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9화.
암캐.
사전적으로는 암컷 강아지를 의미했다.
그렇기에 개소리 같다는 시우의 생각은 정확하다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사전적인 의미일 뿐.
실제 의미를 생각하면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시우는 당황하며 유한나에게 물었다.
“말씀 그대로예요. 제가 주기적으로 암캐가… 되어 버려요.”
그리고 유한나의 답변은 달라지지 않았다.
동시에 유한나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마치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듯한 표정.
암캐라 말하는 것에 있어 스스로에 대한 경멸이 깃들어 있었다.
누가 봐도, 사연이 있어 보였다.
“괜찮으시면 자세히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시우의 물음에도 유한나는 섣불리 입을 열지 않았다.
다른 이에게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이 달가울 리는 없었다.
아마 다른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이미 시우에게는 들켜 버렸기 때문일까.
“그게 실은….”
유한나는 끝내 입을 열어 보였다.
* * *
꽤나 길게 이어진 이야기.
“그러니까….”
시우는 앞선 유한나의 이야기를 정리하며 말했다.
“화염 마법을 사용하면 할수록 몸 안에 이상한 기운이 쌓인다는 말씀이십니까?”
유한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한나 씨의 개성인 염화의 힘을 사용하면 더욱 그러하고요.”
“…맞아요.”
“그렇게 쌓인 기운이 주기적으로 터진단 말씀이신 거죠?”
“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제가 다른… 사람이 되어 버려요.”
유한나는 스스로에 대한 경멸 어린 어조로 말했다.
그때서야 시우는 유한나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정말… 죄송해요.”
어쨌든.
“그게 하필 오늘이었던 거군요.”
“원래는 더 버틸 수 있었어요. 그런데….”
유한나가 차마 뒷말을 완성하지 못했다.
슬쩍, 시선을 내리며 아랫입술을 깨물 뿐이었다.
그런 유한나의 모습에서 시우는 완성되지 못한 뒷말을 알 수 있었다.
“오리할콘을 위한 화염 마법을 사용해서 그 주기가 앞당겨진 거군요.”
“……네.”
유한나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한마디로 시우 때문이라 할 수 있었다.
괜시리 드는 미안한 마음.
‘클레오파트라의 매혹 때문이 아니었구나.’
시우는 비로소 앞선 유한나의 이상한 행동들의 원인을 이해할 수 있었다.
“괜히 저 때문에…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한 건 저인걸요. 무엇보다 무례하게 대한 것도… 저고요. 제가 더 죄송해요.”
유한나는 손사래를 쳐 보이며 되려 사과를 해 왔다.
‘음….’
시우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정리하자면 유한나의 개성인 염화[炎火](S) 때문이라 할 수 있었다.
화염 속성을 증폭시키는 힘, 염화[炎火](S).
그러나 화(火) 속성이 갖는 뜨거움은 그 부작용을 가지고 있었다.
일종의 울화가 쌓인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몸이 달아오른다고 해야 할까.
염화[炎火](S)의 힘을 사용할 때마다 유한나의 신체에 화(火)의 기운이 쌓이는 것 같았다.
평소엔 억누르고 있지만 인간에겐 한계라는 것이 존재했다.
그렇게 쌓이고 쌓이다 못한 기운이 펑!
유한나를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 같았다.
“말씀하시지 않아도 알아요. 천박하죠. 저도 이런 제가 너무 싫어요.”
그것이 유한나의 콤플렉스이자 트라우마인 것 같았다.
어쩐지.
스스로를 암캐라 지칭하는 것부터가 과도한 혐오감이 보인다 싶었다.
동시에 왜 그렇게 숨기려 했는지 또한 이해할 수 있었다.
“아뇨, 그런 의미가 아니라….”
시우는 작게 손사래를 치며 유한나의 얼굴을 살폈다.
“그럼 혹시 제 장비를 그렇게 갖고 싶어하신 이유도 혹시?”
“그 정도 성능의 장비면 제 또다른 개성을 억제할 수 있지 않을까 했거든요”
유한나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역시, 아무리 장비가 탐이 나도 유한나의 행동은 과하다 싶은 감이 있었다.
‘음….’
시우는 다시 한 번 유한나의 전신을 훑어 보였다.
그리고 앞선 유한나의 이야기를 종합해 본바.
시우는 유한나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극양지체인거 같은데?’
사람의 신체는 하나의 소우주이자 만휘군상의 집합체였다.
사람은 저마다의 우주를 품고 있다고 할 수 있으니, 그에 따라 각기 다른 특색들을 지닌다.
태양인, 소음인이라 하는 것들.
그것이 바로 이러한 것의 일종이다.
일명 ‘체질(體質)’이라 불리는 것.
그런 수많은 체질 중 특출난 체질이 몇 가지 있었다.
그 중 극양지체(極陽肢體)라 함은 말 그대로 극양(極陽).
양(陽)의 기운을 극한으로 담고 있는 신체를 일컬었다.
이러한 극양지체(極陽肢體)는 극열(極熱)의 기운이 몸 안에 있어 극화(極火)의 힘을 다룰 수 있다 전해진다.
따라서 유한나의 개성, 염화[炎火](S).
이 힘은 다름 아닌 극양지체(極陽肢體)가 갖는 극화(極火)의 힘인 것 같았다.
그리고 이 극화(極火)의 힘은 절대로 평범한 힘이 아니었다.
‘화타가 말하길 천하제일인의 반열에 오를 재능이라고 했었지 아마?’
그야말로 사기적인 재능.
물론 한채린의 천무지체(天武肢體)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긴 했다.
한채린의 천무지체(天武肢體)는 모든 체질 중 가장 으뜸이었으니 말이다.
하여, 화타가 말하길 천무지체(天武肢體)는 역사상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재능이라 표현했다.
말 그대로 천무(天武).
하늘이 내린 신체라 할 수 있었다.
뭐, 어쨌든.
시우가 보기에 유한나는 극양지체(極陽肢體)가 맞는 것 같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생각에 확신을 할 수가 없었다.
‘여자가 극양지체인 경우는 없다고 들었는데?’
화타의 갓튜브 영상에서 분명 배운 기억이 있었다.
그러니까 신의술[神醫術](S+)에 따르면, 극양지체(極陽肢體)는 남성에게만 발현되는 신체 재능이었다.
음양오행의 이치에 따라 남성은 양기를, 여성은 음기를 띠고 있었으니 말이다.
따라서 극양(極陽)의 힘은 여성에게 발현될 수가 없었다.
반대로 극음지체(極陰肢體)는 남성에게 발현될 수 없는 재능이었다.
‘음….’
그렇기에 시우는 생각에 확신을 더할 수 없었다.
하지만 유한나가 말해 준 이야기.
이는 극양지체(極陽肢體)가 갖는 특성과 매우 유사했다.
아니, 유사한 정도가 아니라 똑같았다.
그리고 만일 유한나가 극양지체(極陽肢體)라면….
“제가 잠시 한나 씨의 몸을 살펴봐도 되겠습니까.”
“…네? 네, 네?”
그러자 유한나가 크게 당황하며 소리쳤다.
시우는 그때서야 실수를 깨닫고는 말을 덧붙였다.
“어쩌면 제가 한나 씨의 병을 치료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저, 정말요?!”
유한나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라 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제 또 다른 개성은 아무도 치료하지 못했는 걸요. 개성은 치료할 수 없는 종류이기도 하고요.”
보아하니 치료하려던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닌 모양이었다.
그리고 아마 모두 실패했을 것이었다.
애초에 ‘극양지체(極陽肢體)’라는 개념조차 몰랐을 것이 분명했다.
지금도 병이 아닌 ‘개성’이라 말하고 있는 것부터가 그러했다.
“제가 알고 있는 병인 것 같아서 말입니다.”
시우의 말에도 유한나는 심히 고민하며 답을 미루었다.
하지만 그간 본 시우의 모습을 믿는 걸까.
아니면 S+급 헌터라는 칭호를 믿는 걸까.
“그, 그럼….”
유한나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어깨의 옷을 살며시 내렸다.
안쪽으로 여리고 뽀얀 속살이 훤히 보이려던 찰나.
“아뇨. 옷을 벗을 필요는 없습니다.”
“…아.”
유한나가 새빨개진 얼굴로 다시 주섬주섬, 옷을 입었다.
시우는 유한나가 옷을 입을 때까지 기다리고는 차분히 유한나의 몸을 살폈다.
움찔.
시우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유한나가 몸을 떨었다.
‘확실히….’
유한나의 몸은 뜨거웠다.
신체의 피부 온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혈맥(穴脈).
즉, 보유한 기(氣) 자체가 뜨거운 열기를 간직하고 있었다.
‘확실히 극양지체(極陽肢體)가 맞는 것 같은데.’
그와 동시에 유한나가 가진 병의 원인 또한 파악할 수 있었다.
‘역시, 양기가 배출되지 못하고 쌓이고 있던 거였네.’
이는 극양지체가 응당 가지게 되는 부작용이었다.
극양지체의 신체는 정순한 양기가 무한히 생성된다.
그로써 극열(極熱)의 기운으로 극화(極火)의 힘을 다룰 수 있는 것.
하지만 이를 제어하지 못하면 되려 자신의 기운에 타 죽고 만다.
그렇기에 초기에 적절한 치료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 치료라는 건 혈맥과 기맥을 뚫어 자연스레 양기가 배출되도록 하는 것.
현대 의학으로는 할 수 없는 치료였다.
당연히 마법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일이었다.
오직 화타의 신의술[神醫術](S+)만이 가능한 치료라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사실 유한나는 이렇게 살아 있을 수가 없었다.
진즉에 자신의 양기에 타 죽어야만 했으니 말이다.
주기적으로 화(火)의 기운이 터지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그건 어디까지나 화(火)의 기운을 배출한 것일 뿐.
양(陽)의 기운은 배출되지 못하고 여전히 유한나의 신체에 쌓여 있었다.
그럼에도 유한나가 이렇게 살아 있는 이유는….
‘음….’
시우는 조금 더 자세히 유한나의 몸 상태를 살폈다.
“저… 그….”
유한나가 부끄러운지 말을 걸어 왔다.
몸을 비비적, 거리며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시우는 개의치 않고 유한나의 몸을 계속 살폈다.
그리고 곧.
시우는 유한나가 살아 있는 이유를 하나 알 수 있었다.
‘음기가 양기를 중화시킨 건가.’
여자로서 타고난 음기.
그 음기가 양기를 제어했던 것 같았다.
화(火)의 기운이 터지며 유한나가 돌변했던 이유도 이와 같았다.
신체에 쌓인 양기를 중화시키고자 음기를 발산한 것.
일종의 생존 본능이라 할 수 있었다.
‘이게 가능한가?’
하지만 의문이 드는 건 매한가지였다.
일단 유한나는 음기만 발산했다 뿐.
실제로 음기가 만연한 행동을 한 건 아니었다.
그러니까 남자와 이러쿵저러쿵 문란한 행동을 한 것 같지는 않았다.
유한나가 지닌 음기(陰氣)의 정순도가 너무나도 맑았으니까.
앞서도 처음이라며 당황하던 유한나이지 않았는가.
아무튼.
‘되려 그래서였던 건가?’
그러니까 정순한 음기(陰氣)가 체내의 양기(陽氣)를 중화할 수 있었던 같았다.
음기(陰氣)에 삼켜지지 않고자 한 유한나의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이 유한나를 살렸다고 볼 수 있었다.
‘그래도 이상한데?’
하지만 그럼에도 말이 안 되는 건 매한가지였다.
아무리 타고난 음기로 중화시켜도 극양의 기운을 감당할 수는 없었으니 말이다.
화타의 말에 따르면 극양지체의 양기는 태양과도 같은 열기를 품고 있었다.
때문에 극음(極陰).
즉, 태양을 받아 내는 달의 음기 정도가 아니면 극양을 다스리기란 불가능했다.
혹시 유한나가 극음지체(極陰肢體)도 타고났나?
시우는 다시 한번 유한나의 몸을 살폈다.
‘…그건 아닌데.’
그리고 금방 고개를 내저을 수 있었다.
유한나의 음기가 타고 나기는 했으나 극음(極陰)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물론 양(陽)과 음(陰)은 서로 상반하는 성질이나 공존하는 개념이긴 했다.
사무여한의 태극은 안락의 공존이라.
양(陽)과 음(陰)은 만물을 형성하는 우주의 근원으로서 공존하는 개념이었다.
그러나 극양(極陽)과 극음(極陰)은 아니었다.
이 둘은 절대로 같이 존재할 수가 없었다.
그것이 가능한 건 오로지 한채린뿐이었다.
그러니까 천무지체(天武肢體)밖에 없었다.
천무지체(天武肢體)는 온 우주의 삼라만상을 품는 역사상 유일무이한 재능.
당연하게도 유한나는 천무지체(天武肢體)가 아니었다.
‘그런데 어떻게…?’
도무지 알 수 없는 의문.
바로 그 순간이었다.
띠링!
갓튜브의 스마트폰으로 알림음이 들려왔다.
시우는 유한나를 살피던 손을 떼고는 갓튜브의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음양(陰陽)의 역행을 경험했습니다!>
<태극[太極](SS)의 숙련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신의술[神醫術](S+) 숙련도가 크게 상승합니다!>
‘음양의 역행?’
이건 또 뭔데?
하는 생각이 들던 찰나.
띠링!
<태극[太極](SS) 숙련도 100%[+15.3%]>
<신의술[神醫術](S+) 숙련도 100%[+7.245%]>
“…어?”
시우의 정신이 그대로 벙쪄 버렸다.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