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221화 (221/250)

220화.

순식간에 숙련도 100%가 된 태극[太極](SS)과 신의술[神醫術](S+).

벙찐 정신과는 별개로 시우의 두 눈은 크게 떠져 있었다.

음양(陰陽)의 역행이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다만 이게 말이 된단 말인가.

단지 유한나의 몸을 살펴본 것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게 뭔….’

시우는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동시에 확실한 건 하나 있었다.

유한나의 신체는 굉장히 특별하다는 것.

‘음….’

시우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태극[太極](SS)과 신의술[神醫術](S+) 숙련도가 100%가 된 건 의외이긴 했다.

그러나 다른 의미로 100%에서 멈춘 상태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제갈공명의 통찰력(S+)과 똑같이 말이다.

시우의 숙련도 최대치가 110%임을 감안하면 의아한 일이긴 했다.

괴력[怪力](SS)은 100.1%로 100%를 뛰어넘은 걸 보면 더더욱 그러했다.

‘뭐지?’

시우는 좀처럼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 순간.

“다… 보신 건가요?”

유한나가 잔뜩 상기된 얼굴로 말해 왔다.

시우에게, 낯선 남자에게 몸이 만져진 것이 상당히 부끄러웠던 모양인 듯 싶었다.

딱히 중요한 부위를 만진 것이 아니어도 말이다.

“보기는 다 봤는데… 아, 잠시만요.”

시우는 아공간 주머니에서 자그마한 목갑을 꺼내 들었다.

이윽고 시우가 목갑의 가느다란 침을 꺼내 잡자 유한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시우는 마른 천으로 침을 깨끗이 닦아 내며 말했다.

“한나 씨가 말씀하신 건 또 다른 개성이 아니라, 일종의 병입니다.”

“병이요?”

“양기가 몸 안에서 배출되지 못해 생기는 병이죠.”

“네? 양기요?”

유한나가 이해를 하지 못했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화병이 쌓여 배출되지 못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시우는 대략적으로나마 설명을 해 주었다.

마법사와 의술사는 별개의 영역인지라 제대로 설명해 봤자 어차피 유한나가 알아듣지 못했다.

설령 같은 의술사라고 한들 마찬가지였다.

신의술[神醫術](S+)의 지식은 S급 의술사라도 이해할 수 없었다.

“해서 지금 그 화병이 자연스레 빠져나갈 통로를 만들어 드리려 합니다.”

“지, 지금 여기서요?”

“빨리 시작할수록 고통이 덜어지니까요.”

극양지체의 부작용은 정신병뿐만 아니라 육체적인 고통도 상반수 수반했다.

모르긴 몰라도 하루하루가 고통이었을 터.

시우는 유심히 유한나의 몸을 살폈다.

말은 쉽게 했지만 양기를 빼내기 위한 혈맥을 뚫기란 쉽지 않았다.

자칫 잘못된 혈맥을 뚫었다간 체내에 쌓인 양기가 역류해 유한나의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뭐.

숙련도 100%에 달한 시우에게는 어려운 작업이 아니었다.

“조금 아플 수도 있습니다.”

시우는 거침없이 침을 유한나의 몸에 꽂아 넣었다.

푹.

“…윽!”

침을 꽂아 넣자 유한나가 눈을 동그랗게 떠 보였다.

고통을 참으려는지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하지만 도무지 참을 수 없었던 걸까.

“하읏!”

오해를 살 만한 신음이 내뱉어졌다.

“하아…! 하아…!”

유한나의 숨이 상당히 거칠어졌다.

흐르는 식은땀은 순식간에 유한나의 온몸을 흠뻑, 적셨다.

“너무…, 너무 아파요…!”

참다못한 유한나가 애걸하듯 말해왔다.

유한나는 곧 죽을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양기가 배출되는 혈맥과 기맥을 뚫는 과정이 정말 아프다고 하더니.’

혈관을 불로 지지는 듯한 통증이 인다고 했던가.

말로만 들었다 뿐.

직접 겪어보지 않아서 정말로 그러한지는 몰랐다.

“사, 살살… 하읏!”

유한나가 어찌할 바를 모르며 몸을 파르르, 떨었다.

꼭 쥐어진 유한나의 두 주먹은 갈 곳을 잃어 애처롭게 보였다.

하지만 시우는 거침이 없었다.

“이번엔 깊게 들어갑니다.”

푸욱.

“꺄읏!”

유한나는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 * *

유한나의 치료는 꽤나 길게 이어졌다.

그렇게 온몸에 침을 꽂아 고슴도치가 된 유한나.

“몸이… 하나도 뜨겁지 않아요.”

유한나가 놀라운지 눈을 크게 떠 보였다.

“머리도 엄청 맑고요!”

새로운 자신의 상태가 신기한지 몸을 더듬더듬, 거렸다.

시우는 그런 유한나의 손목을 덥썩, 붙잡았다.

“…에, 엣?”

유한나가 당황하는 것도 잠시.

“침을 건들면 안 됩니다. 큰일 날 수 있어요.”

시우가 엄중한 표정으로 경고를 했다.

“지금 임시로 뚫린 혈맥으로 양기가 배출되고 있습니다. 자칫 잘못 건드렸다간 양기가 역류할 수 있어요. 만일 그렇게 되면….”

시우는 붙잡은 유한나의 손목을 놓아 주며 말했다.

“한나 씨가 타 죽습니다.”

그러자 유한나가 핫!

화들짝 놀라며 움직임을 정지했다.

행여 꽂힌 침이 건드려질까.

눈동자만 이리저리, 굴리는 유한나였다.

시우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심하게만 건들지 않으면 되니, 그렇게까지 경직될 필요는 없습니다.”

“…아. 네, 네.”

유한나가 멋쩍게 웃으며 부끄러워했다.

“그런데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하나요?”

“30분 정도 계시면 됩니다.”

“30분….”

유한나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이 온몸에 꽂힌 침과 더불어 정말 고슴도치 같아 보였다.

“그럼 30분 뒤면 제 병은 완치가 되는 건가요?”

유한나가 한껏 기대 섞인 표정으로 물어 왔다.

하지만 시우는 그런 유한나의 기대에 부응하지 않고 살며시 고개를 저어 보였다.

“아뇨. 지금 뚫어 놓은 혈맥은 어디까지나 임시입니다. 며칠 지나면 다시 막힐 겁니다.”

원래 극양지체는 타고나기가 어렵다 뿐.

치료 자체는 굉장히 간단한 치료였다.

이처럼 혈맥과 기맥을 뚫어놓기만 하면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혈맥과 기맥이 완성되어 자리를 잡기 전에 뚫었어야 했다.

즉, 어린 나이에 행해졌어야 할 치료였다.

유한나와 같은 성인 여성은 치료하기가 매우 까다로웠다.

애초에 성인이 되기 전에 몸이 타올라 죽었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성인이 되어 이미 완성되고 자리 잡은 혈맥과 기맥은 쉽게 뚫을 수 없었다.

최소 몇 개월에 걸쳐 조심히 그리고 천천히 뚫어 내야 했다.

“그 말씀은….”

“치료를 계속 받으셔야 합니다.”

시우의 말에 유한나의 두 눈이 크게 떨려 왔다.

왜 그러나 싶은 생각도 잠시.

“가격은 얼마 정도….”

아무래도 치료비가 걱정이 된 모양인 듯싶었다.

마법사라는 이들은 돈에 허덕이는 것이 일상인 족속.

유한나가 시우의 전용 용광로가 된 것도 다 그 이유 때문이지 않았는가.

또한 장비값과 같이 치료비 또한 그에 버금간다고 생각한 것일까.

“제가, 돈이 별로 없어서….”

유한나가 초조한 어투로 물어왔다.

하지만 치료를 못하겠다는 말을 해 오지는 않았다.

유한나의 컴플렉스이자 트라우마.

진실은 극양지체라는 재능이 갖는 부작용이었다.

살아남기 위한 생존 본능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유한나는 그것을 알지 못했다.

본인에 대한 경멸과 환멸을 느낄 뿐이었다.

드러내지 못하는 치부를 참고 견디며 평생토록 살아온 유한나였다.

그건 겪어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고통이리라.

해서 유한나에게 있어 이 치료는 일생일대의 기회나 다름없었다.

이윽고 유한나가 슬금슬금, 시우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괜찮으면 다른 걸로 지불할 수 있을지….”

시선을 피하는 유한나의 얼굴은 다시금 홍당무처럼 달아올라 있었다.

양기를 배출하고 있기 때문일까.

달아오른 유한나의 얼굴 위로 뜨거운 김이 피어올랐다.

“음….”

시우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돈을 받으려면야 받을 수는 있었다.

그것도 적지 않은 돈을 말이다.

물론 유투브 광고와 장비 제작으로 여유가 있기는 했다.

그러나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

벌 수 있을 때 벌어 놓아야 했다.

하지만 지금 시우의 생각을 지배하는 것이 하나 있었다.

정확히는 아까부터 시우의 머릿속에는 온통 한가지 생각뿐이었다.

‘서아도 가능할 것 같은데….’

다름 아닌 서아가 앓고 있는 혈사병.

혈사병은 이름 그대로 혈액이 죽는 병이었다.

시우는 서아의 혈사병을 치료하기 위해 수많은 연구를 진행했다.

갓튜브 채널 중 화타의 영상을 가장 많이 봤을 정도로 계속해서 서아의 혈사병 치료에 몰두했다.

그리고 시우가 현재까지 밝혀 낸 혈사병의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았다.

일반인이 일정 농도 이상의 마력에 노출되면 두 가지 경우를 경험하게 된다.

마력과 공명하여 각성하거나.

마력에 피폭되어 극심한 이상 징후를 일으키거나.

그 이상 징후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피폭되자마자 즉사하거나.

뇌 기능에 이상이 생겨 수면에서 깨어나지 못한다든가.

감각에 이상이 생겨 바람만 불어도 통증을 느낀다든가.

대부분은 피폭되자마자 즉사를 경험한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죽지 않고 살아남는 경우가 있었다.

그리고 마력 피폭 증후군이라 불리는 수많은 불치병 중 하나를 앓으며 살아간다.

서아는 수많은 이상 징후 중 하나.

몸에서 생성된 혈액의 생명력이 월등히 약해지는 이상 징후를 겪었다.

그렇게 생명력이 극도로 약해진 혈액은 전신을 몇 번 순환하지 못하고 죽어 버린다.

서아의 경우 평균 1~2일 내지로 혈액이 사멸한다.

일반인 기준, 120일을 생존하는 혈액의 생명력과 비교하면 월등히 약한 생명력이었다.

이것이 바로 혈사병(血死甁).

즉, 혈사병의 원인은 혈액의 생명력에 있었다.

혈액의 생명력이 극도로 약해져 있기에 발생하는 병이었다.

혈액을 생성하는 골수 기능에 이상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랬다면 골수 기증과 같은 방법으로 치료했을 터.

시우는 연구했지만 아쉽게도 궁극적인 원인을 밝혀내지는 못했다.

왜 혈액의 생명력은 극도로 약해지는가.

마력의 피폭이 신체의 어떤 부분에 이상을 일으켰는가.

그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알아내지는 못했다.

말 그대로 ‘알 수 없는 이유’였다.

해서 시우는 서아의 혈사병을 완치할 수가 없었다.

혈액 건강제를 통해 혈액의 건강을 보조할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

‘서아에게 양기의 힘을 줄 수 있다면….’

양기(陽氣)는 생명력을 품고 있는 힘이다.

서아에게 양기의 힘을 줄 수 있다면 약해진 혈액의 생명력은 다시금 생명력을 찾을 수 있었다.

그로써 혈사병을 완치할 수 있었다.

물론 시우라고 이 치료법을 생각하지 못한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할 수 없었던 이유는 단순했다.

‘여자인 서아가 양기의 힘을 받을 수가 없었지.’

여자에게는 양기의 힘을 줄 수가 없었다.

반대로 남자에게는 음기의 힘을 줄 수가 없었다.

그랬다간 서로 다른 두 힘이 충돌하여 몸을 파괴해 버린다.

‘그런데 한나 씨는 여자이면서도 극양지체를 타고났단 말이지.’

여자가 어떻게 극양지체를 타고나며 멀쩡할 수 있는가.

이 물음에 대한 온전한 해답을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불가능하지 않다는 말이리라.

여자에게, 그러니까 서아에게 양기의 힘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증거가 바로 눈앞에 있었다.

그러니 유한나를 연구하다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서아를 치료할 결정적인 단서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더 나아가.

‘환골탈태에도 도움이 될 것 같은데.’

그리하여 시우의 절맥증을 치료할 방법 역시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깊어지는 고민.

그러나 그 고민은 길지 않았다.

“한나 씨, 제가 제안을 하나 더 드리고 싶습니다만.”

* * *

유한나와 헤어진 이후 시우는 곧장 집으로 향했다.

본격적으로 서아의 병을 치료할 준비를 하기 위함이었다.

해서 모든 것을 뒤로하고 집으로 향하던 찰나.

띠링!

품속의 스마트폰이 요란하게 울려왔다.

이윽고 확인한 스마트폰 화면 위.

<헤라클레스 님께서 영상 통화를 신청했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헤라클레스에게서 DM메시지가 와 있었다.

그렇기에 시우는 잠시 고민했다.

이제 슬슬 실압구독을 해야겠다.

하데스에게 정보를 알아 오기도 해야겠다.

기 싸움은 그만할 때가 되긴 했었으니 말이다.

실제로도 시우가 먼저 헤라클레스한테 연락을 하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이 너무나도 달라져 버렸다.

실압구독이고, 정보고, 나발이고.

지금은 서아의 병을 치료하는 게 가장 중요했으니 말이다.

“다음에 하자.”

시우는 별 고민 없이 스마트폰을 아공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정확히는 스마트폰을 아공간 주머니에 넣으려던 그 순간이었다.

“…아니지.”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시우는 문득 몸을 멈추었다.

“지금 이 상황을 화타랑 상의할 수 있지 않나?”

헤라클레스를 통해 어찌어찌하면 말이다.

해서 음양의 역행이 무엇인지 알아낼 수만 있다면….

잠깐의 고민.

“이야기 좀 해 봐야겠다.”

시우는 생각을 바꿔 헤라클레스의 영상 통화를 수락했다.

꾹.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