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231화 (231/250)

230화.

두근두근!

요동치는 심장이 가슴을 거세게 두들겼다.

이성이 본능에 삼켜지듯, 머릿속이 온통 새하얘졌다.

띠링!

<불혹(不惑)의 정신이 매혹(魅惑)에 저항합니다.>

<군자심[君子心] - 인의예지[仁義禮知](SSS) 숙련도 55.53%[+2.3%]>

다행히 공자의 군자심[君子心](SSS)이 작동하며 이성이 되돌아왔다.

머리가 차갑게 식으며 터질 것 같던 심장 또한 차분히 그 열기를 식혀 갔다.

비로소 돌아온 정신.

‘대체 왜…?’

…이해할 수가 없었다.

클레오파트라의 매혹[魅惑](SR).

SR등급이 어떤 등급인지는 알지 못했다.

그러나 평범한 등급은 아님은 어림짐작하고 있었다.

클레오파트라의 영상을 살펴본 바.

영물, 환수, 요괴, 신수, 영수.

흔히 환상종에 속하는 동물들을 매혹시킬 정도로 강력했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공자의 군자심[君子心](SSS)이 갖는 정신력조차 뚫을 정도였다.

필시 평범한 등급은 아닐 터.

하지만 그런 강력한 힘과는 별개로 발동 메커니즘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나마 알아낸 사실은 시우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발동된다는 것.

하지만 어떤 공통점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왜 한채린한테만…?’

지금까지 매혹[魅惑](SR)은 한채린에게만 발동했다.

다른 이성에게도 매혹[魅惑](SR)의 힘이 작용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한채린에게만은 시우의 정신이 같이 매혹되었다.

‘대체 무슨 차이가 있길래?’

하물며 지금 물끄러미 시우를 바라보는 한채린의 표정.

저 사슴 같은 얼굴은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 사슴과도 같았다.

지난 번과 같은 기색이 전혀 엿보이지 않았다.

이번엔, 시우만 매혹된 상황이었다.

상대방이 아닌 시전자만을 매혹한다?

‘…클레오파트라랑 만나 봐야겠다.’

아무래도 이 힘에 대한 정체를 확실히 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상대방만 매혹된다면….

사실 크게 문제가 될 건 없었다.

아니, 그것도 문제가 되긴 했다.

다만 어찌 시우가 컨트롤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우도 같이 매혹된다면?

더 나아가 ‘시우만’ 매혹된다면?

이건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었다.

공자의 군자심[君子心](SSS)이 있었기에 그냥 넘어갔지, 아니었다면 시우가 이성을 잃어 무슨 짓을 저질렀을지 몰랐다.

단순히 윤리적인 문제가 아니었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전투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상황이 펼쳐졌다 생각해 보라.

‘발동 방식을 확실히 알아야 겠어.’

통제 불가능한 힘은 없느니만 못하다.

그렇기에 가장 좋은 건 구독료를 미납하여 매혹[魅惑](SR)의 힘을 일시 중지시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도니스 사교계 입성을 위해서라도 그럴 수는 없었다.

“이상해요.”

그 순간 들려온 한채린의 목소리.

설마 한채린도…? 하는 생각이 들던 찰나.

“몸이 괜찮은지, 안 괜찮은 건지 잘 모르겠어요.”

“…아.”

방금 내가 몸은 괜찮냐고 물었었지 참.

매혹[魅惑](SR)에 정신이 빼앗긴 탓에 방금 전의 질문조차 까먹고 있었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가슴이 짓눌린 것처럼 많이 아팠어요. 그런데….”

한채린이 살며시 두 손을 모아 본인의 가슴을 지그시 눌렀다.

“시우 씨랑 같이 있으니까, 가슴이 하나도 아프지 않아요.”

그 모습이 꼭 하늘에서 내려온 여신─.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아무래도 아직도 매혹[魅惑](SR)의 힘이 작용하는 모양이다.

공자의 군자심[君子心](SSS)은 그 힘에 맞서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상황.

SR등급과 SSS등급의 혈전.

여러모로, 클레오파트라와 만나 봐야 할 것 같았다.

어쨌든.

‘마음의 병이 맞는 것 같네.’

확실히 한민아의 말처럼 한채린은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것 같았다.

한민아는 혹시 모르니 한채린의 몸을 구석구석, 살펴보라 했었다만….

‘큰 의미는 없지.’

정신 질환은 신의술[神醫術](S+)로도 어찌할 수 없는─.

‘…아니지.’

일순간 시우의 머릿속으로 하나의 생각이 번뜩였다.

‘천무지체는 어떠한지 한번 보고 싶기는 한데.’

유한나의 극양지체를 연구함으로써 양혈제(陽血劑)를 개발해 낼 수 있었다.

그로써 서아의 혈사병을 치료할 수 있음과 동시에 열화된 환골탈태를 이루어 낼 수 있었다.

비록 부작용의 일환이었지만 말이다.

어쨌든.

극양지체를 연구한 것이 이 정도 성과였다.

그렇다면 천무지체는 과연 어떠할까.

‘환골탈태를 할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가 있지 않을까 싶은데.’

최소한의 실마리라도 얻을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잠깐의 고민.

무엇보다 이런 때가 아니면 언제 한채린의 몸을 볼 수 있단 말인가.

시우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실례가 안 되면 그… 제가 채린 씨 몸을 좀 살펴봐도 괜찮을까요?”

오해를 살 법한 말이었음에도 한채린의 무표정한 얼굴은 변함이 없었다.

차가운 냉기를 담은 표정.

그러나 전신에 두른 분위기가 완전 돌변해 있었다.

얼음과 같은 불꽃.

한채린에게서는 차가움과 뜨거움이 공존하는 분위기가 느껴지고 있었다.

이윽고 한채린이 고개를 끄덕, 수락의 의사를 밝혀 왔다.

그만큼 시우를 믿는다는 걸까.

변명의 말을 생각하고 있던 시우만 멋쩍을 뿐이었다.

“그럼 잠시.”

시우는 천천히 한채린에게 다가갔다.

한채린과 많은 시간을 보내왔지만, 이렇게 가까이 그리고 이렇게 자세히 한채린을 살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어째, 미모에도 향기가 배어 나오는 걸까.

가까이 다가간 한채린에게서 기분 좋은 꽃향기가 맡아졌다.

띠링!

<불혹(不惑)의 정신이 매혹(魅惑)에 발악합니다!>

<군자심[君子心] - 인의예지[仁義禮知](SSS) 숙련도 61.24%[+5.71%]>

…치열하던 혈전이 한쪽으로 순간 기울었다.

시우는 거세게 고개를 흔들었다.

어디까지나 환골탈태를 위한 일이다.

절대로. 절대로 매혹(魅惑)에 이끌려 하는 일이 아니다.

시우는 스스로를 다독이며 한채린의 몸을 살폈다.

‘확실히….’

유한나와는 차원이 달랐다.

만사형통(萬事亨通).

혈맥(穴脈)과 기맥(氣脈)이 막힘없이 모두 뚫려 있었다.

단순히 뚫려 있다 뿐인가?

시우가 가르쳐 준 태극[太極](SS).

비록 열화된 힘이나 한채린의 천무지체(天武肢體)는 그 힘을 능히 받아 내고 있었다.

그리하여 극양(極陽)과 극음(極陰).

삼재(三才)와 오행(五行).

우주 삼라만상의 기운이 원활히 흐르고 있었다.

‘진짜 엄청나네.’

시우조차 경이로움을 느낄 정도였다.

인간이 아니라 신(神)의 육체라 해도 믿을 수 있었다.

‘…붉은 그림자가 한채린을 제물이라 말한 것도 이 때문이었던 건가?’

매우 높은 가능성이었다.

하지만 음.

‘그런 것치고 붉은 그림자가 쉽게 포기했단 말이지.’

금방 고개를 저었다.

듣기로 한채린은 스스로의 목숨을 빌미로 붉은 그림자를 막아섰다고 들었다.

그러나 붉은 그림자는 거절했다고.

정확히는 신경 쓰지도 않았다고 들었다.

그러면서 붉은 그림자가 말하길.

[번거롭지만 제물은 다시 구하면 되는 일.]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천무지체는 역사상 한 명 존재할까 말까 한 재능이었으니까.

‘설마하니 이 정도일까 싶긴 했는데.’

솔직히 어느 정도 과장이 섞여 있다고 생각한 건 사실이었다.

그런데 지금 보니 전혀 아니었다.

‘직접 보고 있는데도 이런 재능이 실제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게 믿기질 않네.’

전혀 과장이 섞여 있지 않았다.

그렇기에 ‘번거롭다’라는 걸로 퉁칠 수 있는 종류가 아니다.

번거로운 정도가 아니라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한채린을 포기했단 말이지.’

그렇다는 건 제물의 요건이 천무지체는 아니란 뜻이다.

허면 제물이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애초에 붉은 그림자는 릴리트를 부활시켜 무엇을 도모하려 했던 걸까.

생각이 깊어졌다.

바로 그때.

“이상…해요.”

한채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채린은 꽤나 당황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마치 자기감정을 주체하지 못한다고 해야 하나.

로봇이 사람의 감정을 배운다면 꼭 저러할 것 같았다.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요.”

한채린의 눈망울이 시우에게 닿았다.

그와 동시에 띠링!

<불혹(不惑)의 정신이 매혹(魅惑)에 굴복합니다!>

…방심했다.

그리고 위험하다.

시우는 황급히 한채린에게서 떨어졌다.

그러나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멀어지려던 움직임은 반대로 한채린과 가까워지려는 행동으로 바뀌었다.

다른 누군가에게 지배당한 것처럼 통제에서 벗어나 버렸다.

이성이 끊어질 듯이 아려 왔다.

몸이 후끈 달아올랐다.

혈관이 익을 듯한 열기에 피가 끓어올랐다.

그 순간.

띠링!

<화타 님께서 영상 통화를 신청했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이성을 일깨우는 갓튜브의 알림음이 들려왔다.

시우는 가까스로 한채린에게서 떨어질 수 있었다.

여전히 아찔거리는 정신.

“오늘은 이만 가 보겠습니다…!”

시우는 황급히 병실 밖을 나갔다.

* * *

도망치듯 나온 병실 밖.

“하아…! 하아…!”

시우는 거칠어진 호흡을 진정시켰다.

그럼에도 달아오른 정신은 여운이 남아 아직도 뜨거웠다.

이번엔… 정말로 위험했다.

이성이 완전히 먹혀 버릴 뻔했다.

아니, 먹혀 버렸다.

화타의 DM메시지가 아니었다면 어떤 일이 발생했을지는….

“대체 뭐가 어떻게 되어 먹은 힘인 거야.”

시우는 씹듯이 말을 내뱉었다.

아무래도 당분간 한채린을 만나는 건 자제해야 할 것 같았다.

매혹[魅惑](SR)의 메커니즘을 알아내기 전까지는 한채린을 직접 만나는 건 피해야 할 것 같았다.

“후우….”

겨우 진정된 정신.

그때서야 화타에게서 온 통화 수락 버튼을 누를 수 있었다.

꾹.

가벼운 터치와 함께 팟!

화면이 바뀌며 누가 봐도 ‘나 의원이오!’라고 말하는 인상의 노인이 비쳐 보였다.

신의(神醫), 화타.

[어떻게 되었소?]

통화가 연결되자마자 화타가 물어 왔다.

사족 따위는 내다 버리는 한채린의 대화법.

그러나 이미 한채린에게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졌다는 걸까.

시우는 화타가 양혈제(陽血劑)를 투여한 서아의 상태를 묻는 것임을 바로 알 수 있었다.

“부작용이 있었습니다.”

[……!]

화타의 주름진 얼굴이 충격으로 물들었다.

화면 너머로 보이는 두 눈동자는 심히 떨리고 있었다.

괜히 새어 나오는 웃음.

“좋은 쪽으로 말이요.”

시우는 그간 있었던 일들을 모두 말해 주었다.

그렇게 짧은 이야기가 끝이 나고.

[허어…!]

화타의 주름진 얼굴이 다시 한번 충격으로 물들었다.

그러나 방금 전과는 다른 종류의 충격이었다.

[열화된 것이나마 환골탈태를 이루었다니!]

화타의 충격은 이내 경악으로 번져 나갔다.

“전부 화타 님 덕분입니다. 정말로, 정말로 감사합니다.”

시우는 그런 화타에게 진심을 담아 감사를 전했다.

그러자 화타가 퍼뜩, 정신을 차리더니 가벼이 손사래를 쳐 보였다.

[내가 무슨. 다 자네가 한 것이지.]

“옆에서 많이 도와주시지 않으셨습니까.”

[말 그대로 도와주고 거들어 준 것이지 않소. 치료 방법을 떠올린 것도 자네였고, 그 가능성을 열어 둔 것도 전부 자네이지 않소이까.]

화타는 당치도 않다며 마구 손사래를 쳐 보였다.

“저 혼자였다면 결코 할 수 없었을 겁니다.”

그러나 시우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말마따나 시우가 모든 걸 준비한 건 사실이었다.

화타가 옆에서 거들어 주기만 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화타가 거들어 주지 않았다면, 양혈제(陽血劑)는 완성할 수 없었다.

화타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서아를 치료할 수 없었다.

어쩌면.

발현된 부작용이 열화된 환골탈태가 아닌, 혈액암으로 변질되었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그런 의미로 시우는 양혈제(陽血劑)를 혼자만의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의미로 화타 님. 그 양혈제 말입니다.”

시우는 양혈제(陽血劑)의 처분에 대해 화타에게 말해 주었다.

천 원이란 가격.

그리하여 전 세계로 유통될 것임을 자세히 말해 주었다.

화타와 상의하지 않은 시우의 독단적인 결정이었다.

“해서 화타 님께는 그에 상응하는 보답을 드리려 합니다.”

헤라클레스처럼 영상 컨텐츠를 알려 준다든가 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시우는 화타의 말을 기다렸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아무래도 내가 사람 하나는 잘 본 것 모양이구려.]

화타가 선선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긴가민가했었지만, 이제는 확실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소.]

화타의 두 눈이 시우에게 향했다.

[자네에게 나의 모든 것을 전수해 주겠소. 아니, 전수하게 해 주시오.]

“…예?”

시우는 저게 무슨 말인가 싶었다.

보답을 하겠다는데 되려 보답을 해 주겠다니?

[저번에도 말했다시피 자네가 나의 의술을 알고 있다 했을 때, 굉장히 안도했다오.]

나의 의술이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았구나.

[그러나 사실 한편으로는 두려워했다오. 나의 의술은 사람을 살릴 수도, 사람을 해칠 수도 있으니 말이오.]

신의술[神醫術](S+).

죽은 자도 살릴 수 있는 화타의 의술.

그러나 이 의술은 사용하는 자에 따라 그 의미를 달리했다.

당장 양혈제(陽血劑)를 예로 들 수 있었다.

양혈제(陽血劑)는 마력 피폭 증후군을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다.

해서 시우는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었다.

양혈제(陽血劑)를 사용해 사람을 살리거나.

양혈제(陽血劑)를 빌미로 사람을 협박하거나.

[그런데 그런 나의 우려와는 달리, 자네는 나의 의술을 많은 사람들을 살리는 데 사용해 주었소.]

“그건….”

시우는 가벼이 손사래를 쳐 보였다.

화타가 생각하는 것처럼 딱히 숭고한 신념 때문에 한 일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세상에 사연 없는 환자는 없소이다.]

화타는 딱히 개의치 않아 했다.

[자네가 어째서 그런 결정을 했는지는 잘 모르오. 하지만 중요한 건 그대는 사람을 살리기로 결정했다는 것이지.]

“…….”

[그대와 같은 이가 나의 의술을 사용한다는 것이 정말로 다행이란 생각이 드는구려.]

화타는 다시 한번 선선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해서 다시 한번 부탁드리겠소. 부디 나의 모든 것을 이어받아 주시오. 그리하여 세상에 나의 의술을 남겨 많은 사람들을 구해 주시오.]

시우는 차마 뭐라 답할 말이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바로 고개를 끄덕여도 모자랐다.

서아의 혈사병을 치료했지만 신의술[神醫術](S+)의 과정은 이게 끝이 아니었으니까.

아직 환골탈태에 이르기 위한 과정이 남아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금방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양혈제(陽血劑)가 보인 열화된 환골탈태.

조금만 연구하면 닿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러나 한채린의 천무지체(天武肢體)를 보고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신(神)의 육체로의 탈피, 환골탈태.

까마득하다.

감히 닿을 수 있을까 싶다.

그렇기에 시우는 계속해서 신의술[神醫術](S+)을 연구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화타의 지식은 반드시 필요했다.

갓튜브 영상이 아닌, 화타 본인에게서 직접 배우는 지식.

고소원 불감청(固所願 不敢請).

마음속으로는 바라고 있으나, 감히 청하지는 못한다.

화타의 제안은 시우에게 있어 ‘고소원 불감청’이었다.

[부디 내가 하지 못했던 일을 대신 부탁드려도 되겠소?]

그러나 차마 고개를 끄덕일 수가 없었다.

시우는 긴 고민 끝에 천천히 입을 열었다.

“죄송하지만, 저는 화타 님처럼 숭고한 신념 같은 것이 없습니다. 세상을 위해 제 모든 것을 희생할 수 있다고는… 말씀드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시우는 성인군자가 아니다.

공자의 군자심을 이어받고 있으나 시우는 공자가 아니었다.

적당히 욕심을 부리고.

적당히 이기적인 인간.

예수, 석가모니, 공자.

동서고금에 으뜸가는 성인(聖人)과 같은 희생정신이 시우에게는 없었다.

당연하게도 화타의 고결한 뜻을 따를 수 있을 거라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행복을 진심으로 빌어 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무엇인지 아시오?]

이어진 화타의 말.

[바로 나부터 행복해지는 것이외다.]

화타는 선선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람이 어찌 완벽할 수 있겠소이까. 내가 자네에게 바라는 건 그리 큰 것이 아니오. 이번 일 정도만 해 주어도 나는 충분히 만족한다오.]

그런 화타의 말에 시우는 그때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화타가 껄껄, 웃으며 기뻐했다.

[그럼, 말이 나온 김에 바로 수업을 시작할까 하는데.]

“저야 좋죠.”

시우는 발걸음을 서아의 병실로 향하며 화타의 수업을 경청했다.

* * *

<마력 피폭 증후군 치료제 개발!>

<한국 식약청, 안정성에 대한 정밀 검토 중. 조만간 결과 나올 것.>

<미국 FDA 국장, 레이런. 진위 여부 파악을 위해 직접 한국 방문.>

마력 피폭 증후군의 치료제가 개발되었다는 소식이 일파만파 퍼져 나갔다.

하지만 아직 시약 단계이기에 그다지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다.

그간 마력 피폭 증후군의 치료제를 개발했다는 말들은 더럿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거짓말이었다.

일명 ‘약팔이’라 불리는 사기꾼.

해서 안정성을 비롯한 효용성이 검증되기전까지 어디까지나 찌라시로 존재할 뿐이었다.

그러나 알 만한 사람들은 안다는 걸까.

아니면 이번 개발자의 이름이 심상치 않기 때문일까.

<마력 피폭 증후군 치료제 개발자가… 맹시우?!>

<세계 최초 S+급 헌터. 그의 한계는 어디인가.>

<정말로 미국이 경악하고, 중국과 일본이 눈물 흘렸다!>

찌라시는 사그라들지 않고 계속해서 인터넷 상으로 퍼져 나가고 있었다.

하여, 지금.

콰앙!

“이놈이나, 저놈이나…! 죄다 맹시우, 맹시우!”

S급 헌터, 이예준은 치미는 분노를 참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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