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225화 (225/250)

224화.

조조의 수백만 대군이 사라지는 건 정말이지 순식간이었다.

일단 일찌감치 조조가 도망친 영향이 컸다.

총사령관을 잃은 군대는 머리를 잃은 것이나 다름없었으니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빨리 줄행랑을 칠 줄은 몰랐는데.’

하여간, 조건달….

아니, 조조라 할 수 있었다.

어쨌든.

[뭐야, 이제 막 준비 운동 정도 되나 싶었는데.]

영상 속, 헤라클레스는 상당히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말 그대로 준비 운동도 되지 못한 것에 쩝, 근육을 다시고 있었다.

[어쩔 수 없지.]

이윽고 헤라클레스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후퇴한 제갈공명의 군대를 만나러 가려는지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거렸다.

하지만 깽판에 심취했던 것일까.

[…어디였더라?]

제갈공명이 어디로 갔는지 까먹은 모양이었다.

계속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것이 어째, 감조차 잡지 못하는 헤라클레스였다.

‘감도 못 잡는다고?’

아무리 깽판 때문에 신경이 분산되었다고 해도 헤라클레스는 헤라클레스였다.

괴력[怪力](SS) 감각의 원 소유자.

그런 헤라클레스가 감조차 잡지 못한다?

‘제갈공명이 진법을 펼치면서 퇴각했나 보네.’

시우는 금방 그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조조군이 제갈공명을 코앞에서 놓친 이유 역시 이 때문인 것 같았다.

‘그런데 그게 헤라클레스의 감각도 속일 정도였나?’

물론 헤라클레스가 겉보기엔 머리까지 근육으로 들어찬 괴생명체처럼 보이긴 했다.

하지만 겉모습만 그러하다 뿐.

헤라클레스는 결코 멍청하지 않았다.

되려 굉장히 전략적이고 현명했다.

가진 바 힘이 워낙에 괴랄해서 그렇지 신화 속 이야기를 조금만 살펴보면 헤라클레스의 지적 수준을 금방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헤라클레스 역시 제갈공명의 지략 앞에서는 한 수 접는다는 걸까.

‘S+등급이 마냥 S+등급만은 아니구나.’

시우는 새삼 제갈공명의 능력을 다시 깨달을 수 있었다.

어쨌든.

“헤르메스 님에게 도와 달라고 하시지.”

시우는 팝업 창의 헤라클레스에게 말했다.

헤르메스는 명계까지 자유자재로 출입할 수 있는 신들의 전령.

그 대상이 누구든, 어디에 있든 간에 제우스의 전언을 전달하는 전령의 신이었다..

아무리 제갈공명이라도 헤르메스마저 속일 수는 없었다.

[안 그래도 곧 나올 겁니다.]

아니나 다를까 팝업 창의 헤라클레스가 답했다.

그 말과 거의 동시에 번쩍!

초신속[超迅速](SS+)의 빛이 터져 나오며 어린 미소년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휘유~!]

외모와 상당히 잘 어울리는 앳된 목소리.

[예전 기간토마키아 때보다 더 강해진 것 같은데, 헤라클레스?]

바로 전령의 신, 헤르메스 되시겠다.

그리고 헤르메스 또한 갓튜브의 영상이 아닌 이렇게 보니 꽤나 반가웠다.

물론 이것도 갓튜브 영상이긴 했지만 말이다.

…아무튼 반가웠다.

“그래도 형제간의 정이 있나 보네요. 헤르메스 님이 헤라클레스 님을 도와주시는 거 보면요.”

가슴 옹졸한 그리스 로마의 신이나 그래도 혈육의 정은─.

[네? 아뇨.]

시우의 말이 끝나기도 전.

헤라클레스가 무슨 소리를 하냐며 말을 이었다.

[그냥 헤르메스가 재밌을 것 같다고, 자기도 껴달라 하길래 껴 준 것뿐입니다.]

음.

역시 그리스 로마 신들이었다.

‘아니, 이건 역시 헤르메스라고 해 야하나.’

전령의 신임과 동시에 사기와 장난의 신이기도 한 헤르메스.

‘생각해 보면 그 탄생 설화부터가 사기꾼이긴 했지.’

헤르메스는 아틀라스의 딸, 마이아와 제우스 사이에서 태어난 존재였다.

한마디로 제우스의 사생아.

헤라가 죽이지 못해 안달 난 아이라 할 수 있었다.

당장 헤라클레스만 봐도 그러했다.

헤라클레스 역시 헤르메스와 같은 제우스의 사생아.

헤라는 그런 헤라클레스를 죽이고자 갓난아기 때부터 별의별 짓을 하지 않았는가.

헤라클레스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제우스의 사생아들은 모두가 헤라의 위협을 받아 왔다.

그러나 딱 한 명.

저기, 헤르메스만은 유일하게 헤라의 위협을 받지 않았다.

‘갓난아기 때 아레스인 척, 헤라의 젖을 먹고 자랐다지 아마.’

전쟁의 신, 아레스는 제우스와 헤라 사이에 태어난 적자.

헤파이스토스와 마찬가지로 아레스는 신들의 왕자였다.

헤르메스는 그런 아레스로 둔갑해 헤라의 젖을 먹으며 자란다.

그러니까 태어나자마자 헤라에게 사기를 친 셈이었다.

‘누가 사기의 신 아니랄까 봐.’

반대로 생각하면 태어날 때부터 헤라의 이목을 속일 정도의 능력자라는 뜻이었다.

떡잎이 달라도 한참이나 남달랐다고 할 수 있었다.

훗날, 헤라는 이 진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자신의 젖을 먹이며 키운 정이 있기 때문일까.

헤라는 헤르메스의 정체를 알게 된 이후에도 헤르메스를 내치지 않고 귀여워한다.

그리하여 헤르메스는 헤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올림푸스의 12 주신이 될 수 있었다.

‘뻐꾸기도 아니고 원.’

남의 둥지에 알을 낳아 새끼를 위탁하는 뻐꾸기.

사실 헤르메스와 뻐꾸기는 연관이 있기도 했다.

뻐꾸기에 전령의 이미지가 덧씌워진 이유.

그 이유가 바로 뻐꾸기와 헤르메스의 탄생 설화가 엮였기 때문이니 말이다.

뭐, 어쨌든.

“이 부분은 편집으로 걷어 내야겠네요.”

시우는 뒤적뒤적, 방안에 널브러진 종이를 주워 들었다.

서아의 상태를 정리하던 여분의 문서.

시우는 펜을 들어 빈 여백에 해당 편집점을 기록했다.

[편집이요?]

그러자 영상의 왼쪽 아래.

팝업 창의 헤라클레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어 왔다.

“이 지루한 과정을 보여 줄 필요는 없으니까요. …잠깐.”

시우는 편집점을 마저 기록하고는 헤라클레스에게 말했다.

“설마 그냥 풀 영상으로 올리실 생각이었어요?”

[어….]

헤라클레스가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며 답을 회피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뻔히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러면 안 되는 건가요?]

아니나 다를까였다.

“지난 번에 편집의 중요성을 말씀드렸잖아요.”

[그랬...었죠.]

누가 봐도 기억 못 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니 앞서 운동 영상을 풀 영상으로 올렸겠지.

시우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말이 나와서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헤라클레스 님이 혼자서 올렸던 영상 말입니다. 편집만 했어도 구독자가 이렇게까지 떨어지지는 않았을 겁니다.”

물론 영상 자체가 재미없긴 했다.

그러나 단지 그것만으로 구독자 10,000킬을 할 수 있었던 아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영상의 길이였다.

11시간, 13시간, 12시간.

어느 하나 10시간 미만의 영상이 없었다.

대체 그걸 누가 본단 말인가.

물론 진성 헬창 신(神)들이 보긴 했다.

그러니까 911명의 헬창 신(神)들이 말이다.

“또한 운동 영상이라도 적절한 상황극과 웃음 코드를 섞으면, 그 나름대로 인기를 얻을 수도 있고요.”

[아, 아하!]

헤라클레스가 이해했다는 듯 소리쳤다.

그런데 딱 봐도 시우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하기사, 그걸 알았으면 그런 영상을 업로드하지 않았겠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근육밖에 없는 인간이지 않은가.

아니, 괴생명체이지 않은가.

“어쨌거나, 저번에 말씀드린 것도 있으니 이 영상 편집은 제가 해 드릴게요.”

[저는 은사님만 믿고 있겠습니다!]

콰아아아아앙!

갑자기 터져 나오는 폭발음.

그러나 영상에서 터져 나온 폭발음이 아니었다.

다름 아닌 화면 왼쪽 아래의 팝업 창.

팝업 창 속의 세계가 다시 한번 붕괴되고 있었다.

시우는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고는 재생되는 영상에 집중했다.

번쩍! 번쩍!

영상으로 초신속[超迅速](SS+)의 빛이 터져 나왔다.

그럴 때마다 풍경이 휙휙, 바뀌며 지나갔다.

‘그 짧은 사이에 얼마나 퇴각한 거야.’

제갈공명에 대한 놀라움이 절로 떠올랐다.

그와 동시에.

띠링!

<진정한 초신속[超迅速](SS+)을 견문했습니다.>

<초신속[超迅速](SS+)의 숙련도가 소폭 상승합니다.>

<초신속[超迅速](SS+) 숙련도 52.88%[+1.1%]>

‘저게 진짜 초신속이구나.’

진정한 헤르메스의 초신속[超迅速](SS+)에 대한 놀라움이 또한 같이 느껴졌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저 멀리, 퇴각하는 유비군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윽고 번쩍, 하는 빛과 함께 콰아아앙!

갑자기 커다란 폭발음이 들려왔다.

혹시 헤라클레스가 또 바닥에 머리를 찧었나?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이번에 터져 나온 폭발음은 팝업 창이 아닌 영상의 것이었다.

다름 아닌 하늘에서 떨어진 괴생명체가 자아낸 폭발음.

‘헤르메스가 무겁다고 또 내던졌나 보네.’

이쯤 되면 일부러 그러는 게 확실해 보였다.

아무튼.

갑작스러운 괴생명체의 등장에 퇴각하던 유비군이 모두 움직임을 멈추었다.

자욱히 피어난 먼지 안개.

그 사이로 헤라클레스가 다시 한번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너희들 중 화타라는 인물이 누구냐.]

이 정도면 한채린도 감탄하지 않을까 싶었다.

사족을 자르다 못해 몸통까지 내다 버리는 대화법.

헤라클레스는 그 수준을 한참이나 넘어 몸통 자체를 박살 내 버리고 있었다.

이윽고 유비군 사이로 여러 사내들이 걸어 나왔다.

제갈공명과 더불어 유비, 관우, 장비.

[뭐, 뭐시여?!]

[이, 이 괴물은 대체…?]

[물러나십시오, 형님.]

헤라클레스를 처음 본 장비, 유비, 관우의 반응이었다.

다행히 앞서 한 번은 봤던 제갈공명이 침착하게 대응했다.

[당신이 어떻게 여기에…?]

물론 제갈공명 역시 벙찐 표정인 건 변함 없었다.

[사문진법을 펼치며 왔는데 어떻게 이리….]

제갈공명은 떨리는 두 눈은 분명한 경악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제갈공명은 곧 냉정을 되찾으며 말했다.

[그런데 조조군을 막아서겠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모두 처리했다.]

[……?]

지어지는 제갈공명의 표정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그런 제갈공명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해라. 너희들 중 화타라는 자가 누구냐.]

저 할 말만을 지껄이는 우리의 헤라클레스였다.

[화타 선생님을 아십니까?]

[아니.]

[……????]

제갈공명의 표정에선 이해라는 것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헤라클레스라는 존재를 이해하기 거부하고 있었다.

[헌데, 어째서 화타 선생님을 찾으시는지?]

[우리 은사님께서 찾아오라고 하셨다.]

[은사님…?]

시우 역시 같은 통찰력(S+)을 지니고 있는바.

지금 제갈공명이 느끼고 있는 심정을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은사님이라는 분이 무슨 연유로 화타 선생님을 찾으시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제갈공명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보다 정확히는 이 괴생명체를 한시라도 빨리 떼어 놓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현재 화타 선생님은 이곳에 없습니다. 화타 선생님은 조조군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역시, 그럴 것 같긴 했다만.’

제갈공명의 말에 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 화타 채널에 영상이 업로드되지 않는 게 이상하다 싶었으니까.

해서 이번 영상 컨텐츠 기획하기 전에 조사를 해 본바.

위와 같은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이번 전쟁도 사로잡힌 화타 선생님을 구조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지금 퇴각하는 유비군이었다.

[보다 못한 조자룡 장군께서 화타 선생님을 구하고자 홀로 적진에 뛰어드셨습니다만….]

오호대장군 중 한 명인 조자룡.

조자룡은 유비의 아들, 유선을 구하기 위해 조조의 진영으로 홀로 뛰어든 적이 있었다.

그리하여 조조의 백만대군을 종횡무진 누비며 유선을 구출해 낸 기염을 토해 내었다.

하지만 이곳은 삼국지가 아닌 갓튜브라는 것일까.

[조자룡 장군께서도 결국….]

어두운 제갈공명의 표정이 그 답을 대신해 주고 있었다.

[그런가.]

헤라클레스는 가만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 잠시.

[가서 따뜻한 술과 잔을 준비해 와라.]

“응?”

뜬금없는 헤라클레스의 말에 시우의 고개가 절로 기울어졌다.

“잠깐만요. 설마 저거 지금….”

[그게 갑자기 무슨 말씀이신지…?]

시우와 제갈공명의 목소리가 겹치며 들려왔다.

[은사님이 지시하신 대로 했습니다요!]

[잔말 말고 가져와라.]

이번엔 팝업 창의 헤라클레스와 영상 속의 헤라클레스의 목소리가 겹치며 들려왔다.

“……”

[……]

이에 시우와 제갈공명의 표정이 동시에 벙쪄 올랐다.

멍한 정신.

이윽고 영상 속의 제갈공명이 한쪽으로 눈짓을 해 보였다.

이러나저러나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걸까.

대충 비위 맞춰 주고 보내려는 것 같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술과 잔이 대령되었다.

헤라클레스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 술이 잔에 다 채워지기 전에 돌아오도록 하지.]

“…예?”

[…예?]

다시 한번 시우와 제갈공명이 동시에 소리쳤다.

그러니까 같은 통찰력(S+)이 똑같은 의문을 표하고 있었다.

해서 시우는 팝업 창의 헤라클레스에게.

제갈공명은 영상 속의 헤라클레스에게.

“저게 무슨 말씀이세요?”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시우와 제갈공명이 물었다.

물론 시우는 알고 있었다.

말마따나 저건 시우가 지시한 일이었으니까.

그러나 한편으로는 지시하지 않은 일이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시우가 지시한 건 ‘술이 다 식기 전’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지금 뭔….

[어이! 헤르메스!]

헤라클레스가 하늘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그와 동시에 번쩍!

새하얀 빛이 터져 나오며 화면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말 그대로 갑자기였다.

그 어떠한 전조 증상조차 없이 화면이 바뀌었다.

그리고 보인 것은….

“화타…?”

감옥에 갇힌 화타의 모습이었다.

이 말은 즉.

“설마, 저기 조조군 본진이에요?”

[맞습니다.]

팝업 창의 헤라클레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헤르메스가 미리 찾아 놓았지 뭡니까.]

“……”

시우는 그만 말문이 막혀 버렸다.

눈 깜빡할 사이에 그 먼 거리를 이동했다고?

편집인가 싶었지만 그럴 리가 없었다.

지금 보는 건 풀영상.

즉, 편집 전의 영상이었으니 말이다.

애초에 헤라클레스는 편집을 할 줄도 몰랐다.

저게 진짜 초신속[超迅速](SS+)인 건가.

하는 생각과 동시에.

저게 어딜 봐서 초신속[超迅速](SS+)이라는 걸까.

하는 생각이 같이 떠올랐다.

이 정도면 공간이동이라 봐도 무방하지 않은가.

[네가 화타냐?]

영상 속, 헤라클레스가 깡패처럼 물었다.

저게 구해 주러 온 건지.

아니면 때리러 온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화타가 당황하며 답했다.

[그, 그렇소만. 그대는 누구….]

[우리 은사님께서 찾으신다.]

그러더니 콰앙!

헤라클레스가 화타가 갇혀있는 감옥을 통째로 무너뜨려 버렸다.

[비상! 비상!]

[침입자다!]

소란을 감지한 조조군 본진에 비상이 걸렸다.

그리고 그 이후로 펼쳐진 장면은….

시우의 시나리오를 완전히 벗어나고 있었다.

[닭 잡는 일에 어찌 소 잡는 칼을─ 커헉!]

한방 컷도 되지 않은 화웅.

[이게 무슨 소란─ 꺼헉!]

그 뒤를 따라가는 여포.

화웅과 여포가 왜 조조군에 있는가.

이 물음과 의문이 떠오르기도 전에 상황이 끝나 버렸다.

그 뒤로 장료, 장합, 하후돈, 전위, 허저….

천하에 위용을 떨친 조조의 휘하 장수들이 죄다 나가떨어졌다.

이른바 눈빛 컷.

그 말도 안 되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었다.

이윽고 다시 번쩍!

새하얀 빛이 터져 나오며 화면이 일시에 바뀌었다.

쪼르르….

그와 동시에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름 아닌 헤라클레스가 주문한 술이 이제 막 잔에 담기기 시작하는 소리였다.

[구해 왔다. 그리고 잡아 왔다.]

헤라클레스는 두 명의 사람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옥에 갇혀 만신창이가 된 화타.

무슨 이유에서인지 만신창이가 된 조조.

‘조조는 또 언제 사로잡은 건데?’

시우는 그냥 생각을 포기해 버렸다.

그리고 그건 비단 시우만의 결정이 아니었다.

[…….]

[…….]

[…….]

헤라클레스를 바라보는 사람들 역시 생각을 포기해 버렸다.

어이가 승천하는 광경이 실시간으로 재생되고 있었다.

단 몇 초 만에 천하를 통일해 버린 상황.

어찌 어이가 승천하지 않고 배길 수 있을까.

무엇보다 우리는 왜 그렇게 아등바등 싸웠던 걸까.

내려앉는 침묵 사이.

[조조공, 어이하여 몸만 오셨소.]

한쪽에서 걸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라본 그곳엔 녹색 도포를 입은 사내.

관우가 흡족한 표정으로 사로잡힌 조조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자 크흠!

관우가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회피했다.

그럼에도 집중되는 시선이 부끄러운 걸까.

관우의 얼굴이 점점 시뻘게지기 시작했다.

[하, 한 번… 해 보고 싶었소이다. 크흠.]

변명하듯 말을 내뱉는 관우의 모습은 꼭, 대추처럼 붉은 얼굴이었다.

* * *

그렇게 끝이 난 영상.

그런데 뭐라고 해야 할까.

[어떻습니까, 은사님? 영상은 괜찮게 뽑혔습니까?]

“…….”

시우는 그만 할 말을 잃어버렸다.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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