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4화 〉새로운 이웃과 새로운 직원들 (34/65)



〈 34화 〉새로운 이웃과 새로운 직원들

칼스는 아직 이 세계에 제대로 자리 잡지 않은 [브랜드]라는 가치에 대해 풀어서 설명했다. 지구에서는 일반 사람들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디자인의 물건이어도 그 브랜드가 명품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비싼 가격에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는 자신이 여신의 선택을 받았다는 것과 엘프 그리고 픽시를 잘 엮어낸다면  세계의 부유층들이 충분히 관심을 가질만한 브랜드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특이한 발상이구나. 하지만  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을 거다. 네가 말한 특별하다는 인식을 받고 있는 상단들이 이미 대륙 곳곳에 자리 잡고 있으니 말이야."
"그러니 다른 이들은 흉내 내지 못할만한 스토리를 만들어야겠죠."
"헨리에타. 복잡한 이야기는 다른 곳에서 하도록 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자고요. 칼스 우리가 이렇게 너를 따로 불러낸 건 그 비누라는 물건을 좀 더 구할 수 없겠나 싶어서야.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그것을 사용해서 몸을 씻어내면 끈적임도 없는 데다 은은한 향이 오래 남아 상쾌하더구나."
"맞아요 큰어머니.  같은 경우엔 매일 수련을 하느라 땀에 젖을 일이 많아 신경 쓰였는데 저걸 쓰니 훨씬 편하더라고요."
"그때 제이콥 씨에게  많은 양을 넘겨드렸는데 모자랐나요?"
"그건  다른 영지로 보내야 할 물량이라고 하던데? 네가 따로 부탁을 했다면서?"
"아. 그쪽으로 물량을 빼다 보니 막상 여기서 쓸 물건이 모자랐나 보네요. 마을에 돌아가는 대로 최대한 빨리 만들어보내드릴게요."

생각보다 자신이 만든 비누의 사용감이 좋았는지 가만히 앉아 이야기를 듣고 있던 다른 부인들과 딸들까지 합세해 칼스가 만든 비누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나도 머리를 감을  사용하곤 하는데, 간지러움이 확실히 덜하지만 머리카락이 좀 뻣뻣해지는 느낌이라 조금 그렇던데..."
"그건 마지막에 식초를 한두 방울 희석한 물로 헹궈내면 해결될 겁니다."
"그래? 오늘 저녁에 한번 해봐야겠네."


칼스는  자리에서 비누를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있는 방법과 꿀을 활용한 피부미용법 몇 가지를 알려주었고, 아무래도 외모에 관심이 많은 여인들이라 그런지 처음 자리했을 때보다 훨씬 편한 사이가 됐음을 느낄  있었다.

"그럼 언제 마을로 돌아가는 거야?"
"글쎄요. 상단 등록 마치고, 이곳에서 사람을 좀 뽑아서 데려가려면 모레쯤엔 출발하지 않을까 싶어요."
"사람을 뽑는다고?"
"네 아무래도 마을에서 모두 뽑기엔 아무래도 일손이 부족하니까요."
"함부로 사람을 뽑다간 큰일 날 텐데."
"제이콥 씨가 적당한 이를 추천해 준다고 했어요."


그렇게 이야기를 마친 칼스는 다시금 별채로 돌아가기 위해 자리를 털고 일어나려 했다.


"자 그럼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저는  늦기 전에 돌아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음? 캐롤린. 어차피  년 후에 결혼할 사이인데 그냥 같이 재우지그래?"
"무슨 소리예요 언니! 아무리 제가 결혼을 허락했다고 해도 그건 아니에요. 그러다 덜컥 애라도 생기면 어쩌려고 그래요?"
"어머? 나는 그냥 같이 재우자는 건데 거기까지 생각한 거야? 얘는 아직 열둘밖에 안됐다잖아 설마 그러겠어?"


첫째 부인인 마가렛이 칼스를 그냥 엘레노아와 같이 재우는 건 어떻겠냐는 농담을 했으나 엘레노아의 친모인 캐롤린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혀 무산되었다. 웃긴 건 그런 마가렛의말에 엘레노아가 가타부타 말없이 얼굴을 붉히고만 있었다는 것인데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본 칼스는 잘못하다간 여기서 잡아먹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별채 역시 제게는 과분할 정도로 편안한 숙소이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 그리고 비누는 만들어지는 대로 사람을 통해 보내드릴게요."
"그래. 조심히 가고 마을로 돌아가기 전에는 언제든지 놀러 와도 좋단다."
"네. 그럼 들어가 보겠습니다."

그렇게 칼스는 영주성을 떠나 다시금 내성에 있는 손님용 별채로 돌아왔고, 다음날의 일정을 위해 곧바로 취침에 들어갔다.


이튿날. 다행[?]스럽게도 전날처럼 이른 아침에 엘레노아가 찾아오는 소동은 벌어지지 않았다. 아마 그 소식을 들은 마를르남작이나 캐롤린이 제지하지 않았을까 추측하며 칼스는 한결 여유롭게 홀로 아침식사를 마치곤 외성에 있는 루엠상단을 찾아갔다.

"어서 오너라. 오늘은 어째 엘레노아 아가씨와 함께 가 아닌  같군. 어제 뭐 실수라도 저지른 건가?"
"설마요. 어제 영주님과 이야기는 잘 마쳤습니다."
"표정을 보니  뜻대로 잘 처리된 것 같구나. 그렇다면 이른 아침부터 나를 찾아온 건 예의 그 사람을 소개받기 위함이겠지?"
"네. 아무래도 오래 마을을 비우기가 힘들어서 빠르게 이야기를 나눠봐야  거 같아서요."
"그런가? 그럼 당장에 무슨 일을 할 사람이 필요한 건가. 힘쓰는 일? 아니면 머리 쓰는 일?"
"둘 모두죠."
"흐음.  모두라... 뛰어난 실력에 명석한 두뇌까지 갖춘 인재는 없어. 따로면 모를까."


칼스 역시도 그 정도의 고급 인재를 구할  있을 거라는 생각은 딱히 하지 않았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럼 따로따로 소개해 주세요. 제가 만나보고 판단하면 되니까요."
"그럼 먼저 힘쓰는 이를 소개해 주도록 하지. 안 그래도 어제  며칠간은 밖으로 나가는 일은 맡지 말라고 연락을 해두었으니 도시 안에 머물고 있을 거야. 용병 길드에 가서 펠트르라는 남자를 찾아가서 제이콥이 보냈다고 하면 알아들을 거야. 용병 길드의 위치는 알겠지?"
"아뇨? 모르는데요. 근데 여기도 용병 길드가 있었나요?"
"세상에 용병 길드가 없는 도시가 어디 있겠어? 어지간한 큰 마을에도 하나둘 돌아다니는 게 용병들인데. 아랫사람 하나를 붙여줄 테니 그를 따라가봐. 어이 잭! 이 친구랑 같이 용병 길드에 좀 다녀와라!"


제이콥은 잭이라는 칼스 나이와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소년을 불러 용병 길드까지의 안내를 지시했다. 에올론 마을은 워낙 외진 데다  규모도 작은 촌락이다 보니 용병들의 출입이 거의 없다시피했다. 하지만 이곳 마를르성을 포함해 조금만 서쪽으로 나아가더라도 용병들의 활동이 매우 활발하게 이뤄졌다.


그들은 잡일꾼과 비슷한 일에서부터 장거리 이동 시에 호위를 맡는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했고, 보통은 도시에 하나의 길드를 두고 그 주변에서 일을 구할 때까지 머무른다고 했다.

문제는 그런 용병들의 대부분이 뜨내기에 가까웠기에 중요한 일을 맡기기엔 불안하다는 것이었는데. 칼스는 일단 제이콥이 추천해 준 만큼 뭔가 이유가 있겠거니 싶어 잠자코 잭이라는 소년의 뒤를 따라갔다.


용병이라는 직업은 매춘과 함께 인간이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발생한 최초의 직업군이라고 여겨질 정도로 그 역사가 오래된 직업이었다. 그들은 기본적인 물품 운송에서부터 상단 호위.  외에 사람들에게 위험이 되는 맹수나 몬스터를 퇴치하는 등의 의뢰를 보수를 받아 가며 수행했는데. 아무래도 마를르영지 인근에는 큰돈이 될만한 의뢰가 없어서인지 용병 길드 건물 안은 마치 새벽녘 인력시장과 비슷한 모습을  사람들로 가득했다.

"원래 이렇게 용병들이 많은 거야?"
"오전에는 일감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몰리다 보니 혼잡한 편이에요. 사실 저들 중 대부분은 최하급 용병이라 허드렛일 같은거나 할수있죠."
"확실히. 자기 무장을 갖춘 사람은 거의 찾아보기 힘드네."
"일단 찾으시는 분이 있다고 하셨죠?"
"응. 제이콥 씨가 펠트르라는 사람을 찾아가라고 했어."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잭은 칼스를 용병 길드 건물의 한산한 곳에 세워두고는 혼잡한 사람들 틈을 헤집고 다니며 [펠트르]라는 이름을 외치고 다녔다. 아무래도 전산시스템 같은 것이 없는 시대이니 당연한 모습이겠거니 하며 기다리고 있자. 곧 어디선가 한 사람이 나타나 잭을 향해 다가왔고, 두 사람은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더니 곧장 칼스에게 왔다.

"네가 제이콥이 말하던 사람인가?"
"네. 저는 에올론마을의 칼스라고 합니다."
"나는 테칼트초원 푸른 매 부족의 밍슈펠트르다. 이곳에서는 그냥 펠트르로 통하니 그렇게 불러도 된다."

밍슈펠트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는 동부 왕국의 서북쪽 국경을 넘어 드넓게 펼쳐져 있는 테칼트에서 왔다고 했다. 그곳은 마치 지구의 중앙아시아 초원지대 같은 넓은 벌판이 끝없이 이어졌는데 사람들은 초원에 자리 잡고 있는 몬스터들을 피해 이리저리 흩어져 부족생활을 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게다가 테칼트 초원 출신의 사람들은 황인종의 모습을 하고 있어 동부 왕국 내에서는 이방인으로 여겨져 많은 차별을 받아왔다.


"밍슈펠트르라고 하시는군요. 반갑습니다. 여기는 이야기를 나누기엔  번잡하니 자리를  옮기도록 하죠."
"그렇게 하지. 가능하다면 시원한 맥주나 한잔 걸치고 싶다만."
"아침부터 영업하는 주점이 있나 모르겠네요."
"내가 묵고 있는 여관에서 주점도 같이 겸업하는듯하니 그리 가도록 하지."
"네. 대신에 취할 정도로 마시면 안 됩니다."
"맥주  잔에 나가떨어질 정도면 이미 초원의 거름이 됐을 거야. 내 아무리 그래도 고용주가 될지도 모르는  앞에서 만취할 때까지 마시기야 할까."

밍슈펠트르는 그렇게 말하며 앞서서 용병 길드 건물을 나섰는데, 뒤에서 살펴보니 그의 허리춤에는 작은 손도끼 여러 개와 커다란 검이 걸려있었다. 키는 동부 왕국 성인 남성의 평균보다는 작았으나. 어깨와 발달된 근육으로 인해 전체적으로 강인한 인상을 풍기고 있었다.


"칼스님 저는 그럼 다시 상단으로 돌아가 볼게요."
"아. 잭. 도와줘서 고마웠어. 이건 돌아가는 길에 간식거리라도  먹어."
"감사합니다!"

잭은 칼스가 건네준 동전  개를 받아들고선 환한 얼굴로 허리를 굽혀 인사하더니 루엠상단으로 되돌아갔다. 그런 둘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펠트르는 가벼운 고갯짓으로 방향을 가리키며 앞장서 갔다.


용병 길드 건물 주변엔 일자리를 구할 때까지 용병들이 머무는 여관들이 줄지어 있었는데 그중  건물로 들어간 펠트르는 선술집을 연상케하는 여관집 1층 주점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람에게 다가갔다. 그들 역시 펠트르와 같은 부족 출신인 듯 보였는데 총 2남 2녀로 구성되어 있었다.

"대장님 루엠상단에서 말한 그 사람이 저 아이랍니까?"
"그래. 나도 아직 자세한 이야기는 못 들었어. 이봐 칼스라고 했지? 입이 조금 늘었는데 괜찮겠어?"
"같이 일하는 동료분들인가 보죠? 상관없어요 이야기가  풀리면 이분들도 다 같이 함께한다는 거니까요."
"얘들아 일단 이 물주분께서 맥주 한 잔씩 돌린단다."
"와!!  대장이 꼬맹이를 데려왔길래 일이 틀어졌나 했더니. 이크 죄송합니다. 어리신 분이라고 해야 하는데."
"으이구! 앙켈젠 넌 입조심을 좀 해야 해. 우리 어린 전주님도 한잔하실 거?"
"아뇨. 저는 아직 술이 약해서."


처음에는 밍슈펠트르와 함께 들어온 칼스의 어린 외형을 보고 의문 어린 표정을 짓던 그들은 칼스가 맥주를 한 잔씩 돌린다는 말에 반색하며 반겨주었다. 그리곤 곧바로 주인장에게 맥주를 주문하고는 칼스에게 자기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푸른 매 부족의 망구타이다. 밍슈펠트르님을 따라 이곳까지 흘러왔지."
"난. 링메인이라고해. 마찬가지로 푸른 매 부족 출신이야.
"앙켈젠이라고 한다."
"세르티네야."
"저는 이곳 마를르령 동쪽에 위치한 에올론마을의 칼스라고 합니다."


그렇게 자기소개를 마칠 때쯤 여관 주인이 맥주를 가져와 그들에게 돌렸다.

"자. 그럼 서로 자기소개는 다 한 거 같으니 본격적인 이야기를 해보자고. 사실 우리는 정확한 의뢰 내용을 알지 못해. 원래는 루엠상단에 몸을 의탁하려고 했더니 너를 한번 만나보라고 하더군."
"음... 저는 제가 만들 상단에서 일해줄 사람을 구하고 있어요. 그것도 단기적으로 일할 사람보다는 오랜 기간 함께 상단을 키워갈 사람을 찾고 있죠."
"장사치를 구하는 거면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 같은데. 우리는 그저 싸움만   아는 무식한 놈들이라서 말이야."
"거래에 대한 부분은 다른 사람들이 도맡아 할 거예요. 다만 정식 상단으로 등록하는 만큼 스스로를 지킬 힘 정도는 있어야 할 거 같아서요. 만약에 함께 일하게 되면 저와 같이 에올론마을로 들어가서 생활하게 될 겁니다."

칼스는 그들에게 자신이 만든 허니 상단의 주력 품목과 현재 거래되고 있는 물량 정도를 이야기해 주었다. 밍슈펠트르는 처음엔 작은 상점을 운영하는 꼬맹이인가 싶었으나. 그가 마를르남작령에 정식으로 등록한 상단을 운영할 것이며 그 규모가 제법 크다는 사실을 알고 진지하게 대화에 임하였다.

"제법 큰 상단을 만들었다는  알겠는데. 과연 우리 모두를 필요로 할 만큼 여유가 있을지 궁금하군. 알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들은 이곳에서도 제법 몸값이 나가는 편이라서."
"얼마 정도를 생각하고 계시는데요?"
"한 달에 은화 스무 개는 받아야 하네."
"다섯 분의 임금을  합쳐서 말이죠?"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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