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5화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라면 (55/65)



〈 55화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라면

칼스가 엘기간테에서 돌아오고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러 여름이 찾아왔다.  기간은 짧다면 짧을 수 있는 기간이었으나 이제  발돋움을 하기 시작한 허니 상단에게는  변화가 있었던 시기였는데 우선 칼스는 다른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마을에서 가끔씩 상단에 일손을 보태던 이들을 정식으로 고용했다.

그리고 허니 상단의 깃발을 들고 진행하는 첫 상행을 보냈는데, 칼스가 직접 가지는 않고 제레미와 앙켈젠, 그리고 마을에서 새로 고용한 직원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제레미는 마를르성의 루엠상단에 꿀과 밀랍을 판매하며 엘기간테와의 거래에 대한 이야기를 영주 측에 알렸고, 마를르남작은 칼스가 엘프들과 거래선을 만들어왔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기꺼이 허니 상단과의 거래에 응했다.

첫 번째 상행으로 제법 큰 여윳돈을 손에 쥐게 된 칼스는 마을의 방벽 바깥에 또 하나의 큰 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그리고 밍슈펠트르에게 마을의 젊은 남자 몇몇을 뽑아 상단의 경비대로   있게 훈련시켰고, 바로 그 즈음에 엘기간테에서 인원을 모집하기 위해 남아있었던 릴리나가 몇몇 엘프와 드라이어드를 이끌고 에올론 마을에 찾아왔다.

칼스는 릴리나 일행이 마을에 도착했다는 소리에 한참 개량 중이던 비누들을 내려두고 그녀를 마중하러 마을 입구로 나갔다. 그곳에는 릴리나와 처음 보는 엘프  그리고 드라이어드 한명이 서있었는데 그들은 마을 밖에서 가축들을 돌보고 있는 주민들의 모습을 신기하다는 듯 구경하고 있었다.

재밌는 것은 마을 주민들 역시 갑작스럽게 모습을 드러낸 이종족집단을 향해 연신 곁눈질을 하고 있었기에 서로가 서로를 구경하는 꼴이었다는 것이다.

"어서 오세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네요."
"후후. 사실 이것보다 더 빨리 출발할 수도 있었는데 쿠엘토 장로님의 부탁 때문에 이제야 온 거예요."
"장로님의 부탁요?"
"그건 있다가 이야기해드릴 테니 먼저 일행부터 소개해 줄게요."

릴리나는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칼스와 가벼운 악수를 나눴고, 곧 그녀를 따라 에올론마을까지 도착한 이들을 소개받을 수 있었다.

"먼저 이쪽의 둘은 의약방에서 일을 배우다가 이번에 칼스 밑에서 벌을 기르는 법을 배울 겸 상단의 일도 돕겠다고 나선 레이실라와 카밀라예요."
"레이실라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카밀라예요. 여신님으로부터 배웠다는 지식을 꼭 전수받고 싶어요."

엘프 특유의 녹색 계열 머리를 한 둘은 이제 막 성년이 된 지 1~2년밖에 안 된 이들이었는데 아무래도 차후에 엘기간테쪽에 양봉장을 설치할 때를 대비해 의약방의 수장인 쿠엘토장로가 신경을 써서 보낸 이들인  같았다.  모두 어느 정도의 약학 지식을 활용할 줄 아는 이들이었기에 의학적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인재들이었다.

"그리고 여기 케틀러는 원래 정찰대에 지원하려 했었는데, 숲 밖의 세상이 궁금해하던 중에 제가 낸 공고를 보고 찾아왔어요."
"케틀러입니다.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밀룬은 보시다시피 드라이어드인데요. 아실지 모르겠지만 이들 역시 숲속에서 벌집을 관리해서 꿀을 얻곤 했는데, 이번에 칼스의 이야기를 듣더니 함께 일하면서 어떤 식으로 벌을 키우는지 직접 배워보고 싶다고 하더군요."
"숲의 상쾌함이 함께하길. 어머니의 자손인 밀룬이라고 합니다."

드라이어드인 밀룬은 아름다운 분홍빛 머리를 한 아가씨였는데, 특이하게도 머리카락 사이로 작은 나무 넝쿨 같은 것이 함께 자라나있었다. 게다가 하반신 다리 밑부분으로 내려갈수록 사람의 형태가 아닌 나무와 같은 질감으로 변해갔고, 발에 이르러서는 거의 나무뿌리와 비슷한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다들 저희 상단에서 함께 일해주기로 하셨다니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그나저나 아직 여러분들이 머물만한 숙소가 마련되지 않아 인간들이 사는 건물에 함께 지내야 하는데 괜찮을지 모르겠군요."
"그 정도 불편함은 각오하고 찾아왔어요."
"인간들이 사는 모습을 좀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겠군요."
"그곳에서 지내면서 따로 집을 지을 자리를 마련해 주시면 그곳에 터를 잡는 것도 방법일 거 같네요."

칼스는 일단 그들을 이끌고 상단 건물로 안내했고, 아직 비어있는 방들을 분배해 주었는데 밀룬의 경우 햇볕이 잘 들고 뿌리가 내리기 좋은 장소가 필요하다고 하여 하이디아 사제가 머물고 있는 신전 건물의 한편을 내어주기로 했다. 그렇게 새롭게 합류한 이들을 각자의 방에서 쉬게 한  릴리나를 찾아간 칼스는 그녀에게 질문을 던졌다.

"오늘 함께 온 이들은 하나같이 이곳 에올론 마을에 머물면서 일하기를 원하는 거 같은데, 그럼 엘기간테에서 이곳으로 오가는 상행은 어떻게 하시려고 그러나요."
"정확하게 보셨네요. 오늘 함께 온 이들은 여기에서 한동안 머물면서 칼스를 도와줄 이들이에요. 엘기간테와 이곳을 오가는 상행을 담당할 이들은 따로 더 뽑아놨죠."
"어... 그럼  몇 분이 더 있으신 거죠? 임금 문제 때문에 정확히 알아야  거 같은데요."
"엘기간테에 남아있는 인원이 셋 더 있어요. 사실 이것도 꽤 추려낸 숫자예요. 생각보다 이쪽에 관심을 보인 이들이 많더라고요."

릴리나는 자신이 엘기간테에서 만난 여러 지원자들의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심지어 아직 성년식도 치르지 않은 이들이 찾아와 부탁을 한 적도 있다고 했다. 칼스는 일단 그런 이들은 차후에 상단이  성장하게 되면 고용하기로 하고 앞으로 엘기간테와 에올론 마을을 오가는 상행의 날짜를 확정하기로 했다.

"일단은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는한 두달에 한 번 정도 왔다가는 걸로 하는 게 좋을 거 같네요. 일단 엘기간테 쪽에서 가져오는 건 버섯류와 약초 정도면 충분할 거 같고, 여기서는 꿀과 주류 정도를 들고 가면 되겠네요."
"음. 그럼 이다음엔 2달 정도 후에 찾아오면 되는 건가요?"
"네. 다만 뭔가 특별한 일이 생기면 일정과 상관없이 바로 출발하셔도 됩니다."
"알았어요."

 후로는 상단 식당에 모든 직원들을 불러 모아 인사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자. 여기 이곳에 자리한 모든 분들은 다 [허니]의 가족입니다. 비록 살아온 배경이 다르기에 조금은 어색할지 모르겠으나 미래에는 서로를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진짜 가족 같은 사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럼 먼저 기존 허니 상단의 인원들부터 간단하게 소개해드릴게요."

칼스는 릴리나와 엘기간테에서 온 이들에게 기존 허니 상단의 직원들의 이름과 하는 일을 소개해 주었다. 현재 허니 상단은 편의상  개의 부서로 나뉘어있었는데 먼저 상단의 전체적인 업무를 관리하는 총무부가 있고, 거기엔 부서장인 제레미 밑에 이제는 생산부에서 빠져나온 제니가 자리했다.

두 번째는 경비부로 밍슈펠트르가 부서장으로 있으며 그와 함께 합류한 인원들과 콥스를 비롯해 마을에서 뽑아 훈련 중인 이들이 속해있었다. 세 번째 부서는 생산부로 잭이 부서장으로 있으며 스티븐을 비롯해 주앙 켈리 등이 합류해 인원수로는 가장 많은 상태였다. 마지막은 지원부인데 이곳은 아직까지 책임자급의 직원은 없었고, 주방을 관리하는 메릴과 그녀를 돕는 스밀라가 이에 해당했다.

그렇게 모든 기존 직원들의 현황을 소개한 그는 릴리나와 새로 합류하게 된 인원들에게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했고, 그들은 약간 어색한 모습으로 자신의 이름과 출생지 등을 간단히 이야기해 주었다.

"자. 그럼 일단. 릴리나는 제레미와 같은 직급으로 하되 총무부가 아닌 엘기간테 지부의 지부장으로 삼을 겁니다. 저도 최대한 돕긴 하겠지만 그쪽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일은 릴리나가 힘써줘야 해요."
"걱정하지 마세요. 여왕님을 비롯해 여러 장로님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어서 여러모로 편한 상황이거든요."
"하루빨리 숲의 숨결을 만들어서 가져다드려야겠네요."
"안 그래도 그 이야기를 출발 전에도 몇 차례 들었답니다."
"레이실라와 카밀라, 그리고 밀룬은 생산부로 일단 소속시켜두겠습니다. 아무래도 셋 모두 벌을 키우는 것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했으니 이쪽 일을 해주는 게 좋을  같네요."
"아자!"
"아자는 무슨 아자야. 잭형 괜히 이상한 생각하지 말고, 기본적인 내검방법부터 가르쳐드리도록 해요. 세분들은 일단 잭에게 기본적인 부분을 배우고 계시면 나중에 제가 좀 더 심화적인 부분을 가르쳐드릴게요."
"맡겨만 달라고!"

잭은 새로 합류한 인원들 중에 비록 이종족이긴 했으니 화사한 미모를 뽐내는 두 엘프와 드라이어드가 자신과 함께 일하게 됐다는 사실에 기뻐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케틀러는 경비부로 배속시키며 기본적인 업무지시는 마무리했다.

"자 그럼 각자 배정된 곳으로 가서 업무를 계속하시고, 제레미랑 릴리나는 잠깐 좀 남아주세요 더 해야 할 이야기가 있으니까요."

칼스의 말에 다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고, 식당에는 제레미와 릴리나만이 남게 되었다.

"제레미. 저번 거래에서 받은 금액 중에 지금 여유금이 얼마 정도 남았죠?"
"총 판매금액이 12골드였고, 지금 마을밖에 새로 건설 중인 건물에 들어갈 돈과 상단 운영자금을 넉넉하게 배정한다고 치면 절반 정도는 여유자금이라고 봐도 될 거 같습니다."
"그럼. 그중에 4골드를 릴리나에게 넘겨 주세요. 아무리 여왕님의 편의를 받는다고 해도 새로 지부를 관리하는데 들어가는 돈이 제법 될 테니까요."
"알겠습니다."
"릴리나. 이번에 드리는 돈으로 그쪽에서 고용한 인원들의 임금도 챙겨주도록 하세요. 남은 돈은 지부 건물에 필요한 물품을  때 사용하시고요."
"알았어요. 아참 이거 아까 이야기해드린다고 했던 쿠엘토장로님이 전해달라고  물건이에요."

릴리나는 품속에서 자그마한 병을 꺼내 칼스에게 건넸는데, 병안에는 한 모금도 안 될  같아 보이는 오색 찬연한 빛을 내는 액체가 담겨있었다.

"이건 뭔가요?"
"네. 엘릭서예요. 저번에 칼스가 가져다준 생명의  덕에 생산량이 많이 늘었다고 조금 나눠주신 거죠. 그 정도 양이면 1회분은 사용 가능할 거라고 하셨습니다."

옆에서 가만히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제레미는 엘릭서라는 말에 깜짝 놀라 소리쳤다.

"세상에! 엘릭서라니! 상단주님 이건 엄청난 물건입니다."
"으음. 제레미. 제가 아직 세상 물정을 다 알지 못하는 어린아이라 그런데 엘릭서의 효능이 어떻길래 그렇게 대단한 물건이라고 하는 거죠?"
"엘릭서는 치유의 신전에서 만들 수 있는 최고 등급의 성수에 비견될만한 것입니다. 한번 마시면 적어도 10년간은 잔병치레를 겪지 않게 되고, 어지간한 잔병은 단숨에 치유하는 기적의 물약이지요. 노화 방지에도 큰 효과를 발휘하기에 대륙의 모든 귀족들이 엘릭서를 탐내지만 그 수요에 비해 구할 방법이 거의 없다시피한 물품이라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꿀이고 뭐고 엘릭서만 꾸준히 판매할  있다면 대륙 최고의 부자가 되는 게 꿈만은 아닐 겁니다."

제레미는 칼스가 건네준 작은 병에든 엘릭서를 황홀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는데 릴리나가 그런 그를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사실 이 엘릭서가 모자란 것은 엘기간테 내에서도 큰 문제였지요. 왜냐하면 이것이 어머니의 나무를 비롯해 각 엘프 마을에 심어진 신목을 유지시켜주는 중요한 신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칼스가 엘릭서의 재료 중 가장 구하기 힘들었던 생명의 꿀을 공급해 준 덕분에 의약방에서도 여유분이 남게 됐다면서 그 일부를 넘겨주신 거예요."
"흐음... 혹시 그럼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여유분이 남게 될까요?"
"그건  모르겠어요. 제가 의약방 출신도 아닌지라. 레이실라나 카밀라에게 물어보시는 게 나을  같네요. 그들은 이쪽으로 합류하기 전까지 의약방에서 일을 배우던 중이었으니까요."
"그래야겠네요. 아무튼 정말 귀한 선물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쿠엘토장로님께 전해주세요."

그 후로 릴리나는 며칠 더 휴식을 취한 뒤 엘기간테로 돌아가기로 했고, 칼스는 일단 엘릭서의 사용처는 나중에 정하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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