까.

“특히나 손 떨림과 흔들림을 완벽하게 잡아 주는 게 진짜 일품입니다.”

카메라의 성능이 미쳐 날뛰는 모양이었다.

“형님, 이거 얼마입니까? 제법 가격이 나갈 것 같은데요.”

“글쎄, 나도 광고 협찬으로 받은 거라 가격은 잘 모르는데.”

시우는 살며시 고개를 저어 보였다.

말마따나 SH그룹으로부터 광고 협찬으로 받은 터라 가격을 알지 못했다.

시우의 유투브 영상을 해당 카메라로 찍는 조건으로 광고료를 받는 계약이었다.

일종의 PPL.

즉, 간접 광고의 형식으로 진행되는 유료 광고였다.

그렇게 찍은 영상 하나당 광고료가 무려 5억 원에 달했다.

시우는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광고료가 상상 이상이었으까.

게다가 딱히 시우가 어려운 일도 없었다.

영상마다 제품 링크를 다는 것이 고작이었다.

‘저 구독자 수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만.’

지금도 계속해서 늘고 있긴 했지만 그래도 300만 명이 채 안 되었다.

그리고 조금만 눈을 돌려도 세공남 채널보다 구독자가 많은 채널은 수두룩했다.

당장 유한나의 불마녀 채널만 해도 4,100만 명이 넘지 않은가.

막말로 시우가 아닌 유한나에게 광고를 맡기면 더 싼 가격에 보다 높은 광고 효과를 누릴 터였다.

그런데 웬걸.

‘얘가? 구독자가 문제니. S+급 헌터가 광고해 주는 건데.’

한민아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단순히 구독자 수만 본 것이 아니었다.

‘가끔 보면 시우, 넌 스스로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짙단 말이지. 본인과 관련된 일에는 눈치가 없다고 해야 할까. 채린이도 채린이인데 너도 참….’

‘예? 채린 씨가 왜….’

‘에휴, 이거 봐.’

한민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무엇보다 나도 손해 보자고 제안하는 건 아니야. 다 손익 분기점 계산하고 제안하는 거라고.’

한민아가 저렇게까지 말하니 시우도 할 말이 없었다.

이런 사업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한민아를 당해 낼 수가 없었으니까.

‘일단은 시범 단계니까 영상당 5억으로 영상 5개 정도 계약을 진행하는 게 어떨까. 이후 추이를 보고 재계약을 결정하자.’

그렇게 시우는 SH그룹과 광고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그리고 회장인 한민아가 직접 진행한 계약이라 그런가.

<입금내역: 102,500,000,000₩>

<입금자 - SH그룹 법인>

바로 다음 날에 1,025억이 통으로 입금되어 있었다.

영상 5개 광고료 25억.

뭐든지 싹둑싹둑 썰어! 검의 가격인 1,000억.

과연 SH그룹의 회장이라는 걸까.

1,025억이란 거금은 하루 만에 입금이 되어 있었다.

하여, SH그룹의 회장과 친분이 있다는 것.

“.......”

시우는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 꼭 이러하지 않을까 싶었다.

…어쨌든.

[계좌 잔고] - 190,402,422,513₩

현재 시우의 잔고는 무려 1,904억이 넘어서고 있었다.

멤버십 구독료인 1,271억을 납부하고도 무려 633억이 남는 거액.

‘다음 구독료 납부일까지는 문제가 없네.’

물론 매달 1,271억을 꾸준히 납부해야만 했다만 이 역시 큰 문제가 없었다.

장비를 팔면 1,000억을 꾸준히 벌 수 있었거니와.

‘유투브 영상으로 광고료까지 받으면 금방 모을 수 있겠네.’

유투브 채널을 유지할 이유가 생겨 버린 셈이었다.

애초에 유투브 채널을 버릴 생각조차 없었지만 말이다.

“제가 한번 검색해 보겠습니다. 여기 어디에 제품명이 있었던 거 같은데….”

김이준은 카메라 이곳저곳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곧 제품명을 확인한 것인지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검색.

“4,700만 원…?”

김이준의 표정이 붕, 떠 버렸다.

“뭐? 얼마? 4,700만 원?”

그게 고작 카메라 한 대 값이라고?

시우는 얼굴을 들이밀어 김이준이 보고 있는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봤다.

10m 이상 다가오지 말라는 경고는 생각도 나지 않았다.

이윽고 스마트폰 화면 위.

김이준이 들고 있는 카메라와 똑같은 카메라가 4,700만 원에 판매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거 부숴 먹지 않게 조심해라.”

“네, 넵!”

“만약 몬스터가 카메라 부수려고 들면 네가 몸으로 막아. 알겠지?”

“네? 형님.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어차피 넌 다쳐도 금방 재생하잖아. 하지만 그 카메라는 부서지면 못 고친다? 4,700만 원이 그냥 날아가는 거라고.”

“그, 그렇긴 합니다만….”

“많이 다쳐도 내가 치료해 줄 테니까, 걱정 말고 4,700만 원… 아니, 카메라만 지켜.”

“.......”

김이준이 서운함이 가득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런데 뭐 어쩌랴.

“그거 부숴먹으면 네 월급에서 깔 거다.”

“…이거 제 월급으로도 변상이 안 되는데요.”

그랬…었나?

생각해 보니 김이준의 기본 월급이 1,000만 원이었던 것 같았다.

물론 추가로 위험수당과 인센티브를 주기는 했었다.

하지만 월급이라는 측면에서는 확실히 감당이 안 되었다.

‘생각해 보니 얘도 A+급 헌터인데.’

헌터 업계에서 A+급이면 어딜 가도 최고의 헌터라 대우받는 실력자였다.

나름 시우에게 깔리고 구르면서 태극(太極)의 힘을 얼추 깨우치기도 했다.

한채린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태극(太極)의 힘을 다룰 줄 아는 김이준이었다.

실력적으로는 A+급 이상의 헌터라 할 수 있었다.

기본 월급이 1,000만 원인 건 시우가 생각해도 너무한 것 같았다.

이제 영상마다 광고료도 받고 있겠다.

장비 판매로 곧 수익이 들어오겠다.

‘월급 좀 올려줘야겠네.’

지금 편집한다고 고생하고 있을 덕구 월급도 같이 말이다.

“그런데 형님.”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김이준이 물어 왔다.

“혹시 던전 레이드가 더 남아 있으신 겁니까?”

“응? 아니. 오늘은 없어. 영상도 다 찍었잖아.”

“그럼 왜 안 가시고 여기 계신 겁니까?”

“아.”

난 또 뭐라고.

“여기서 만나기로 한 사람이 있어서.”

“만나기로 한 사람이요?”

김이준의 고개가 좌측과 우측으로 연달아 기울어졌다.

“혹시 한채린 누님이십니까?”

“한채린이 여기서 왜 나와?”

시우는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그러자 김이준이 다시 한번 생각에 잠기고는 말했다.

“혹시 저희 누나인 건가요?”

“소은 씨는 또 갑자기 왜 나와?”

시우는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한채린 누님도 아니고, 우리 누나도 아니면 대체 누구입니까? 아, 혹시 집들이 때 봤던 그 예쁘신 가더 분? 이름이… 이민정 님이라고 했던가요? 아니면 그때 그 여고생? 아윤…? 이라고 했던가요?”

“아는 여자가 다 나오네. 그러다 서아도 나오겠다?”

“설마 서아가 오는 겁니까?!”

갑자기 김이준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소리쳤다.

그런데 뭐? 서아?

시우는 김이준의 호칭에 눈을 찌푸렸다.

물론 김이준이 서아보다 한 살 많았다.

그러니 ‘서아’라는 호칭은 크게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런데 왜일까.

“하하하… 서아가 올 리가 없겠죠?”

뭔가 께름칙했다.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며 시우의 눈치를 살피는 저 모습.

웬만한 영화배우 뺨치게 잘생긴 모습.

그리하여 여럿 여자 울릴 것 같은 기생오라비 같은 저 모습.

정말로… 께름칙했다.

‘이놈 설마….’

지금 생각해 보면 집들이 때도 이상했다.

서아를 처음 봤을 때 김이준의 반응이─.

“그, 그럼 대체 누구입니까? 여기서 만나는 사람이?”

김이준이 시우의 생각을 끊듯이 물어 왔다.

시우는 눈을 흘기고는 혀를 한 번 차보이며 말했다.

“있어. 그게 뭐가 그렇게 궁금한데?”

“당연히 궁금하지 않습니까. 저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이 궁금해할 겁니다. 형님의 데이트 상대를요.”

“데이트?”

아주 망상이 제멋대로 펼쳐지고 있었다.

시우는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그리고 바로 그때.

“저….”

시야 한쪽에서 청아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라본 그곳엔 진홍빛 머리가 인상적인 미녀.

“유한나 헌터?”

유한나가 우물쭈물하며 서 있었다.

이에 김이준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형님의 데이트 상대가 유한나 헌터였습니까?”

“데이트는 무슨. 내가 데이트 아니라고 했지.”

도무지 말을 들어 쳐먹질 않는 김이준이었다.

그리고 그런 김이준의 말을 들은 것일까.

“아, 저는….”

유한나가 당황하며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시우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쟤는 괜히 쓸데없는 이야기를 해서는.

시우의 인상이 절로 찌푸려 졌다.

“저 녀석 말은 신경 쓰지 마세요.”

당연하게도 시우가 유한나를 부른 이유는 데이트나 하자고 부른 것이 아니었다.

‘다음 헤파이스토스 수업에서는 본격적으로 오리할콘을 제련해야 하니까.’

문제는 오리할콘을 제련하려면 무려 10,000도씨(°C)에 달하는 화력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화력은 오직 한 명.

홍염의 마녀라 불리는 S급 헌터, 유한나만이 가능했다.

해서 시우는 유한나에게 제안을 할 생각이었다.

장비를 무료로 만들어 줄 테니 전용 용광로가 되어 달라.

S급 헌터를 전용 용광로로 쓰는 게 맞는 건가 싶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유한나는 단순히 헤파이스토스 수업 때만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시우가 오리할콘으로 장비를 만들 때 또한 유한나의 화력을 필요로 했다.

그러니까 시우의 장비를 만들 때도 유한나가 필요했다.

그때마다 부탁할 수도 없는 노릇.

“제가 한나 씨를 부른 이유는 한 가지 제안을 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제안이요?”

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제가 한나 씨의 장비를 무료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그러자 유한나의 두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반응을 보아하니 시우의 영상을 본 듯싶었다.

뭐. 주문 제작 의뢰인 중 <불마녀>가 있던 것을 미루어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긴 했다.

이런 제안을 떠올린 것도 다 그 때문이기도 했고.

어쨌든.

이러면 별다른 설명이 필요가 없었다.

“무료로요? 정말요?”

“그렇습니다. 대신 제 전용─.”

“할게요!”

시우의 말이 끝나기도 전, 유한나가 소리쳤다.

아직 어떤 전용인지 말하지도 않았건만.

“무엇이든 할게요! 뭐든지 할게요!”

자신의 강렬한 의지를 보여 주기라도 하듯 유한나가 시우 앞으로 얼굴을 불쑥, 들이밀었다.

시우의 얼굴과 유한나의 얼굴이 맞닿을 듯이 가까웠다.

시우는 살짝, 당황하며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유한나는 물러나는 시우를 따라 성큼, 앞으로 다가왔다.

그 때문에 방금보다 더욱 거리가 가까워져 버렸다.

내뱉어지는 유한나의 뜨거운 숨결이 시우의 얼굴 피부를 스쳤다.

코앞으로 보이는 유한나의 얼굴.

이걸 뭐라고 해야 할까.

“시키는 건 뭐든지 다 할게요!”

정말로 시키면 뭐든지 다 할 것만 같았다.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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