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화 〉드디어 벌통을 만들다. (1/65)



〈 1화 〉드디어 벌통을 만들다.

- 부우우우웅!

무성한  가운데 자연적으로 만들어진듯 보이는 작은 공터에 어설픈 솜씨로 만들어진 나무상자 몇개가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무심코 지나가다 보면 그저 버려진 상자로 보일법한 것들  유독 하나의 상자 주변에 수많은 벌들이 날아다니는것으로 보아  나무상자 안에 벌집이 단단히 자리를 잡은듯 보였는데.  소년이 그러한 모습을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여전히 벌들이 드나들고있어!! 드디어 벌이 안에 단단히 자리잡은 모양이야."

그간의 고생들이 머릿속을 스치자 기쁨에 겨워진듯 두팔을 번쩍 들어보이기도 하고 두발을 동동 구르며 즐거워 하던 소년은 뒤에 놓아둔 횃불처럼 보이는 막대를 집어들고 불을 붙이이기 위해 부싯돌과 철편조각을 꺼내어 불꽃을 튕겨내기 시작했다.

- 탁! 타탁!

"으... 정말 이럴때마다 라이터가 절실해진다니까. 듣기론 큰 도시에서는 좀더 쉽게 불을 붙일  있는 도구를 판다고 하는데. 지금 우리 마을 형편을 봤을땐 택도 없는 바램이겠지. 아! 이제 붙었네."

하루 종일 시도를했음에도 손에 상처만 늘어났었던 적도 있었으나 어느새 제법 익숙해졌는지 금새 불씨를 만들어 낸 그는 행여나  불씨가 꺼질까 두려운듯 조심스러운 손길로 마른 나무가지에 옮겨 붙였고, 적당한 크기로 불이 커지자 준비해온 횃대를 가져다 대었다.

지지지직
"콜록! 이곳의 쑥은 어째 더 냄새가 독한거 같단 말이야. 너무 독해서 저것들이 오히려 흥분하진 않을까 걱정되네."

횃대로 보이던 나무막대는 미리 말려둔 쑥과 비슷한 풀이 여러겹으로 둘러져 있었고, 거기에 불을 붙이자 마치 향을 태우듯 흰 연기가 나기 시작하더니 주변에지독하게 느껴질 정도의 향을 뿜어냈다.

소년 역시도  냄새가 좋지만은 않았으나 어쨌든 작업을 이어나가기 위해선 연기를 충분히 몸에 쏘여줘야 했기에 한껏 숨을 참고  이곳저곳에 연기를 뿜어댄뒤 조심스럽게 벌집이 들어있는 나무상자를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 부우우웅!
"앗 따거! 자. 잠시만 진정해라 얘들아. 살짝 살펴만 볼게."
- 우우웅!

자신을 향해 맹렬히 달려드는 벌들을 뚫고 무사히(?) 벌통 근처까지 도달한 그가 손에 들고있던 훈연기 역할을 하는 횃대를 벌통 주변에 가져다 대고 연기를 먹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당장 그에게 달려들어 그야말로 벌집을 만들려 하던 벌들의 움직임이 어느정도 진정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어느정도 녀석들의 움직임이 적어졌음을 느낀 소년은 그새 한방 쏘인 팔등에 꽂힌 벌침을 조심스럽게 제거하고 벌떼의 중심에 있던 상자의 뚜껑부분을 조심스럽게 들어올렸다.

"휘유~~ 열흘전에 벌이 들어온걸로 봤었는데. 벌써 이정도 규모가 되었다니. 확실히 오염과 난개발에 찌든 지구보다는 이곳 자원이 풍부하기는 한가보네."

상자형태의 벌통안에는 몇장의 엉성한 소비(벌집의 뼈대가 되어줄 나무판)가 들어가 있었는데, 그중 벌써 3장의 소비에 벌들이 집을 지었는지 양쪽에 벌들이 가득 붙어 있었다.

조심스럽게 한장씩 들고 살펴보니 한장은 애벌레와 알들이 자리하고 있었고, 나머지 두장이 꿀과 꽃가루가 저장된 공간이었으나 벌들이 들어서고 나서 얼마 지나지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벌써 꽤나 많은 양의 꿀이 저장되어있었다.

마음같아서는 눈앞에서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꿀을 몽땅 채취하여 집으로 가져가고 싶었으나 그랬다가는 어렵게 자리잡게 만든 벌들이 벌통을 버리고 떠날 우려가 있었다.

그렇기에 이제 막 채워지기 시작한 꿀이 든 벌집 일부만 조심스럽게 뜯어내어 약간의 꿀을 확보하고서 다시 벌통 안에 넣어두고, 여왕벌이 있을 나무판을 찾아 조심스럽게 들어올려보았다.

- 부우우우우웅!
"여기있구나! 고맙다. 너 아니었으면 진짜 이제는 포기해야 하나 싶었는데. 내가 여러모로 신경 많이 써줄테니 떠나지말고 여기에 눌러 앉아라 알았지?"

수많은 일벌들 속에 유난히 몸통이 통통하고 길죽한 여왕벌의 모습을 확인한 소년의 입가에는 어느새 흐뭇한 미소가 맺혀있었다.

그것도 잠시 혹여나 여왕벌이 떨어져 다치지는 않을까 조심스럽게 다시 벌집을 제모습으로 돌려놓은 소년은 방금전 떼어낸 꿀을 담은 작은 단지를 챙겨 방금전 불을 붙였던 자리로 되돌아나왔다.

불 붙은 자리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벌집에서 어느정도 거리를 벌리고 나서야 안도의 숨을 내쉰 그는 방금전 벌에 쏘인 곳에 가져온 꿀을 조금 찍어 바르기 시작했다.

"몇방 쏘이기는 했는데 꿀도 발라놨으니까 걱정 안해도 되겠지. 쪼옵! 음! 달콤하네 무슨 꽃에서 모은건진 모르지만 꽤 맛이 좋은데? 무엇보다도 이제 내가 할수있는 일이 생겼다 이말이야!"
- 부우우우우우웅!

손에 뭍은 꿀을 빨아들이자 오랜만에 느껴지는 달콤한 향에 더이상 꿀의 맛이 느껴지지 않을때까지 핥아낸 소년은 성큼성큼 걸어서 벌통이 놓인 공터를 벗어나 마을이 있는 방향의 숲속으로 걸어갔다.

올해로 11살이 된 칼스는 에올론 마을의 촌장인 한센의 셋째아들로 태어났다. 에올론 마을은 동부왕국에서도 동쪽 끝자락에 위치한 아르덴 대삼림과의 접경에 자리하고 있었는데.

아르덴 대삼림의 중심부에는 요정족이 살고있는 터전이 있었기에  영향으로 인해 주변에는 위험요소가 많지 않았고, 마을사람들은 이를 십분 활용해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조성해 놓은 초지에서 소와 양을 방목하여 키우며 살아갔다.

가끔씩 생필품과 마을의 특산물을 교환하기 위해 들리는 상인들 외에 딱히 마을에 외부인들이 드나들일 없는 산골마을이었기에 촌장인 한센의 입김은 꽤나 강력했고, 그의 아들인 칼스 역시 어려서부터 거대한 장원을 지닌 귀족가의 자제만큼 부유하지는 못해도 굶주림 없는 생활 정도는 영위할  있었다.

"하지만. 굶주리지 않는다고 행복한 삶이냐고 묻는다면 그건 절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이말이지."

문제는  칼스라는 소년의 몸에는 지구에서 34세의 나이로 죽은 남자의 기억이 고스란히 전해졌다는 것이었다. 처음 그가 칼스의 몸에 들어온것을 인지했을땐 겨우 6살에 접어들 무렵이었다.

한동안 자신이 처한 현실이 사실인지 꿈인지 헷갈려 하는 바람에 주변에서 걱정어린 시선으 보냈으나. 그는 결국 칼스로 살아가야 한다는것을 받아들였다.

21세기를 살아가던 그의 시선으로 보았을때 한없이 낙후되고 위험에 노출된 마을을 발전시켜 좀더 풍족하고 안전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는데 그 첫번째가 바로 "양봉"이었다.

지구에서의 삶에서 김현석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그는 어렸을때 부모님을 사고로 잃어 대학진학을 포기한채 남들보다 한발 앞서 사회생활에 뛰어들었었다.

하지만 인연 학연 혈연으로 유명한 대한민국에서 고졸에 연고도 별달리 없는 그가 할수있는일은 대단히 한정적이었고, 이런 저런 일을 전전하던  우연찮게 막노동 일을 하러 들어간 시골에서 이동식 양봉일을 배울 기회를 얻게 되었다.

처음에는 시행착오를 겪긴 했으나 나름 적성에 맞았는지 금새 일을 익힐 수 있었고, 몇년의 경력을 쌓은 후에 직접 이동식 양봉장을 운영하게 됐었다.

"뭐. 뭐빠지게 일만하다가 결국 과로로 죽어버린 불쌍한 인생이었지만. 어쨋든 그 덕분에 이 답도없는 상황속에서 한가지 희망을 찾을  있게 됐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칼스로서의 삶을 받아들이면서 그가 가장먼저 고민했던것은 바로 새롭게 얻게된 삶을 어떤식으로 누릴것인가에 대한 부분이었다.

그가 수년동안 마을어른들에게 들은 정보를 취합해보면 새로 살아가야  세상은 지구를 기준으로 했을때 고대왕정과 중세 봉건사회가 반즈음 섞여있는것과 비슷했다.

즉 강력한 중앙 집권 통치집단이 아닌 토착세력들이 각 지역에서 자신들의 영역을 구축하고, 그중 강력한 집단의 대표가 다른 이들과의 상호 계약을 통해 일종의   연합집단을 만들어 왕국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지구의 상황과는 다른 부분이 꽤 있는듯 보였으나 어찌됐건 그가 태어나고 살아가게 될 에올론 마을은 전형적인 중세 산골마을에 해당했고, 당장 먹을것이 부족할만큼 척박하지는 않았으나 마을이 좀더 크게 발전하기 위한 어떠한 이점도 갖추지 못한 촌락이었다.

마을에서 가장 풍요롭다는 그의 집에서조차 제대로된 향신료나 조미료 등을 사용한 음식을 먹어본 기억이 손에꼽을 정도니 어느정도 자유로운 행동이 가능해진 시점부터 나름대로의 돌파구를 찾기위해 동분 서주해왔다.

그중 가장 먼저 목표로 잡은것이 바로 전생에서 죽기 직전까지 업으로 삼아온 일이었던 것이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