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236화 (236/250)

235화.

배신자?

들려오는 미친 여우의 말에 시우는 잠시 움직임을 멈추었다.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이었다.

배신자라는 단어 자체의 뜻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시우를 배신자라 지칭하는 것.

그 의미를 알 수 없었다.

미친 여우는 두 발로 땅을 딛고 서 있었다.

뇌령청룡각(雷領靑龍脚)의 힘에도 미친 여우는 쓰러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이 타격이 없다는 뜻은 아니었다.

피를 뒤집어쓴 듯 새빨갛게 물든 전신.

균형을 잡지 못하고 휘청거리는 미친 여우는 상당히 위태로웠다.

“…배신자! 너는 우리를 배신했어! 우리를 배신하고 신의 편에 서기로 한 거야!”

그럼에도 미친 여우는 목소리를 내뱉기를 멈추지 않았다.

서 있기조차 버거운 상태임에도 미친 여우는 시우를 향해 지독한 분노를 터트리고 있었다.

“왜 우리를 배신했어? 응? 왜 우리를 배신했어?!”

미친 여우의 분노가 들끓는다.

“그런다고 네 죄가 용서받을 거라 생각한 거야? 그런다고 네가 다시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거야?”

미친 여우는 그 이름 뜻 그대로 미친 것처럼 보였다.

가면 속에 가려진 얼굴은 더 이상 가려짐의 의미를 갖고 있지 않았다.

“웃기는 소리 하지 마!!!”

폭발하는 악의.

“넌 용서받을 수 없어! 넌 절대로 용서받을 수 없단 말이야!!”

아무리 속죄해도!

아무리 용서를 구해도!

“용서할 수 없어. 용서할 수 없어. 용서할 수 없어. 용서할 수 없어. 용서할 수 없어.”

미친 여우가 온몸을 벅벅, 긁어 댔다.

긁히고 까진 피부.

그 사이로 피처럼 끈적한 마력이 흘러나왔다.

흘러나온 마력이 미친 여우의 전신을 뒤덮어 갔다.

뒤덮은 피의 마력이 미친 여우의 살점을 녹이고, 뒤틀어 버리기 시작했다.

꾸드득!

그것은 미친 여우를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존재로 탈바꿈해 갔다.

들끓는 악의(惡意)가 공간을 일그러뜨린다.

그 어떤 표현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기괴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끝내 그 모습이 보였을 때.

【너는 결코 용서받을 수 없어!!!】

미친 여우에게서 더 이상 인간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동시에 악마라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끄아아아힛아킥!”】

저것.

그런 표현만이 저 존재를 설명할 수 있을 뿐이었다.

태고의 악(惡)과도 같았으며, 혐오스러운 흉물이라 할 수 있었다.

시우는 차마 정의할 수 없는 흉물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 순간 번─쩍!

새하얀 빛이 터져 나오며 흉물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한번 번쩍!

시야 앞으로 빛이 터져 나오며 흉물이 시우의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

시우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단순히 흉물의 움직임을 놓쳤다는 사실 때문만이 아니었다.

다름 아닌 지금 흉물이 보인 움직임.

‘초신속…?’

헤르메스의 초신속[超迅速](SS+)과 너무도 닮아 있었다.

아니, 닮아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틀림없는, 헤르메스의 초신속[超迅速](SS+)이었다.

【“아희히힉!”】

기괴한 흉물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시우는 오리할콘 권갑을 꽈득!

괴력[怪力](SS)의 힘을 끌어내며 주먹을 내질렀다.

꽈아앙!

커다란 폭발이 일며 흉물의 몸이 주춤,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시우는 흉물을 따라붙을 수가 없었다.

‘괴력…?’

시우의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헤라클레스의 괴력[怪力](SS).

방금 흉물이 선보인 힘은 분명 헤라클레스의 괴력[怪力](SS)이었다.

‘어떻게…?’

의문이 이어질 틈도 없이 흉물이 달려들었다.

청룡의 용마혼[龍魔魂](SS).

장삼봉의 태극[太極](SS).

히드라의 맹독[猛毒](SS+).

흉물은 수많은 신(神)의 힘을 번갈아 가며 시우를 압박해 왔다.

마구잡이로 사용하는 것처럼 보이나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내가 사용하는 힘이야.’

모두가 시우가 배우고 있는 신(神)의 힘이었다.

흉물은 시우가 사용하는 힘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혼란스러운 정신 속.

기이한 힘이 마주한 현상의 본질을 꿰뚫는다.

‘내 힘을 복제했다?’

흉물이 시우의 힘을 복제했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설마하니 이예준의 개성, 복제[複製](S)를 이용한 건가?

악마와의 계약이라는 것.

그 계약의 일환으로 여우 가면 또한 복제[複製](S)의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인가?

하지만 그 또한 말이 안 된다.

신(神)의 힘은 인간이 복제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으니까.

【“히힛,! 히히히히힛!”】

물론 저 흉물은 인간이 아니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악마.

어쩌면 갓튜브의 인물일 수도 있는 신(神)이기도 했다.

허나, 그럼에도 말이 안 된다.

신(神)의 힘은 존재의 고유성을 의미했으니까.

그런 고유성을 섞어서 사용하는 건 오로지 시우만이 가능한 일이었다.

만일 시우 이외에 존재의 고유성을 섞어서 사용한다면….

【“키트에에에에트킼킥!”】

스스로의 정체성을 잃어버려 괴물이 될 뿐이었다.

존재로서도 정의할 수 없는 흉물.

저 흉물은 오로지 시우의 죽음만을 갈망하고 또 갈구하고 있었다.

그 과정에 있어 스스로를 돌보지 않았다.

시우만 죽일 수 있다면 흉물이 되어도 상관하지 않고 있었다.

대체 무엇 때문에?

시우가 배신자라는 것 때문에?

애초에 배신자라는 게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거지?

알 수 없는 의문들이 머릿속을 헤집어 놓았다.

시우는 고개를 거세게 흔들었다.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다.

【“캬하하하하하핫!”】

덮 쳐오는 악의.

시우는 가진 바 모든 힘을 끌어내었다.

헤라클레스의 괴력[怪力](SS).

청룡의 용마혼[龍魔魂](SS).

헤르메스의 초신속[超迅速](SS+)

장삼봉의 태극[太極](SS).

히드라의 맹독[猛毒](SS+).

시우가 현재로서 배우고 있는 모든 전투 능력을 끌어내었다.

【“쿠히히히히힛!”】

그러나 의미가 없었다.

흉물은 시우의 힘을 완벽히 따라 하며 상대했다.

더 나아가.

콰아아아아아─!!

‘헤라클레스의 신투술[神鬪術](SSS)까지 복제한다고?’

흉물은 헤라클레스의 신투술[神鬪術](SSS)까지 복제하고 있었다.

한없이 미숙하고 불완전하긴 했다.

헤라클레스는 커녕 당장 시우와 비교할 바도 안 되었다.

그러나 흉물은 사용하고 있었다.

어렴풋하게나마 헤라클레스의 신투술[神鬪術](SSS)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시우가 가진 모든 것들을 복제하여 사용하고 있었다.

시우와 혐오스러운 흉물의 차이점은 오직 하나.

무(無).

시우가 가진 개성뿐이었다.

그렇기에 아무것도 없다고 말할 수 있었다.

동시에 시우라는 존재가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신(神)의 힘이 없으면….

시우는 말 그대로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 말은 즉.

저 흉물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꽈아아앙!

크나큰 폭발이 일며 시우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혼란스러운 정신.

시우는 이를 까드득! 깨물며 눈앞의 싸움에 집중했다.

복제는 어디까지나 복제일 뿐이다.

아무리 완벽한 복제라도 가짜는 진짜를 이길 수 없는 법.

하지만 왜일까.

“…….”

시우는 그 생각에 확신을 할 수 없었다.

머릿속으로 아까 전, 제갈공명의 말이 떠오른다.

제갈공명은 시우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시우 선생님이 숙련도 100%를 넘어설 수 없는 이유는 그것이 빌려 온 힘이기 때문입니다.]

빌려 온 힘.

이는 결국 시우의 힘이 아니라는 뜻과도 같았다.

물론 시우는 온전한 신(神)의 힘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온전한 시우의 힘이라는 뜻은 아니었다.

빌려 온 힘.

시우는 빌려온 힘을 배우고 있을 뿐이었다.

진정한 신(神)의 힘을 사용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지난 번, 헤라클레스의 영상 속에서 본 헤르메스.

헤르메스가 사용하는 진정한 초신속[超迅速](SS+)은 시우의 초신속[超迅速](SS+)과 비할 바가 못 되었다.

시우 역시, 진짜가 아닌 가짜와 다를 바가 없었다.

【“키햐하하하핫!”】

시우와 저 흉물의 차이점은 없었다.

콰앙!

들려오는 폭음.

뒤흔들리는 시야.

[제가 보기에 시우 선생님은 배우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습니다.]

그 사이로 제갈공명의 이야기가 재차 뇌리에 파고들었다.

습관.

무슨 의미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배우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다는 것이 뭐 어떻단 말인가.

[물론 배우고 학습하는 것은 정말 훌륭한 일입니다. 몰랐던 것을 깨우치고, 알지 못했던 사실을 알 수 있으니 말입니다.]

제갈공명 역시 배움이라는 것이 긍정적인 것임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제갈공명은 또한 말했다.

[허나, 그 배움에 매몰되어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면 안 됩니다.]

시우가 배우고 있는 신(神)의 힘.

그 힘의 주인들은 정말로 굉장한 존재들이었다.

신화 속 이야기의 신.

전설 속 이야기의 영웅.

세상 모두가 우러러보고 경외하는 존재들이라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시우는 그들처럼 되고 싶었다.

그들처럼 되고자 그들의 힘과 지식을 배웠다.

그들의 가르침을 의심하지 않았다.

이건 아닌 것 같은데?

가끔가다 그런 생각이 들어도 금방 고개를 저었다.

저들은 시우보다 강하니까.

저들은 시우보다 훨씬 더 뛰어난 존재들이니까.

언젠가, 저들처럼 되고 싶었으니까.

[배운다는 것은, 결국 다른 이가 표현한 것을 가져오는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지요.]

저들의 생각이 무조건 맞겠지.

시우는 스스로의 생각과 의문을 묵살시켰다.

어쩌면.

[다른 사람이 표현한 것을 그저 학습하고만 있다면, 그건 결코 잘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헤라클레스 역시 이 점을 알고 있던 것이 아니었을까.

그렇기에 실압구독이라는 웃기지도 않는 이름을 붙이며 시우만의 힘을 가르치려 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시우 선생님이 배우고 있는 것은, 결코 시우 선생님의 것이 될 수 없습니다.]

시우는 헤라클레스가 아니었다.

시우는 제갈공명도 아니었다.

시우는 청룡도, 화타도, 장삼봉도, 이시스도, 히드라도, 헤르메스도, 헤파이스토스도, 토르도, 공자도, 클레오파트라도.

그들의 힘을 배우고 따라 할 수 있을지언정.

시우는 결코 그들이 될 수는 없었다.

[그러니 앞으로는 단순히 배우고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시면 안 됩니다.]

아무리 저들처럼 되고자 노력해도 시우는 결단코 그들이 될 수 없었다.

하지만.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들 합니다만, 어머니 혼자서는 자식을 낳을 수 없는 법이지요.]

시우라는 사람은 될 수 있었다.

무(無)개성이라는 최악의 둔재.

그러한 존재는 될 수 있었다.

[그러니 배움은 언제나 자기 자신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만 존재해야 합니다. 배움으로 받아들였으면, 자신의 것으로 만드셔야 합니다.]

제갈공명의 수업은 그리 특별하지 않았다.

그저 무(無)라는 새하얀 도화지.

그 위에 시우만의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알려 줄 뿐이었다.

시우만이 할 수 있는, 시우만이 그릴 수 있는 색채.

헤라클레스처럼 그릴 수는 없을 것이다.

다른 저명한 신(神)들처럼도 할 수 없을 것이다.

한낱 인간이자 최악의 둔재가 그리는 그림.

정말로 형편없는 그림이 나올 것이다.

그래도 한 가지.

나답게는 그릴 수 있지 않은가.

나답게.

그래, 나답게.

【“캬흐르르륵!”】

흉물의 기괴스러운 울부짖음이 들려온다.

그 안에서 느껴지는 복제의 힘을 바라보며, 시우는 가만히 두 눈을 감았다.

그리하여 머릿속으로 그동안 배운 힘들을 차분히 되뇌었다.

아직 모든 힘을 시우의 것으로 만들 수는 없었다.

한채린이었다면… 가능했을까.

아마 가능했을 것이다.

그녀는 천재라는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압도적인 재능의 소유자였으니까.

그러나 시우는 무(無)개성이라는 최악의 둔재였다.

시우가 여타 다른 신(神)들이 될 수 없는 것처럼 시우는 한채린도 될 수 없었다.

하지만 뭐 어떠한가.

그럼에도 상관없다.

[창조자는 따라가지 않습니다. 본인만의 길을 만들 뿐이지요.]

그저, 나답게 그려 낼 뿐.

파장창─!

의식이 사방팔방으로 산산조각이 나 부서진다.

부서진 의식의 파편들이 마치 빨기 감기 영상처럼 잇달아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제갈공명의 통찰력(S+).

헤라클레스의 괴력[怪力](SS).

장삼봉의 태극[太極](SS).

숙련도 100%에 닿은 힘들.

이 모든 힘들이 하나로 이루어지며 하나의 색깔을 띠기 시작했다.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오로지 시우만의 색채.

<인과율의 법칙이 뒤틀립니다!>

시우의 시공간이 괴악하게 일그러진다.

존재해서는 안 되는 현상에 세계의 저항이 강력하게 시우라는 존재를 부정한다.

그러나.

콰지지직─!

시우는 그 자리에, 오롯이 서 있었다.

개인의 상상에 불과한 것들을 끌고 와 마치 세계의 법칙인 것 마냥 강림해 내는 힘.

개성이라는 힘의 메커니즘이자, 근원(根原)의 지식.

헤파이스토스는 이를 일컬어 ‘세계를 기만한다’라고 표현했다.

하여, 지금.

<통찰력(S+)이 ‘미래시[未來視](SR)’로 진화합니다!!>

<괴력[怪力](SS)이 ‘무력[武力](SSR)’으로 진화합니다!!>

<태극[太極](SS)이 ‘무아전위[無我全爲](SSR)’로 진화합니다!!>

귓가로 스마트폰의 알림음이 요란하게 들려온다.

이윽고 시우가 천천히 눈을 떴을 때.

【“어떩··· 겕···?”】

흉물의 존재는, 감히 시우의 힘을 복제하지 못하고 있었다.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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