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요리 명인 금손아의 외손녀이자 고운당 후계자인 이로운.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타고난 미모에 묘한 분위기까지,
완벽한 스펙의 그녀에게도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었다.
자신을 괴롭히는 외가 식구들의 학대와, 거기서 벗어날 수 없는 자신까지......
친구의 부탁에 못 이기는 척 참여하게 된 예능 프로그램.
그곳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하나의 시선을 마주하게 된다.
장신의 미남자에 만석꾼 아들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의 집안 배경까지,
뭐 하나 버릴 게 없는 남자 장채준 PD.
어느 곳에도 마음 붙일 데 없이 외롭던 자신을 오롯이 봐 주는 사람.
남보다 못한 가족들의 행패로 고통받는 로운 곁엔
늘 든든한 어깨를 빌려주는 그 남자가 있었다.
그의 사랑으로 위로받던 어느 날,
장채준이 외사촌 혜원과 맞선을 본다고 하는데!
키스까지는 한순간, 사랑은 그다음부터 오래도록!
***
“도망치는 거예요?”
“네, 제가 너무 한심해…… 웁!”
채준이 입술을 겹쳤다. 눈가에 고여 있던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깜짝 놀란 그녀는 눈을 크게 키운 채 숨을 삼켰다.
키스는 한순간이었다.
그는 저돌적이었지만 불쾌하지 않았다. 천천히 달리던 승용차가 과속하듯 빠르게 질주하듯 키스도 그랬다.
그는 키스를 멈추고 싶지 않은 듯 고집스레 밀어붙였다. 부드럽지만 힘 있게 파고드는 완력에 그만 코끝이 찡했다.
상황에 안 맞게 따뜻했다.
방전된 용기가 서서히 차올랐다. 키스 덕분이었다. 그녀는 눈을 감으며 점점 더 거칠어지는 키스를 받아들였다.
부드러운 입술, 따뜻한 입김과 스피아민트 치약 향기, 블랙체리 향수, 조심스럽게 내쉬는 호흡, 허리를 감싼 팔과 들썩거리는 가슴.
스르르 눈을 감은 로운이 입안을 가득 채운 채준의 기운을 음미하며 침을 삼킬 때 키스가 뚝 끊어졌다.
당황한 그녀가 눈을 뜨자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그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쏘아보며 말했다.
“지금부터 로운 씨한테 침 바른 건 장채준입니다.”
그러니까 오늘부터 사귀는 겁니다."